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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8

    <568 – 너무 빠른 아이(3)>

     

    다음날, 이슈타르는 오크노디와 헤어지자마자 용사친위대를 소집했다.

     

    “다들 기숙사는 어땠어?”

     

    심상치 않았던 모험학부 기숙사를 겪었기에 다른 학부 기숙사도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

     

    “저 친위대장 바닐라가 기사학부 기숙사생들을 대표하여 발언하겠습니다!”

     

    우선 기사학부 기숙사.

    이곳에서는 문지기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시설 이용이 불가능했다.

    침실이용, 식당이용, 재료지원실이용, 단련실이용 등등 모든 시설이 힘으로 증명해서 이용해야 하는 무력만능주의가 팽배한 시설!

    심지어 누가 한 번 쓰러뜨린 문지기는 다음 사람은 더 파워업 한 상태로 쓰러뜨려야 한다.

    계속 강해지는 문지기를 상대로 학생들도 강해지거나 다른 경쟁자들을 쓰러뜨리고 가장 먼저 쉬운 난이도의 문지기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침실도 쓸 수 없다.

     

    “그나마 공용생활시설은 매주 한 번 문지기들의 강함이 리셋된다고 들었습니다만 몇몇 숨겨진 시설은 연 단위, 혹은 수십 년 단위로 리셋 되는 시설도 있다는 소문이 존재합니다!”

    “…기숙사에 왜 그런 도전요소가 있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험학부랑 상황은 비슷했네. 유피, 마법학부는 어땠어?”

     

    부드러운 향이 나는 곱슬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유피가 새침하게 대답했다.

     

    “마법학부 기숙사도 만만찮았어요. 마법 술식을 풀어야만 각 시설의 이용이 가능하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많이 풀면 곤란해요.”

    “거기도 점점 난이도가 높아져?”

    “교수님들이 술식해제 기록을 열람하고 대학원생으로 점찍고 대학원생 될래, 괴롭힘 당할래의 양자택일로 사람 피 말리게 만든다는 흉흉한 괴담을 선배들이 첫날에 들려줬거든요.”

    “…”

    “이 몹쓸 아카데미의 정서를 생각하면 단순한 겁주기로 무시해도 되겠지만 반전으로 실제로 일어난 경험담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날지도 몰라요.”

    “그, 그러네.”

     

    기사학부만큼은 아니어도 잠재적인 위험도는 더욱 높은 마법학부 기숙사였다.

     

    “행정학부 기숙사는 저, 벽력성천신교의 수녀 니세가 샅샅이 훑어봤습니다.”

    “생산학부 기숙사는 저, 친위대장 바닐라가 안데르센 대공자를 개꿀 강의가 있다고 꼬드겨서 정보를 빼돌렸습니다!”

     

    행정학부와 생산학부는 그나마 나았다.

    행정서류를 작성하고 행정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행정학부.

    제작품을 납품하면 제작품 등급만큼 해당 시설의 이용 기간이 길어지는 생산학부.

     

    하나같이 기숙사 사용에도 실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적어도 행정서류나 제작품 납품은 점진적인 난이도 상승이나 교수님의 납치 우려는 없는 것이다.

     

    “결론은 나왔네. 이런 곳에서 일 년간 지내면 바보라도 실력이 쑥쑥 늘어날 수밖에 없겠어.”

     

    아무리 만만한 2학년 선배들이라도 이런 곳에서 숙식하면 선배의 실력을 갖출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기숙사들의 상태!

     

    “다들 조심해. 강의도 강의지만 올해부터는 제국귀족 파벌도 황제를 토벌한 내게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몰라. 새로 들어온 편입생들도 상급반 강자밖에 없어.”

    “괜찮습니다! 용사님은 인류의 중심, 제국의 황제조차도 타도한 진정한 용사! 저희는 이 세상 전체를 적으로 둘 각오가 된 용사친위대입니다!”

    “아 맞다. 말하는 타이밍을 잊었네.”

    “저, 용사님… 이거 좀 받아주세요.”

     

    용사친위대 대원 두 명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하얀봉투를 내밀었다.

    이슈타르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

     

    “상납금? 용사파티는 그런 거 필요없어. 황제를 죽였어도 이번 황제는 다시 용사파티의 후원자가 되기로 약속했으니까.”

    “저희도 용사님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오크노디와 말을 섞어서 그런지 머리가 이상한 쪽으로 돌아갔다며 이슈타르는 반성했다.

     

    “미안. 괜한 의심을 해버렸네. 그럼 이건 뭐야?”

    “사직서입니다.”

    “그렇구나. 사직… 어?”

     

    농담인가 싶어 눈을 들여다보았지만 친위대원들은 면목 없다며 고개를 숙인 그대로였다.

    농담 없는 찐텐의 모습에 다급히 봉투를 찢자 안에는 <사직서>라고 적혀있는 내용물이 나왔다.

     

    “이유가 뭐야?”

    “매스각키는 용사님을 지지하고 있지만 다른 귀족들은 용사님과 척지기로 작정했습니다. 저희들의 본가에서 용사님을 지지하거든 거래처와의 연결이 끊어질 거라는 이야기가…”

    “저희 마나광산에는 주기적으로 출몰하는 몬스터의 토벌을 담당해야 할 용병단이 용병길드에서 압력을 받았다고 합니다. 말만 세무조사이지 당장 저희 가문과 연을 끊지 않으면 용병길드의 영업을 강제로 중지시키겠다고…”

     

    전통적이고 구체적인, 그렇기에 더욱 위력적인 귀족가의 압력 행사하기!

    이슈타르는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가봐. 용사친위대가 없어도 용사활동은 가능해. 하지만 너희 집안을 지키는 건 너희들이 있어야 가능하잖아. 잘못된 건 너희가 아니니까 고개 들어.”

    “용사님…!”

    “감히 용사의 기술을 전수받고 꿀만 빤 주제에 제 형편이 어려워지니 도망칠 셈이냐고 두들겨 맞을 각오도 했는데 이렇게 순순히 사직서를 받아주시다니, 정말로 감동입니다…!”

     

    패버릴까, 저 자식.

    주먹을 움켜쥐고 이를 꾹 악문 끝에 이슈타르는 간신히 분노를 가라앉혔다.

     

    “파케 히우그마그. 선황보다 더한 폭정을 저지르려던 미친 황제를 토벌하면서 느꼈어. 많은 사람을 적으로 돌린 황제는 거대한 권력을 온전히 사용하지도 못했고,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기에 아직 부족함 많은 용사였던 내가 황제를 무찌를 수 있었다고.”

     

    상황이 조금만 달랐다면.

    조력자가 조금이라도 적었다면.

    이슈타르가 황제를 물리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런 그녀가 어찌 자신을 돕다가 부당한 권력의 핍박을 받는 이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이슈타르는 흐느껴 우는 친위대원의 어깨를 토닥였다.

     

    “용사님.”

    “용사님!”

     

    감격에 복받쳤는지 성큼성큼 다가오는 다른 대원들.

    떠나간 이들이 있어도 남은 이들이 있다.

    뜻이 꺾인 이들의 몫까지 기필코 복수해내리라.

    언젠가 귀족파벌들에게도 본때를 보여주마.

    그리 다짐하던 용사는 모두 주먹을 모아 의지를 다지려고 다가온 줄 알았던 대원들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들자 불안함을 느꼈다.

     

    “실은 저도 사직서를…”

    “이렇게 간단히 받아주실 줄 몰라서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저도요.”

    “제 것도 받아주세요!”

    “죄송합니다, 용사님.”

     

    순식간에 사직서 더미만을 남기고 뿔뿔이 흩어지는 일반 대원들!

     

    “이슈타르… 괘, 괜찮나요?”

    “아. 좀 어질어질하긴 하네. 설마 개학 첫날부터 이렇게 한 방 먹을 줄이야. 후라이드치킨이니 포테이토피자니 철판숯불갈비니 음식이 맛있는 허접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지금까지는 오크노디와 재단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사태로 명백히 드러났다.

    오크노디와 재단의 행동은 수상쩍기는 해도 딱히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고, 폭주하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힘을 다루지만 정작 그 힘의 안정도는 놀라울 정도로 높았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재단 장학생의 테러?

    오크노디가 입학한 이래로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유피. 스콜라. 니세. 제냐. 바닐라 남매. 올해 용사파티의 적을 정하겠어. 우리의 적은 제국 삼대공신가문. 그리고 친위대를 해산시킨 제국귀족 전체야.”

     

    용사파티와 제국귀족.

    새로운 경쟁관계가 형성되었다.

     

     

    * * *

     

     

    하루일과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이슈타르는 오늘도 미확인 지역에서 오크노디와 조우했다.

    가끔씩 미확인 지역과 이어진 복도에서 귀곡성도 들려오고, 떠나간 대원들 걱정도 되고, 귀족들을 향한 분한 마음도 들고, 여러모로 싱숭생숭한 기분.

    오지 않는 잠을 대신하여 이슈타르는 오크노디에게 상담을 겸하여서 대화를 걸었다.

     

    “오늘은 그런 일이 있었는데… 3학년이나 너희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쪽은 어땠어?”

    “저희요? 아. 지금은 딱히 심심하지 않아서 괜찮아요. 안 놀아줘도 되어서 안 찾아가고 있어요!”

     

    반강제로 해산한 용사친위대만큼이나 불쌍한 녀석들이 더 있었네.

    이슈타르는 오크노디의 친구 및 보호자 일동에게 측은함을 느꼈다.

     

    “네 사람들에게 너무 소홀한 거 아니야? 내 입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있을 때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면 그 사람들이 떠난 뒤에는 크게 후회할 거야.”

    “어떤 후회요?”

    “좀 더 미리 신경 써줄걸. 외부의 압력이 친위대원들의 주변인을 압박하지 못하도록 용사의 권력과 매스각키의 힘을 빌려볼걸. 그런 후회들.”

    “헤에. 이슈타르도 꽤나 어른이 됐네요?”

    “너보단 원래부터 어른이었어.”

    “자비로운 고인물인 제가 그런 셈 쳐드릴게요!”

     

    문득 이슈타르는 전날 오크노디와 대화하면서 들었던 의심이 떠올랐다.

     

    -기억하세요. 모험학부 기숙사에서는 아이와 여자, 노인을 조심할 것!

    -극에 달한 마나연공은 사람을 어린이로 만들어요! 어린이이자 동시에 노인일 수 있는 거죠. 반로환동의 노고수도 그렇고, 일찍 죽었는데 오래 산 유령도 그렇죠. 그러니 모든 아이는 연령을 관측하기 전까진 노인일지도 몰라요!

     

    오크노디는 정말로 어린애가 맞을까?

    10살인지 11살인지 자기도 헷갈리는지 자세히 캐물어보면 늘상 몰?루거리는데.

    그건 진짜 나이가 아니라서 헷갈리는 것이 아닐까?

     

    ‘아무렴 어때.’

     

    1학년 기숙사에서 챙겨온 물병 속 만드라고라의 손모양 잔가지를 손가락으로 간질이며 노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이 그 자체였다.

    재단이 해가 되지 않으면 적이 아니고, 귀족들이 후원을 끊고 압력을 행사하면 적이 되는 것처럼 오크노디도 어린이답게 굴면 어린이로 봐줄 수 있다.

     

    “저기, 오크노디.”

    “왜요?”

    “작년부터 왜 자꾸 날 챙겨주는 거야?”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오크노디를 어린이로 보고 있다면, 오크노디는 나를 뭐라고 바라보고 있을지.

     

    “당연히 용사로 바라보고 있죠!”

    “너한테 용사란 어떤 존재인데?”

    “대신 죽어주는 사람?”

     

    조금이지만 느끼고 있던 우정 비슷한 감정에 찬물을 확 끼얹어버리는 섬뜩한 대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심 못할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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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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