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65

        

         

       인지하지 못한다.

       진성의 머리카락이 몸 안으로 파고들어도.

       그렇게 파고든 머리카락이 혈액을 타고 움직여도.

       혈액을 타고 움직이는 머리카락이 점차 생물의 형태로 변해가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머리카락은 기생충으로 변해간다.

       만손열두조충(Spirometra erinaceieuropaei)의 제2차 형태의 유충으로.

       스파르가눔(sparganosis)이라는 이름으로 악명을 떨친 기생충으로 변화한다.

         

       그렇게 변화한 기생충은 온몸을 누비기 시작한다.

       종숙주가 아닌 인간이기에 거닐 곳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방랑하고 방황하며 자신이 머물 곳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방황하고 방황하다가, 마침내 자신이 몸을 뉠 곳을 찾아내었으니.

         

       하나는 위로 향하여 뇌를 향해 움직였다.

       하나는 아래로 향하여 고환을 향해 움직였다.

       하나는 뇌와 고환의 중간지점, 심장을 향해 움직였다.

         

       이렇게 세 마리의 스파르가눔은 목표를 찾아내었고, 그곳에 자리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언젠가 터져버릴 폭탄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저 사기꾼은 꿈에도 모르겠지.

       자신은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스파르가눔은 외과 수술을 해야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외과 수술을 하더라도 몇몇 부분은 딱히 방법이 없었는데, 그 부분이 바로 고환과 뇌였다. 그나마 고환 같은 경우 이능을 사용한다면 그나마 방법이 있지만…. 뇌 같은 경우에는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르니, 수술 중에 사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그나마도 ‘일반적인’ 스파르가눔일 경우에 한한 이야기다.

       지금 사기꾼의 몸에 자리를 잡은 기생충은 진성이 주술로 만들어낸 스파르가눔인 만큼 이능의 낌새를 느낀다면 그대로….

         

       펑.

         

       터져버리며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겠지.

         

       그렇다고 가만히 놔둔다면?

       고환에 자리를 잡은 스파르가눔은 고환에서부터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으로 저 사기꾼이 지옥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할 것이고, 심장에 자리 잡은 스파르가눔은 시한폭탄처럼 기다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그의 목숨을 앗아가리라. 뇌에 자리 잡은 스파르가눔은 뇌 곳곳을 유영하며 뇌를 손상하고,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들겠지.

         

       수시로 발작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몸 일부, 혹은 몸 전부가 마비될 것이고, 혼수상태에 빠지게도 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몸 이곳저곳에 이상을 만들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방법이 어렵지도 않다.

       뇌에 자리 잡은 스파르가눔을 특정 부위로 이동시키면 된다.

       전두엽이나 소뇌 같은, 중요한 부분 말이다.

         

       특히 소뇌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어지간히 손상되어도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을 의심하지, 소뇌로 스파르가눔이 이동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소뇌가 손상되었을 때 생기는 보행 장애, 운동 장애, 언어 장애 등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독자들을 연상케 만들기 충분한 것이니만큼, 의심 없이 사람 하나를 망가뜨리기에 충분하리라.

         

       물론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해본다면 이상을 깨닫기는 하겠지만….

         

       그게 쉬울까?

       살인적인 병원비 때문에 그냥 죽음을 선택해버리는 사람이 넘치는 나라인 미국에서?

         

       어지간히 돈이 많지 않고서야 이상을 깨닫기도 힘들 것이다.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할지라도 제거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중국으로 돌아가서 검사한다?

       그건 가능성이 있긴 했지만….

         

       진성은 이미 그 경우까지 생각해둔 상태였다.

         

       ‘하나에서 비롯되었는데 어찌 그 흔적이 묻어나오지 않으랴? 터럭 하나라 할지라도 그 흔적은 나와 연이 이어진 것이니 능히 그것의 발자취를 좇을 수 있는 법이니라.’

         

       사기꾼의 몸 안에 들어간 머리카락은 진성 전용의 GPS나 다름이 없었다.

       진성이 원한다면 언제든 남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초소형 GPS 말이다.

         

       지금은 재료가 없어서 그냥 머리카락만 심어두었지만….

       재료가 모이게 된다면 언제고 남자에게 찾아가거나, 멀리서 주술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 재료가 뭐냐고?

         

       저 사기꾼의 본래의 나라에서 온 물건이며, 현재 미국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는 마법의 가루.

         

       펜타닐(Fentanyl).

         

       이 시기 미국에서 중국과 멕시코 카르텔에 의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으며, 그 때문에 차이나 화이트(China White)라는 별명마저 생긴 끔찍한 마약이다.

         

       펜타닐은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이며, 중독자에게 가혹하리만큼 엄청난 부작용을 선사한다.

       너무나 강력한 수준의 진통 효과 때문에 약효가 끝나면 ‘일반적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평상시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통각은 뻥튀기가 되고, 바람에 스치는 것마저도 고통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심장이 뛰는 것도, 치아끼리 부딪치는 것도, 입술에 무언가가 스치는 것도, 심지어 숨을 쉴 때 느끼는 감각마저도 고통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어느 중독자가 말하기를 ‘펜타닐의 효과가 끝났을 때, 나는 뜨거운 기름 속에 있었다. 나의 살은 기름에 튀겨지고 있었고, 그 끔찍한 고통에 나는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었다.’라고 표현하기까지 했으니….

         

       진성은 그 펜타닐을 저 뻔뻔한 사기꾼에게 선사할 생각이었다.

         

       일상이 고통이 되도록.

       그리고, 멋모르고 중국으로 돌아가 병원에 갔을 때 인생이 파멸에 이르도록 말이다.

         

       중국은 마약에 매우 민감한 국가였다.

       물론 그것도 ‘높으신 분’과 연관이 되면 조금은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글쎄.

       저 사기꾼이 그런 사람과 연관이 있을 리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설령 연관이 있다고 한들, 좋은 꼴은 보기 힘들 것이다.

       도박 중독에 사기마저 치고 다니고, 마약을 한데다가, 스파르가눔 때문에 고자가 되는 것이 확정인 사람을 귀하게 대접할 가능성은 매우 적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고자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뇌에 자리 잡은 스파르가눔 때문에 장애를 가지게 될 확률이 높은데…. 중국이 장애인에 대해서 그리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아무리 운이 좋아봤자 어딘가에 감금된 채로 생을 마감하는 최후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

         

       저 사기꾼은, 파멸할 것이다.

         

       주술과 관련되어 사기를 친 죄로.

       그리고.

         

       진성과 연관이 되어 있는 사람을 건드린 죄로 말이다.

         

       그리고 그 파멸은 차근차근 찾아올 것이다.

       인지하지 못하는 새 찾아오지 아니하리라.

       파멸의 씨앗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심어졌지만, 그 씨앗에 싹이 트고 자라나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후, 경찰입니다. 이 사람입니까?”

         

       저 사기꾼이 경찰에게 끌려가는 이 순간부터 진행되게 될 것이다.

         

       ‘저 사기꾼이 경찰서 안에 들어갈 때 즈음에는 스파르가눔들이 자리를 잡겠지. 나쁘지 않구나.’

         

       진성은 경찰에게 끌려가는 사기꾼을 바라보았다.

         

       경찰이 오자 허수아비는 이제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그대로 허물어졌는데, 놀랍게도 한 부위만큼은 그대로 부착되어 있었다.

         

       다리와 다리 사이에 있는 그 부분.

       그래.

       사타구니 말이다.

         

       사타구니 부분의 덩굴은 팬티라도 되는 것처럼 단단하게 붙어 있었고, 금방이라도 조여서 고환을 터뜨려버릴 수 있다는 듯 맥동하며 위협을 하고 있었다. 아니, 위협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꽤 강하게 압박해서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기까지 했다.

       그 때문에 사기꾼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고, 아랫배가 아프다는 듯하기를 구부리고 있었다. 게다가 사타구니에 장착된 덩굴 팬티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 어기적어기적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갔으며, 중간중간 ‘끼옥!’ 하는 우스꽝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눈을 크게 뜨며 고통을 호소했다.

         

       왠지 공감이 가는 고통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까?

       경찰들은 평소 거칠게 끌고 가는 것과는 다르게 사기꾼을 조금 배려해서 천천히 끌고 가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고 있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 섞인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이것도 심판이라면 심판일 수도 있겠다.

       저 사기꾼을 찍고 있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면…. 곧 저 남자의 동영상이 인터넷 곳곳을 떠돌고, 합성되고 활용되면서 저 사기꾼을 사회적으로 죽일 테니까 말이다.

         

       사람들은 엉거주춤하게 끌려가는 남자를 보며 웃었다.

         

       진성 역시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방긋 웃었고….

         

       ‘하아….’

         

       …리세는 웃을 수 없었다.

         

         

         

         

        * * *

         

         

         

       바에서 일어난 소동 후, 둘은 숙소들로 향했다.

         

       그래.

       숙소’들’이다.

         

       하나가 아닌, 둘.

       한 사람당 하나의 방이었다.

         

       이는 리세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벌레로 이루어진 원영신이 아닌 실제의 몸.

       거기다가 ‘여행’, ‘호텔’이라는 뭔가 야릇한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단어.

       그리고 진성과 단둘이 여행을 다니면서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는 사실에 들떠서 하이텐션(ハイテンション) 상태가 되어 있기까지 했으니….

         

       그 때문일까.

       리세는 진성과 한방에 머무는 것을 사양하고야 말았다.

       침실이 여러 개 존재하는 스위트룸에 머무르는 대신에, 그냥 방 두 개를 잡게 된 것이다.

       아마 부끄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성보다는 본능으로, ‘방, 방 두 개로 부탁드려요.’라고 말했으니까 말이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리세가 원하는 ‘드라마 같은’ 느낌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드라마보다는 답답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순정만화나 소년만화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하지만 뭐…어쩔 수는 없었다.

       호텔에서 같은 방에 묵는다는 것은 지금 생각하더라도 부끄러움에 볼이 빨개지는 느낌이 드는 일이었고, 그 부끄러움을 이겨낸다고 할지라도 먼저 같은 방에서 묵자고 요청하는 것은 조금…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랬기에 리세는 바에서의 일이 아쉬웠다.

         

       좋은 분위기였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뭐 누굴 원망할 것인가.

       바에서 일어난 일은, 천재지변과도 같은 것이었다.

       예측할 수도 없고, 예방할 수도 없었던 천재지변 말이다.

         

       리세는 아쉬움을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버리고는, 내일 다시 한번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다.

         

       ‘농장 구경…. 하얀 원피스랑 하얀 모자를 쓰고 가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리세는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의 일정을 기대하며 말이다.

         

       …

       …

       …

         

       하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 당신 요청대로 내가 직접 왔는데, 뭐라고? 내가 오기 전에 농장이 팔렸다고? 그래서 원료를 더 이상 못 보내주겠다고?! 장난쳐?!”

         

       …일이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꼬일 수도 있는 법이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