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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8

    “하하, 그러고보니 오늘 여자가 오기로 하긴 했다는 게 뒤늦게 기억이 났지뭐야.”

    “우리 시간대에 올거라곤 생각을 못해서말이야.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하군 그래.”

    “…….”

    그렇게 나름대로 순조롭게 로제프의 거점에 들어가게 된 루크는 그들의 안내를 따라 복도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름대로 청소같은 것은 하는 모양이지만, 건물이 오래되어 새겨진 낡은 세월의 흔적을 지우진 못했기에 깨끗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벽에 새겨진 균열 너머에서 벌레가 튀어나온대도 별로 놀라거나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루크는 시에나에게 속삭였다.

    “이곳의 용도는 원래는 거주용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던 것 같군.”

    “응, 그런 것 같네.”

    방문객을 안내하기위해 존재하는 듯한 작은 프론트, 동선에 효율적인 복도위주의 방 구성, 그리고 밖에서 안을 확인할 수 있는 창 달린 문.

    보통 자신이 살기 위한 건물을 이런 식으로 짓지는 않지.

    겉으로만 봤을 땐 정확한 건물의 용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내부구조를 보니 거주용으로 지어지지 않은 게 확실했다.

    다만 이런 구조를 자주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카데미나 병원등이다.

    다수의 인원을 소수의 인원이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통제하거나 확인하기 편한 구조적 이점이 건축물의 용도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크는 이곳이 아마도 병원이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교실이라기엔 방의 크기가 그다지 넓지 않았고, 창고처럼 쓰이는 방 하나에서 의료용 칸막이나 침대같은 것들이 얼핏얼핏 보였으니까.

    그러니까 로제프는 원래 버려진 병원이었던 이곳을 점령해 자신의 거점으로 삼았을 뿐이었던 것이다.

    하기사, 적당히 목 좋은 곳에 쓸만한 건물이 있으면 되도록 고쳐서 쓰는 편이 경제적이긴하다.

    그리고 병원이라는 시설의 특수성은 그가 부하들을 통제할 때에도 유효한 이점이니, 굳이 고칠 필요성도 없었을 것이고.

    효율을 중시하고 낭비를 지양하는 그의 성격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그를 만나면 의외로 대화가 잘 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추측들을 시에나와 들키지 않게 조금씩 나누고 있으니, 그들은 루크와 시에나를 복도 안쪽 깊숙한 곳에 숨기듯 위치한 문으로 안내했다.

    “여긴…?”

    “너희같은 손님들을 모시는 방이지. 어서 들어가. 여기서 기다리면 다른 사람이 올거야.”

    “음…….”

    전체적인 구조로 추측하자면, 아마 이곳은 원래 수술실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다른 용도겠지만.

    “그러면 여기서 기다리면 로제프를 볼 수 있는건가?”

    루크가 자신을 안내한 이들을 향해 묻자, 그들은 킥킥대며 대답했다.

    “뭐, 그건 네가 하기 나름이겠지?”

    “아마, 쉽진 않을 테지만.”

    “그런가.”

    대충 납득했다.

    하기사, 한 단체의 수장이나 되는 인물이 갑자기 찾아온 여인을 쉽게 만나주진 않겠지.

    그래도 결국은 만나줘야만 할테지만.

    루크는 미리 생각해둔 작전을 상기하며 시에나와 눈빛을 교환했다.

    “뭐, 그럼 들어가지.”

    “응.”

    “어, 다크엘프형씨. 그쪽은 잠시 기다려.”

    “예?”

    당혹스러워하는 시에나의 반응에, 그는 다른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에는 한번에 한명만 들어갈 수 있어. 그게 규칙이야.”

    “……?”

    아뿔사, 이건 변수인데.

    시에나는 곧바로 루크를 향해 어떻게 하냐는 눈빛을 보냈다.

    남자를 유혹하는 것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순진한 루크를 혼자 저 방 너머로 보내서 발생할 상황이 너무나도 걱정스러웠으니까.

    그러나 루크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루크는 시에나의 등을 다독이며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일단 가보겠네. 아직은 의심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으니까.”

    “그래도……. 너무 위험하잖아? 지금이라도 이들을 제압하고 힘으로…….”

    “그러면 로제프가 모습을 드러낼거란 보장이 없잖나. 그는 신중한 성격이라고 했으니, 우리가 힘을 과시하면 오히려 몸을 숨길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우리의 협박이 통할거란 보장도 없고.”

    “하지만-”

    “시에나, 시에나.”

    무어라고 더 반박하려던 시에나는 루크의 눈빛을 보고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각오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꾸미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때가 되면 부를테니 걱정 말게.”

    “음……. 알겠어.”

    시에나는 일단은 루크를 믿기로 했다.

    걱정되긴 하지만, 아까 싸우는 걸 보니 자기보호는 혼자서도 충분히 알아서 할 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 따로 생각해둔 것이 있겠지.

    —-

    -끼익…….

    그렇게 루크는 시에나와 떨어져 방에 들어섰다.

    루크는 바로 방 안을 훑어보았다.

    방은 아직 낮임에도 불구하고 창문하나 없어 전체적으로 어두컴컴하고 음산했다.

    추가적인 조명이 없으면 종이에 쓰여진 글자를 읽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은 느낌.

    하기사, 너무 밝으면 피차 불편하긴 할테니 이정도의 조명상황이 분위기 조성에는 좋을 것이다.

    어차피 이 몸은 밤눈이 밝아서 약간의 어둠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기도 했고.

    그렇게 루크가 방 안을 둘러보고 있으니, 엉성하게 쳐진 칸막이 너머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아직 여자가 오기로 한 시간이 아닌데, 너무 일찍 온 거 아냐?”

    -끼릭…….

    칸막이가 치워지고 드러난 것은 배나온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루크를 보더니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 이거. 오랜만에 상등품이 들어왔군. 요 근래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입인가?”

    “당신은?”

    루크가 조금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그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이런. 이거, 정말 신입인가보네. 내 소개가 필요한걸 보니 말이야.”

    이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루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내 이름은 대니. 여기선 여자에 관한 전반적인 사업을 담당하고 있지. 이곳에 오는 여자들은 전부 일단 나를 거치게 되어있어. 그말은 즉, 내 말 한마디에 오늘 밤 네 가치가 정해진다는 말이지. 아직 낮이긴 하지만.”

    “그런가.”

    그의 자기소개에도 루크는 별 감흥이 없었다.

    뭐, 실제로 그가 누구고 여기서 뭘 맡고 있는가는 하나도 중요한게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건, 그가 자신을 로제프와 만나게 해줄 수가 있느냐는 것이지.

    루크 앞에 선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루크의 얼굴을 살피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

    “이거, 자세히봐도 굉장히 맘에 드는걸? 너같은 애가 어쩌다 이런 곳에 오게 된건지 신기할 정도로 말이야.”

    “……음.”

    그의 말에 루크는 문득 루미와의 대화가 떠올라 자괴감이 들었다.

    중심가로 향하는 여자가 전부 몸을 팔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고 다그쳤다만, 이래서야 뭔가 루미의 말이 복선이 된 것 같지 않은가.

    그래도 뭐, 정말로 그런 목적을 갖고 찾아온 건 아니긴 하니까…….

    “하하, 자세한건 말하지 마. 너도 말하기 싫겠지? 나도 알고싶지 않고.”

    루크의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스스로에대한 자괴감이나 상황에 대한 체념일거라 지레짐작한 그는 그렇게 말하며 루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스윽.

    “그나저나, 본격적으로 장사하기 전에 나하고 한번 어때? 값은 충분히 쳐주지. 너도 이왕 온김에 돈 더 벌어가면 좋잖아?”

    루크는 자신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올려진 그의 온을 내려다보며 대꾸했다. 

    “난 로제프와 만나기 위해 왔는데.”

    그러자 그는 굉장히 재미있다는 듯 폭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직도 이런 환상을 가진 순진한 여자가 있었나?”

    “미안하지만, 로제프씨는 여자를 안지 않아. 그쪽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진 몰라도 그건 그냥 너같이 로제프씨같은 ‘왕자님’에게 환상을 가진 신입을 보내기위해 하는 말이야.”

    “…그가 여자를 안지 않는다고?”

    “그래.”

    마치 그게 무슨 말이냐며 묻는듯한 루크의 의아한 시선에, 대니가 말을 이었다.

    “이쪽엔 관심이 없는건지, 아니면 취향이 다른 쪽인건지, 그것도 아니면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건지는 나도 몰라. 뭐, 덕분에 나같은 사람은 좋지.”

    “…….”

    의외의 정보에 루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욕이란 생물이 갖는 기본적인 생존, 번식욕구이기에 꽤 높은 위치에 있는 욕구중에 하나다.

    의지나 개념의 비틀림을 양분으로하는 마족들에게도 꽤 선호됐을 정도로 성욕은 강한 비틀림을 형성시키는 자원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없다는 건, 그가 필시 어딘가 이상한 인물이라는 걸 뜻한다.

    이렇게 말하면 과거의 자신에게 누워서 침뱉는 꼴이 되나 싶긴 한데, 적어도 반마나로 가득찬 마왕성에서 마왕과 맞선 대마법사정도의 괴짜라는 얘기니까.

    그런 루크의 표정변화에 내심 만족한 그는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떤가? 내 제안은? 너한테도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니잖아? 그 전에, 일단 이것부터 좀 벗고-”

    “…….”

    루크는 그를 잠시 올려다보았다.

    그래, 이정도면 이제 슬슬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

    “…….”

    그 무렵, 방 안의 상황을 알 길이 없는 시에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곧바로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상황을 제압할 생각으로.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귀를 기울여봐도, 문 밖으로는 어떤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에 시에나는 더욱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소식이 없는 게 좋은 소식이라는 격언은 적어도 지금만큼은 통용되지 않는 듯 했다.

    그 때, 그렇게 시에나가 문 너머를 향해 귀를 연신 움찔거리고 있는 걸 본 문지기중에 한명이 말했다.

    “안에서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지 궁금한 마음은 알지만, 소용 없을거야. 이 문 너머엔 방음마법이 걸려있거든.”

    “……?”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시에나가 순간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는 뻔한 얘기 아니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워낙에 험하게 노는 친구들이 많아서 말야. 뭐, 그래도 지금은 괜찮을거야. 지금은 안에 대니 한명밖에 없으니까.”

    “그 한명이 제일 험하게 노는 새끼긴 하지만.”

    “그건 그렇긴 해. 하하하하.”

    그들의 대화내용에 시에나는 정말 온몸의 피가 전부 싸늘해지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자신이 먼저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 순간이었다.

    -쿵! 챙그랑–!

    무언가 떨어지고 깨지는 소리가 방음벽 너머로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서-

    -쿵, 쿵, 쿵, 쿵—

    문에 육중한 물체가 규칙적으로 들이박는듯한 소음이 이어진다.

    그에 문지기들은 문 너머의 상황이 대충 그려진다는 듯이 낄낄대기 시작했다.

    “이런, 시작된 모양이네.”

    “오늘은 꽤나 격렬한걸.”

    흔한 일인지 태평한 그들의 말에 시에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휘익-!

    “어엇, 갑자기 무슨…!”

    “이런…!”

    “비켜! 루크야!”

    -쾅–!!

    그렇게 시에나가 문을 부술 듯 열고 보게 된 장면은…….

    “…….”

    “…….”

    고간을 부여잡은 채 떨며 신음하는 남성을 한 발로 즈려밟은 채,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루크였다.

    “저, 괜찮아?”

    어느쪽이 괜찮냐고 묻는 건지 당췌 알 수 없는 시에나의 물음에, 루크는 멋쩍게 웃으며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 빨랐군.”

    이상하다, 아직 신호를 주지는 않았을 터인데.

    문에 걸린 방음마법이 생각보다 그렇게 효과가 좋지는 않았던 모양이지?

    “이게 대체 무슨…!”

    “역시 몸 팔러 온 여자가 아니었던 건가!”

    그러자, 문 너머에서 벌어진 상황에 당황한 문지기들이 경계 및 증원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루크는 시에나에게 눈빛을 보냈다.

    설마, 이대로 강행하자는건가?

    뭔진 몰라도 일단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는 터에, 시에나는 ‘일단 딱히 방법이 없으니까!’라며 곧바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다, 다들 멈춰! 겨, 경찰이다!”

    “…!”

    경찰 신분증과 뱃지가 들어간 시에나의 지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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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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