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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4

    <564 – 그렇게 올라오는 거 아닌데(6)

     

    비보를 얻은 샤를로테는 강했다.

    제국최강을 논할 수 있는 고공기사 드미트리와 동수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그만큼 드미트리는 강했다.

    비보가 아니었다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반대로 드미트리에게도 샤를로테는 성가신 적이었다.

     

    <고통강화>

    <피해증폭>

    <상처악화>

     

    비보는 소유자가 입은 모든 종류의 피해를 점차 악화시켰다.

     

    <충격저장>

     

    그렇게 악화시킨 데미지를 저장하고는.

     

    <상처전달>

    <부상전달>

    <질병전달>

    <고통전달>

    <피해전달>

     

    모든 종류의 데미지를 모조리 상대에게 떠넘겼다.

    자신이 가한 데미지가 몇 곱절이 되어서 도로 돌아오는 끔찍한 마도구!

    어째서 비보가 기프트 아카데미의 보물고에 잠든 넘버링 아티팩트에 비견되는지 알 수 있는 살벌한 효과들이었다.

     

    “피차 무익한 싸움은 그만두지 않겠나?”

     

    그러나 드미트리도 쉬운 남자가 아니었으니.

    증폭된 부상이 전송되기 무섭게 그의 갑옷과 신체에서 작은 빛이 반짝였다.

     

    <고통차단>

    <피해면역>

    <충격감소>

    <자동회복>

     

    일정 수준 이하의 고통을 차단한다.

    일정 수준 이하의 데미지를 무효로 만든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해지는 데미지는 실제로 줄어드는 HP량이 경감된다.

    심지어 그렇게 까인 소폭의 데미지마저도 자동회복을 하는 더럽게 사기적인 콤보의 빌드!

    이 정도로 사악한 빌드를 갖추어야 제국최강을 논할 수 있다는 것처럼 끈질기게 버티는 드미트리는 샤를로테에게도 심대한 스트레스가 되었다.

     

    “우르가스. 밥값을 해.”

     

    도저히 비보로도 감당할 수 없을 즉사급의 데미지는 우르가스를 방패로 쓰고, 차단할 수 없는 종류의 공격은 우르가스를 방패로 쓰고, 차단되지 않는 고통도 우르가스에게 떠넘기며 버텨본 샤를로테.

    그러나 언데드 방패 우르가스조차도 왈칵 피를 쏟아내다가 축 늘어질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드미트리도 필살기를 여러 차례 발동할 여력은 없으나 언데드 방패 우르가스도 미덥잖아 서로 눈치만 보게 된 두 사람!

     

    격렬하게 공간을 누비던 검격은 자연스럽게 검속이 감소했고, 어느덧 각자의 검집에 검이 돌아갔다.

    두 사람의 휴전에 쐐기를 박은 것은 선황의 양위와 파케 히우그마그의 사망, 뒤를 이은 매스각키 여제의 등극에 대한 소식이었다.

     

    “운이 좋은 줄 알아라. 그 방패의 숨이 다하거든 네 명도 끝났을 테니.”

    “천만에. 당신의 즉사기가 모두 고갈되었다면 언젠가는 내 승리로 귀결될 싸움이었어.”

     

    우르가스는 다 죽어가는 몰골로 할 수만 있다면 샤를로테를 찢어 죽이겠다며 노려봤다.

     

    “이 개 같은 년…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냐…? 쿨럭, 쿨럭… 한 번 죽인 것도 모자라 수십 번을 더 죽게 만들다니…”

    “다행이라고 여겨. 한 번으로는 부족한 삶을 넉넉하게 누릴 수 있잖아.”

     

    홧김에 달려들었던 우르가스는 비보의 충격전달에 자기가 입힌 데미지보다 더 큰 전달 데미지를 입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우르가스의 하찮은 반항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샤를로테는 정세가 흘러가는 것을 보며 깨달았다.

     

    “전혀 위기가 아니었네.”

     

    오크노디는 누군가의 의지대로 끌려다니고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상황이 혼란스럽다면 누가 이득을 보는지 살펴보라.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자가 이 판의 설계자다.

     

    단순한 이치에 근거하여 관조하니 답이 보였다.

    이 판은 오크노디의 판이었다.

    그녀는 친구 매스각키를 여제로 만들었다.

    이제 매스각키는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다.

    매스각키를 따르지 않던 군단들과 제국십칠강은 언더월드 대소동에 휘말려 개박살이 나거나 실종됐다.

    그들이 돌아올 길은 심지어 처치가 곤란하던 몬스터군단이 떡하니 막았다.

    그 많은 몬스터가 먹을 먹이는?

    지하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나오고 있지.

     

    <기프트 아카데미 지부 전송소>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돌아올 아이다.

    재단의 이사장은 그걸 원치 않겠지만…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그러길 바라겠지.

    단순한 계산이다.

    오크노디가 언더월드로 유인한 세력들은 재단의 세력들이다.

    그 많은 세력이 일시에 소실되며 생긴 공백은 재단 입장에서도 쉽게 대체할 수 없다.

     

    기프트 아카데미가 작정한다면.

    재단은 이를 막을 수 없다.

    설령 최강의 교수 디스트로이어가 쓰러졌다고 한들, 아카데미에는 아직 쟁쟁한 교수들이 즐비하기에.

     

    판세는 기울었다.

    재단이 막지 못한다면 오크노디는 복귀한다.

    그렇다면 그녀를 잡을 곳은 한 곳밖에 없다.

     

    “늦었네.”

    “이안.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어?”

    “제도에서 흩어지자마자?”

     

    멍청하게 1학년들에게 이용당한 제토와 달리, 은둔자 이안은 이름값을 하듯이 일찍이 아카데미 앞 전송소로 돌아와 은둔한 지 오래였다.

    단순히 복잡한 일에 휘말리기 싫은 것인지, 임무 따윈 아무래도 좋은 것인지, 나름의 통찰력을 발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적의 장소에 찾아왔다.

    우르가스처럼 대놓고 척을 지지는 않았기에 본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역시 쉽지 않은 남자다.

     

    “카드놀이할래?”

    “…수련이 필요하다. 한가하면 도와.”

     

    드미트리와의 대결은 샤를로테에게 몇 가지 개선점을 깨닫게 했다.

    즉사기급 공격을 받아도 <증폭>을 해서 되돌려줄 때까지 버텨낼 체력을 확보하거나 데미지의 총량을 감소시켜 현재의 체력으로도 버텨낼 것.

    상대의 데미지 감소를 뚫고 고강도의 데미지를 연속으로 입혀서 체력회복속도보다 더 빠르게 체력을 깎는 연속기를 개발할 것.

     

    “싫어.”

     

    이안은 거절했고, 수련 상대는 자연스럽게 거부권도 없고 자동 수복도 되는 허수아비로 쓰기 딱 좋은 우르가스가 되었다.

    오크노디가 돌아오기까지 수도 없이 갈리고 또 갈려서 그럴까.

    우르가스는 생명의 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몹시 격하게 반가워하며 오크노디에게 달려갔다.

     

    “고맙다! 덕분에 살았…”

    “헉, 휴학생이 기습한다!”

     

    오크노디는 반사적으로 배낭에서 성물함을 꺼냈고, 마도구 <성스러운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익숙한 수류탄의 폭발에 휩싸인 우르가스는 반가움이 가시기도 전에 폭발에 휩싸였다.

     

    콰아앙!

    푸슈우우우…

     

    모락모락 김을 뿜어내며 쓰러진 우르가스를 보며 이안이 말했다.

     

    “으휴. 와이히엠하이 재단에 얽히면 사람이 저렇게 불쌍해진다니깐. 저 멍청이는 찍혀도 하필이면 재단의 가장 강한 장학생 두 명한테 찍혔네.”

    “어라? 다른 선배님들은 기습 안 하세요?”

    “기습하러 나온 적 없어. 잠깐 마중을 나왔을 뿐이지.”

    “아하. 파티원이 될 용사파티가 얼마나 성장했나 궁금해서 기다리고 계셨군요?”

    “널 기다린 거다.”

    “저를요? 왜요?”

    “아카데미에서 구출의뢰가 들어왔으니까.”

    “선배는 그냥 전송소에 계셨잖아요!”

    “구출의뢰의 성공조건은 널 아카데미로 데려오는 것.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

    “완전 날먹이네요! 그럴 거면 성공보수 절반은 저한테 주세요!”

    “안 돼.”

    “우르가스 선배의 몫만 주는 건 어때요?”

    “그것도 안 돼. 우르가스는 아카데미에서 얻을 모든 종류의 보상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서 써먹고 있어.”

    “그럼 저 안 들어갈래요!”

     

    샤를로테는 검을 뽑았다.

     

    “의뢰에서는 오크노디를 데려오라고 했지, 사지가 전부 멀쩡해야 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군.”

    “…1학년한테 손 대면 벌금이 엄청날 텐데요?!”

    “너 이제 1학년 아니야. 2학년이지.”

     

    오크노디가 슬픈 고양이처럼 측은해진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힝. 알았어요. 제 발로 걸어갈게요.”

     

    먼 길을 돌아오는 셈이 되었지만, 결국 샤를로테는 구출의뢰에 성공했다.

    역시 사람은 힘보다 머리를 써야 해.

    샤를로테는 오늘 얻은 교훈을 양분삼아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 *

     

     

    즈앙과 티토소가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자마자 저런 무시무시한 선배와 마주칠 줄은 몰랐네.”

    “힝잉잉. 너무 무서웠어!”

    “괜찮아. 샤를로테 선배는 3학년 휴학생이니까 복학해도 4학년이야. 저학년은 얼굴 볼 일 없으니 둘 다 안심해도 돼!”

     

    1학년과 2학년은 저학년으로, 3학년과 4학년은 고학년으로 묶이는 아카데미의 정서상 체육대회 같은 학년대항전 이벤트가 아니면 4학년을 볼 일은 정말정말 매우매우 극히극히 드물다.

    얼굴 보기도 힘들 선배보다는 아카데미에 돌아온 기쁨을 누리기에도 부족할 시간이다.

     

    [마나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이곳은 자연마나가 풍부합니다.]

    [이곳은 마나퍼즐이 다양합니다.]

    [지역 내에서 마나회복속도 및 최대마나 상승속도가 증가합니다.]

    [시전 가능한 마법의 종류가 늘어납니다.]

    [시전하는 마법의 위력이 향상됩니다.]

     

    폐부가 서늘해지는 감각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마나가 모여드는 마나수련에 최적화된 장소.

    강자사냥과 신격사냥 메타를 제외하면 시간투자대비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수련의 성지, 기프트 아카데미의 공기가 돌아온 탕아를 반겨주었다.

    역시 마검사는 아카데미에서 키워야지!

    올해는 마법수련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아카데미 안에서 보였다.

     

    “안데르센 대공자님. 근육이 왜 그리 커졌어요?”

    “보충 강의를 들었다. 방학 내내.”

    “헉.”

     

    근육을 압축하는 마나연공법으로도 상승치가 다 해소되지 못할 정도로 스펙업이 된 안데르센 대공자.

    서귀연의 귀족들도 옆에서 얼마나 고행을 했는지 다들 덩치가 살벌해졌다.

    이래서 밖에서 성장치를 쏙쏙 빨아먹고 와도 방심할 수가 없다니깐.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속도에 비례해서 억까도 강해지는 억까비례법칙을 고려하면 어떤 NPC들이 급격한 파워 업을 이룰지 몰라서 긴장해야겠지.

     

    ‘나처럼 이것저것 올리지 않고 외길만 파서 권능 수준으로 기능을 구현할지도 모르니까!’

     

    실제로도 억까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학생이 지금도 나를 째려보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점 늘리지 말걸.”

     

    엉겁결에 1학년 2학기 최다학점 성실이수자가 되어버린 용사 이슈타르!

    우리보다 먼저 아카데미에 돌아온 이슈타르는 고마움과 원망이 반반 섞인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원망은 알겠는데 고마움은 뭘까?

    아하.

    열심히 강의를 들으니 능력치와 기능, 포인트가 팍팍 늘어나서 기뻤나보다.

    <수련광> 속성이 붙었으면 그럴 만도 하지!

    의욕 있는 뉴비는 개인PT 긁는 헬스뉴비만큼 기특하다니깐.

    올해도 강의를 잔뜩 들을 수 있게 도와줘야지!

     

    “이슈타르!”

    “…뭐, 뭐야.”

    “올해는 45학점에 도전해볼래?”

     

    [용사의 마음이 부러졌습니다.]

    [무서운 아이 경험치+1]

     

    웁스.

    이슈타르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복귀 기념으로 용사 멘탈부터 부수고 보는 다크프린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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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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