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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리리나, 리리나.”

     

   여느 때처럼 아슬란의 방을 청소하고 나왔던 리리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약간 음침한 웃음을 흘리는 시녀가 있었다.

     

   “밖에서 누가 찾던데?”

     

   리리나는 반쯤 감은 눈을 깜빡거렸다.

   자신을 찾아올만한 사람이 있었나 하고 고민하는 것이었다.

     

   “귀여운 남자애였어. 언제 또 그런 애를 홀린 거야?”

     

   하지만 이어진 말을 듣고,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녀가 가리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크라슈 님?’

     

   그가 자신을 직접 찾아오는 일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찾아온 건 자신이 부탁한 일 때문이라는 것인데.

     

   ‘불과 며칠 만에 찾으셨다던가…….’

     

   어쩌면 정말로 발하임 가문의 힘을 끌어다 사용한 걸지도 모른다.

   할그람에서 오랜 기간을 살았던 리리나도 수소문해 찾지 못했던 사람을 찾았다는 건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크라슈 님은 끼니도 다 챙겨 못 드실 정도로 가문에서 배척받으실 텐데.’

     

   그런 그가 가문의 힘을 끌어 쓰는 건 절대 쉽지 않았던 일일 것이다.

   그런데 자기를 위해 부탁을 기꺼이 받아 주었다.

     

   리리나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괜히 다른 곳으로 생각이 무심코 튀었다.

   흠흠 하고 그녀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도끼 병이다. 도끼 병.’

     

   리리나는 스스로에게 정신 차리라는 듯 자기 볼을 두 번 정도 톡톡 치곤 시녀에게 물었다.

     

   “어디에 계셨어요?”

   “시녀들이 자주 다니는 뒷길 알지? 거기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야.”

   “고마워요.”

     

   그녀는 시녀의 음흉한 웃음을 애써 무시한 채 뒷길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정원을 지나 뒷길로 도착한 그녀는 뒷길 문을 슬쩍 열어 보았다.

     

   하지만 왜인지 입구 앞은 텅 비어 있었다.

   어째선가 무심코 기대했던 그녀의 얼굴에 아쉬움이 담겼다.

     

   “뭔가 착각한 건가.”

     

   시녀가 잘못 알려줬다고 생각한 찰나였다.

     

   “리리나 씨.”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검푸른 머리카락의 소년이 서 있었다.

     

   리리나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 불쑥 솟았다.

     

   “시녀들이 자주 다니는 길에 혼자 계시면 시녀들이 누구 남자친구냐면서 장난칠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째선가 나오는 말은 살짝 틱틱거리는 장난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자기 스스로도 왜 자꾸 이런 발언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런 장난치는 사람은 리리나 씨, 밖에 없습니다.”

     

   그는 리리나의 짓궂음에도 무척이나 능숙하게 받았다.

   리리나는 그런 그를 볼 때마다 종종 신기했다.

     

   그와 대화할 때는 언제나 막히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공원에서 크라슈를 만나 대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와 대화하는 건 꽤 즐거웠으니 말이다.

     

   “그럼 저를 직접 찾으신 이유는 뭔가요? 혹시 다른 의미가 있다든가 하면 살짝 죄송할지도 몰라요.”

   “직접 찾은 중요한 의미가 있긴 하죠. 리리나 씨가 부탁한 일에 관해서 말이에요.”

     

   리리나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역시 크라슈는 아슬란의 친구였던 도로시의 정보를 알아 온 것이 분명했다.

     

   “엄청 빠르네요.”

   “얻어먹은 밥값은 해야 하는 법이잖아요?”

   “정말이에요. 농담 삼아 한 말인데 설마 이렇게 빨리 알아 오실 줄은 몰랐어요.”

     

   리리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야기하기 적당한 장소는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살짝 뒷길 문을 열었다.

     

   “안쪽 정원으로 가요. 이야기하기 괜찮은 장소가 있어요.”

     

   시녀장에게 꾸중 받을 확률이 높지만, 지인을 잠깐 들이는 것 정도야 다들 쉬쉬하는 일이다.

   그러니 리리나는 괜히 남들 눈에 띄기 전에 크라슈를 데리고 안쪽 정원으로 이동했다.

     

   봄철이라 한창 꽃들과 초목이 우거진 정원.

   슬슬 밤이 되기 시작해서인지 약간 쌀쌀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리리나가 바람을 따라 때마침 발걸음을 멈추었다.

     

   크라슈를 돌아본 그녀의 눈에는 이제 말해도 괜찮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크라슈도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곧장 본론부터 꺼내기로 했다.

     

   “도로시 양의 건입니다만. 우선, 말씀드리자면 도로시 양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네?”

     

   그 순간 리리나가 굳었다.

   전혀 생각 못 한 발언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 그녀가 되묻자 크라슈는 주변을 슥 훑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것이었다.

     

   “정령에 관해 아십니까.”

     

   그러곤 크라슈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할그람의 도시는 정령왕의 숲과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정령은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리리나도 마찬가지였다.

     

   “정령이라면 침식종을 말하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리리나의 눈이 흔들렸다.

   크라슈가 지금 왜 정령을 말했는지 눈치챘기 때문이다.

     

   “설마 도로시 양은…….”

   “정령입니다.”

   “그럴 리가.”

     

   리리나는 크라슈의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리리나가 봤던 도로시는 누가 봐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보아도 침식종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침식종이 계속 진화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침식종이 진화를요?”

     

   리리나는 일개 직속 시녀일 뿐이다.

   살면서 침식종을 볼 일이 더 드문 그녀다.

     

   당연히 그런 사실까지는 알 수 없었다.

     

   “침식종은 꾸준히 진화합니다. 정확히는 세계 침식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학습하고, 경험하며 그러한 것들을 쌓아 세계 침식에 묻어내죠.”

     

   그래서 세계 침식은 발생 즉시 없애야만 한다.

   그대로 뒀다간 걷잡을 수 없을 때까지 성장해 버리니까.

     

   하지만 간혹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이미 커져 버린 세계 침식이 있다.

     

   사람이 세계를 잡기 전부터 존재했던 세계 침식들.

   금역이 바로 그러했다.

     

   그러니 인간은 금역과 사람이 사는 장소를 구분했다.

   괜한 학습 능력을 줄 바에야 아예 원천 차단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다.

     

   “도로시 양은 그런 정령왕의 숲이 만들어낸 새로운 정령입니다. 인간형에 가장 가까운 정령인 셈이죠.”

     

   인간과 함께 살았던 혼돈의 정령을 통해 정보를 흡수해 태어난 정령.

   그것이 바로 도로시였다.

     

   리리나가 더더욱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슬란의 친구가 정령이라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도 도로시 양을 찾으시겠습니까?”

     

   지금 상황을 절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하물며 이그리트 가문의 직계인 아슬란에게 정령이 붙어 있다는 사실은 여러 소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렇다면 도로시를 찾지 않는 게 어쩌면 아슬란에게 더 좋을지도 몰랐다.

     

   리리나는 아슬란의 직속 시녀.

   그가 가장 나은 방향으로 도와야 하는 역할이다.

     

   “네.”

     

   하지만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주위 모두가 손가락질하더라도 저는 아슬란 님을 따르는 시녀입니다. 지금의 아슬란 님께는 도로시 양이 필요해요.”

     

   설령 언젠가 이 일을 후회하게 될지라도.

   아슬란에게 도로시는 필요한 존재였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크라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뭐든 할게요. 말만 해주세요.”

   “아슬란 씨를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크라슈가 아슬란에게 직접 해야 할 말이 있음을 눈치챘다.

     

   “제 역할은 거기까지인 거군요.”

   “오히려 여기까지 해주신 거죠.”

     

   리리나는 치맛자락을 꾹 잡곤 크라슈에게 고개를 숙였다.

     

   “크라슈 님, 앞으로도 끼니 걱정 없이 계속 챙겨 드릴게요. 그러니 아슬란 님을 잘 부탁드려요.”

     

   참, 그녀다운 부탁이었다.

     

     

   * * *

     

     

   아슬란 이그리트.

   올해로 15살이 되어 성인이 된 그는 오늘도 저녁이 되어갈 무렵에야 눈을 떴다.

     

   붉은색의 긴 머리, 밤에만 활동하기에 흰 피부와 진한 다크써클이 눈에 띄는 그는 암막 커튼 쪽을 힐끗 보았다.

     

   그 커튼은 닫힌 채 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예전이었다면 몰래 왔을 손님이 열었을 커튼이 말이다.

     

   「아슬란, 또 늦잠이야? 난 아카데미 마치고 바로 온 건데. 나 기다려줘야지.」

     

   그녀의 목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선명하게 떠올랐다.

     

   ‘도로시.’

     

   그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아슬란은 낯빛이 어두워졌다.

     

   자신에게는 유일한 구원이었던 그녀는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까.

     

   단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도로시의 마지막 웃음이 그려질 뿐이었다.

   불길 속에서 지은 그녀의 웃음 말이다.

     

   그러는 순간이었다.

     

   똑똑-

     

   갑자기 창문 너머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들짝 놀란 아슬란의 눈이 창문으로 향했다.

     

   그의 눈 속 당혹감이 서렸다.

   동시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윽.”

     

   아슬란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다 목에서 오는 통증에 침음을 삼켰다.

   목을 매었을 때 생긴 통증이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애써 목을 누른 채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곤 홱하니 암막 커튼을 연 순간 아슬란의 눈에 못 보던 얼굴의 소년이 보였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어깨에는 까마귀를 올린 특이한 모습.

   나이는 자신보다 연하일까.

     

   소년은 창문을 한 번 더 두드렸다.

   마치, 창문을 열어 달라는 모습이었다.

     

   아슬란은 의문을 느끼면서도 홀린 듯 그 창문을 열었다.

   도로시가 이렇게 종종 창문을 두드린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넌…….”

   

   

   

   

   

   

   “아슬란.”

     

   밤하늘이 드리운 달빛 아래.

   소년이 자신의 이름을 아는 듯 불렀다.

     

   그의 푸른색 눈동자가 띠는 이채는 그를 묘하게 주목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도로시를 되살리고 싶냐.”

     

   그러는 순간 소년이 툭하니 질문을 던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아슬란의 눈이 부릅떠졌다.

     

   소년이 도로시의 이름을 아는 건 그렇다 쳐도 도로시의 현 상황을 안다는 듯이 말했기 때문이다.

     

   “……되살리고 싶어.”

     

   그래서인지 아슬란도 홀린 듯이 대답했다.

     

   되살리고 싶다.

     

   그 마음만큼은 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소년의 어깨 위 까마귀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흩날리는 검은 깃털과 함께 소년은 그 아래에서 진한 미소를 그렸다.

     

   “좋아. 그럼 거래하자.”

     

   기묘한 소년과 함께 시작된 도로시를 되살릴 거래.

   그 거래란 단어를 듣고, 아슬란은 멍하니 물었다.

     

   “넌 악마인 건가…….”

     

   사람을 유혹해서 거래한다는 악마.

   침식종 중에 분명 그런 괴물이 있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무심코 그 말을 내뱉자 소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악마는 개뿔이, 악마는 이런 거래 안 해. 팔다리 다 잘라 놓고, 팔다리를 붙여 주는 대신 대가를 지불 해라하는 놈들이라고.”

     

   악마 같은 놈들이랑 비교해서 쓰나.

   괜히 기분 나쁜 기억이 떠올랐다며 소년이 눈살을 찌푸리자 아슬란도 덩달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이내 그는 잠시 눈가를 짚더니 곧 서서히 그 눈을 떴다.

   방금까지 흐리멍덩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크라슈가 무척이나 잘 알던 아슬란의 총명한 눈동자가 그 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듣고 싶은데.”

     

   크라슈는 그제야 미소 지었다.

   다행히 그는 자신이 알던 아슬란이었다.

     

     

   * * *

     

     

   크라슈에게는 과거였던 회귀 전 기억.

     

   불타버린 붉은 마탑의 아래.

   아슬란은 허탈함을 머금은 표정으로 입에 궐련을 물었다.

     

   오늘 그는 자기 할아버지인 염왕의 장례식을 끝마쳤다.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으로 인해 붉은 마탑은 불타버렸고, 그의 할아버지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슬란의 표정에 깃든 감정은 애석함이 아니었다.

   그는 자기 할아버지인 염왕에게 줄곧 원한을 맺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 원한을 해소할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크라슈.」

     

   불붙은 궐련에서 아슬란이 연기를 천천히 내뿜었다.

     

   「네가 세상을 지키려는 이유는 뭐냐.」

     

   늘 침착함의 상징이었던 그였지만 그날만큼은 그 침착함을 유지 못 하겠다는 듯, 아슬란은 눈을 감았다.

     

   「나는 이제는 모르겠다.」

     

   그의 죽음까지 불과 32일이 남은 날이었다.

     

   ‘모르겠다라.’

     

   크라슈는 짧게 스쳐 지나간 기억과 함께 정원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깡마른 몸과 붉은색 머리, 그리고 월음지체의 상징과 같이 투명할 정도로 흰 피부와 눈그늘.

   크라슈는 아슬란의 진짜 얼굴을 오늘에서야 처음 보았다.

     

   그도 그럴게 크라슈의 기억 속 아슬란은 화상 흉터투성이에 붕대를 전신에 두른 죽어가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슬란은 그때와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 아슬란의 ‘고집’을 꺾을 것 ]

     

   블랙 후드를 사용했을 때 생겨나는 다이얼의 내용.

   아슬란의 월음지체를 대상으로 블랙 후드를 사용했을 때 나오는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판박이였다.

     

   ‘하여튼 똥고집하고는.’

     

   아슬란도 필히 오래전부터 월음지체를 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타인의 힘이 아니었다.

   놈은 제힘으로 월음지체를 이겨내어 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참, 예나 지금이나 고집스러운 놈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크라슈는 아슬란을 인정했다.

     

   저 고집 하나로 월음지체를 스스로 불살라 염제까지 오른 놈이 바로 아슬란이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 거다.’

     

   그때는 없었던 자신이 지금 이곳에 있으니까.

   놈이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녀석을 살려 버릴 거니까 말이다.

     

   염왕이 죽고 난 뒤 당시의 아슬란은 세상을 지킬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강제로라도 놈에게 살 이유를 심어줄 작정이었다.

     

   ‘내 뒷심이 돼줘야 하니까.’

     

   나중에 우는소리를 할 때까지 굴려주겠다며 크라슈는 결심했다.

   이 고생한 대가는 똑똑히 받을 작정이었다.

     

   “크라슈 님.”

     

   그러는 순간 정원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리나가 자신을 불러왔다.

   반쯤 감긴 그녀의 눈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여럿 달려 있었다.

     

   아슬란이 죽은 날, 그녀는 무척이나 슬피 울었다.

   펑펑 울던 그 눈물을 크라슈는 아직까지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자신이 감싸 안았던 것도 말이다.

     

   “일은 잘 해결하셨나요.”

     

   리리나가 크라슈에게 질문하자 크라슈는 아슬란의 저택을 힐끗 보았다.

     

   “예, 아슬란과 이야기는 마쳤습니다. 도로시를 되살릴 방법에 관해 아슬란도 납득 했고요.”

     

   크라슈는 도로시를 되살릴 방법을 그에게 확실하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들은 아슬란은 경악을 보였다.

     

   「그런 방법을 어떻게…….」

     

   아슬란은 정령에 관해 이 잡듯 정보를 찾았다.

   혹시나 한 줄기 희망을 잡을 수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러나 정령왕의 숲을 관리하는 이그리트 가문조차 찾지 못한 정보였다.

   당연히 그런 정보를 크라슈가 알고 있다는 게 아슬란은 믿을 수가 없었다.

     

   「너한테 방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을 텐데?」

     

   크라슈라고 해서 모든 이야기를 해줄 생각은 없었다.

   아슬란 또한 크라슈를 깊게 캐지 않았다.

     

   아슬란과 크라슈는 거래 관계다.

   거래를 성사할 수만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 두 사람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 부분에서 두 사람은 닮아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말이다.

     

   「거래할게. 네가 원하는 조건을 말해줘.」

     

   이후 아슬란은 크라슈가 월음지체를 원한다는 말에 황당함을 표했긴 하나 그는 거래에 확실히 응했다.

     

   그 또한 이 방법만이 도로시를 살릴 방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사전에 딱 하나 미리 필요한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크라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리리나 씨께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저에게 말인가요?”

     

   리리나는 눈을 살짝 치켜떴다가 이내 자세를 바로 했다.

   크라슈는 아슬란의 소중한 친구인 도로시를 살려줄 유일한 사람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할 작정이었다.

     

   “뭐든 시켜만 주세요. 크라슈 님의 여자친구라도 되면 될까요. 메이드랑 귀족의 사랑 낭만적이잖아요?”

     

   리리나는 장난스럽게 치마를 들어 고개를 숙인 채 명령받는 메이드처럼 행동했다.

     

   “…….”

     

   크라슈가 침묵한 채 그녀를 바라보자 리리나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너무 진지한 분위기길래. 잠시 농담 좀 해본 거니까.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본인이 괜히 더 부끄러워졌다며 리리나는 손부채질하였다.

   하지만 크라슈가 바로 대답 못한 이유는 다른 이유 탓이었다.

     

   ‘……아서, 짜증 나지만 지금은 너한테 조금 공감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과거와 똑같이 겹친 대사를 들으며 크라슈는 잠시동안 눈썹을 매만졌다.

   괜히 옛날 생각이 나서 조금 기분이 뭐해졌다.

     

   애써 외면했건만, 나원.

     

   ‘나도 참, 등신이군.’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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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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