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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9

       

        

        

        

        

        

        

       “저, 저 친구 눈에 아주 광기가 번들거리는데요!?”

        

       “아뇨, 저건 광기라기보단 차라리…일종의 연산 과부하, 혹은 그에 준하는 이유 때문인 것 같군요. 자세한 건 상황을 좀 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대량의 드론 감지! 사방으로 퍼집니다!”

        

        

        

       -아니 여긴 또 뭐하는 동네야

       -냉각실에 서버실에 전력실 어쩌구저쩌구 하더니 그냥 다 하나로 짬뽕되어있을줄은 몰랐네 ㅋㅋ

       -와 벽면에서 냉기 줄줄 흐르는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만히 있는데도 온도때문에 실드 에너지 닳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단하긴 하다 ㅋㅋㅋㅋㅋㅋ

        

        

        

        영하 수십 도에 달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선 15명의 인원들.

        

        차갑다 못해 닿는 즉시 동상을 입힐 정도의 냉기가 사방에서 폭포수처럼 흐른다. 그러나 냉각실 내부에 들어선 오퍼레이터의 주변, 그리고 근방에 마치 신전의 대들보처럼 놓여져있는 묵빛의 기둥 주변에서는 냉기와 열기가 길항하고 있었다.

        

        기둥 곳곳에 규칙적으로 달려있는 LED, 필러 하부에 연결되어있는 인간의 주먹만한 두꺼운 전력 공급용 케이블 여럿.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정신사납게 점등을 반복하는 사이, 건너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메카 유진이 섬뜩한 시선으로 근방을 돌아보았다.

        

        언뜻 보기엔 방금 전까지 위에 있었던 셋째가 아래로 그대로 내려온 것처럼 보였으나, 유진이 여전히 통신에 답변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로렌티나가 그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전, 드론이 휙하고 뒤집혔다.

        

        거기에는 거울과 비슷하게 생긴 반사 패널 비스무리한 게 달려있었다.

        

        

        

       “…드론 요격해요! 당장!”

        

        

        

        사격음이 일순간 겹치는 순간, 눈부신 광량이 건너편에서 터져나온다.

        

        공격이 개시되기 전부터 기민하게 피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짓쳐드는 레이저. 그 순간 공격을 겪은 대다수의 인원들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렸다. 드론에 달린 반사경을 경유하여 이리저리 반사된 레이저가 곳곳의 원기둥에 손상을 가하지 않고 침입자를 공격한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즈음에는 원기둥과 드론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인컴을 듣고 있는 전원에게 알림. 원기둥 파괴 불가능. 모종의 조치가 취해진 것 같습니다. 사격을 하더라도 실드가 튕겨내고 있습니다.”

        

       “그보다 훨씬 강력한 뭔가로 공격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은데….”

        

       “드론을 해킹해서 서버 타워를 레이저로 지져볼까요?”

        

       “…훌륭한 방안이로군요.”

        

        

        

       -남의 무기 가지고 장난치기 on

       -진짜 비얌한테 다들 잘도 배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렌티나눈나 바로 흐뭇해하는표정 짓는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으로 탐난다는표정ww

       -비얌아 니가 뿌려놓은 씨앗이다!!!!!!!!!

        

        

        

        어쩜 이렇게 똑똑하고 귀여운 친구들밖에 없는지.

        

        상황이 급박하지만 않았더라면 함지박만한 웃음을 지으며 같이 일해볼 생각 없냐고 추파를 던질 생각이 만만이었던 로렌티나였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어려웠다. 대신 그녀는 즉각적으로 다른 누군가가 던진 의견을 수용했고, 곧바로 주변을 스캔했다.

        

        아까도 얼추 확인했었지만, 건너편에 있는 타입 오메가는 아까보다도 확연히 기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로렌티나는 벽면에 몸을 기댄 채 황급히 인컴의 대화 로그를 확인했고, 그로부터 이런저런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머리 위에 있는 중앙 섹터에 남겨진 유진은 여전히 타입 오메가와 교전 중이었으며, 진과 레인 역시도 개별적인 교전을 시작한 상태였다.

        

        

        

       ‘…대충 이유는 알겠네.’

        

        

        

        세 번 가량에 걸친 이런저런 테스트 결과 확인 가능했던 사실.

        

        이 시설의 거의 대부분은 관리 AI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고, 이는 타입 오메가의 신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저쪽은 유진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냉각실과 서버실, 전력실에 돌입한 15명을 상대하고, 그 와중 진과 레인이 탈취한 섹터 알파와 델타를 수복하려 시도 중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단 하나의 개체가 처리하는 중이었고.

        

        로렌티나는 관리 AI의 성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까지는 몰랐으나, 그 모든 상황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는 실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누군가가 해킹을 시도했고, 그 순간 허공에 떠있는 몇 대 가량의 드론이 일순간 휘청인다.

        

        섬광이 터져나왔다.

        

        

        

       ───카가가각!

        

        

        

       “으아악…!”

        

       “젠장, 조준 잘 해요! 이러다가 아군 오사로 타죽으면…잠깐. 이건…!”

        

       “빌어먹을, 기둥이 무너진다! 후폭풍에서 벗어나!”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초 전 누군가(기둥이 안 부서진다고 투덜거림)

       -진짜 도대체 무슨짓을하고다니면 저런 대처법이 즉석에서 나옴?????

       -팩트)대처법을 생각하지 못한 친구들은 다 죽었다

       -ㅈㄴ 맞는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번이고 반사를 거친 와중에도 끔찍하기 그지없는 레이저의 위력.

        

        일순간 눈 앞을 깜빡이듯 스쳐지나간 레이저가 좌에서 우로 공간을 휩쓴 순간 범위 내의 모든 것이 잘려나간다. 어디 신전에서나 볼 법한 서버-필러pillar가 끔찍한 소리를 내며 폭발, 화염과 전류를 동시에 사방으로 토해냈다. 흡사 죽음을 흩뿌리는 잘려나간 호스와도 같았다.

        

        그런 것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마냥 오메가가 그 몸뚱아리를 비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완전히 희망적인 일은 아니었다.

        

        

        

       “…이런 망할!”

        

        

        

        우우웅!

        

        그 순간 하늘에서부터 떨어져내리는 불꽃의 덩어리들. 단 한 번의 손짓만으로 아직 남아있는 반사 드론에 화려하게 불이 붙더니, 마치 우박처럼 사방을 강타하며 폭발한다. 사방팔방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완전히 얼어붙은 냉각실이 일순간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수류탄의 두 배에 가까운 위력의 폭발. 그런 것이 무차별적으로 주변을 강타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형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었다. 그런 사소한 상황에 전의를 잃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왔으니까.

        

        그리고 이들은 이미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를 얼추 생각해놓았다.

        

        

        

       “무차별적인 폭격 덕분에 지면이 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바로 알 수 있었던 건 다행이군. 점착폭탄-진동 설치 완료. 더 내려간다.”

        

       “격발하겠다. 사전에 논의했던 대로, 남은 친구들은 서버실에서 계속해서 이목을 끌면 돼. 이따 다시 올라오기 편하게 계단도 찾아서 열어주면 좋겠고.”

        

       “…물론이지요. 위에서 고군분투 중인 유진 씨에게도 신호 보낼 테니, 다들 충격에 대비하시길. 전력을 전부 끊어놓기 전에 최대한 할 건 해야죠.”

        

        

        

       -또 뭔데 무친련들아!!!!!!!!!!

       -큰 거 온 다 ! ! ! !

       -충격에 대비하라고? 미쳐써???????

       -몬가…몬가 일어나고 있슴….

       -또 뭔가 터뜨리고 터지고 부수고 뭐하고 그럴거지!!! 액션영화처럼!!!!!

        

        

        

        시청자들의 절규 아닌 절규가 이어졌지만, 그 진가는 오직 이들만이 알 수 있으리라.

        

        진동 폭탄이 격발함과 동시에 안 그래도 반쯤 약해져있던 바닥 일부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난다. 15명이 또다시 절반에 가깝게 분단되었고, 쟁여두었던 폭발물을 휴대한 이들이 수직 통로를 향해 로프를 걸고는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냉각실과 서버실을 느릿느릿하게 돌아다니던 타입 오메가-예비기가 재차 드론을 내보내기 시작했지만-

        

        

        

       “옵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부터 무시무시한 진동이 터져나왔다.

        

        

        

       ───쿠구궁!

        

        

        

       “우와악…!”

        

       “이게 도대체 무슨…헉, 벽면에 금이.”

        

       “냉각재가 쏟아진다! 폴리우레탄 캐니스터 어딨어!”

        

        

        

        계단이 달린 통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중앙 섹터와 냉각실, 그리고 서버실.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드나들 수 있는 좁은 길 위쪽에서부터 바람과 파편이 몰아치고, 공격의 여파만으로 벽면이 무너지며 냉각재였던 액체 질소가 물처럼 쏟아져나온다. 순식간에 냉각실 내부의 기체 성분비가 변동하며 이카루스 기어의 생명유지시스템이 작동을 시작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내에서,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제대로 경청하는 것조차 어려운 미약한 음색이 들려왔다.

        

        

        

       “…아, 여기는 레인. 화력지원 시작할게. 다들 살아서 돌아와.”

        

        

        

       -이 이게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나도 레이드에 진이랑 레인 데려가고십다!!!!!!!

       -ㅋㅋ 이래도 안데려가? 독하다 독해~

       -바이럴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을 이렇게 해놓고 비얌 바이럴이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퍼레이션 웨이스티드 실버.

        

        그 마지막은 혼돈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뭐가…뭐가 문제지? 뭐가 문제인거야…!”

        

        

        

        지이이이잉!

        

        꼬리에서 뻗어나간 엄청난 광량이 중앙 섹터를 한 번 훑고 지나가는 순간 폭발이 터져나오고, 녹아버린 벽면이 마치 피처럼 주르륵 흘러내려 바닥에 쌓인 후 굳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밖에 없는 적을 잡을 수가 없었다.

        

        매 초마다 수백억 번의 연산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탈환 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섹터 알파. 그쪽으로 보내놓았던 수천 기의 무인기들이 매 초마다 깎여 사라진다.

        

        섹터 델타 역시도 마찬가지. 애시당초 관리 AI는 그쪽으로 간 이들이 누군지를 확인한 즉시 반쯤 대응을 포기했다.

        

        전력이 분할되기만을 노린 것은 맞았지만, 어떻게 계속해서 상대의 전력이 분할되고 깎여나가고 있음에도 적들을 상대하는 것이 이토록 힘들단 말인가.

        

        

        

       ‘…우선순위 재설정. 아키타입을 가장 먼저 살해한다…그게 가능했다면 진즉 했겠지.’

        

        

        

        그리 판단을 내린 관리 AI가 정면을 직시했다.

        

        깎여지고 박살나거나 녹아내린 벽면과 바닥, 천장. 그야말로 지옥에서 막 건져올린 것만 같은 비주얼. 관리 AI의 눈에는 정면 전체가 붉은 살상구역으로 지정된 지 오래였다 – 그것이 무엇인가 하니, 섹터 알파와 델타를 차지한 엡실론과 감마의 사격 가능 거리였다.

        

        카탈로그 스펙은 둘째치더라도, 시설 전력을 통해 에너지 부스트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근접전에 돌입하는 순간 타입 오메가는 아키타입을 말 그대로 몇 초만에 녹여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이고 지지부진하게 이온 캐논만을 쏘아대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가까이 가려고 시도하는 순간 기체를 간단하게 산산조각낼 수 있을 위력의 레일건이, 그리고 동체를 순식간에 쇳물 증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플라즈마가 날아들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

        

        

        

        콰아앙!

        

        일순간 기체 조종이 불가능할 정도의 압도적인 속도. 고작해야 아주 조금만 살상구역에 몸을 내밀었는데도 몸의 일부가 뜯겨나갈 정도-였지만, 해당 공격은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었다.

        

        중앙 섹터의 지면을 파고든 레일건 탄환이 시설을 원형으로 둘러싸듯 순환 중인 냉각실의 냉각수, 다르게 말하면 액체 질소 탱크를 사정없이 깨부순다. 기체를 살상구역에 내밀고, 더 나아가 아래층에서 분전 중인 분신도 그닥 공들여 운용하지 않는다.

        

        하부 시설에 침투한 적들을 냉각수에 파묻어버리면서도, 동시에 외부 섹터의 동형기들이 시설의 동력을 멋대로 운용하는 것까지 막아낸다. 서버실과 전력실이 파괴되면 타입 오메가가 발휘 가능한 여력은 약해지겠지만, 판을 뒤엎을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바로 그 표정이 보고 싶었습니다, 아키타입!”

        

        

        

        가용 가능한 전력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소한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하더라도 통제 가능했던 수많은 하위 개체 접근 권한이 일순간 완전히 상실되었다. 그러나 이미 예상했던 바였고, 관리 AI는 순식간에 살상구역을 가로질렀다 – 아무런 공격조차 날아오지 않았다.

        

        타입 오메가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중앙 섹터 한복판을 가로질러 통제실로 직행했고, 그 순간 아키타입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 순간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속도와 파괴력의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콰아앙!

        

        

        

        이미 타입 오메가는 그에 대응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공간 전체를 뒤덮는 섬광. 관리 AI는 전방으로 남은 에너지를 방사해 유진을 통째로 튕겨내버린 것이었다. 벽면에 구겨지듯 처박힌 유진이 힘겹게 숨을 토해내는 사이, 타입 오메가는 반쯤 녹아내린 주변을 확인하며 아직 멀쩡한 패널을 확인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하부에서 흐르는 액체 질소의 양은 최소 수천 톤…계단을 잠가버린다면 저 아래에 내려간 대적자들은 자연히 익사하겠죠. 좋은 시도였지만 더 이상 놔두지 않겠습니다.”

        

       “…그거 우연이로군요.”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요?”

        

        

        

        그러나 유진은 웃으며 입을 열 뿐이었다.

        

        

        

       “저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뭐?”

        

        

        

       ───콰아앙!

        

        

        

        그리고 그 순간 통제실 전체가 꿰뚫렸다.

        

        후폭풍에 휘말린 유진의 신체가 저 멀리로 튕겨나가는 사이, 반 박자 느리게 짓쳐든 푸른 섬광이 방 내부와 그 안에 들어있던 모든 존재와 물건들을 매캐한 금속 증기로 바꾸어 없앴다.

        

        말 그대로 과거형이 되어버린 통제실로부터 30미터 가량 떨어진 폐허, 유일하게 멀쩡한 부분이 오른팔밖에 없던 유진이 힘겹게 신체에 응급용 나노머신 키트를 꽂아넣는다. 뒤틀린 뼈가 강제로 맞춰지는 듯한 기이한 광경.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아키타입-!”

        

       “…와우.”

        

        

        

        모든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타입 오메가가.

        

        흡사 용광로에서 막 건져올린 휴머노이드의 뼈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외형의 무언가가 힘겹게 울부짖으며 박살난 통제실에서 뛰쳐나오는 순간, 유진은 레이드가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힘겹게 그 자리에서 일어선 유진의 눈에 저 멀리에서부터 다가오는 네 명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니, 설령 시설의 동력이 완전히 박살날지언정 개개인이 운용 가능한 에너지는 따로였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섹터 알파와 델타로 향하는 제네레이터가 완전히 박살난 시점에서 진과 레인은 중앙 섹터를 향해 호다닥 뛰어오고 있는 것이었고, 그 와중 이때다 싶어 통제실로 향한 타입 오메가를 향해 포화를 갈겨댄 것이었다.

        

        아직도 반쯤 삐그덕대는 신체에 힘을 주어 힘겹게 일어나자, 어디선가 많이 본 것만 같은 모습의 유저들이 그녀의 근처로 가까이 다가가 팔을 잡고 힘을 주었다.

        

        

        

       “아직 쉬기에는 좀 이르지, 막내.”

        

       “…도대체 왜 없던 꼬리들이 추가된 거예요, 다들?”

        

       “그럴만한 일이 있었거든.”

        

        

        

        현기증에 가까운 감정과 함께, 유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오퍼레이션 웨이스티드 실버는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화로 웨이스티드 실버가 끝납니다

    셋째라고 쓰여있는 친구는 전부 관리 AI를 지칭하는 겁니다

    아직까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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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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