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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4

    “여기가 정말 지름길은 맞는거야? 괜히 이상한 길로 가는 거 아니야?”

    “정말이에요!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중심가로 가는 길은 여기가 제일 빠르다고요!”

    졸지에 사기꾼으로 몰린 루미는 믿어달라는 듯 호소하며 루크를 바라보았다.

    길이 하수통로든 어디든, 루크에겐 루미가 알고 있는 지름길이 있었다는 것만해도 다행인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이미 꽤 시간을 낭비한 터라, 자칫하면 서드쪽과 시간을 맞출 수 없을 뻔 했기 때문이다.

    루크의 입장에선 시간이 어긋나서 계획이 어긋나는 것보단, 약간의 악취와 불쾌함을 감수하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루크 역시 시궁창의 악취와 득실거리는 슬라임, 벌레, 쥐들이 사랑스러웠던 건 아니었기에 썩 행복한 기분은 아니었다.

    “루미. 그래서 이 끔찍한 통로는 앞으로 대체 얼마나 남은게냐?”

    그러자 루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꾸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그러자 시에나가 곧바로 불만을 토해냈다.

    “그 말은 아까도 하지 않았어?”

    “이번엔 진짜! 진짜로 이길만 넘기면 도착이에요!”

    “그 말 진짜지? 냄새때문에 정말 숨쉬기 힘들단 말이야.”

    루미의 대답에 시에나는 안심한 듯 심호흡했다.

    이미 몇번이고 거짓말에 속기는 했지만, 그래. 이번엔 진짜겠지.

    —-

    그 후로도 몇번 더 ‘이제 곧 도착’이라는 말을 듣고 난 뒤.

    “자, 도착입니다-!”

    루미는 앞에 놓인 슬라이트 벽을 밀어젖혔다.

    그러자 이번엔 정말로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정말로 상쾌한 바깥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체감상 몇시간만에 맡는 듯한 바깥의 공기에 시에나가 흥분한 듯 외쳤다.

    “밖이다!”

    사실 바깥의 공기라고 썩 깨끗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하수통로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시에나는 곧바로 폐를 가득 채우고 있던 더러운 공기를 갈아내려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으엑, 퉤! 아무래도 방금 슬라임 조각이 입에 들어간 것 같아…!”

    “…그러게 숨을 쉴 땐 조심했어야지.”

    후드를 벗고 얼굴에 붙은 슬라임조각을 떼어내던 루크는 연신 헛기침을 하며 침을 바닥에 뱉어대는 시에나의 모습에 한숨을 지었다.

    물론, 입을 열진 않고서.

    길을 안내하던 루미가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휴! 요즘들어 하수통로에 슬라임이 많아지긴 했네요. 거기서 갑자기 통로를 가득 메울 정도로 큰 놈이 튀어나올 줄이야.”

    방금 전의 기억을 떠올린 시에나가 기겁한듯 몸을 떨었다.

    “으으, 그거 진짜 끔찍했어…….”

    온 몸에 슬라임 파편이 들러붙은 시에나가 치를 떨며 중얼거렸다.

    루미가 무조건 여기로 가는 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터다.

    그래, 차라리 모르고 싶었는데…….

    막힌 벽이라고 생각했던 게 설마, 슬라임과 벌레가 뒤엉켜 만들어낸 형상이었을 줄이야!

    그녀들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슬라임은 보통 일정 크기 이상으로 성장하지않고 분리되는데, 대체 뭘 어떻게하면 슬라임이 그정도로 번식할 때까지 방치될 수 있는거지?

    그런 건 무려 산전수전 다 겪은 루크도 처음보는 거였다.

    돌이켜 분석해보면, 일종의 돌연변이 슬라임이 벌레와 쥐를 흡수해 그것으로 새 생체 조직을 이루면서 탄생한게 아닌가 싶다.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보자면, ‘슬라임 로커스트 킹’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해충구제업체도 보는 즉시 받은 돈을 돌려주고 싶어질만한 압도적인 비주얼의 적을 마주했지만, 루크는 마법을 쓸 수도 없었다.

    폐쇄된 통로를 폭발이 발생할만한 대규모 마법으로 쓸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게다가 잠행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마력 소비에 금액을 매기기 위해 마력추적방식이 극도로 발전한 현대기술을 무시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결국, 그녀들은 슬라임 무리를 약간의 마법적 도움과 육체능력만으로 뚫어내야만했다.

    덕분에 루미와 루크, 시에나는 모두 온 몸에 슬라임 파편을 덕지덕지 붙인 채였다.

    루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다들 이제 더이상 ‘외부인’처럼 보이진 않네요!”

    그건 확실히 루미의 말대로였다.

    이제 겉모습으로만 보면 루크와 시에나도 확실히 빈민가의 일원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탐문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제는 조금 다른 이유로 사람들에게 꺼려질 것 같구나.”

    악취와 얼룩, 그리고 슬라임 파편을 이토록이나 잔뜩 뒤집어 쓴 사람은 빈민가 내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테니까.

    그래도 다행인건, 자신의 케이프에는 오염방지처리 및 자동 세척기능이 있어서 수건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루크는 시에나에게 케이프의 깨끗한 부분을 내밀며 말했다.

    “시에나, 그대도 내 케이프로 닦아도 되네.”

    “그래도 돼?”

    “물론이지. 자동세척이 되거든. 부담없이 쓰게.”

    “진짜? 고마워!”

    루크는 시에나가 얼굴에 묻은 슬라임 파편들을 닦아내며 케이프도 꽤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그에 루크는 조금 늦긴 했지만, 이제야 시에나도 케이프의 실용성을 이해한 듯 싶어 이 와중에도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루크의 케이프에 질척거리는 슬라임조각들을 닦아내던 시에나는 루미를 향해 짜증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중심가는 어디야? 또 그 ‘이제 곧 도착’같은 소리 하면 진짜 한대 맞을 줄 알아.”

    정말 화난듯한 시에나의 반응에 루미는 당황한듯 발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바, 밖이잖아요. 보세요! 여기만 지나가면 이제 중심가에요! 자, 어서 가죠!”

    그렇게 루미의 안내에 따라 코너를 돌자, 정말로 빈민가 치고는 꽤나 활기찬 분위기의 거리가 그녀들을 반겼다.

    “자, 여기부터 중심가입니다!”

    시에나와 루크는 그 광경이 굉장히 신기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외곽이랑 분위기가 꽤 다른걸?”

    “그러게나 말일세. 신기하군.”

    모든 것이 많이 낙후되긴 했지만, 일반적인 번화가같은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상점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고,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딱히 뭔가 부족한 느낌도 없이 제대로 물건이 교환될 정도로 사회적인 규범이 잘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바이크조차 진입이 안되어 제대로 된 유통루트도 없을 이런 폐쇄적인 거리에서 말이다.

    “흠.”

    그러고보니, 그때는 그 말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이라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만 루미가 아까 중심가엔 커다란 창관도 안내할 수 있다고 했었지.

    거기다 ‘가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걸 떠올려보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닐 터다.

    그런 유흥시설이 존재하기 위해선 반드시 현금의 흐름이 있어야만 한단 걸 생각해보면 의아하다.

    창관은 말 그대로 ‘유흥’을 위한 시설.

    봄을 사고 파는 데에도, 돈이 드는 법이니까.

    하지만 배고픈 자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당장 먹고 살기에도 바쁜, 관광객도 없는 이런 빈민가에서 어떻게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그저 배출만을 위한 서비스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이는 즉, 어딘가에서 반드시 무언가가 공급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루미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요?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루미는 왜 중심가가 붐비는 것이 이상한 지 의심따윈 해본 적도 없으리라.

    여기서 나고 자란 아이에겐 그저 중심가가 붐비는 게 당연할테니까.

    루크는 루미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루미?”

    “돈, 그리고 물건이 필요하겠죠?”

    “그래, 물건이 필요하지.”

    혹시나 자신이 틀렸을까봐 조심스레 대답했던 루미는, 자신의 답변이 긍정받자 뭐 그런 당연한 걸 물었냐는 듯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루크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긴 화물은 커녕, 사람 하나도 제대로 들어올 수 없어서 하수통로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폐쇄적이지. 그런데 어떻게 이 많은 돈과 물건들이 거래될 수 있는걸까?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도 아닌데 말이야. 자, 이제 내가 뭘 이상하게 생각하는 지 알겠느냐?”

    그러자 루미는 뭐가 궁금한 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떠들기 시작했다.

    “아, 그건 설명해드릴 수 있죠. 중심가에는 커-다란 지하도로가 있거든요!”

    “지하도로?”

    처음 듣는 이야기에 루크와 시에나가 의문을 표하자, 루미는 자신이 아는 것들을 설명했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지하도로로 많은 것들이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옷이나 음식, 물건들 전부 다요. 그래서 중심가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게 이상하지 않은거죠.”

    “흠.”

    “지하도로는 두목 로제프가 통제하고 있거든요.”

    “…두목 로제프라고?”

    “이 도시의 주인이에요. 로제프 트리밀턴. 일단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부 그의 귀에 들어간다고 보면 돼요.”

    “으음, 그렇군.”

    과연, ‘두목 로제프’가 통제하는 지하도로라.

    확실히, 그러면 많은 게 설명이 된다.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배척하듯 만들어진 탓에 물류도 오갈 수 없는 외곽의 상태도, 기괴할 정도로 많은 빈민들이 이 땅에 몰려살 수 있는 이유도, 그리고 이 사회와 동떨어진 곳에서 규칙과 규범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이유도.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은 듯한 루크와 시에나는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설명을 들은 시에나는 흥미롭다는 듯 아이에게 입을 열었다.

    “너, 의외로 가이드 역할을 잘하는구나? 관광지에서 태어났다면 가이드로 먹고 살았겠는데?”

    그러자 한번 씨익 루미가 당당하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무튼, 중심가까지 안내해드렸으니까 돈 주세요.”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에 루크는 루미의 손바닥 위에 5만길을 올려주었다.

    그러자 루미는 뛸듯이 기뻐하며 게 눈 감추듯 재빨리 주머니에 돈을 챙겨넣었다.

    그리고 루미가 자리를 뜨려는 그 순간, 루크는 주머니에서 10만길을 더 꺼내 루미에게 꺼내보이며 말했다.

    “루미, 그 로제프가 통제한다는 지하도로가 어디에 있는 지 안내해 줄 수 있느냐? 그러면 10만길을 더 주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점액질의 액체는 생각보다 그리기가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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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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