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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5

    <565 – 그렇게 올라오는 거 아닌데(7)>

     

    이슈타르가 거멓게 죽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또 잔뜩 강의를 듣게 하고 지만 혼자 놀러 다니면서 엿을 먹이려는 거겠지…? 그런데 만일 성실하게 강의를 듣는 거면 지금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데… 후후, 후후후후… 가불기라는 건 이런 거구나? 따라가긴 괴롭지만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그런데 45학점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있는 거지……?”

    “꺄아악, 이슈타르가 고장 났어!”

     

    호들갑을 떠는 성녀 유피의 옆으로 눈에 익은 얼굴들이 나란히 섰다.

     

    “오크노디, 벽력성천신교에 저지른 짓을 모른 체하지는 않겠죠! 올해 시험에서 마주치면 가시메이스로 아주 피떡을 만들어주겠어요!”

    “시발냥이다냐!”

     

    벽력성천신교 수녀 니세와 단짝수인 제냐!

     

    “헉. 우리 작년에 친하게 지냈잖아. 친구끼리 못된 말 하면 안 돼!”

    “닥치세욧! 사제의 신앙을 뒤흔드는 친구가 있다면 그건 친구의 탈을 쓰고 접근한 못되처먹은 사악한 마귀가 틀림없어요.”

    “으앙, 제냐. 니세가 무서운 말을 해!”

     

    냐냐 거리며 치유해주길 바랬던 제냐는 달려오는 나를 안아주는 대신에 냥냥펀치를 뻗었다.

     

    “으꺅!”

     

    정말 단 1%도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맞아 철퍼덕 엎어진 나.

    제냐가 니세의 옆에서 당당하게 외쳤다.

     

    “올해의 냐님은 오크노디의 적이다냐!”

    “어째서…?”

    “니세는 제냐의 단짝이다냐. 단짝을 슬프게 만든 오크노디를 묵사발 내는 거다냐!”

     

    힝.

    나쁜 짓은 하나도 안 하고 착한 일만 하다가 왔는데 이런 불상사가 생기다니.

    착한 아이를 괴롭히는 억까 이벤트가 너무 밉다!

     

    “오크노디. 자업자득이니까 거기서 그러지 말구 일루 와! 우울증과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힐링컬러 노랑조명을 틀어줄게!”

     

    휴…

    노랑소가의 위로 덕분에 심신의 평화를 되찾았다.

     

    “진급시험을 보려는 학생들은 모두 대강당으로 모이도록!”

     

    교관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반가운 사람, 덜 반가운 사람, 조금 반가운 사람, 아무튼 수많은 981기 입학생이 잔뜩 모인 대강당.

    제국령 982년 2월 28일.

    2학기 겨울방학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며 아카데미를 다시 방문한 수강생들을 기다리는 일정은 진급과 분반을 결정할 또 다른 시험이었다.

     

    “오크노디는 진급시험 보기도 전에 유급되면 어떡해…? 출석 일수도 부족한데.”

    “괜찮아. 나 포인트 많아!”

    “오잉?”

     

    티토소가는 내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나 보다.

    1학년이 다 끝났는데 아직도 아카데미 물이 덜 들었다니 참 걱정스럽다.

     

    “잘 들어, 티토소가!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가르침을 베풀어줄게!”

    “응!”

    “학점이랑 출석은 말야.”

    “응응!”

    “포인트 주고 살 수 있어!”

    “으으응?!”

     

    밖에서 떼돈 벌고 오면 강의 안 들어도 진급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진도와 성장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전제하에.

    물론 진도는 다 알고 있고 성장도 밖에서 긁어올 수 있는 고인물에게는 1학년 2학기는 억까이벤트만 해치우면 이렇게 밖에서 이것저것 펌핑을 하고 오기 딱 좋은 시기다.

     

    “마하바라타 교수님!”

    “참 일찍도 돌아오셨군요. 오크노디 1년생.”

    “히히.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요!”

     

    나 없는 동안 학생들이 골치를 많이 썩였는지 부쩍 잔주름이 늘어난 마하바라타 교수님이 참 불쌍해보인다.

    말 안 듣고 사고뭉치인 1학년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으면 사람이 저렇게 폭삭 늙는지 참 안쓰러워.

     

    “그래도 휴학생들을 보낸 보람은 있군요. 어떻게 돌아오기는 했으니 말입니다.”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들어오는 길에 포인트로 학점과 출석일수를 사고 싶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구매의사는 확실합니까?”

    “물론이죠!”

    “비용은 만만찮을 겁니다.”

    “충분히 감수할 수 있어요!”

     

    교수님은 마나보드를 펼쳐 수치를 입력하더니 내 앞의 계기판에 가격표를 띄웠다.

     

    ━━━

    [가격표]

    *출석일수

    6주×21일=126회

    10000포인트(1학년)×126=126만 포인트

    *학점구매

    100000포인트(1학년)×41학점=410만 포인트

    *합계

    126만 포인트+410만 포인트=536만 포인트

    ━━━

     

    536만 포인트.

    학년 진급에 소모되는 포인트를 떠올리면 정말 아찔해지는 거금이다.

     

    2학년 진급, 10만 포인트.

    3학년 진급, 100만 포인트.

    4학년 진급, 1000만 포인트.

     

    막말로 2학기 초에 카멜라사단과 결탁한 교관 루소가 백만 포인트가 없어서 카멜라와 손을 잡았을 정도이니 포인트의 귀중함은 알만하다.

    심지어 진급에 필요한 저 포인트도 진급시험에 합격할 때의 금액이지, 탈락하고 포인트 빨로 진급하려면 10배 더 비싸게 줘야 한다.

     

    2학년 강제진급, 100만 포인트.

    3학년 강제진급, 1000만 포인트.

    4학년 강제진급, 1억 포인트.

     

    그 포인트가 있으면 그냥 스펙 업에 공들이는 편이 성장에는 훨씬 도움이 될 거다.

     

    [536만 포인트가 차감되었습니다.]

    [퀘스트가 감지되었습니다.]

     

    ━━━

    [메인퀘스트 <학년진급>]

    병아리는 닭이 되고 1학년은 2학년이 되는 법!

    마침내 당신에게도 진급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진급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올해도 2학년 상급반으로 진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카데미에서 성실히 면학에 힘쓴 범생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시간입니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새겨줍시다.

    *목표 : 진급성공

    *보상 : 펫 계약서

    ━━━

     

    기다렸다는 뜻이 헐레벌떡 날아드는 퀘스트.

    시스템도 애가 달았나 보다.

    귀하디 귀한 펫 계약서까지 덜컥 안겨주다니.

    참고로 저건 카멜라 사단의 펫 계약서와는 다르다.

    상호 합의하에 체결하는 인간펫 계약서와 달리, 성깔 사나운 야생 몬스터들에게 냅다 던져서 종이에 가둬버리는 포켓볼에 가까운 녀석이다.

    편리한 휴대성과 출력문구를 통한 상태관찰이 용이해서 인기 있는 마도구지만 수량이 워낙 한정적이라 3학년이나 되어야 얻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매물이 일찍 풀려서 운이 좋았네!

    보통 보상에는 목표치를 월등히 추월하면 추가보상이 따른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욱 기쁜 일이다.

     

    “그럼 다음 것도 결제해주세요!”

    “…다음 것?”

     

    창밖에서 보이는 2학년 진급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친구들의 모습.

    얼른 나한테도 따라오라며 손짓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저기로 갈 일은 없다.

    당연하잖아?

    스펙이 이렇게 높은데.

    이 정도 급이면 3학년부터 시작해야지.

    뭐하러 굳이 2학년 강의를 들으면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겠어?

     

    ━━━

    [가격표]

    *월반신청서(10만 포인트)

    ━━━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손에 들린 펜이 책상 위에 툭 떨어졌다.

     

    “오크노디 1년생. 진심입니까?”

    “넹.”

    “2학년과 3학년은 급이 다릅니다.”

    “저도 급이 달라요!”

    “그렇기는 하지요. 그런데 친구들이 있잖습니까.”

    “인생 설계는 원래 친구나 정에 의지하지 않고 고독하게 혼자서 하는 거예요!”

    “가정의 강압이 있었습니까?”

    “아니요?”

    “후우. 본인이야 그렇게 말하겠죠. 저도 참 하나마나 한 질문을 했군요.”

     

    마하바라타 교수님은 몇 가지 질문을 던지더니 씁쓸한 얼굴로 월반신청서를 발급해주었다.

     

    “3학년 진급시험장으로 가십시오. 합격하고 3학년 진급비용을 지불하거든 개학 즉시 3학년으로 활동하게 될 겁니다.”

     

    얏호. 신난다!

    룰루커져라 노래를 부르며 3학년 진급시험장으로 향하는데 문이 닫힌 집무실 안에서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982기 신입생들을 받을 걱정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가 보다.

    참 훌륭하신 교수님이야.

    생각난 김에 올해 수강신청에는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강의신청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 *

     

     

    세상에 불쌍한 아이는 많지만 오크노디보다 불쌍한 아이는 없을 거다.

    마하바라타 교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들의 곁에서 오크노디를 떼어놓으려고 그렇게나 애를 쓰던 이사장이 기어이 오크노디를 한 학년 위로 올려서 강제로 떨어지게 만들었군요…’

     

    월반의 악효과는 그뿐만이 아니다.

    친구들과 헤어지며 고립된 오크노디의 인간관계가 협소해지거든, 그만큼 그녀의 주변에 새로운 사람들을 심기도 쉽겠지.

    재단의 입김이 닿은 충직한 장학생들이 새로 접근해서 그녀의 마음을 유린하거나 교묘하게 행동을 유도하기도 더욱 쉬울 거다.

     

    “하아.”

     

    매스각키 1년생도 제국 황제가 되어 휴학한 마당에 오크노디는 더욱 안됐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만 기다리던 다른 학생들은 더욱 불쌍했다.

     

    오크노디에게 버려진 충격에 방학 내내 맹훈련을 거듭하던 모브나 헤스티아, 싱이라는 학생들.

    교장의 “재밌겠군.”이라는 한마디에 전례조차도 없는 2학년 편입생 아스타로트를 위시로 한 각 조직의 비밀병기들.

    모두가 오크노디와 겨루고 싶다는 일망으로 입학했는데 정작 상대인 오크노디는 3학년 진급시험을 보러 갔으니, 입학할 편입생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사다코 교수님도 참 안됐어.’

     

    오크노디를 위해서 2학년 강의도 열심히 준비했던데 정작 오크노디는 3학년이 되다니.

    사다코 교수 한 명만의 문제도 아니다.

    교수들의 강의계획표를 열람하자 다분히 오크노디를 의식한 교수들의 강의가 잔뜩 보였다.

     

    오크노디를 놓친 저 강의 교수들은 얼마나 화가 날 것이고, 그 분노는 누가 받을까.

     

    ‘…다시 생각하니 2학년이 될 학생들이 참 가엾어.’

     

    동정의 대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불쌍한 예비 2학년들의 명복을 빌어주는 마하바라타 교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학년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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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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