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66

    그렇게 잠시 배를 채우고 다시 루미의 안내가 시작되었다.

    “루미야.”

    “네, 무슨 문제 있나요?”

    그에 시에나는 자신이 가진 불만을 최대한 에둘러서 물었다.

    “기껏 사준다고 하는데, 조금은 비싼 걸 먹어도 좋지 않았어?”

    솔직히 식사에 시간을 그다지 오래 쓸 수 없는 지금, 루미가 이런 노점으로 안내해온 것은 좋았다.

    설마 제대로 된 음식이 맞는지조차 헷갈리는 벌레 꼬치같은 걸 팔고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서도.

    그러자 루미는 뭐 그런걸 묻느냐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여기 꼬치가 제일 맛있어요. 숨은 맛집이랄까.”

    꼬치에 꿰인 정체불명의 곤충을 씹어삼키는 루미의 모습은 정말 그게 맘에 들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루미만 이상하다고 생각하기엔, 루크도 상당히 이상하다.

    시에나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루크가 들고있는 꼬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거기서 하나를 더 주문할 줄이야…….”

    “이게 그렇게 이상한가? 맛있기만 하거늘.”

    루크의 대답에 시에나는 속이 꽉 막히는 듯 했다.

    루크는 진심으로 이걸 맛있다고 생각한다고?

    대체 예르나는 집에서 애한테 뭘 먹이는 거야?

    “넌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었던 거니…….”

    “……?”

    루크는 여전히 시에나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그 끔찍한 생김새만 견딜 수 있다면 식용 벌레는 영양도 꽤나 높은 편이다.

    그중에 특히 쿠커벌레로도 불리는 이 절지류는, 제독성분을 몸에서 생산하는 터라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길렀어도 잘만 털어내고 독샘만 제거하면 식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종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선 이 벌레꼬치가 오히려 돼지나 소를 도축한 고급 생고기보다 더 위생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품종이나 살이 오른 정도를 보면 어디 길바닥에서 기어다니던 녀석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곤충을 먹는 문화는 본래 엘프들의 것이 전해진 것이었다.

    옛날부터 식물만으로 모든 필수 영양분을 섭취하던 엘프들은 육류를 소화시키도록 위장이 발달하지 못했다.

    이는 순수혈통에 가까울수록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심한 경우 몸에 피가 닿기만 해도 두드러기나 발진이 일어나는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지.

    하지만 이들이 섭취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동물성 단백질이 존재했는데, 그게 바로 벌레다.

    만약 엘프들이 곤충류의 단백질을 소화시킬 수 없었다면, 가끔 모르고 풀에 붙어있던 달팽이나 무당벌레를 먹고 배탈이 나거나 식중독에 걸려 앓아 눕는다던가 했겠지.

    그렇기에 엘프들은 종종 부족한 단백질을 충식을 통해 얻곤 했다.

    5000년 전에는 특별한 날엔 온 부족이 모여서 수확한 풍뎅이 애벌레를 데쳐먹는다던가 하기도 했다고 들었고.

    “그냥 그대도 한번 먹어보지 그러나?”

    솔직히 맛 자체는 꽤 좋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맵기는 했지만, 곤충 특유의 살짝 씁쓸하고 텁텁한 맛이 잘 중화되는 기름진 느낌이 좋달까.

    “비유하자면, 조금 바싹 익혀 바삭하고 질긴 소고기 맛같아. 그대라면 궁금증이 생길 법도 한데?”

    솔직히 루크의 말대로 궁금증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궁금증이 거부감을 넘어설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탓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평소에 소고기는 무슨 맛인지 궁금하긴 했는데, 그걸 먹고 싶진 않아.”

    “아쉽군. 맛있는데.”

    그래, 아무래도 요즘은 음식에서 곤충의 형태를 접하긴 어려운 시대다보니까,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

    돌이켜보면 이 또한 세월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엘프들은 정말로 벌레를 먹지 않나?

    굳이 곤충을 생으로 먹지 않아도 필수 영양분을 전부 섭취할 수 있는 현대엔 그런 문화는 사장되어버린 모양이지만, 문화가 사라졌다고해서 엘프들의 생체조건이 바뀌지는 않았을 텐데.

    “그쵸, 정말 맛있는데! 이상하게 손님이 없단 말이죠.”

    그런 루미의 말에 루크가 거들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맛에 비해 장사가 많이 안되는 것 같더군.”

    그러자 시에나는 루크가 반쯤 베어 먹은 벌레 상태를 보곤 헛구역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난 왜 그런지 알 것 같기도 해.”

    그렇게 떠들며 루미를 따라 걷기를 몇 분, 침묵 속에서 시에나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루미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루미.”

    “네?”

    “아까 그 사람들한테서 뭘 훔쳤던거니?”

    시에나의 질문에 루미는 잠깐 우물쭈물 하더니, 대답하지 않으면 받기로한 돈이 줄어들까봐 이내 체념한 듯 대답했다.

    “…약이에요.”

    “약?”

    ‘약’이라는 루미의 대답에 시에나와 루크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입을 모아 되물었다.

    그러자 루미는 무슨 오해를 했는 지 알겠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아니, 이상한게 아니라! 사람을 고쳐주는 약이에요.”

    루크와 시에나는 루미의 대답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혹시 어디가 아픈게냐?”

    글쎄.

    딱히 아이의 몸에 안좋은 부분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마력시로 보이는 마나의 흐름도 정상이고…….

    그러자 루미는 다시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제가 아픈게 아니라요, 엄마가 아프셔요.”

    그에 루크는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가 계셨구나?”

    “루크야?”

    아무리 아이라도해도 듣기에따라 충분히 무례할만한 발언을 내뱉은 루크를 잠깐 당황하며 저지했지만, 루미는 딱히 상관 없다는 듯 대꾸했다.

    “그야 있겠죠. 그럼 저는 어디서 자연발생하겠나요?”

    “…….”

    …아닌가.

    말투만 괜찮고 실제론 꽤나 상처받은 모양이다.

    그에 루크는 미안하다는 듯 사과를 건넸다.

    “미안하구나. 아무래도 첫 만남이 부모가 있는 아이처럼은 안보였던 탓에.”

    “루, 루크야!”

    아니, 사과가 아니네.

    시에나는 이번엔 거의 기겁하며 루크의 입을 막았다.

    가만히 놔뒀다간 또 어떤 패륜적인 말을 꺼낼 지 감당이 안되었기 때문에.

    “하하, 전 괜찮아요. 저 언니는 그냥 그런 사람인거 같으니까.”

    “…….”

    이어진 루미의 대답에 시에나는 할 말도 잊은 채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회의 어두운 면에서 자란 덕분인가?

    이 아이, 확실히 강하다.

    그 때, 루크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 시에나의 손을 입에서 떼어내며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케이프에 한번 닦았다지만, 그 하수통로를 지나온 손을 입에 가져다 대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조용히 해, 방금 네가 한 말이 더 너무했으니까.”

    “……?”

    시에나의 지적에 루크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시에나는 루크가 또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주제를 바꿔보려 물었다.

    “아하하……. 그래서, 어머니 약때문에 그런 일을 하고 있었던 거니?”

    “네, 뭐. 제 하나뿐인 가족이니까요.”

    “좋은 딸이네.”

    그 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크가 문득 끼어들었다.

    “무슨 병이지?”

    “네?”

    “네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병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걸 왜 묻죠?”

    루크는 아이가 자신을 경계하기 시작하자, 묻는 의도를 말했다.

    “무슨 병인지 알면, 고칠 수도 있을 테니까. 혹시 아나? 내게 마침 필요한 약이 있을지.”

    현재 루크에겐 죽은 사람조차 살릴 수 있는 신성력은 없지만, 엘릭서는 꽤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엘릭서라면 불과 3일 전에 칼에 찔려 사경을 헤메던 시에나를 저렇게 멀쩡히 서있을 수 있게 한 만큼, 이미 웬만한 질병은 흔적도 없이 말끔히 낫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엘릭서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몇몇 질병이 있기에, 무조건 엘릭서부터 처방하는 것은 안될 일.

    그렇기에 루미에게 어머니의 병이 무엇이냐 물어본 것이다.

    “…….”

    하지만 루미는 기뻐하긴 커녕,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는 듯 체념한 눈빛으로 루크의 시선을 피했다.

    그에 루크는 이상하다는 듯 루미의 눈동자를 마주보기 시작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소용 없을거에요.”

    “불치병인건가?”

    “…….”

    루미의 침묵은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그에 루크는 더욱 이상하다는 듯 턱을 쓸었다.

    “그러면 넌 대체 무슨 약을 훔친거지? 약이 듣지 않는 병이라는 걸 이미 스스로 알고 있지 않느냐?”

    “그 약은 달라요!”

    -멈칫.

    루미의 외침에 돌연 거리가 멈췄다.

    “…….”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소리치긴 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자신을 일제히 쳐다보는 것은 루미에게도 상당한 부담이었던 탓인지, 걸치고있던 케이프의 후드를 꾹 눌러쓰며 사람들의 시선이 사라질 때 즈음 작게 중얼거렸다.

    “…그건 ‘만능약’이니까요.”

    “만능약?”

    “그 사람들한테 어떤 병이든 낫게 해주는 약이 있어요. 죽은 사람조차 살릴 수 있다는. 저는 그게 엄마를 살릴 유일한 희망이고요.”

    ‘만능약’에 대한 루미의 설명을 들은 루크와 시에나는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서로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루미, 세상에 만능약 같은 건 없다. 약은 기본적으로 독과 같아. 때문에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모든 병에 대응한다는 건 불가능하지. 심지어 약으로 죽은 자를 살린다니? 아무리 봐도 그건 허황된 사기행각임이 분명하다.”

    “그래. 루크의 말이 맞아. 아무리 좋게 쳐줘도, 그냥 진통제겠지.”

    그러자 루미는 방금 전에 약을 주겠다고 했을 때 체념했던 반응이 무색하게도, 희망이 부정된 것처럼 과민반응했다.

    “그건 진짜라고요! 제 눈도 그 약으로 고친 거에요!”

    “응?”

    루미의 반박에 루크는 순간 당황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니?

    루크는 루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저는 원래 태어날 때부터 눈이 없었어요. 눈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었죠. 그런데, 그 약으로 나았다고요. 덕분에 전 그날 처음으로 엄마가 웃으면서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약은 가짜가 아니에요!”

    루미의 목소리엔 약간의 물기가 묻어나오는 듯 했다.

    아이에겐 약에 대한 불신이, 마치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을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그런가.”

    루미의 말을 들은 루크는 조용히 생각했다.

    자신의 엘릭서가 루미의 눈을 고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엘릭서는 신체를 원래대로 고치는 것이지, 원래 눈이 없이 태어난 사람에게 눈을 심어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약을 먹고 없던 눈이 생겼다니.

    하지만 루크는 설마 자신의 엘릭서가 이런 뒷골목에서 유통되는 정체도 모를 약보다 질이 낮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말뿐인 효과가 아니라 아이가 직접 경험했다면, 분명히 무언가 다른 작동기전이 있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건 대체 무엇일까?

    그 만능약은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져있기에, ‘죽은 자도 살린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냐는 말이다.

    루크는 그 정체에 대해 호기심이 들었다.

    알면 알수록, 루크는 이 거리가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들 설연휴 잘 지내셨나요?
    저는 저번주가 설 연휴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버렸네요…….
    하하.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