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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5

       

        

        

        

        

        

        

        

        

        

        

       “저쪽에 있는 친구들이 이 세계에서의 활동에 꽤 재미가 들린 듯하군요.”

        

       “선례가 한 번 남았으니까요. 그래도 당연히 냅다 수락하지는 않았죠. 오늘 여기에 세 분을 불러모은 것도 그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한 거고….”

        

       “질문하러 온 것치곤 너무 편안한 모습 아니냐?”

        

       “아주 똬리를 틀었구만, 틀었어.”

        

        

        

        …그런가?

        

        아무튼 세 명이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는데, 지금 내 몸뚱아리는 꽤나…기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딱히 자의는 아니었다. 세 기의 메카비얌이 마치 인간-핫팩마냥 내 팔다리에 달라붙어있는 중이었으니까.

        

        원래는 이 세 명과 함께 셋째 비얌 레이드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논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이 세 명은 그런 것보다는 간만에 찾아온 나를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붙잡아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 결과물이 지금…지인들이 똬리라고 부르는 모양이자 꼬라지였고.

        

        

        그것과는 별개로, 본래라면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느낌으로 하는 게 맞았지만, 아쉽게도 근래에는 그렇지 못했다. 지인들의 교전 참여 여부가 좀 많이 중요해졌으니까.

        

        물론 내가 없더라도 어느 정도 원활하게 작전을 돌릴 수 있긴 했다. 그 예시가 바로 지난 번의 카토그래퍼 아니겠는가. 열심히 잘 가르쳐놓은 결과 내가 미션의 끝까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실드 제네레이터 파괴라는 결과를 도출했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지난 번에도 말했듯이, 발현자 지인들의 존재가 작전에 굉장한 영향을 끼치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특히나 셋째 막내 레이드처럼 별도로 작전 구조를 뒤틀어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지인들이 해당 제안을 기각하지 않고 내 말을 경청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우리 셋을 통째로 불러모은 거라면 저쪽의 로건과 올리비아 역시도 흥미를 보였다는 이야기겠지요.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그게 가장 의외로군요.”

        

       “…저쪽 세계의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긴 한데, 이해 불가능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지난 번 디즈니 월드 때 잠깐 갔다와봤잖아? 여러 의미로 꽤나…심심한 동네라는 건 니들도 잘 알 텐데.”

        

       “너무합니다, 로건. 본 개체와 둘째, 셋째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주변도 설명해줬는데, 재미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망할 자식들아,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잖아.”

        

        

        

        로건이 쩔쩔매는 모습이라, 이건 귀하구만. 

        

        메카 비얌즈와 북극곰을 제외한 모두가 킬킬대었지만, 좌우지간 무슨 소리인지는 알 것 같았다. 당장 내가 뉴욕-지인들에게 얼굴을 비춘 이유도 저쪽이 심심할 것 같아서-였으니까.

        

        인프라도 놀거리도 싸그리 증발했다. 게다가 여기와는 다르게 저쪽의 사바나는 그림자가 거의 모든 뒷마무리를 해주고 있었으니, 교전이 주는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에 중독되어버린 오퍼레이터들에게는 꽤나 버티기 힘든 시간이겠지.

        

        이카루스 기어에 의해 정신보조를 받고 있음에도 말이다.

        

        

        

       “막내가 이렇게 우리에게 물어보는 걸 보면, 도의적인 부분 이상의 무언가가 있겠군요. 저쪽도 우리가 거절한다면 큰 이의 없이 그걸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는 거겠지요.”

        

       “…그건 그렇죠. 말은 그렇게 했어도, 결국 주도권은 세 분이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상호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저쪽도 밀어붙이려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흐음.”

        

        

        

        다들 의자에 몸을 파묻은 채 꽤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시 말이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억을 막 되찾았을 즈음에는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말이지. 어쩌면 나는 더 유닛에 다시 발을 들이밀기보단 막내처럼 좀 더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골라야만 했을지도 모르겠어.”

        

       “글쎄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막내가 들고 있는 파이가 과도하게 먹음직스러운 탓에 이것저것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그것도 어쩌면 맞는 말이겠지.”

        

        

        

        침대에 주저앉은 로건이 덧붙였다.

        

        

        

       “됐어, 나는. 자꾸 이리저리 생각이 튀는데, 이미 선택한 결정을 번복할수는 없지. 난 이번에는 저쪽에게 맡긴다. 다음 주 주말 즈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영상으로 봐도 충분해.”

        

       “흐음.”

        

       “게다가 이번 년도 말에는 직접 움직여 막내를 보러 갈 수도 있으니, 난 그거로 만족하련다.”

        

       “…뭐, 이쪽도 그닥 다르지는 않아요. 곧 있으면 12월이고, 이쪽도 마무리해야하는 일이 꽤 있으니. 대략 2주 가량 철야하면 연말에 막내를 만나러 갈 정도의 여유가 생길 것 같고…이번 일은 저 역시 논외로 하지요.”

        

       “올리비아도?”

        

        

        

        잠깐의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

        

        

        

       “1월에 파리에서 할 일이 좀 있거든. 이번 년도에는 거기에 집중하려고. 물론 그 전에 널 만나러 들릴 예정이긴 하지만, 마찬가지야. 이번에는 저쪽에게 기회를 좀 줘야겠어. 그 친구들한테 맛있는 거나 사줘. 바깥구경도 좀 시켜주고.”

        

       “…맛있는 건 사줘도 바깥 나들이는 어렵거든요.”

        

       “하하, 그건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 다들 이카루스 기어 있잖아, 그걸로 알아서 해.”

        

        

        

        이 양반이 진짜.

        

        만약 저 발칙한 수리부엉이가 내 옆에 있었다면 저 거대한 미드를 사정없이 쿡쿡 찔러 응징해줬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리 할 수 없었고, 올리비아도 그걸 알기에 가슴 밑에 팔을 받친 채로 킥킥 웃어대었다.

        

        아무튼 그렇게 세 명의 허락을 받았고, 그 말은 이제 조금 있으면 뉴욕-지인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가야만 한다는 소리기도 했다. 물론 메카 비얌들도 데리고 갈 생각이었고. 하도 이 메카-초딩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았기에, 자기들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분명히 삐질 것이었다.

        

        그 점을 이미 알고 있는 세 명은 화상통화에서 퇴장하기 직전 한 마디씩 남겼다.

        

        

        

       “셋째 레이드 하기 전에 네 집부터 부숴먹으면 안 된다.”

        

       “뭐어, 부숴먹으면 그건 그것대로 재밌겠네요.”

        

       “뭐 하나 박살나면 연락해. 아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친구 명함 있으니까.”

        

       “자꾸 그렇게 악담만 퍼붓고 갈 거예요?”

        

        

        

        이 양반들이 진짜.

        

        다음에 미국에서 만나게 되면 이 일을 분명히 갚아주겠다고 다짐함과 동시에, 치솟는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사전에 공개된 레이드 맵의 구조를 확인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까놓고 말해서 구조 자체는 지난 번에도 말했듯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기체에 동력을 공급하는 1번부터 4번까지의 타워를 부수고, 그 후 약화된 셋째를 잡는 것이었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우로보로스 작전은 타워 파괴 자체가 선형적인 구조였지만, 여기는 아니었다는 것 정도일까. 어느 지점에 얼마만큼의 병력을 배치할지도 작전 시작 전에 정할 수가 있었다.

        

        

        

       ‘여기서 가장 나은 선택지라면…나나 로건, 로렌티나, 올리비아가 각각 분대장을 맡는 거겠지.’

        

        

        

        한 분대당 5명, 그렇게 스물.

        

        셋째 레이드에 주어지는 시간이 그닥 여유롭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한 빠르게 타워를 전부 파괴하고 마브의 뚝배기에 핵망치를 꽂아줘야만 했다.

        

        내 배 위에서 꿈틀거리던 마브가 불안한 듯 몸을 움찔거렸지만, 나는 그걸 무시한 채 앞으로 레이드에 참여할 세 명에게 호다닥 메시지를 돌렸다. 저 세 명은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에서 유저들을 지휘해 타워를 파괴한 경험은 없지만…뭐어, 앞으로 충분히 쌓을 수 있을 거다.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 말살 난이도 때와는 달리 무한 리트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 하루이틀 안에 어지간한 내용들은 다 밝혀질 확률이 높다. 단지 나를 포함한 발현자들과는 다르게 같이 하는 사람들의 체력을 고려해야겠지만….

        

        뭐어, 사람은 계속해서 갈아치우면 될 거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불청객이 찾아왔다.

        

        

        

       ───콰앙!

        

        

        

       “우와악…!”

        

       “막내! 여기서 뭐하고 있어! 당장 우리를 저 건너편으로 데려가라-!”

        

       “이런 곳에서 한가롭게 메카 막내들이랑 놀고 있다니,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이쪽은 집들이 때 무슨 선물을 줄까 몇 시간씩 고민까지 하고 있었다고.”

        

       “여기서 이렇게 밍기적대고 있는 걸 보면 직접 잡아서 데려가도 된다는 뜻이겠죠. 일어나세요!”

        

       “악, 폭력 반대-!”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발현자보다 더 무서운 것은 더 많은 발현자들이었다.

        

        

        

        

        

        

        

        

        

        

        

        

        

       “…오, 오늘따라 세 분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착각인가요, 유진 씨…?”

        

       “…글쎄요.”

        

       “왜 제 눈을 피해요!?”

        

        

        

        제6감으로 무언가 이상을 감지한 제자 세 명이 아우성을 치는 것을 힘겹게 무시하며 생각했다.

        

        이래서 감이 좋은 친구들은 싫다니까.

        

        

        

        

        

        

        

        

        

        

        

        

        

        

        

        

        

        

        

        

        

        

       “이번에는 말살 난이도가 모든 유저들에게 상시로 개방이 되네요.”

        

       “대신 깰 수 있다고는 말 안 했죠. 다들 벌써부터 호되게 두들겨맞은 걸 보면…결코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어요.”

        

       “언제 유진 씨가 그런 것들 만만하게 봤다구….”

        

        

        

       -만만하게 본 적 없는데 그 이상으로 어려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지난번에 얘네들이 했던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 말살난이도도 하마터면 다들 실패할 뻔했다

       -진이랑 레인까지 낑겨간 어벤져스 팀도 박살날뻔했는데 킹반인들이 말살난이도를 왜 손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재미있으니까’

       -우리도 말살난이도 깨서 메카비얌호감도만렙찍을꺼야!!!!!!!!!!

        

        

        

        …시작도 안 했는데 다들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덕분에 로건, 로렌티나, 그리고 올리비아가 풍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이질적인 분위기가 묻혔다. 카토와 다이스, 하모니, 블루밍과 리밋, 김스톤, 그리고 호떡까지 왔기에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있었지만…신경쓸 필요가 사라져서 다행이네.

        

        좌우지간, 현 시점에서 나를 포함한 11명의 대규모 인원들은 사바나의 초입으로 이어지는 관문의 앞에 설치된 전진기지에 존재했다. 주변은 유저들로 바글바글했고, 공대원 모집을 위해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 세션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는 대략 천, 그런 세션이 대략 수천 개 가량. 레이드가 열린 지 고작해야 몇 시간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일단 남은 아홉 자리를 채우기 전에, 팀을 간략하게 짜보도록 합시다. 각 분대의 명칭은 간단하게…그리스 문자로 알파, 베타, 감마, 델타로 편하게 칭하고, 각 분대의 대장은 대충 짐작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각자 편한대로 이동하면 되나요?”

        

       “리밋, 스톤, 그리고 호떡을 제외하고 다들 움직이시길.”

        

        

        

       -?? : 자 다들 알았지? 항상 하던대로 가라

       -카토쉑 바로 비얌련한테 쪼르르 달려가는wwwww

       -다이스는 북극곰이고 하모니는 당연히 상어 밑으로 가겠구만 ㅋㅋㅋㅋ

       -그동안 얼마나 같이 다녔으면 이런게 자연스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루밍이랑 올리비아만 어색하네 ㅋㅋㅋ

        

        

        

        음, 좋아. 바로 이거지.

        

        사실 현 시점에서는…오히려 나를 제외한 다른 발현자들이 당황할 확률이 높았다. 뉴욕-지인들은 내 제자들과 크게 면식이 없었고, 바로 그 때문에라도 로렌티나는 자기 밑으로 슬그머니 온 하모니를, 그리고 로건은 자기 밑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온 다이스를 보고 어쩔 줄 몰랐다.

        

        물론 뉴욕-지인들이 내 제자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얼마 전에 내 스트리밍까지 본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원래 늘 그렇듯이, 이성이랑 감정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잖은가. 지식으로는 알아도 막상 일이 닥쳐오면 당황하는 법이다.

        

        바로 그 때문일까, 오히려 면식 없는 올리비아와 블루밍이 조금 더 빠르게 가까워졌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나머지를 짤 차례였다.

        

        

        

       “호떡은 제 밑으로, 스톤은 하모니한테 붙고, 리밋은 다이스한테 가세요. 남은 아홉 명은…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인들을 불러볼까요?”

        

       “퍼스트 트라이니까, 부를 수 있는 애들 중에서 가장 실력 괜찮은 애들만 부르는 게 나을지도….”

        

       “뭘 고민하고 있어요?”

        

        

        

        다이스의 실로 도발적인 언동.

        

        무엇을 믿고 그러나 했더니, 그녀는 친구창을 말 그대로 손가락으로 내리그었고, 일괄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놓은 상태였다. 이어 해당 일람표가 나에게도 전송되었다.

        

        그리고 그 라인업을 본 나는…말 그대로 빵 터지고 말았다.

        

        

        

       “미카엘, 갬빗, 잉크, 서밋, 코르부스…어디서 많이 보던 이름이로군요. 이들도 부를 생각인가요?”

        

       “이걸로 열여섯 명. 다른 애들도 좀 부를까 했는데, 생각보다 저랑 안면이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 정도만 불렀어요. 다들 호다닥 답장하더라구요. 금방 올 거예요.”

        

        

        

       -ㅖ??????????????????

       -리빙포인트)서밋 빼고 다들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 15위 안에 들었던 애들이다

       -아니 뭔 드림팀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인업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쉑 미쳤내 ㅋㅋㅋㅋㅋ

        

        

        

        미카엘과 갬빗, 잉크.

        

        과거 나에게 뚝배기가 깨지고, 이후 그걸 인연삼아 함께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에 진출하여 우수한 결과를 얻어낸 또 다른 제자들.

        

        서밋과 코르부스. 서밋은 과거 항구도시 탄호이저에서 다이스와 악연으로 얽힌 사이였고, 코르부스는…뭐어, 과거 캘리포니아 가스단지에서 나에게 두드려맞았던 유저들 중 한 명이었다. 거기에 더해 도끼여신이라는 닉네임을 유행시켰다가 역관광당하기도 했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때로부터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쩜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파티에 사람들이 한두 명씩 합류하기 시작했다.

        

        소란이 피어올랐다.

        

        

        

       “아유, 유진 씨. 오래간만입니다. 그동안 너무 안 불러주셔서 잊어버린 줄 알았어요.”

        

       “그럴리가 있나요, 하하. 이번 년도에도 같이 미국으로 향할텐데.”

        

       “야! 다이스! 너는 필요할 때만 우리 부려먹냐!?”

        

       “아니, 내가 뭘. 싫으면 안 와도 되고. 아마 이 파티에 들어오고 싶어서 기다리는 사람만 수십만 명씩 있을 걸?”

        

       “아유, 내 말은 그러니까…고맙다 이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여기 프로게이머 정모장소임?

       -스톤리밋호떡 죄다 표정 어두워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내가 여기 와도 되나…?

       -라인업 살벌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나 말이다.

        

        이 정도면 파티의 절반 이상이 정상급 프로게이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하모니 역시도 그 라인업에 합류했고,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 역시도 작년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1등을 거머쥐었으니…그리고 여기의 로건은 아니지만, 이곳의 북극곰 역시도 2등을 거머쥔 적이 있고.

        

        오랜만에 만나는 코르부스에게 아주 살가운 인사를 건네려는 사이, 갑작스럽게 귀에 꽂혀있는 인컴을 통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과 레인이었다.

        

        

        

       “아, 주인? 들려? 여보세요?”

        

       “누가 통신을 그렇게 하랬어요, 참…그보다 무슨 일인가요? 설마 두 명이 이번 일에 참여한다는 건 아닐 거고.”

        

       “그럴 리가 있나. 보아하니 이번 레이드를 위한 인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서,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려고 그런 거지.”

        

        

        

        …한 가지 방법?

        

        그러나 그 순간 저 멀리에서부터 퍼지는 웅성거리는 소리, 그리고 어쩐지…나를 상당히 닮은 골격의 휴머노이드 네 기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광경까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기도 전 이어지는 말.

        

        

        

       “원래는 그림자가 직접 전진기지에 요청해야만 가능한 건데, 대거 팀 측에서 주인의 작전팀에 일부 결원이 있다고 듣자마자 자체적으로 인원을 모집하더라고.”

        

       “…뭐라고요?”

        

       “코드네임은 AW, ES, ML, MK. 지금쯤이면 원격조정기 4대가 그 근처에 도착했을테니, 부디 좋은 결과 있길 바라! 안녕!”

        

        

        

       -아니 뭐요???????

       -대거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예 치트키 죄다 몰아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너무한거 아니냐고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시1부1랄 레이드 시작하기전부터 핵써요!!!!!!!!!!!!

        

        

        

        그와 동시에 인컴 통신이 끊기고, 그 즈음 나의 시야는…대거 팀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로건, 로렌티나, 그리고 올리비아를 담고 있었다.

        

        근데 그들이 서로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뭐라고 해야 할까….

        

        

        

       “…하하. 반갑습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잘 부탁하지요.”

        

       “이런 위험한 미션에 자원하시다니, 가만히 기지에 있기엔 꽤 지루하셨나봐요.”

        

       “험한 곳이니만큼 가장 확률이 높은 곳에 걸 뿐이지. 하하.”

        

        

        

         ….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대화였지만, 나는 그것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빠르게 아득해져만 가는 정신을 뒤로 한 채, 내 머릿속은 한 가지 감상평만을 토해낼 뿐이었다.

        

        이러니까 개그 프로그램이 망하지.

        

        

        레이드는 시작부터 혼돈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남의 일인 척 말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어보여서 와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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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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