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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볼파이톤 lv14】

        【상태】

        「죽은 척」「긴장」

         

        __________________________

        【볼파이톤】

         

        몸길이는 180cm까지 자라는 비단뱀의 일종으로, 몸체가 굵은 편입니다.

        겁을 먹으면 몸을 공처럼 말아서 몸을 보호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독이 없으며 이빨도 그리 날카롭지 않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파이톤이라고 하면 보통 엄청 큰 뱀을 말한다.

         

        큰 종은 아나콘다와 비견될 정도, 아니. 아나콘다보다 더 큰 종이 있을 정도니까.

         

        반면에 이 뱀은 파이톤이라는 이름이 아까운 수준이었다.

         

        오동통하긴 한데 길이가 짧았다.

         

        그래도 레벨이 어느 정도 있어 2m는 넘는 거 같은데, 오직 길이에만 투자하는 뱀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그게 긴 편이라고 말할 순 없었다.

         

        작고 독도 없고 이빨도 약하다.

         

        이 뱀의 존재 의의는 뭘까.

         

        …얼굴이 귀여운 거?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참 귀엽게 생겼다.

         

        내가 도마뱀으로 변해서 혹은 거미들과 어울려 다녀서 눈이 이상해졌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인간일 적 내가 봐도 귀엽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러니까 뱀 치곤 말이다.

         

        내가 그동안 본 뱀은 티타노보아처럼 흉악한 녀석들이었는데 이 녀석은 뭔가 다르다.

         

        주둥이가 강아지처럼 생겼다고 해야 하나? 동글동글한 게 참 온순해 보인다.

         

        게다가 눈도 그렇다. 자세히 보면 파충류 특유의 세로 동공이 보이긴 하는데, 조금 흐리다. 즉, 눈도 동글동글하다는 거다.

         

        “게게게겍.”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녀석의 꼬리가 조금씩 움직였다.

         

        마치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응.

         

        네가 여태껏 살아남은 이유는 귀여워서가 맞구나.

         

        생긴 게 귀여우니 맛도 꽤 있을 거 같다.

         

        다른 뱀과 달리 잔뼈도 별로 없을 거 같고.

         

        살도 오동통해서 많을 거고.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네.

         

        “히에엑!”

         

        내 입가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을 본 뱀이 펄쩍 뛰어올랐다.

         

        뱀이 점프를 할 수 있나?

         

        꼬리 근육이 대단하긴 하나보다.

         

        저걸 스프링처럼 구부려서 점프하는 걸 보면.

         

        미식일 게 분명하다.

         

        “쉬리릭….”

         

        죽은 척하는 건 들통났다는 걸 깨달았는지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저건….

         

        믿을 수 없는 자세였다.

         

        몸을 말아서, 마치 공과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적의 모든 공격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저걸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볼파이톤 lv14】

        【상태】

        「안심」

         

        왜 안심하고 있는 거야.

         

        설마 저러면 내가 못 잡아먹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냥 한입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저거 레벨도 14잖아.

         

        꽤 오랫동안 여기서 살아남았다는 건데, 대체 어떻게 한 걸까.

         

        이 밀림은 딱 봐도 늪지대 하부보다 빡세 보이는 곳이다.

         

        마중 나온 공포새도 그렇고, 입에서 파괴광선을 쏴대는 인면조도 그렇고.

         

        이런 뱀이 저런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곳이 절대 아닌데.

         

        정말 귀여워서 살아남았나?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저걸 잡아먹지 않으면 내가 위험해질 테니까.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와앙.

         

        “히에에에엑….”

         

        뱀의 자세가 무너졌다.

         

        몸을 바들바들 떠는 볼파이톤.

         

        그런 표정으로 봐도 어쩔 수 없어.

         

        ….

         

        저걸 보면 왜 투스와 푸스가 생각 나는지.

         

        됐다.

         

        저걸 먹어봤자 간에 기별도 안 갈 거다.

         

        괜히 영양가 없는 뱀 고기를 먹을 바에, 그냥 다른 사냥감을 찾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할 거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으로 가려는 순간이었다.

         

        “히엑….”

         

        볼파이톤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머리를 까딱거리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이내 내가 자기를 해칠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아챘는지, 은근슬쩍 내게 기어 왔다.

         

        …너무 경계심이 없어진 거 아니야?

         

        슬금슬금 기어 오던 볼파이톤이 입을 살짝 벌렸다.

         

        대체 뭐 하는 건가 싶어서 가만히 지켜봤다.

         

        날 잡아먹으려고 드는 걸까.

         

        저 작은 이빨이 내 비늘을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와앙.

         

        최대한 크게 입을 벌린 볼파이톤이 내 앞다리를 물었다.

         

        이게 한 번 봐줬더니.

         

        기어코 내 뱃속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하는구나.

         

        똑같이 입을 벌리려는 순간이었다.

         

        [HP가 소량 회복됩니다.]

         

        응?

         

         

        *

         

         

        상처에 침을 바르면 낫는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 살균 효과가 있어 상처가 낫기도 하는데, 덧날 확률도 낮지 않으니 권유되는 치료 방법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뱀은 대체 뭘까.

         

        상태창이 증명하는 힐러 뱀이었다.

         

        물론 효과가 뛰어난 건 아니었다.

         

        고작해야 HP 10이 회복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고통은 확실히 가셨다.

         

        …혹시 마취 이런 느낌인가?

         

        이 영악한 뱀이 내 고통을 못 느끼게 한 다음에 날 잡아먹으려는 수작일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놈의 정보를 다시 확인하니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볼파이톤 lv14】

        【상태】

        「의지함」「굶주림」

         

        굶주림.

         

        그래보인다.

         

        오동통한 몸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딘가 허약해 보였다.

         

        꽤 오랫동안 먹이를 먹지 않은 모양이었다.

         

        의지함.

         

        저게 문제였다.

         

        “히엑….”

         

        내 다리에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볼파이톤.

         

        이유는 모르지만, 나와 붙어 있으려고 하는 거 같다.

         

        왜 나한테 의지하는 거지?

         

        내가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했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똑똑한 도마뱀의 머리를 열심히 굴려봤다.

         

        일단 볼파이톤의 레벨은 무려 14다.

         

        내가 투스와 푸스를 맡아서 키웠지만, 그 녀석들도 레벨 10을 넘기지 못했다.

         

        게다가 종마다 레벨이 올라가는 기준이 다르다는 걸 생각하면, 저 뱀은 투스와 푸스보다 레벨을 올리기 힘들었을 거다.

         

        투스 푸스가 게코 도마뱀이라고 하면 저 뱀은 그린 바실리스크나 왕도마뱀 정도 될 테니까.

         

        그런데도 14레벨까지 올렸다.

         

        그것도 이 험난한 밀림에서 말이다.

         

        추측해 볼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이 뱀은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자랐다는 것.

         

        아직까지 유약한 모습을 본다면 아마도 최근까지 그랬을 거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보호자와 헤어진 거고.

         

        공주님 취급을 받고 자라다가 갑자기 야생에 내던져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날 만난 거고.

         

        그렇다면 현 상황이 설명된다.

         

        내가 잡아먹을 줄 알았는데 그냥 간 걸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엉겨 붙고 있는 거다.

         

        뱀의 보호자는 뱀일 테니, 비슷하게 생긴 도마뱀인 나한테 동질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난 널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히에엑….”

         

        지금도 겁을 먹고 있지만, 내 몸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파충류의 피가 차갑다고 한들 이 상태의 뱀을 어떻게 잡아먹을 수 있겠나.

         

        이게 전략이라면 정말 무서운 녀석이겠지만 그래 보이진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한담.

         

        살려두는 것까진 그럴 수 있지만, 이 녀석들 데리고 움직이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투스와 푸스의 보호자에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녀석을 데려가다니.

         

        걔들은 신도라도 됐지, 이 뱀은….

         

        가만.

         

        그래, 신도.

         

        나한텐 개객신앙이 있었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

        【개객신앙】

         

        게코 도마뱀급 신앙.

         

        전설 속의 영물 고모도를 섬기는 이들이 믿는 신앙입니다.

        아직 종교라는 이름이 붙기엔 이르지만,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신앙입니다.

        구성원들의 신앙심이 매우 높습니다.

         

        구성원

        첫 번째 신도: 【아터코푸스 lv9】

        두 번째 신도: 【안트라코마르투스 lv8】

        세 번째 신도: 【당소영】

        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개객신앙은 꽤 좋은 신앙이었다.

         

        현재 이 신앙의 효과는 총 두 개 다.

         

        하나는 개객신앙을 믿는 신도들의 능력치가 소폭 상승한다는 것.

         

        그리고 남은 하나는 개객신앙을 믿는 신도가 경험치를 획득할 때, 일정 부분이 나한테도 들어온다는 것.

         

        그러니까, 자동사냥.

         

        신도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내게 들어오는 경험치의 양이 많아진다.

         

        게다가 내 추측이지만 이 뱀은 굉장한 금수저 뱀일 확률이 있다.

         

        데리고 다니면서 날 섬기게 하고, 나중에 부모로 추측되는 뱀에게 데려다준다면?

         

        부모 뱀이 주는 먹이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 내게 경험치를 헌납하는 거다.

         

        이게 경험치 복사 버그지.

         

        이 뱀의 친구들이 있다면 걔들도 내 휘하로 거둘 수도 있는 거고.

         

        뱀아.

         

        너 계 탄 거야, 임마.

         

        “게게겍!”

        “히에엑!”

         

        내 울음소리를 따라 하는 걸까?

         

       생각보다 마음이 잘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급한 게 하나 있다.

         

        일단 먹을 거부터 구하는 거.

         

        이 녀석도 쫄쫄 굶었을 테니 먹이를 가지고 있을 거 같진 않지만, 적당한 사냥감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거다.

         

        꼬리와 손을 이용해 녀석에게 질문을 했다.

         

        대충 배를 두드리고 입을 크게 벌려,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전해줬다.

         

        “쉬릭!”

         

        뱀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래.

         

        이 밀림은 나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 믿어도 되겠지.

         

        뱀은 내 목에 몸을 휘감고 머리를 꼿꼿이 세워 방향을 제시해 줬다.

         

        …조금 숨이 막히는 거 같긴 한데, 그냥 우연이겠지?

         

        좋아. 뱀아.

         

        한번 잘 지내보자고.

         

        지금 개객신앙에 가입하면 서열 4위로 올라갈 수 있으니까 참고해 주고.

         

        그렇게 뱀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을 때였다.

         

        [「위기 감지 lv9」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응? 이 스킬 레벨이 갑자기 왜 오르는 거지?

         

        스킬의 레벨이 오르는 경우는 반복해서 사용해 숙련도가 증가하는 경우밖에 없었다. 그렇다는 건 위기 감지가 계속 발동했다는 건데….

         

        글쎄다. 내 모든 감각이 그걸 부정하고 있었다.

         

        위기는 아까 인면조를 만났을 때가 위기였지.

         

        그때 올라간 숙련도가 지금 적용된 건가?

         

        [「살기 감지 lv1」을 획득합니다.]

         

        살기 감지?

         

        위기 감지가 10레벨이 되었다고 주는 거야?

         

        고맙긴 한데, 뭔가 께름칙하다.

         

        살기 감지를 받은 순간에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멀리서, 어떠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나를 향하고 있다는 기분.

         

        [첫 번째 신도, 【아터코푸스 lv9】가 언짢아합니다.]

         

        [두 번째 신도, 【안트라코마르투스 lv9】가 긴장합니다.]

         

        [세 번째 신도, 【당소영】이 눈치를 봅니다.]

         

        갑작스럽게 내 신도들의 상태를 보여준다.

         

        당소영이 눈치를 보는 건 아마 천마신교에 들어가서 그러는 거겠고.

         

        투스와 푸스는 왜 저러는 걸까?

         

        별일 없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희한하네.

         

        타이밍이 이러니까, 꼭 저기서 살기를 보내는 거 같잖아.

         

        [??, 【네필라 쥐라시카 lv30】가 연적의 등장에 매우 분노합니다.]

         

        넌 왜 이래.

         

        신도도 아니잖아. 앞에 있는 물음표는 대체 뭐야.

         

        연적의 등장은 또 뭐고.

         

        설마 저 뱀을 말하는 거야?

         

        그리고 너희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당가의 네 자매가 보내는 정체 모를 살기에 고개를 숙였다.

       

       [??, 【네필라 쥐라시카 lv30】가 당신의 파렴치한 행동에 매우 크게 분노합니다.]

        

        “게에엑….”

         

        그러려는 게 아니야.

         

        내가 다 해명할 수 있어.

         

        ……가만, 내가 왜 해명해야 하지?

         

        HP가 부족해서 그런가, 사고방식이 이상해지는 거 같다.

         

        “게게겍!”

         

        빨리 배부터 채워야지.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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