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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보급부터 세부적인 작전, 전투까지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작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나는 이 모든 일의 원인인 두 사람의 갈등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싸워…!! 칼을 뽑으라고! 계속 뒤로 빼기만 할 거야?!”

         

         “너…….”

         

         이런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왜 스스로의 가능성을 닫아버린 채 끝나려는 거냐.

         

         처음에는 어떻게든 상처를 입거나… 입히는 것마저 피해보고자 대화를 시도하던 헬레나였지만 이제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설득도, 닦달도, 외면도.

         그 무엇도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 에고이스트에 이제는 질릴 만도 하건만, 그녀는 여전히 다른 길이 있으리라 믿는 것 같았다.

         

         치이이익—!

         쿵!!

         

         뿌연 연기에 휩싸인 앤이 다시 한 번 도약한다.

         연소될 만한 물건도 없는 여기서 화재가 발생한 건 아니고, 시설을 헤집고 다니느라 과열된 슈트가 냉각되며 생긴 증기가 날아오른 궤적을 따라 길게 늘어지며 너울거린다.

         

         대항하는 헬레나의 몸이 시시각각 방향을 꺾는다. 벽을 바스러뜨리고 지면을 아이스크림 뜨듯이 도려내는 광란의 공세를 명확히 인식하면서 흘려낸다.

         

         “하…! 후우…!”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간극은 거의 종이 한 장 차. 진압복은 뜯겨져 나갈지언정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냉정함과 그걸 실현할 배포는 아무에게나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쾅! 하고 검집이 슈트의 팔 안쪽을 후려쳐 괴력이 미처 발휘되기도 전에 자세를 무너트린다.

         이미 충분히 험하게 다뤄 군데군데가 금 가고 파편이 떨어지는 상태였지만 어떻게 또 충격을 버텨냈다.

         

         서서히 카타나의 날이 외부로 드러날수록. 앤의 처절한 구애에 시달리는 헬레나의 얼굴도 굳어간다.

         관전자인 내가 구태여 지적하지 않아도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계속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는 걸.

         

         “……네가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이유를 난 도저히 이해해주지 못 하겠어. 하지만… 원하는 게 진짜 싸움이라면…!”

         

         콰드득!!

         

         공중을 유영하듯, 탄력적인 걸음을 유지하던 다리가 지면에 틀어박혔다.

         온정, 미련, 후회 등이 남아있던 눈이 색조를 뒤바꾸고 상대방을 직시한다.

         

         어차피 결말이 머지않았다면 차라리, 더는 물러서지 않고 맞상대해주겠다는 투기가 헬레나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고… 앤도 거절하지 않았다.

         

         “레나…! 레나! 레나레나레나—!!”

         

         전투가 시작된 이래 최초로 헬레나가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드디어 자신을 바라봐 주는 정인의 모습에 고장 난 라디오처럼 애칭만을 반복하는 게 소름 끼쳤다.

         

         맨몸…은 아니지만, 겨우 너덜너덜한 경찰 제복으로 강화외골격 장갑과 내구성 대결을 할 수 없다는 걸 아는 그녀는 영리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부웅!!

         

         짧아진 앤의 머리가 풍압에 나부낀다.

         곧장 품안으로 파고드는 헬레나를 붙잡고자, 포악하게 펼쳐진 갈퀴손이 뻗어졌으나 그녀는 옆구리를 스치듯 빠져나간 지 오래.

         

         “또 도망을…!”

         

         실컷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아직도 자신을 떼어 낼 궁리만 한 원망을 풀고자, 슈트가 거칠게 반전해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벌써 거리를 벌린 줄 알았던 헬레나의 그림자는 온데간데없이… 돌연 강한 압박이 엄습한다.

         

         “큽…?!”

         

         쿠궁!!

         

         발을 헛디딘 앤이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몸을 지탱하고자 내지른 팔이 고랑을 파고, 내리찍어진 무릎이 타일을 부수고 작은 구렁을 만들었다.

         

         슈트의 후면부, 노출된 등을 한 마리 표범처럼 타고 오른 헬레나가 무방비하게 드러난 목을 휘감았다. 사람 한 명이 통째로 얹어졌음에도 착용자에게 아무런 부담도 주지 않는 성능은 훌륭했으나 이 경우엔 독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으그그극……!!”

         

         기습적으로 호흡을 방해받은 앤이 쇳소리를 내며 속박을 풀어헤치려 시도하려다… 스스로의 공격력을 깨닫고 멈칫 한다.

         저런 손으로 목 언저리를 더듬거리다 실수로 자살해버리는 건 염원하던 결말과는 거리가 멀겠지 그래.

         

         아무리 갑옷의 방어 시스템이 날아드는 위협을 마음대로 방어해준다지만, 앤의 반응 자체가 개선된 건 아니다. 단지 모든 움직임이 공학기술의 보조를 받아 강해지고 빨라졌을 뿐.

         

         “……잠깐만 잠들면, 다 끝나 있을 거야.”

         

         “웃… 기지… 마!!”

         

         배후로 돌려진 팔이 대기를 가르고 어깨춤을 긁었지만 헛손질만 반복한다.

         위아래를 뒤엎으려는 발버둥질은 앤의 의식이 멀어져 감에 따라, 점점 느릿느릿해진다.

         

         내 총격에 반응한 것만 보고도 파악한, 단순한 접촉이나 부딪힘 정도는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은 탓에 생긴 시스템의 빈틈을 잘 파고든 결과.

         다소 허망하더라도 무사히 앤을 제압하는데 성공하나 했지만….

         

         – …착용자의 비정상적 심박수 및 호흡곤란 확인, 자율 방어 모듈 활성화. –

         

         “뭐…!!”

         

         으드득! 하고, 헬레나의 경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릎이 지면을 내리치는 반동을 이용해 튀어 오른 슈트가 공중에서 아크로바틱하게 회전하며 짓누르던 원흉을 떨쳐냈다.

         

         황급히 물러난, 아직 자세를 갖추지도 못한 헬레나를 배제하고자 추격이 이어진다.

         

         “크윽?!”

         

         쐐애액…!!

         

         역으로 승기를 잡은 강철 짐승의 발톱이, 바로 전까지 그녀의 머리가 있던 자리를 위태롭게 휩쓴다.

         가슴팍을 찔러 들어오는 진압봉 겸 검집을 당겨진 팔꿈치가 후려쳐 깨트리자, 최후의 최후까지 사용을 미뤄왔던 카타나가 마침내 그 형체를 드러냈다.

         

         연민의 정이 끼어들 여유 따위, 더는 없었다.

         

         괴력으로 합판을 손상시킬 순 있을지라도. 플라즈마 블레이드도 아닌 그저 관리된 날붙이로 합금을 벨 수는 없으니 이제는 급소, 머리를 노려야만 한다.

         

         그나마 목 위쪽으로는 슈트가 없어서 참격이 날아들면 방어 시스템은 앤의 상반신 전체나, 다리를 조종해서 피해야했기에 최적화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일진일퇴.

         

         반경을 제약하기 위해 내밀어진 강철 다리를 헬레나가 걷어차면. 보답처럼 휘둘러진 팔이 그녀의 제복을 길게 찢어 놨다.

         기회를 잡았다 여긴 무쇠 주먹이 수직으로 내리 꽂히니, 잔상만 남겨두고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도 내저어진 칼날이 앤의 쇄골 근처에 아찔한 불꽃을 피워냈다.

         

         꼭 두 권투 선수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존심을 건 인파이팅을 하는 것처럼.

         누가 우위를 점한 건지 구분하기도 힘든 공수 교환이 삽시간에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콜록!! 흐으… 하아…! 그런 미지근한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어…! 레나!!”

         

         “……네가 자초한 일이야.”

         

         제멋대로 혹사당해 상당히 지쳐 보이지만 어쨌거나 정신을 되찾은 앤,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헬레나를 보며 나는 결심을 굳혔다.

         

         …이거 안 되겠다. 정말 마지못해 살심을 품은 사람이 처음부터 한 가지 목표만 쫓아온 광신자를 상대하기엔 불리할 게 뻔하니… 보이지 않게 손을 보태야겠다.

         

         마침 지랄판이 벌어진 현장에서 생존자만 수습해 물러나기 시작한 일부 징수 부대는 내버려두고 저 거슬리는 슈트부터 무력화하기로 결정.

         

         “나와라……!”

         

         피부의 솜털을 곤두세우듯, 세계를 부유하는 배배 꼬인 신호다발을 풀어헤치고 감각적으로 더듬는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지만, 그와 대비되게 점점 가상 공간을 조종하는 게 능숙해지고 있었으니….

         지금의 나라면, 아무런 연결 네트워크나 전송되는 신호 하나만 찾아내도 저 방어 시스템 내부로 파고드는 건 일도 아니리라.

         

         “……이런 망할?”

         

         정정하겠다.

         …만약 예외가 있다면, 지휘부에 있던 블랙박스처럼 완벽한 폐쇄회로를 구축한 기계나 장비는 해킹의 신이 온다 한들 원격으로 망가트릴 수 없었다.

         

         하긴 제어가 필요한 드로이드나 로봇도 아니고, 사용자가 몸소 탑승하는 타입의 병기에 무용한 취약점을 방치할 엑사테크가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고민하는 사이, 저편의 상황은 느닷없이 난입한 병력으로 인해 변곡점을 맞이했다.

         

         “…!! 컨택! 변절한 DS3-1 전투경찰 발견! 근접 교전 중인 아군…에게 오발하지 않도록…!”

         

         “!!”

         

         맨 눈으로 따라가기 벅찰 수준의 난전을 치르던 와중에도, 별안간 튀어나온 파라다이스의 졸개들을 파악한 헬레나가 사선에서 벗어나고자 급하게 응수하던 손을 끊었다.

         

         물론 다짜고짜 눈앞의 앤을 내버려둘 정도로 안일한 판단을 내린 건 아니었다. 일시적인 소강 상태를 만들 요량으로 그녀는 머리 쪽을 향해 카타나를 휘두르며 물러나려 했고….

         

         까드득!!

         

         그 뻔한 수를 슈트의 방어 모듈이 읽어냈을 뿐이었다.

         

         쩌적… 하는 쇳소리와 함께 손아귀에 잡힌 날이 가루가 되어 흘러내린다.

         부러진 날과 칼자루라도 거두어들인 헬레나는 이어서 달려드는 돌진을 팔을 교차시켜 간신히 버텨냈으나… 그 애매한 대항 구도는, 잠깐이나마 멈춰버린 걸음은 너무 치명적이었다.

         

         “……이 죽어도 싼 새끼들.”

         

         쾅!!

         

         폭발탄…? 산탄…? 아니, 표시되는 데이터는 저게 스마트탄이라고 말하는데… 무슨 미친 특수탄이 대상의 코앞에서 터지면서 더 작은 탄환을 흩뿌리게 설계된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아…?”

         

         꽤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광경이라고 내심 생각했다.

         아직 네오 헤이븐의 프롤로그를 알리는 운석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여주인공이 대포 같은 총격에 휘말려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니.

         

         찰나의 순간에도 양팔로 얼굴을 가리고, 최대한 충격에 순응하고자 후방으로 도약까지 감행한 헬레나의 결정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진즉 독하게 대처했다면 저런 부상을 입을 필요조차 없었을 텐데.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역경이 산재했는데, 벌써부터 홀로 고통을 감내하려는 태도에.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분명 나 같은 것도 가족이랬잖아? 그럼… 홀몸이 아닌 걸 자각하고 행동해야지.

         

         딸깍.

         

         “……? 갑자기 정전이….”

         

         지금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도 모르는 징수 부대원 한 놈이 태평한 소리를 지껄인다.

         

         눈 깜짝할 새에 온 지하가 암흑으로 뒤덮여서 놀란 모양인데… 조명 따위에 쓸 전기조차 아까워서 잠시 회수한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지나치게 뒷일만 걱정하는 사람은 당장의 위험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저것들을.

         

         특히나… 날아간 헬레나를 덮치려는 앤까지 포함해서.

         전부 뒈져버리라는 의미로 화려한 불꽃놀이를 장전했다.

         

         “전부 뒈져버려…!!”

         

         경로에 벽이나 유리, 장애물이 몇 개씩 있는지. 가장 멀리 위치한 기계에서 발사된 광선이 실제로 적에게 닿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일절 계산하지 않았다.

         

         그냥 내 제어 하에 있는 모든 병기에게. 지배자로서. 간단명료한 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우리들의 적을 완전히 섬멸하라고…!

         

         키이이이잉—!!

         

         빛 한줄기 존재하지 않게 된 나락을, 붉은 물결이 넘실거리며 갈라버렸다.

         곳곳에서 출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깊은 해구, 가상 세계의 심연으로부터 현실까지 일순간에 의식을 되돌린다.

         부풀었던 풍선이 쪼그라든 것 마냥 허탈함이 전신을 감쌌지만, 억지로 벽을 짚고 일어섰다.

         

         …입가에 느껴지는 감촉을 보아하니 예상대로 코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것 같은데. 진짜 전신에 총알이 박힌 헬레나를 봐 버려서 그런지 영 무덤덤했다.

         

         “…킁!”

         

         바이저에 부착된 전술조명을 키고. 비척비척 격전지를 향해 다리를 움직인다.

         …배려심 넘치는 누군가가 가는 길을 모조리 초토화 시켜 놔서 헤맬 염려는 없었다.

         

         부서진 잔해물, 녹아내린 구조물을 지나치자 드디어 좀 색다른… 오브제가 나타났다.

         

         “…우웩.”

         

         이 동네에 오고나서 불탄 시체도, 폭사한 시체도, 으깨진 시체도 봤지만. 정말 녹아내려서 잿가루와 젤리가 합쳐진 걸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

         필터 덕분에 냄새는 맡아지지 않는데도 시각정보를 전달받은 뇌가 마음대로 그걸 상상하는 게 아주 좆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강화외골격 장갑은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로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안심하긴 일렀다. 비록 미동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명에 앤의 갈색 머리카락이 언뜻언뜻 반사되는 걸 보면, 필시 슈트의 시스템이 반응해서 드러난 급소를 보호한 게 분명했다.

         

         탕!  깡…!!

         

         이 지경이 됐는데도. 발사된 권총 탄환을 슈트가 가까스로 팔을 움직여 쳐냈다.

         

         ……죽었나? 착용자는 죽었는데 방어 모듈만 살아있는 채로 염병하는 건가?

         고민이 자꾸 맴돌았지만 어찌 되었건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얼른 헬레나의 부상을 파악하고 여기서 벗어나야 한….

         

         “……물러나. 아나스타샤 발렌타인…!! 레나는… 헬레나는 내 꺼야…!”

         

         “?! 이 미친년이 진짜 끝까지…?”

         

         황망함도 잠시, 하반신이 잘못됐는지 아니면 슈트가 반쯤 고장나 착용자를 가두는 철의 무덤이 된 건지는 몰라도.

         손을 뻗어 헬레나의 목울대에 올려 놓은 앤이 나를 협박해왔다.

         

         아니, 씨발. 차라리 협박만 했다면 모를까… 이 벼랑 끝에 선 형편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것처럼 사리사욕마저 채우려 들었다.

         

         “크으윽——?!”

         

         “아… 이게 레나의 피…!”

         

         “씹….”

         

         의식이 남아있던 헬레나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상처를 헤집듯 앤은 이마를 그녀의 몸에 대고 마구 비볐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얼굴이 적색으로 칠해지면 칠해질수록… 해맑아지는 표정은 외려 너무나 순수해서 도저히 구제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가진 패를 모두 활용했음에도, 마무리가 어설펐다고 이런 꼴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걸까.

         

         끼긱….

         

         …그때였다. 헬레나의 손이, 부러진 칼을 쥔 손이 천천히 움직인 건.

         

         “…….”

         

         두 눈이 굳게 닫혀 있고, 숫제 기어가듯이 움직이는 카타나에는 아까 전과 같은 힘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재된 감정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타오르고 있었다.

         꿰뚫린 육체와 난도질당한 정신, 결국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넣고 나서야 결심을 마칠 수 있다니… 바보 같다.

         

         문득… 헬레나의 이름에 대한 다양한 가설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추측이 떠올랐다.

         그 어원은…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나라의 언어로 helénē. 그리고 그 뜻은 ‘타오르는 횃불’, 혹은 ‘빛나는 자’.

         

         “……아?”

         

         부드럽게 볼이 쓰다듬어지는 감촉에 앤이 의문을 표했다.

         온기와 냉기. 우정과 증오. 상반된 감정이 격렬하게 소용돌이친 결과가 그곳에 있었다.

         

         그제야 자신의 턱 바로 밑에 드리워진 칼자루를 눈치챈 그녀가 기뻐하며 중얼거렸다.

         

         “이걸로… 난 레나의 안에서… 영원히….”

         

         “……잘 가, 앤.”

         

         손이 당겨진다.

         전처럼 시스템이 아예 인식을 하지 못한 건지, 그게 아니라면… 착용자가 고의적으로 슈트의 기능을 차단했는지 진실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흉터로 남고 싶다는 욕망을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밝은 불빛에 이끌려, 함부로 안에 뛰어든 해충은 어쩌면 그 불꽃의 일부가 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녕히, 앤 그리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제救濟 와 구제驅除 의 말장난을 쓰고 싶었으나… 역시 사이버펑크에 지나친 한자놀이는 어울리지 않네요.
    나중에 헤이롱 사에게 기대해봐야겠습니다.

    2화 분량에는 약간 모자라지만 일차적인 결말까지는 이번 화에 보여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써봤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휴재하고 왔는데 왜 또 지각한 걸까요, 전. 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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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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