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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57 – 골인>

     

    플라톤 교수는 종족부터 에고아이템이다.

    인간이기를 그만둔 존재라는 뜻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그래서 본인은 생각했다. 최고로 건강한 몸을 만들어 그곳에 빙의되면 누구보다 건강한 정신을 지닐 수 있다고!”

    “보아라. 이것이 전 재산을 털어 만들어낸 최고로 건강한 레어메탈의체. 교장의 진심펀치를 맞고 가루가 되어도 재생할 수 있는 신체다.”

     

    몸에서 빛을 내며 반짝이는 신체에 즈앙이 “티토소가 보여주면 좋아하겠네.”라고 중얼거렸다.

     

    “신입생 제군들에게도 건강한 몸에 깃드는 즐거움을 깨우치게 해주고 싶지만 레어메탈은 비싸다! 백만 포인트를 가져오더라도 값이 부족하지.”

     

    필요 없어.

    진심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학생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플라톤 교수는 강의테마를 공개했다.

     

    “하지만 열악한 유기물 덩어리로도 건강한 몸을 가질 방법이 있다. 바로 격한 운동으로 신체를 개발시키고 풍부한 식사로 회복속도를 올리는 것이지!”

     

    학생들의 눈이 번뜩였다.

     

    “풍부한 식사?”

    “밥 주나요?”

    “2인분 먹어도 돼요?”

     

    플라톤 교수는 흔쾌히 대답했다.

     

    “물론! 2인분이 아니라 10인분을 마셔도 되네.”

    “우와아아아!”

    “플라톤 교수님이 최고야!”

    “아카데미의 양심! 살아있는 지성!”

    “인간이기를 그만둔 최고의 교수님! 너무 멋져!”

     

    사방에서 쏟아지는 아부를 능숙하게 웃는 얼굴로 받아주는 플라톤 교수.

    그가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식사를 하고 싶나?”

    “네!”

    “잔뜩 먹고 싶나?”

    “네!!”

    “그럼 뛰어라. 저 산을 향해서 전력을 다해 뛰었다가 강의시간이 끝나기 10분 전까지 체력을 10% 이하로 남기고 돌아오는 것. 이것이 너희의 첫 임무다.”

     

    플라톤 교수가 학생들의 어깨를 툭툭 치자 어깨 위로 주먹 크기의 근육맨 조각상이 나타나 껌딱지처럼 들러붙었다.

     

    “으엑. 이게 머야.”

    “근육 너무 많아. 징그러워.”

    “교수님을 이백 분의 일 사이즈로 줄인 건가?”

     

    이 미니어처의 정체는 교수의 마이너카피에 해당하는 일종의 분신체. 그 역할은…

     

    “오크노디의 남은 체력은 90%.”

    “지젤의 남은 체력은 82%.”

    “손오천의 남은 체력은 96%.”

    “이사벨의 남은 체력은 88%.”

     

    컨디션측정기.

    혹은 학생들을 절망에 빠뜨릴 남은체력측정기다.

     

     

    * *

     

     

    오미네 산까지 달리는 길.

    서로 친한 학생들은 보조를 맞춰 같이 뛰는가하면, 갑자기 급발진해서 온 힘을 다해 산을 타고 마구 오르기도 했다.

    체력바보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에 속했는데, 이사벨은 오크노디의 체력이 의외로 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였다.

     

    “벌써 보이지도 않네.”

    “그러게 말입니다.”

     

    자신들만 남겨졌다고 서운함을 느끼기도 잠시.

    지젤과 이사벨은 그들의 생각이 너무 물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젤의 남은 체력은 75%.”

    “이사벨의 남은 체력은 84%.”

     

    체력이 내려가지 않는다.

    아니, 내려가고는 있지만 그들의 생각 이상으로 체력이 오래 유지된다.

     

    “이 시험, 정말로 체력을 10% 밑까지 내리는 게 가능하기는 한 겁니까?”

    “될 거야. 상당한 속도로 단숨에 체력을 쏟아내야 해. 전력질주를 10분 넘게 한다거나,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때까지 힘을 다 소진하던가.”

    “미치겠군요. 이건 육체파에 너무 유리한 강의 아닙니까?”

    “아니. 단련에 익숙한 학생일수록 이 강의는 불리해. 그것도 압도적으로.”

    “그 말을 다 죽어가는 제 옆에서 하는 겁니까?”

     

    땀을 비 오듯이 흘리는 지젤의 모습에 이사벨은 오히려 부럽다는 티를 냈다.

     

    “난 당신의 그 게으른 몸이 부러운걸.”

    “놀리는 겁니까? 아무리 사람 좋은 저라도 이럴 때는 화냅니다.”

    “놀리는 게 아니야. 당신의 체력, 그 사이에 또 내려갔잖아.”

     

    지젤의 어깨에 앉은 플라톤 교수의 분신체가 시선을 의식하고는 말했다.

     

    “지젤의 남은 체력은 74%.”

    “하락속도!”

    “그게 부럽다는 거야.”

     

    지젤은 깨달았다.

    운동을 별로 안한 자신은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을 낮추기 쉽다.

    하지만 일상이 운동인 체력바보들에게 순수한 체력을 깎는 강의는 소모해야 하는 체력의 총량과 거기에 드는 노력의 차원이 다르다.

     

    “그럼 손오천과 오크노디양은…….”

    “힘든 강의가 되겠지. 지금껏 들은 모든 강의를 합친 것보다도.”

     

     

    * *

     

     

    도로시는 자신이 있었다.

    아카데미 밖에서 그녀의 직업은 숲지기.

    견습이라고는 해도 울창한 숲속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몸이다.

    숲과 산은 다른 지형이기는 해도 숲을 질주하는 요령은 산에서도 일정부분 사용할 수 있다.

     

    ‘헤헹. 왠지 즐겁네.’

     

    요령이 없어서 자신보다 강하면서도 뒤처지는 이들을 하나씩 뒤로 떨쳐내는 기분이란 정말 최고다.

    “거짓말, 마나연공법의 신체보조를 맨 몸으로 따라잡다니!”라거나, “인간의 속도가 아니야.”, “변방의 풀쟁이 따위에게 지다니.” 같은 소리를 하던 귀족들을 제칠 때에는 특히 기분이 좋았다.

     

    “도로시의 남은 체력은 45%.”

     

    시작체력이 90%였음을 감안하면 1시간만에 정확히 절반의 체력을 소모했다.

    돌아가는 길에도 나머지 절반의 체력을 소모하면 정확하게 남은 체력을 모두 소모할 수 있다.

    계획은 완벽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헉, 헉… 너무 힘들어…!”

     

    체력은 0%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힘들다.

    수치적으로는 같은 45%라도 만전에 가까웠을 때의 45%와 바닥으로 치닫는 45%는 몸이 느끼는 부담의 차원이 다르다.

    초인적인 정신력을 지닌 것이 아니고서야 체력을 0%까지 마지막 한 방울마저 쥐어짜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너무 멀리 왔어!’

     

    앞서 위풍당당하게 지나쳤던 귀족들이 부럽고 자신이 막 원망스러웠다.

     

    ‘어라? 근데 출발 직후부터 아직까지 한 번도 얼굴 못 본 사람들도 있지 않나?’

     

    도로시는 깨달았다.

    자신보다 더 빠르게, 더 멀리 가버린 학생들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망쳐도 꼴지는 아니야!’

     

    세상에는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이 있다.

     

    “악! 또 따라잡혔어!”

    “진짜 왜 저렇게 빠른 거냐고!”

    “제발 넘어져!”

     

    제국귀족학생들의 애타는 외침에 코웃음을 치며 그들의 옆을 제쳤다.

     

    “도로시의 남은 체력은 8%.”

     

    죽을 힘을 다해서 뛴 결과, 공터에서 플라톤 교수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를 반겨주었다.

     

    “훌륭하구나! 돌아오는 길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체력을 10% 안으로 맞춰서 도착하다니.”

     

    그녀는 깨달았다.

    이 산을 달려 올라가던 때보다 더욱 빠르게.

    돌아오는 시간동안 자신이 성장했음을.

     

    “제가 1등이에요?”

    “1등이란다.”

    “해냈다!”

     

    열심히 뛰고 먹을 거라도 잔뜩 먹고 싶었지만 막상 땀을 흥건히 쏟고 나니 뭘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전혀 들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공터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자신이 제쳤던 제국귀족들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꼴이 보인다.

    그런데 웬걸, 다가올수록 점점 이쪽으로 오는 걸음이 느려지더니 도착을 하질 못했다.

     

    “으에엑!! 저게 모야!!!”

    “말하지 않았니? 도착점에 도착하는 것은 남은 체력을 10% 이하로 만든 다음이라고. 저 학생들은 체력이 10%를 넘었으니 체력감소를 돕는 거란다.”

     

    게으름을 부리다가 출발선 가까운 곳에서 어슬렁어슬렁 돌아오던 학생들의 어깨에서 플라톤 교수의 미니 분신체들이 덩치를 마구 키웠다.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짓눌려서 넘어진 학생들이 공터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사실상 확정이 된 상황!

     

    “아이고, 죽겠다.”

    “다 왔어, 지젤 씨. 조금만 더 걸어.”

     

    체력이 약한 학생들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공터에 오자마자 공터바닥에 대자로 엎어졌다.

     

    “둘은 어디서 뛰다가 왔어? 오는 길에 지나가면서 본 기억도 없는데.”

    “근처 언덕만 몇 백 바퀴 돌고 왔어.”

    “그런 방법이……!”

     

    오크노디의 입학시험 공략법을 보면서 잔재주에 눈을 뜬 이사벨이 찾아낸 편법.

    공터에 돌아오는 조건은 체력이 10% 이하이기만 하면 되니 근처에서 모든 체력을 다 쓰고 돌아오는 거리는 최소한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오크노디도 반복달리기 하고 있었어?”

    “아니. 제일 먼저 선두로 달려 나갔어.”

     

    먼저 달려 나간 학생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은 공터 근처에서 체력이 10%를 넘겼다고 무럭무럭 자라는 분신에 짓눌려 쓰러졌다.

     

    “하아?! 오기 전에는 분명 9%였잖아!”

    “매스각키의 남은 체력은 11%.”

    “조금 천천히 갔다고 그새 체력이 찼어?!”

     

    제국 2황녀 매스각키를 위시로 편법을 깨우쳐서 급히 반복달리기나 팔굽혀펴기 등을 하며 체력을 소모하려 애쓰는 이들도 부지기수!

     

    쿵- 쿵- 쿵-

     

    한참 땀 흘리며 애를 쓰던 학생들의 고개가 산 저편에서 들리는 굉음을 쫓았다.

     

    “먼저 들어가게 둘까보냐!”

    “으아악, 미친 원숭이가 바위를 던진다!”

    “풋. 애써봤자 헛수고야. 나 빼고 다 탈락시키는 방법이라면 내가 훨씬 잘 아는걸.”

    “끄, 끈끈이?! 비겁한 녀석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시작은 너희가 먼저 했잖아?”

    “날아올라라!”

    “앗, 저 녀석. 비행마법을 썼어!!”

     

    상급반에서도 체력 상위권에 해당하는 선두권의 다툼은 차원이 달랐다.

    먼저 달리는 이에게 날아드는 바위와 뒤따라오는 이들의 발믈 묶기 위한 끈끈이 트랩, 그걸 피하겠다고 날아오르는 학생까지.

    완전히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상황!

     

    “전부 비켜. 얼어 죽고 싶지 않으면.”

     

    아귀다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북부대공녀 아이린은 한 손으로 지면을 짚으며 모든 지형을 얼리는 얼음의 길을 만들어내었다.

     

    “아이린의 남은 체력은 4%.”

    “무식한 북방의 야만인 아니랄까봐 하는 짓 하고는. 남은 체력을 다 쓸 작정으로 안배를 해두었다가 여기서 다 쏟아부은 건가.”

    “으으, 차가워!”

    “얼음벽 너무 크잖아.”

    “미끄러워서 타고 넘어갈 수도 없어!”

     

    얼음벽으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자신은 편리하게 통과하면서 뒤따르는 이들은 벽에 걸려 지나갈 수 없도록 방해하는 아이린의 얼음마법!

    변방 출신 상급반은 모두 탈락시키겠다며 수작을 부렸던 제국출신의 선빵이 양측의 싸움으로 이어지다가 아이린의 대공세에 모두 흐지부지 되었다.

     

    “나 진짜 운 좋았구나……. 빨리 들어와서 진심으로 다행이야.”

     

    도로시는 그 광경을 보며 치를 떨었다.

    아무리 달리기에 자신이 있는 그녀라도 산을 얼리며 내려오는 미친년이 있으면 빙판 위에서 헛발질이나 하다가 꽈당 넘어지기를 반복했으리라.

    그런데 공터 바로 앞까지 이어진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아이린의 모습이 무언가 이상했다.

     

    “분신체가 왜 양쪽 어깨에 둘이나 달렸지?”

     

    아이린이 공터에 도착하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북부대공녀의 어깨에 1분 이상 들키지 않고 매달려있었습니다.]

    [숨기 경험치+10]

    [은신 경험치+3]

     

    혼란을 틈타 아이린의 어깨 뒤에 바짝 붙어 있다가 내려오는 학생이 한 명 있었으니.

    공터에 도착한 아이린이 막 걸음을 내딛는 순간, 잽싸게 지면을 구르며 공터에 몸을 내던져 착지한 약삭빠른 잔재주꾼, 오크노디가 그 주인공이었다.

     

    “짜잔! 도착!”

    “오크노디의 남은 체력은 10%.”

     

    아이린이 깜짝 놀란 눈으로 오크노디를 돌아봤다.

     

     

    * *

     

     

    북부대공녀 아이린.

    그녀는 종군마법사로 수많은 전장을 돌아다니며 단련된 실전적인 마법사였다.

    대부분의 인재가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입학한 것에 비해 독학이라고는 하나 아이린만큼은 이미 어느 정도 단련된 실력자.

    실전에서의 검증도 끝났다.

    북부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백성이 없고,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족들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늘 암살의 위험에 대비해야만 했다.

     

    <프로스티 그라운드Frosty ground>

     

    대지에 살얼음을 끼게 만들어 걸음을 내딛으면 반드시 소리가 나게 만든다.

     

    <냉혈의 공간>

     

    주변공간의 공기를 얼려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한다.

     

    <전장의 직감>

     

    무엇보다도 단련된 야생의 감각이 암살자의 접근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그런 단련된 삼중의 감지수단이 모조리 무력화되어 뚫렸다.

    나 잘했지? 하고 뿌듯해하며 근육통에 시달리는 이사벨에게 안겨들어 이사벨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태연스러운 꼬마애한테.

     

    ‘대체 얼마나 가혹한 침투훈련을 받아야 이런 재주를 보일 수 있는 거죠?’

     

    아이린은 저 아이의 불운했을 성장환경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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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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