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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6

    <566 – 너무 빠른 아이(1)>

     

    2학년 진급시험을 통과한 이슈타르의 걸음은 실로 무겁기 그지없었다.

     

    “이슈타르. 봤어? 이번에 대륙의 모든 조직에서 세력장의 직전제자 수준으로 애지중지 키우던 괴물들이 잔뜩 아카데미에 모여든 거.”

    “어차피 982기 후배들이겠지.”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대. 교장님이 올해 신입생들부터는 <편입시험>을 치러서 통과한 학생들을 2학년으로 받아줄지도 모른대.”

     

    오크노디 하나조차도 천근만근 시름을 늘리건만, 그녀에 비견될 새로운 강적들이 대거 늘어난 것!

    실제로 진급시험을 치르고 나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대기실 저편 한쪽에 모여 이슈타르와 다른 학생들을 아니꼬운 얼굴로 쳐다봤다.

     

    “네가 작년 학년수석이었던 이슈타르냐?”

    “그런데?”

    “깝치지 마.”

    “…?”

    “각 조직의 비밀병기만 모아놓은 우리 편입생들이 없을 때야 쉽게 수석을 땄을지 몰라도 올해부터는 아니니까. 앞으론 쥐 죽은 듯이 지내.”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화가 나기보다 헛웃음이 먼저 나온다.

    이슈타르는 오히려 신선한 기분마저 느꼈다.

    오크노디도 아닌 것이 자신을 이렇게 개무시한 적이 대체 얼마 만인가?

    아니, 오크노디도 자신을 이렇게 무시하진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이슈타르를 경계하고 조심했다.

    시비를 건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자신이었지.

    어떤 형태로든 그녀의 앞을 막은 이들은 981기 상급반 학생들도 예외 없이 박살을 내왔다.

    즉, 이슈타르도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해봐.”

    “뭐?”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이슈타르는 피식 웃으며 한 손으로 건방진 편입생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 토닥임에 실은 마나와 근력이 편입생의 어깨 위로 응집된 마나장막을 짓눌러 손자국 모양으로 파열시켰다.

     

    쨍그랑!

     

    깨져버린 장막과 함께 움푹 파인 어깨갑옷.

     

    “크으윽!”

     

    다급히 몸을 뒤틀다시피 비틀어 어깨를 빼낸 스포츠머리의 편입생이 어깨를 붙들고 이슈타르를 노려봤지만 더는 이슈타르가 나설 것도 없었다.

    친위대장과 친위대 부대장인 바닐라 남매가 당장 무섭도록 눈을 부라리며 새파란 마나를 줄기줄기 피워올리며 무력시위를 했으니까.

    편입생들도 그제야 굳은 낯짝으로 이슈타르를 경계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패싸움도 나쁘진 않지. 근데 알아둬. 2학년부턴 ‘동급생 살해’의 페널티도 그리 심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못 저지를 이유가 없다.

    야생의 기프트 아카데미에 완전히 적응한 용사의 선언에 편입생들은 기가 꺾였다.

    무슨 용사의 기세가 이리도 살벌하단 말인가!

     

    짝짝짝.

     

    “훌륭해. 황제를 벤 용사라는 명성은 허명이 아니었구나. 마음만 먹으면 베지 못 할 존재가 없겠어.”

    “네가 이 편입생들의 대장이야?”

    “일단은.”

     

    남자는 언뜻 보기엔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자리에 모인 편입생 사이에서 가장 허름한 사복차림에 평범한 마을주민으로 의심되는, 981기의 모브나 다름없을 무난한 생김새를 지녔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언제나 초점을 잃지 않았고, 마치 이슈타르의 속을 꿰뚫는 것처럼 주시했다.

     

    “용사. 당신이 지닌 성검은 마법적으로 심각한 약점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말해봐.”

    “우선 타락에 약해. 성검은 모든 악한 존재에 대해 반응하여 출력이 상승하기에 반대로 암흑마나를 코팅하듯이 성검의 주변에 두르면 상시폭주상태로 돌입하여 모든 힘이 일시적으로 소진되겠지.”

    “뭐…?”

    “힘이 소진된 성검은 암흑마나에 쉽게 변질되겠지. 즉, 검의 성질이 타락하기 쉬워. 아마도 타락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당신이 성검을 길들여온 방식에 따라 더욱 짧아질 거야. 성검의 폭주에 의지해온 나약한 용사일수록 더 짧겠지.”

    “건방진 소리 하지 마. 네가 용사의 뭘 알아?”

     

    차라리 득의양양해서 깔보기라도 하면 힘으로 제압하겠건만, 아스타르트의 두 눈은 지극히 냉철한 지성을 품고 있었다.

     

    “너로서는 오크노디를 이길 수 없다는 뜻이지.”

    “…초대면부터 꽤나 시건방을 떨어주네.”

     

    <홀리미러>

    <절명기 : 템페스트 블레이드>

     

    검을 뽑음과 동시에 아스타르트의 목앞에서 출수되는 노딜레이 즉발형 검격.

     

    <오토가드>

    <스톤핸드>

     

    상시 전개되는 방어막이 절명기급 위력의 기습을 가볍게 막아내며 역으로 돌로 빚어진 손을 뻗어서 검신을 움켜쥐었다.

     

    “그 아이에 대해선 나도 관심이 생겼거든. 오색마탑의 비전마법을 뛰어넘는 지식의 가능성을 보여준 아이는 재단의 후계자 오크노디가 유일해.”

    “키워준 마탑을 버리고 재단에 빌붙은 장학생이 또 하나 늘어난 거야? 하. 우습지도 않네.”

    “당연히 우습지 않아야지. 이슈타르. 너도 재단의 장학생이잖니?”

     

    이슈타르의 검에 맺히는 광휘와 검신을 붙잡은 아스타르트의 돌로 빚어진 손의 압력이 동시에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만. 이슈타르, 지금은 자리가 좋지 않아요.”

     

    이슈타르는 자신을 뒤따라 합격선언을 받고 들어온 2학년 상급반 학생들 사이에 제국귀족 출신이 많다는 사실을 의식했다.

    1학년 시절에는 막대한 착용허가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장착하지 못했던 마갑을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귀족학생들이 다 장착했다.

    강력한 마법방어 및 신체증강효과를 지닌 마갑은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귀족학생들의 실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를 지녔다.

     

    ‘그런 귀족이 최소 다섯. 황제를 죽이고 제국과 척을 진 이후로 모두 잠재적인 적이나 다름없어.’

     

    아스타르트라는 범상치 않은 편입생은 다른 편입생들 사이에서도 꽤 알아주는 인물인지 모두 한손 거들려는 의지가 명백해보였다.

    저런 이들을 상대로 뒤에서 귀족자제들의 합공까지 감수하기에는 과연 이슈타르라도 부담되었다.

     

    ‘모두의 지원에 힘입어 최후의 일격을 날렸던 황제토벌전과는 달라.’

     

    몇 명은 베겠지만 자신도 목숨을 건사하기 어렵다.

    아직 이슈타르에게는 성장이 절실했다.

     

    스르릉.

     

    검을 검신으로 되돌리자 아스타로트 또한 스톤핸드를 해제하였다.

     

    “어차피 학기가 시작되면 실력을 겨룰 기회 따위는 질리도록 찾아오겠지. 단단히 각오해두는 게 좋아.”

    “바라던 바야. 용사 이슈타르. 네게 그 이름을 지킬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줄게. 오크노디와 겨루기 전의 좋은 여흥이 되겠어.”

    “…”

     

    이쪽이 할 말이거든?

    오크노디에 비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그 아이라면 방금의 응수에서도 쫄래쫄래 쥐새끼처럼 공격을 모두 피하며 꼬박꼬박 신경을 거스르는 꺼림칙한 반격을 넣었겠지.

    물론 속마음은 속마음으로 그쳤다.

    제국귀족자제들의 뒤를 이어서 오크노디 파벌의 강자들도 속속 들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동방검객 싱, 북부대공녀 아이린, 광전사 헤스티아.

    오크노디의 특별한 ‘외출’에 동행하지 않았던 자들이 가장 먼저 2학년 상급반 승급을 확정 지었다.

    C그룹 리더 카시아를 비롯한 겉도는 5인방도 무난하게 합격했다.

    사실상 기존 상급반 인원 중에 낙오자는 없었다.

     

    적색마탑의 로지니, 서부삼국에 명성을 떨친 성기사 제이다스, 소국의 왕자 헥토르.

    이래저래 이름을 듣는 일이 잦았던 하급반 일원들도 몇몇 상급반에 이름을 올렸다.

    신진3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승급한 로지니의 존재는 놀라웠지만 오크노디와 함께 특별한 외출을 통해 올린 명성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지젤, 손오천, 이사벨, 즈앙.

    오크노디 친위대에 가까운 주력멤버들도 올라올 즈음에는 올라올 사람들은 거의 다 올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시 981기의 주역답게 마지막에 등장할 셈인가.

    모두가 입구를 노려보았다.

    곧 등장할 오크노디가 학기도 때려치우고 외출하면서 얼마나 강해졌을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 마지막 합격자다.”

     

    마침내 마지막 상급반 승급자의 등장을 알리는 교관의 선언과 함께 문이 개방되었다.

     

    “응?”

    “저게 소문의 오크노디인가? 꽤 예쁘긴 하군.”

    “굉장한 미모야. 휘광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모가 빛이 나다니.”

    “아니 병신들아 저거 조명대잖아.”

    “뭐냐. 우리 쥐방울 어딨어?”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사로잡으며 입장한 최후의 2학년 상급반 멤버는 찬란한 금발과 그보다 더욱 눈 부신 빛을 내뿜는 조명대를 드르르륵 끌고 다니며 실내에 입성했다.

     

    “티토?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나도 강해졌으니까 그렇지! 티토빔으로 교수님의 허수아비가 쏘는 포격을 압도했어!”

     

    강해진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며 두 손을 모아 주먹을 꼭 쥐고 한 손을 쭉쭉 펼쳐 해냈다의 빅토리 포즈를 취하는 소녀.

    그녀의 이름은 그녀를 아는 이들에게는 당연히 오크노디가 아니라 티토소가였다.

    지젤이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오크노디는 어딨습니까?”

    “으으음~ 농땡이를 너무 많이 부려서 중급반이 된 건 아닐까?”

     

    티토소가가 눈을 반짝였다.

     

    “가서 놀리자!”

    “그럴까?”

     

    티토소가와 즈앙이 신이 나서 달려 나갔다.

    많은 학생이 어리둥절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급히 교내 연락망을 돌렸다.

    오크노디가 정말로 중급반이 되었다고?

    아니, 중급반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한술 더 떠서 하급반까지 내려갔나?

    수색은 하루 내내 이루어졌다.

    그리고 하급반에도 오크노디가 없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분명 착오가 있었겠지.”

     

    학생들은 모두 현실을 부정했다.

    원체 숨기를 잘하는 아이니까 승급이 끝나자마자 잠적해서 어느 반에 속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실제로도 꽤 현실성이 있는 발상이었다.

    교관의 실험재료 수납상자나 교수님의 망토자락, 강의실 천장 조명에서 오크노디가 발견되는 일도 어쩌다 한 번씩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슈타르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크노디와 조우하게 되었다.

     

    “2학년부터는 각 학부별 전용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모험학부 2학년은 기숙사 선배들의 안내를 받아 숙소를 찾아가도록.”

     

    기숙사 사감선생님의 안내를 따라 찾아간 모험학부 전용 기숙사 입구에 도달하는 순간, 이슈타르는 뒷골이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3학년 선배들 사이에 당당히 어우러진 유독 키가 작은 학생 한 명이 이슈타르를 향해 손인사를 했다.

     

    “와! 이슈타르다! 기사학부 안 가고 왜 모험학부로 왔어? 이번 이슈타르는 진짜 레어하네!”

    “너, 너… 설마… 아니지? 3학년들이랑은 어쩌다 길을 잃어서 먼저 온 거지?”

     

    이슈타르의 떨리는 목소리에 오크노디가 활짝 웃으며 무참히 현실을 각인시켰다.

     

    “아닌데? 나 월반승급해서 3학년 맞는데?”

     

    오크노디가 선배가 되어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배가 된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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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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