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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5

    시 외곽, 어느 숲.

    앙상한 수풀과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 속, 검은 승합차에 탄 누군가가 가 몸을 숨기고, 멀리 떨어진 공장의 모습을 쌍안경으로 훑어내리고 있었다.

    “카이트실드사의 능동형 방마코트에, 테라콥스제 57식 클래스 조합 지팡이, 마나더스트 카트리지조차 백센제품이라니. 저게 대체 다 얼마야?”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좋은 겁니까?”

    중노년의 남성은 조수석에 앉은 소년에게 쓰고 있던 쌍안경을 건네며 말했다.

    “엄청난 거지.”

    비싼게 전부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것은 확실한 최고급품들이었다.

    그런 고가의 최신식 장비들로 온몸에 도배를 하다시피 해놓은 그들의 무장은 평균적인 숲 속 공장 경비대의 수준을 넘어서 이미 군대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

    “이 주변에서 출몰하는 몬스터에 비해 무장상태가 너무 좋아.”

    쌍안경을 건네받은 소년이 묻는다.

    “군용 장비를 잘 아시는군요?”

    “내가 전에 특수작전팀의 분대장이었다고 말한 적이 없었던가?”

    “처음 듣습니다만.”

    “흠.”

    즉답에 고든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도 딱히 말한 기억이 없었으니까.

    잠시 후, 서드가 중얼거렸다.

    “주인이 확실한 걸 좋아하는 성격일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항상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대비해야하는 외곽시설이다.

    화물이나 시설의 안전을 생각해서 조금 더 공격적인 무장을 지시한 거라면 그렇게 이상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요지의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건 잘 모르는 소리다.

    그는 핸들 위에 편하게 몸을 엎드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뭐, 그래. 인명보다는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곳에서, 마법 한발당 단가가 40~50만정도 나가는 고급장비를 모든 인원에게 무장시킬 수 있을 정도로 통큰 사장이 있다고 치자. 그래도 여전히 문제가 많단 말이지.”

    “무슨 문제죠?”

    그는 핸들 위에 엎드린 상태 그대로 손가락 하나를 삐죽 들어 그들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민수용 제품들이 아니거든.”

    “흠.”

    물류공장이란게 보통 도시와 도시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니만큼, 보통은 이런 숲과 도심지의 경계 쯤에 만들어지는 법이다.

    도시와 가까울수록 운송료가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니까.

    그래서 이렇게 외딴 섬처럼 동떨어진 장소에도 물류공장이 들어서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와 도시를 떨어트리는 경계인 숲은 마찬가지로, 나라를 떨어트리는 역할도 겸한다.

    쉽게말해, 국경이라는 소리다.

    그 말은 즉.

    “경비들이 저런 무장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얘기지.”

    이곳은 숲을 넘어가면 바로 베리튼의 외곽지역으로 향하는 장소.

    아무리 숲에 방위를 위한 숲지기들이 주둔하는 게 보통인 현대라고해도, 그들이 몸에 두르고 있는 장비들은 전부 현재 양국의 합의점을 넘길 정도의 엄중한 무장상태였다.

    설사 이 공장의 주인이 정말 사람들과 화물의 안전을 신경쓰는 사려깊고 확실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직원들에게  군사 위성의 상시 감시 시스템마저 위협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장비를 지급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충분히 군사도발로도 비춰질 수 있을만한 이런 불법 무장행위를, 그것도 과거 전쟁당시 수도 한가운데에 ADF가 터진 역사가 있는 베리튼에서 눈감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아마 그들의 무장은 현재 베리튼조차 미처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시일 내 이뤄진 상태라는 거겠지.

    아무리 길어봐야 이틀이 되지 않았으리라.

    그에 서드는 그에게 쌍안경을 돌려주며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 그들의 무장이 뛰어난 것이 우리에겐 좋은 징조네요.”

    이들이 급히 이정도 수준의 무장을 갖춰야 할 이유라면, 그 ‘화물’밖에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은 즉, 스승님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서드의 말을 들은 고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이 꼬마야. 잊어버렸나본데, 우리는 관람객이 아니야. 저것들 상대할 자신있냐?”

    약간의 과장을 좀 보태서, 그들이 입은 장비만 따지면 막말로 드래곤조차 사냥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경비상태도 굉장히 엄중하고, 빈틈이 없다.

    아직 해가 떠있어 시계가 밝은 지금, 무리하게 저길 들어가는 건 자살이나 다름없는 행위겠지.

    그러자 서드는 오히려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네, 어제 그러기로 약속했잖습니까. 무슨 문제 있습니까?”

    “문제는 없지만…….”

    전혀 상관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서드의 모습에,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그 마녀 밑에서 배운 녀석이라 그런가. 제 목숨 아까운 줄을 모르네.”

    고든은 그에게 전투를 가르쳤다는 메를린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용기인지 만용인지.

    젊은 녀석은 이래서 좋기도 하고, 동시에 꺼려지기도 한다.

    그러자 그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서드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야, 제 목숨은 이미 제 것이 아니니까요. 전 스승님께서 목숨을 버리라면 기꺼이 버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래, 그래라. 참 나.”

    고든은 이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건지 우스웠다만, 나름대로 진지해보여서 대충 받아넘기기로 했다.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고.

    
”뭐, 일단 이쪽은 저쪽에서 나오거나 날이 어두워질 때까진 여기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데…….” 

    고든은 기지개를 켜듯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경찰쪽은 어떻게 됐대? 연락 왔어?”

    그러자 서드는 휴대전화를 꺼내 남겨진 메세지를 확인하며 말했다.

    “예, 탐문은 아직까진 순조롭다는 모양입니다. 길을 조금 헤메긴 했지만, 현지에서 조력자를 구했다는군요.”

    “그래?”

    서드의 말에 고든은 곰곰히 턱을 쓸며 생각했다.

    흠, 그쪽에 길을 잃을 만한 게 있었나?

    거긴 그냥 다 무너져가는 빈민가일텐데.

    —-

    다시 토레프 거리의 중심가.

    “…그러니까, 사실 외곽의 길이 그렇게 복잡해진 건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니라는 거죠!”

    루미는 그렇게 자신이 보고 자란 토레프 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아무래도 하수통로에선 심각한 악취로 인해 이야기를 원활하게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그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전부 설명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흠 그렇군.”

    그리고 길이 복잡해진 이유에 대한 루미의 설명을 들은 루크는 그제서야 어째서 자신이 그토록 길을 헤멜 수밖에 없었던 건지 이유를 깨달았다.

    건물을 짓는 사람들이 전부 하나같이 행인의 동선따윈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공감, 사고능력이 결여된 인간들이었던 게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으로 일부러 동선을 망가트려 놓은 것이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전, 외부인들이 이 거리를 찾아와 주민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자세한 사정은 루미가 모르는 관계로 유추해보는 거지만, 서류나 계약을 운운했던 걸 보면 아마도 그 ‘외부인’들의 입장에선 꽤나 적법한 절차였으리라 판단된다.

    그러한 조치에는 이사를 바라는 쪽이 이사비용등을 보상해주는 것이 법률이기는 하다만, 토레프 거리의 대부분이 제대로 된 주민권 없이 불법점거중이니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쫓겨나면 정말로 노숙 외엔 답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찾아오는 그들을 막기 위해 길에 장애물과 가건물을 지어 더욱 폐쇄적이고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도를 들고도 한참 길을 잃고 쩔쩔맸던 게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

    사람들이 작정하고 미로처럼 만들어둔 길이었다는 얘기니까.

    그렇게 자존심을 회복한 루크는 시에나를 바라보며 거 보란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에 시에나는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길 못찾는다고 딱히 뭐라고 한 적도 없는데 대체 왜 저런담.

    그러고 있으니, 루미가 뒤를 돌아보며 자신감넘치게 말했다.

    “이 밖에도 뭔가 궁금한 게 있다면 뭐든 지 더 물어보셔도 좋아요!”

    “응, 나중에 생각나면 물어볼게.”

    아까 전에도 말하긴 했지만, 시에나는 루미가 확실히 가이드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 치곤 말솜씨도 뛰어난 편이고 붙임성도 좋아서 굉장히 잘 어울린달까, 관광객이 전무한 이런 동네가 아니라면 딱히 도둑질 같은 게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시에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그 로제프라는 사람이 여길 전부 관리하는 거란 말이지.”

    물론 중심가에도 여전히 빛이 잘 들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서 음침하고 칙칙한 분위기가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중심가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낙후된 도시의 번화가 같은 느낌이 물씬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차량이 다닐 수 있을만한 도로도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었고, 거리 자체가 꽤 넓었다.

    넓다고 해봤자 고작 중형차량 하나 간신히 지나갈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이긴 했지만, 외곽과 하수통로를 걷다가 지나면 거의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꽤나 수완이 좋은 두목인가봐. 한 조직이 이만한 거리를 통솔하기가 쉬운 건 아닐텐데.”

    그리고 시에나는 경찰로 일하면서 범죄조직도 많이 만나본 덕분에 이정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품이 드는지 대략 이해하고 있었다.

    돈과 인력만으론 무법지대에서 이만한 질서를 확립할 수 없지.

    아마 로제프 트리밀턴이라는 자는 분명 엄청난 카리스마와, 확실한 ‘억제력’이 될만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리더일 것이다.

    그에 루미는 썩 내키지 않는다는 듯 대답했다.

    “네, 맞아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죠.”

    불과 4년만에 이 거리를 전부 뜯어고쳤을 정도의 사람이니, 확실히 뛰어난 수완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버려진 도시를 재정비해 만들어진 이 중심가의 거리 풍경도, 물자를 옮기는 지하통로도, 전부 그가 만들어낸 것이니까.

    덕분에 현재 거리 사람들이 그에게 품은 감정은 적대감보다는 존경심, 또는 경외심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나저나, 언니들은 로제프를 만나서 뭘 하시려는 건가요?”

    그렇게 물으며 쳐다보는 루미의 탁한 금빛 눈동자에는 묘하게 이채가 서려있었다.

    뭔가 즐거운 오락거리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아이의 눈동자가 약간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시에나가 루미를 살짝 떼어내며 대답했다.

    “딱히 결정한 건 없는데. 아마 이야기나 좀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들은 딱히 로제프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이 거리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단지 루체스트가 이곳에 남긴 단서와, 그들의 목적을 저지하기 위해 찾았을 뿐이지.

    물론, 그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에나의 대답에 루미는 김빠진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에……. 싱겁네요. 기껏 재밌는 일이 벌어지나 했는데.”

    “하하. 미안하네, 싱거워서.”

    그 때였다.

    -꼬르륵…….

    난데없이 그녀들 사이에서 울려퍼지는 뱃속을 긁는 소리.

    루크는 그 소리가 들려온 진원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루미, 혹시 지금 배고픈가?”

    루크의 물음에 루미는 대충 뭐 그렇지 않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예, 뭐. 어제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안먹었으니까요.”

    “꽤나 오래 굶었군.”

    루크는 그녀의 첫만남을 떠올리며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본적인 도주경로도 짜지 못하는 그런 어설픈 도둑질 솜씨로 배를 채우긴 어려웠겠지.

    뭐 루미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일 터다.

    아직 꼬리도 나지 않은 걸 보면 루미의 나이도 꽤 어릴터인데, 기껏해야 도둑질 경력이 몇년이나 되었겠는가?

    “루미,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안내하게. 내가 사지.”

    “정말이요?”

    “그래, 배가 고프면 길 안내에도 차질이 생길 테니까.”

    “네! 그러면 저만 따라오세요!”

    루크와 시에나는 다시 힘차게 안내를 시작한 루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디로 안내할지 궁금하네.”

    “그러게나 말일세.”

    –—

    “주인장, 여기 쿠커벌레 꼬치 두개 주시게. 아 참, 내건 조금 매운걸로.”

    “네, 꼬치 두개요. 아가씨는 좀 매운걸로.”

    “으엑, 루크 너 진심이야? 이거 먹으려고?”

    “앗, 이외로 맛있는 걸 잘 아시네요? 현지인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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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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