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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3

        

         

       허수아비는 둘에게로 다가간 뒤 망설임 없이 덩굴로 이루어진 손을 뻗었다.

       덩굴로 만들어진 손은 인간의 손과는 달리 쭉쭉 늘어나고 휘어지면서 제니의 뒤에 숨었던 남자의 멱살을 쉽게 움켜쥐었고, 그대로 남자를 개같이 끌고 왔다.

         

       우당탕.

         

       그 과정에서 남자가 바닥에 구르면서 끌려오기는 했지만, 뭐 큰 문제는 아니었다.

         

       “켁, 이거, 이거 놔!”

         

       괴물은 남자의 멱살을 쥔 채 팔을 들어 올렸다.

       허공에 남자가 대롱대롱 매달리도록 말이다.

         

       당연히 남자는 숨이 막힌다는 듯 캑캑거리는 소리를 내었고, 어서 풀어달라는 듯 허수아비의 손을 풀려고 노력했다. 팔을 치기도 했고, 멱살을 잡은 부분을 어떻게든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존재가 고작 그 정도 힘으로 풀리겠는가.

       하물며 힘이 강해 보이는 것도 아닌, 퀭한 눈의 말라깽이가 말이다.

         

       또각.

         

       여인은 남자가 허수아비에게 잡히자 그제야 그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이힐의 굽이 바닥에 부딪히며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허수아비의 바로 옆쪽에 섰고, 허수아비를 이루고 있는 덩굴 일부가 밖으로 삐져나오며 간이 의자의 형태가 되자 거기에 당연하다는 듯 앉았다.

         

       그리곤 자신이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듯, 거침없이 한쪽 다리를 꼰 채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한테 사기를 치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여인은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남자의 앞에 집어 던졌다.

         

       챙그랑!

         

       그녀가 던진 물건이 바닥과 세게 부딪치며 금속음이 바닥과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찌 보면 글자 ‘U’와 비슷해 보이는, 혹은 시력 검사를 할 때 보이는 한쪽에 구멍이 뚫린 원과 비슷한 형태의 금속.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올 크기의 그것은 인간 역사와 함께해온 물건이기도 했고, 현대인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뭐? 행운의 편자?”

         

       편자(horseshoe).

       말의 발굽에 다는 바로 그것이었다.

         

       서양에서는 행운의 상징, 혹은 행운을 담는 그릇이라고 여겨지는 물건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주술사의 축복을 받은 가보라고?”

         

       그리고 이는 단순히 미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몇몇 주술사들은 이 편자를 이용한 행운을 가져오는 부적을 실제로 만들기도 하였고, 유명한 말이나 사연이 있는 편자의 경우에는 그것을 재료로 주물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주물로 만들어진 몇몇 물건의 경우, 경매로 팔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경매로 올라간 물건들은 꽤 비싼 값으로 팔렸다.

         

       이는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행운의 상징이라는 인식이나 실제 주물이나 부적으로서의 성능에 더해서, 행운의 편자를 이동 수단에 걸어두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미신에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유행에 불과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유행인지 미신인지 실제 효과인지 모를 이유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선박, 비행기, 특수 목적 차량, 스포츠카, 레이싱카 등….

         

       행운의 편자를 원하는 돈 많은 이들은 ‘프리미엄’을 붙여서라도 편자를 구하려 들었고, 그 때문에 편자는 예전보다 구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남자는, 이러한 인식을 이용해서 사기를 쳤다.

       바로 이 여인에게 말이다!

         

       게다가 편자만으로 사기를 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뭐? 공룡알 화석 부적? 안후이성에서 발굴한 공룡알로 부적을 만들었다고? 안후이성 토박이 도사가 주술을 걸어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놀랍게도 남자는, 공룡알 화석까지 팔아먹었다.

       도사가 주술을 걸어서 부적으로 만들었다고 속이면서까지 말이다.

         

       아니.

       공룡알 화석조차 아니었다.

       그냥 알처럼 보이는 평범한 돌이었다.

         

       알처럼 보인다는 점 자체는 특이하긴 했다.

       수석을 모으는 이들에게 이러한 점을 어필한다면 의외로 괜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특이한 형태의 돌일지언정 절대로 공룡알과 관련은 없었다.

       그리고 안후이성과 관련도 없었고, 도사나 주술과도 관련이 없었다.

         

       왜냐고?

         

       이 돌을 주운 곳이 미국이었으니까!

         

       심지어 어디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지역에서 주운 것도 아니고, 그냥 남자가 친구들끼리 강가로 캠핑하러 갔을 때 주운 물건이었다. 혹시나 화석이 아닌가 싶어서 감정을 받아봤지만, 그냥 평범한 돌에 지나지 않아, 그냥 기념품으로 간직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공룡알 화석 부적이라고 팔아먹었다?

         

       명백한 사기였다.

         

       “켁, 자못, 잘못했….”

         

       “잘못했다고? 그런 놈이…!”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화를 터뜨리기 충분했건만.

         

       그 이후 남자의 행동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렇게 사기를 쳐서 받아낸 돈을 모조리 카지노에 부었다.

         

       모조리.

         

       전부!

         

       그렇게 해서 따기라도 했으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겠지만….

       이 도박중독자는, 놀랍게도 그 돈을 모두 탕진했다.

       절대로 적은 금액이 아니었을 그 금액을, 2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모조리 카지노에 상납한 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것이 끝이냐?

       아니다.

         

       도박장에서 알게 된 질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여인에 대한 정보를 팔아먹기까지 했다.

       자신에게도 속을 정도로 순진무구한 호구가 있다고 말이다.

         

       그 대가로 소개비를 받았고….

       그 소개비도, 20분 만에 탕진했다.

         

       그 이후엔 어떻게 됐냐고?

         

       뻔하지 않은가.

         

       순진무구한 호구, 거기다가 아름다운 외형을 가진 여자다.

       질이 안 좋은 놈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당연하게도 여인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접근했고, 수작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박중독자의 말과는 다르게 여인은 ‘순진무구하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닳고 닳아 있었다. 미신과 관련된 것에는 좀 호구 같은 면은 있었지만,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꽤 많은 경험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의 수작을 눈치챘고, 그들을 단호하게 떨쳐냈다.

       하지만 멍청한 놈들은 연약해 보이는 미인, 그것도 호구로 점찍고 접근한 미인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발끈하면서 여인을 위협했고….

         

       그렇게 질이 안 좋은 놈들은, 안 좋은 놈들로 변했다.

         

       뭐가 안 좋아졌냐고?

       여러 가지가 좋지 않아졌다.

       상태가 좋지 않아졌고, 몸이 안 좋아지기도 했다.

       중요한 곳이 안 좋아진 놈들도 있었고.

         

       그렇게 여럿이 뭉개진 후,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여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짜증 나는 일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순식간에 눈치챘고 도박중독자를 쫓기 시작했고, 도박중독자는 자신이 우습게 봤던 여자가 괴물을 일으켜서 남자 여럿을 병신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보자마자 기겁하면서 도망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자는,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무슨 영화의 추격 장면을 찍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차가 바쁘게 오가는 도로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서 도망치는 것은 기본.

       쓰레기통을 뒤엎고, 더러운 뒷골목의 담장을 넘고.

       오물이 가득한 개구멍을 기고, 사람을 밀치거나 넘어뜨려서 장애물로 삼고.

         

       그렇게 남자는 미친 듯이 도망을 쳤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추격자를 떨쳐낼 수 없었고, 결국 남자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바까지 들이닥친 것이다.

       바에서 일하고 있는 여동생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바에서 일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되었으니 돈도 모아놓았을 테고, 그리고 자신 혼자가 아니라 여동생이 같이 용서를 빈다면 무사히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얕은 생각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그리고 뭐…. 여동생이 일하는 바는 나름대로 치안이 좋은 번화가에 있는 데다가,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경찰이 많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도 이러한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기도 했다.

       적어도 카지노에서처럼 ‘무언가가 안 좋은 놈’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켁! 케엑! 이러다 죽, 숨 막혀 죽…!”

         

       안타깝게도 남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여인의 손속에는 자비가 보이지 않았다.

       허수아비는 남자가 정말로 숨 막혀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멱살을 잡고 있었고, 남자가 숨이 막힌다면서 허공에 뜬 채 발버둥을 쳐도 그를 내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혹여라도 남자가 빠져나갈까 단단히 멱살을 쥐고, 더 위로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뭐, 당연한 이야기라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냥 사기만 친 것도 아니고, 질이 좋지 않은 놈들에게 정보를 팔아먹기까지 했다.

       아마 이 도박중독자의 판단처럼 여인이 순진무구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데다가 힘마저 없었다면, 험한 꼴을 당했을 수도 있겠지.

       그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도박중독자는, 지금 당장 고문을 당하지 않는 것만도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맞으리라.

         

       아니, 어쩌면 단순히 운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남자의 생각대로 자신이 불구가 되지 않을 곳으로 도망을 쳤기에, 자신이 죽어도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게 될 으슥한 곳이 아니라 사람이 많은 곳으로 피신하는 선택을 했기에 지금까지 몸 어딘가가 망가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

         

       그런 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남자의 판단은 옳았다.

         

       하지만, 동시에 틀렸다.

         

       그는 추격자에게서는 덜 위험해질 수는 있었지만….

       반대로, 그 장소에 우연히 발을 디뎠던 위험한 인물의 관심을 끌고 말았으니까.

         

       ‘주술과 관련된 사기를 쳤다?’

         

       주술사들은 감히 주술사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범죄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주물이나 주술과 관련해서 사기를 치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허허.’

         

       주술사를 사칭하며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는 언제든 주술사가 찾아가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다만 주물과 주술과 관련된 것은 허황한 것이 많고 미신이 섞여 있어 일일이 찾아가지 아니하나.

         

       그것을 현장에서 두 눈으로 목격하였다면.

       그리고 그것을 행한 이에게 특별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면.

         

       ‘대가를 지불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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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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