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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천마는 물러섬을 알아선 안 된다.”

       

       그 어떤 하늘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다하여도 도망칠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

       

       결코 패배를 걱정해서는 아니 된다.

       

       생각하야 하는 것은 오롯이 하나. 어찌 하면 하늘을 부술 수 있을 지에 대한 것 뿐.

       

       “허나 그대는 이미 패배하여 있구나.”

       

       그러고도 천마를 자칭하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느냐?

       

       본인은 인정할 수 없다.

       

       설령 그대가 하는 것이 뭣 모르는 아이의 소꿉놀이라 할지라도 천마라는 이름을 자칭한 이상 그에 걸맞는 무언가를 보여야 했다.

       

       “선택하거라.

       

       천마의 이름을 포기할지.

       

       아니면 나라는 하늘을 깨부숨으로써 천마가 되려 할지.”

       

       어느 쪽이건 그대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3]

       [2]

       [1]

       [게임시작]

       

       “오라.”

       

       나에게 그대의 패도를 입증하라.

       

       천마라는 이름을 자칭한 이유를 보여라.

       

       어서.

       

       늑대의 앞에 선 어린 양마냥 벌벌 떨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부딪힐 생각을 하란 말이다!

       

       “선택하지 않을 것이냐?”

       

       그렇다면 좋다.

       

       선택에 망설임이 생겼다면 내 대신 그대의 뜻을 선택해주마.

       

       하늘 아래에서 무릎을 꿇은 이상 그대는 천마가 아닐지니.

       

       그대의 포기를 돕도록 하겠다.

       

       *

       

       화령과 당소일이 수련장을 떠난 후 데케이는 구석에서 편사러브와 이야기를 나누던 권존을 끌고 와 옆에 앉혔다.

       

       “난 왜?!”

       “나 혼자 해설하면 심심하잖아. 같이 하자.”

       “그러니까 왜 나냐고!”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본인의 실력을 입증해낸 사람들이다.

       

       누구를 데려오더라도 해설로서의 자격은 충분했다.

       

       그런데 왜 굳이 자신을 데려왔느냐고 권존이 데케이에게 따져 물었다.

       

       “그야 여기서 천마 미러를 제일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너니까. 만약에 화령님이 편사를 골랐으면 나도 너 대신 편사러브님을 데려왔을 거야.”

       “나 말고 냥냥님 있잖아. 천마는 나보다 저분이 잘해!”

       

       권존의 말대로 이 경기를 해설하기에 최적의 인선은 냥냥권법이었다.

       

       수 년 간 무협게임을 해와서 무공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데다가 천마 하나만 플레이해서 챌을 단 사람이니 천마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권왕 하나만을 플레이한 권존보다는 냥냥권법이 이 자리에 어울렸다.

       

       “냥냥님은 편파가 될 것 같아서 안 돼.”

       

       그렇지만 냥냥권법에겐 커다란 결점이 하나 있었다.

       

       그녀가 화령의 팬을 자처한다는 점이었다.

       

       해설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 양 쪽의 상황을 모두 다 이해하고 두 선수가 두는 치열한 수를 알려줘야 한다.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둘 중 하나의 편을 들기 시작하면 그건 해설이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건 단순히 자신의 선수를 응원하는 팬일 뿐이었다.

       

       “냥냥님이 방송 짬이 몇 년인데 여기서 편파를 해.”

       “물론 알아서 조절하시겠지. 그래도 좋아하면 티가 난다고.”

       

       아무리 냥냥이 중립을 지키려 해도 그녀가 사람인 이상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만약 화령이 약자였다면 데케이는 기꺼이 냥냥권법을 불렀을 것이다. 사람들은 약자를 응원하는 것에 관대하니까.

       

       그렇지만 화령은 강자였다. 데케이가 생각하기에 화령은 별 어려움 없이 당소일을 제압할 게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화령을 응원하면? 그건 문제가 된다.

       

       “이미 온 거잖아. 기왕에 해설 좀 하고 가.”

       “알겠어. 근데 딱 이 경기만 하고 갈 거다?”

       “그래. 근데 나중에 탈락하면 다시 끌고 와도 되지?”

       “되겠냐?!”

       

       네가 해설을 하지 않는 건 재능의 낭비인 걸.

       

       게임 보는 눈 좋지. 목소리 괜찮지. 발음 깔끔하지. 게다가 말주변까지 괜찮으니 권존은 가히 해설을 하라고 태어난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데케이는 속으로 권존이 16강에서 광탈하기를 바랐다. 그럼 할 일도 없는데 해설이나 하라며 끌고 올 수 있을 테니까.

       

       “자! 매치가 준비됐네요! 천마와 천마가 수련장에서 대치합니다!”

       “이렇게 무작정 시작하는 거야?”

       “해설이니까 존댓말 해. 자! 권존님! 두 사람의 승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작정 마이크를 넘겨받은 권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형 대회에 들어오기만 하면 텐션이 너무 높아져서 귀찮다니까.

       

       이럴 거면 공식 대회 해설에 지원을 하든가.

       

       권존은 눈으로 데케이를 욕하면서도 말을 이어 받았다.

       

       “다들 아시다시피 당소일님은 아마추어 천마 중에선 최고라 불릴만한 사람입니다. 실제로 그 실력을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는 걸로 증명했죠.

       

       그렇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화령님은 최근 아피스에 떠오르는 괴물 중 하나거든요.”

       

       “화령님이 그렇게 강한가요?!”

       

       “데케이님이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십 대 떡을 당하신 걸로 아는데.”

       

       권존은 안 해도 될 언급을 하는 것으로 데케이에게 대한 복수를 했다.

       

       “심지어 마지막엔 3초 컷을 당하셨.”

       “화령님이 먼저 당소일님에게 다가가네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무심한 척 공격을 이어나가려던 권존이었지만 데케이의 텐션에 짓눌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까지만 할까. 이미 경기가 시작되기도 했으니 당장은 경기에 집중해야지.

       

       권존의 시선이 다시 경기로 향했다.

       

       당소일의 앞에 선 화령은 대뜸 당소일에게 천마가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뭘 하는 걸까요?”

       

       게임이 시작되기 전 선수들끼리 하는 이야기는 정해져있다.

       

       서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던가. 아니면 상대를 도발하던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하던가.

       

       그런데 갑자기 천마나 뭐냐고 묻다니. 저게 무슨 의미가 있지?

       

       권존이란 이름을 지녔으면서도 무협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그는 화령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문답이네요.”

       “그게 뭐죠?”

       “상대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한 질문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경우에 천마가 뭐냐고 물은 건 도발이죠.”

       

       가르침은 상대의 무지를 전제로 한다.

       

       천마가 무엇이냐는 선문답을 던진 건 너는 천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라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천마알못이라고 깎아내린 거군요.”

       “기선제압을 한 거죠. 당소일님의 대답을 들어 볼까요?”

       

       여기서 이상한 대답을 하면 난 알못이라 선언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두가 납득을 할 만한 대답을 해야 했다.

       

       당소일이 꺼낸 대답은 진부하고도 익숙한 것이었다.

       

       강자.

       

       신교의 교주.

       

       천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일반적으로 떠올릴 법한 단어들 말이다.

       

       그를 들은 화령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당소일의 답이 틀렸다고 말했다.

       

       단정을 짓는 목소리가 얼마나 살벌했는지 당소일의 어깨가 쭈글어 들었다.

       

       “기세에서 완전히 밀렸네요.”

       “당소일님은 소인배니까요.”

       

       대답을 부정 당하던 당소일을 그러다 발끈해선 당신은 천마에 대해 아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화령은 너무도 당당하게 모른다고 대답을 했다.

       

       그녀의 표정엔 한치의 흔들림도 없어서 마치 모른다는 단어가 물음에 대한 정답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해설인 둘조차 할 말을 잃은 침묵 속에서 화령이 미소를 지었다.

       

       “천마란 파천의 존재다.”

       

       화령은 천마가 하늘이라는 억압을 부수는 존재라 이야기를 했다.

       

       자신을 짓누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부수고 그 위에 서는 존재라 말했다.

       

       그러면서 화령은 싸우기도 전에 기가 죽어버린 당소일을 비난했다.

       

       당소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화령에게 압도되어버린 그는 변명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천마라는 이름을 포기할지. 아니면 자신을 쓰러트려서 천마라는 이름을 입증할지 선택하라 이야기하는 화령은 이미 당소일의 하늘이 되어 있었다.

       

       “하하. 화령님은 진짜 천마 컨셉에 진심이라니까요.”

       “멋있네요.”

       

       데케이의 감탄에 뒤이어 권존의 진심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얼핏 거만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저 사람이 뭔데 저런 식으로 말을 하냐는 불만이 새 나올 수도 있었다.

       

       자기도 컨셉러면서 저런 식으로 말을 해야 하냐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채팅창에서도 해설의 입에서도 나오는 것은 감탄뿐이었다.

       

       군림하는 화령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였기에 감탄말고는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편럽 형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편럽 님도 교인이 되셨나요?”

       “장난 아니에요. 요즘 그 형 화령님에 관한 말밖에 안 한다니까요.”

       

       화령의 편사 플레이를 보고 얼마나 감격을 받은 건지 요새 편럽은 입에 화령이란 단어를 달고 살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열성적이었는지 밥을 먹기 전에 화령에게 기도를 올릴 지경이었다.

       

       권존은 그걸 보며 유난이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지금도 그리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편럽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화령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잡담은 여기까지였다.

       

       경기가 시작됐다.

       

       화령은 제자리에 가만 서서 몇 수를 양보하겠단 말과 함께 당소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허나 당소일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화령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만 했다.

       

       “수를 양보한다 했음에도 당소일님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평소 당소일님의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아마 화령님의 말을 의심하고 있을 겁니다. 수를 양보한다고 했지만 저게 함정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거죠.”

       “화령님한테 많이 당해본 제가 보기에 저건 진심입니다. 당소일님이 뭘 하건 받아주기만 할 거에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화령이 내어 준 기회를 놓치면 다신 기회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양보를 해주면 낼름 받아선 최선의 공격을 펼쳐야 했다.

       

       당소일은 이 사실을 몰랐다. 그는 평소 하듯 방어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했다.

       

       지지부진한 대치가 이어졌다.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화령이었다.

       

       기다리다 못한 그녀가 먼저 발을 내딛었다.

       

       화령의 신형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저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홀릴 뿐이에요! 자신의 오감에 집중해야 합니다!”

       

       허나 화령과 싸우는 것이 처음인 당소일은 평소 하던 것처럼 화령의 몸을 눈으로 쫓으려 했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일순에 사라져버린 환영의 뒤를 쫓는다는 건 귀신의 뒤를 쫓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일이었다.

       

       툭.

       

       당소일의 등 뒤에서 나타난 화령이 그의 등을 밀어 넘어트렸다.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급히 일어난 당소일은 멍한 눈으로 화령을 올려다 봤다.

       

       어째서 화령이 자신의 등 뒤에서 나타난 건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끝났네요.”

       

       실력이 밀리는 것도 분명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기세에서 완전히 밀렸단 것이었다.

       

       대회에서 기세라는 것은 형이상적인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요소다.

       

       한 번 마음이 꺾이게 되면 그게 플레이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이 소극적으로 바뀌다 결국 패배주의가 마음에 깃들어서 변변찮은 반항도 못하게 된다.

       

       학습된 절망이 마음을 좀 먹는 것이다.

       

       지금 당소일은 완벽하게 기세를 빼앗겼다. 실력에서도, 마음에서도 밀려버린 그가 역전할 가능성은 없었다.

       

       “끝났어요.”

       

       이제 게임이 시작된 것이지만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소일은 패배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느끼는 겁니다만 in50의 벽이 참으로 높습니다.
    이 위에 계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쟁쟁한 분들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분들과 경쟁을 해서 언젠가 50위 안에 들 날이 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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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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