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69

        

         

       대마녀의 거처는 호텔이었다.

       그것도 별이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비싸고 유명한 호텔 말이다.

       농장에서 한 말을 들어보면 사업에 어려움이 생겨서 방문한 것이 틀림이 없는데…. 그런데도 대마녀가 묵는 호텔은 비싸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어떤 시각으로 보면 사치이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자면 능히 해야 하는 일이라.’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상황도 안 좋은데 이렇게 사치를 해야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면 품위 유지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누군가가 대마녀를 주시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위기를 기회로 삼아 등에 칼을 꽂으려 한다면…. 그렇다면 무리해서라도 자신은 아무런 문제도 없음을 외부에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런 호텔에 머무는 것은 충분히 ‘나는 아무런 일이 없고, 사업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괜히 몇 푼 아끼려 들다가 투자자가 빠져나가거나 직원들이 제 살길을 찾아 떠나가는 것만큼 멍청한 일이 어디에 있으랴? 위에 선 자는 태산같이 자신의 자리에 선 채 굳건함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법이니. 과연 세상이 망해가는 와중에도 사업체의 형상을 유지할만하다.’

         

       아마 사이비 종교인에게 홀리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제 명대로 살다가 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홀린다고 할지라도 적당히만 홀렸더라도 제 명을 누렸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회귀 전 대마녀는, 멍청하게도 용병들을 적으로 돌렸다.

         

       뭐…. 그 결과는 고문당해 죽는 것이었고.

         

       그래도 여성 고문 전문가에게 고문만 당하다가 죽었으니, 그래도 최악의 죽음까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호텔, 호텔이라.’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마녀의 행적은 나쁘지 않았다.

       사이비 종교인과 접촉하지도 않았고, 괴팍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지도 않았고, 불같았던 성질머리도 조금은 죽었다. 그리고 주물을 판단하는 괴멸적인 수준의 안목으로 인해 계속해서 허무하게 사라졌던 돈도 굳었고, 사업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예전보다 훨씬 매끄럽게 사업체가 굴러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훌륭했다.

         

       다만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는 법이라.

         

       기이하게도 회귀 전보다도 훨씬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대마녀의 사업이 꼬이기 시작한 듯 보였다.

         

       커다란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고, 단순히 조건만을 따져본다면 이상하게 여겨지는 일이다.

         

       그렇기에 진성은 이곳 호텔까지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지금 대마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어째서 ‘공산주의자들의 성물’이 잠들어있는 그 농장과 얽히게 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호텔로 발걸음을 옮긴 진성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주술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퍼엉-!

         

       손을 쥐었다 펴는 가벼운 동작.

       그 동작과 함께 호텔 내부에 작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곳곳의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어떤 곳에서는 전구가 터졌고, 어떤 곳에서는 회로가 타들어 가거나 망가지며 작동을 멈췄다. 다만 진성이 만들어낸 것은 강하지 않은 EMP였기에 많은 제품은 버텨낼 수 있었지만….

         

       ‘도청기나 초소형 카메라 같은 것들은 망가졌겠군.’

         

       딱히 EMP 대책이 없는 물건.

       소형화와 은밀성에만 치중한 물건들은 망가졌으리라.

         

       그렇게 EMP를 한번 터뜨린 진성이 다음으로 한 일은 페트병에 모아놓은 고양이의 소변을 곳곳에 뿌리는 것이었다. 이 소변은 고양이가 많은 공원에 있는 노숙자들에게서 구한 물건이었다.

         

       고양이의 소변은 주물을 취급하는 상점에서 싼 가격에 구매하는 물건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 않을 수준의 가격이었지만…. 항상 돈이 궁한 빈민이나 노숙자들은 이러한 용돈 수준의 금액이라도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진성은 이러한 점을 노려, 노숙자에게 직접 접촉해서 주물을 취급하는 곳보다 약간 더 가격을 쳐주며 고양이의 소변을 500mL 정도 사 왔다.

         

       그리고 그렇게 사 온 고양이의 소변에 기생충을 넣었다.

         

       톡소플라즈마 곤디(Toxoplasma gondii).

       톡소포자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유명한 기생충을 말이다.

         

       고양이를 종숙주로 삼고, 다른 동물들을 중간 숙주로 삼는 이 기생충은 숙주를 조종한다.

       고양이에 대한 혐오감과 두려움을 감소시키며, 더더욱 활발하게 만들고 무모하게 만들어 고양이에게 포식당할 위험을 늘린다. 그리고 그렇게 숙주를 고양이의 배 안으로 들어가게 만든 다음 고양이의 몸에 기생하여 번식한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쥐가 이 톡소플라즈마 곤디에 감염이 된다면 십중팔구는 제 명에 살지 못하고 죽는다. 고양이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다른 동물에게 잡혀서 죽거나 사고를 당해서 죽는다. 때로는 위험해서 가지 않아야 하는 곳에 발을 디뎠다가 어처구니없이 죽어버리기도 하고 말이다.

         

       진성이 노리는 효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진성이 기생충이 섞인 고양이 오줌을 뿌렸고, 그 안의 기생충을 활발하게 만들도록 주술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고양이 냄새가 호텔 안으로 잘 퍼질 수 있도록 바람을 살짝 조종하였고….

         

       두두두두.

         

       그 결과,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들이 고양이 오줌 냄새를 맡고 미친 듯이 달려 나왔다.

       하수구에서, 환풍구에서, 벽면에서, 수풀 사이에서.

         

       마약중독자라도 되는 것처럼 눈이 벌게진 채 수많은 쥐들이 나타났고, 그 쥐들은 기생충이 섞인 고양이의 소변이 감로수라도 되는 것처럼 허겁지겁 그것을 마셨다. 그리고 그렇게 고양이의 오줌을 마신 쥐들은 무언가 문제라도 생긴 것처럼 딱딱하게 몸이 굳더니, 이윽고 제자리에서 몸을 뱅글뱅글 도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자기 행동은 그냥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마치 급하게 술을 들이켜다가 취기가 확 올라온 사람이, 잠시 차가운 바람을 쐬고 돌아왔을 때 정상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정상으로 돌아온 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덜컹.

       덜컹.

       덜컹.

         

       두두두두.

       찌-익!

       찌이익-!

         

       쥐들이 들어가기 무섭게, 쥐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그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소리가 퍼졌다.

         

       ‘톡소플라즈마 곤디를 퍼뜨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숙주가 먹히는 것이지….’

         

       이는 진성이 뿌린 고양이의 소변을 먹은 쥐들에게 주술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뭐, 대단한 주술은 아니었다.

       그저 맛있는 냄새를 풀풀 풍기게 되었을 뿐이다.

         

       그 냄새는 도저히 한 입 베어 물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맛있는 냄새일 것이다.

       거기에 고양이의 소변 냄새에 동족의 냄새가 싹 가려질 것이고, 꽤 강력한 쥐들의 가족애와 동료애조차도 무시해버릴 정도로 강렬한 충동을 불러일으키겠지.

         

       그 결과는…. 산채로 뜯어먹히는 것일 테고.

         

       그리고 그렇게 숙주를 산채로 뜯어먹은 쥐들의 몸에는 톡소플라즈마 곤디가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충분히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것은 덤이고 말이다.

         

       그렇게 이 근방에 있는 쥐들은 싹 다 톡소플라즈마 곤디에 감염되게 되리라.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숙주를 뜯어 먹고, 자신이 숙주가 되어 다른 쥐들에게 뜯어먹히기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칩이 심겨있는 쥐들 역시 톡소플라즈마 곤디에 감염이 되게 될 것이고….

         

       ‘패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진성이 이렇게까지 한 것은, 단순히 칩이 심어진 쥐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의 예감이, 패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해질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에 유리해지냐고?

         

       그건….

         

       ‘대마녀에게 들으면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진성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곤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당당하게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전자제품들의 고장 때문일까?

       호텔의 보안은 평소와는 다르게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진성을 누군가가 따로 붙잡지도 않았다. 게다가 진성이 입고 있는 복장이 값비싼 양복이었던 것도, 이들의 의심을 날려버리는 데 일조하였으리라.

         

       그렇게 진성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고층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고층까지 올라온 진성은….

         

       ‘소윌로(Sowilo).’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광명의 부처, 바이로차나(vairocana)를 뜻하는 수인을 그린 뒤, 거기에 S자 형태의 룬문자인 소윌로를 그려 자그마한 번개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태양에서 번개가 자라나듯 전기가 튀어 올랐고, 진성은 그 전기를 CCTV와 잠금장치에 뿌려 회로를 태워버렸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망가진 잠금장치를 해체해 문을 연 뒤,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 행동은 너무 신속하면서도 거침이 없어서.

         

       “…?”

         

       그래서, 침대에서 나이트가운을 입은 채 뒹굴뒹굴하고 있던 오딜리아는 진성과 눈을 마주치고는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

         

       눈이.

       마주쳤다.

         

       “….”

         

       “….”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진성은 방긋 웃음을 짓고.

       대마녀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듯 눈을 깜빡깜빡.

       닫았다가 열기를 반복한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