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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아르윈이 머물고 있을 방 앞에서, 나와 아스칼이 멈춰선다.

     

     

    문을 두드리려던 엘프 장로의 손이 공중에서 멎었다.

     

    그리고는 당부하듯 내게 말한다.

     

    “아…어쩌면.”

     

    “…?”

     

    “잠시 문 밖에서 기다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의문에 잠겨 그에게 물었다.

     

    “왜죠?”

     

    “세계수의 양분이 되어주는 걸 아르윈은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세계수와 작별인사를 해야한다는 전통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군.”

     

     

    양분이 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라.

     

    아르윈의 말라비틀어진 세계수잎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어찌됐든, 그의 설명은 여전히 내가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말 없이 아스칼을 바라보자, 그가 덧붙였다.

     

    “…언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그러네.”

     

    나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거기에 더해 용병단이 먼저 떠나간 이유도 설명해야하니, 같이 들어가시죠.”

     

    “…자네가 그렇다면야.”

     

    아스칼은 이내 문을 두드린다.

     

    “아르윈. 있느냐.”

     

    ‘….들어오세요.’

     

    돌아오는 대답에 아스칼이 문을 밀어 연다.

     

    아르윈은 정갈한 옷을 입은채, 의자에 앉아있었다.

     

    주변에 챙기다만 짐들이 널브러져 있다.

     

    창밖으로 떠나가는 용병단의 모습을 보고 짐을 싸는 걸 멈춘 듯 했다.

     

     

    그녀가 나를 보며 눈썹을 치켜든다.

     

    “…갑자기 떠나가길래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어요.”

     

    내가 말했다.

     

    “용병단은 급한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갔어. 너는 나랑 내일 돌아갈거야.”

     

    “…내일? 왜 오늘이 아니고…”

     

    아르윈의 표정이 의문에 싸인다.

     

     

    아스칼이 목을 풀며 대화를 이어받았다.

     

    “마지막 의식을 치러야한다.”

     

    그 말에 아르윈이 눈에 띄게 굳었다.

     

    아스칼의 말대로 그녀가 싫어하는 의식이긴 했나보다.

     

     

    아르윈의 동요는 갈수록 커졌다.

     

    초점없는 눈이 흔들댄다.

     

    “…끝까지…”

     

    “…나도 싫단다 아르윈. 하지만 전통인데 어쩌겠느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아르윈의 입술이 떨린다.

     

    나는 그녀가 거부감을 가질수록 의아함도 커졌다.

     

    다른 엘프들과 달리 거부감이 훨씬 커보여서.

     

    하루빨리 영지를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인걸까.

     

     

     

    “…하.”

     

    이내 맥이 풀려버리는 것처럼, 아르윈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아스칼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게슴츠레 떠진 눈에는 나조차도 의문을 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증오가 담겨있었다.

     

    “…마지막까지 날 괴롭히고…마지막까지 위선질이지.”

     

    “…”

     

    “정 싫었으면 모르는척 날 보냈겠죠. 그런데 아니었잖아요. 착한척은 제발 좀 그만해요. 그게 더 화나니까…”

     

    나는 이해가지 않는 이 상황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저렇게까지 싫어하는 만큼, 아스칼에게 하지 않는건 어떤지 제안을 해볼까도 했지만…남의 문화에 멋대로 끼어들순 없었다.

     

    “…”

     

    그렇게 말없이 기다리자니 아르윈은 끝내 미약한 고갯짓으로 끄덕였다.

     

    아스칼도 그 끄덕임에 속삭였다.

     

    “정말 마지막이란다.”

     

    “…”

     

    아르윈은 대답하지 않았다.

     

     

    ****

     

     

    나는 아스칼과 아르윈을 따라 세계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르윈은 더욱 기분이 나빠보였다.

     

    감정을 삭이려는 노력이 보였지만…끝내 새어나오는 감정들이 있었다.

     

     

    굳어 있던 차가운 표정이 깨지며 찰나의 순간 눈살을 찌푸리고.

     

    간헐적으로 입술을 깨물며 힘들어한다.

     

    그 얼음같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르윈이, 몸을 덜덜 떨기까지 했다.

     

     

    나는 갈수록 혼란스러워졌다.

     

    “…괜찮아?”

     

    “…”

     

    내 질문이 들어오고 나서야 그녀는 허리를 곧추세우며 스스로를 재정비했다.

     

    또 그 차갑고,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

     

    그렇게 세계수로 향하다, 방향을 튼다.

     

    다른 엘프들이 세계수의 양분이 되어주기 위해 앉아있던 풀밭은 이 방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스칼과 아르윈은 이미 정해졌다는 듯 어디론가 향했고, 나로서는 그들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부단장!”

     

    어디선가 한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자, 멀리서 바란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네르님께는 설명 드렸습니다!”

     

    “그래, 쉬고 있어!”

     

    남아서 키득대는 우두머리 조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내 우리는 어디엔가 도착한다.

     

    그곳에는 수많은 엘프들…아니 대장로들이 이미 아르윈을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히 마지막 의식인만큼, 대장로들까지 나와있는걸 보면 중요한 순간인 듯 했다.

     

     

    아스칼이 이마를 만지며 인사한다.

     

    “대장로님들.”

     

    “아스칼.”

     

    10명이 넘어가는 대장로 중 한 명이 아스칼을 반겼다.

     

    “아르윈은…”

     

    “네. 하겠답니…”

     

    그들은 그들 나름의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부단장.”

     

    이어서 대장로들과 같이 있던 갤리아스가 내 방향으로 걸어온다.

     

    수백년간 검술을 연마한 검사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묻는다.

     

     

    “아르윈의 마지막 의식을 배웅해주러 온거야?”

     

    “…네.”

     

    “끝나려면 시간이 걸릴텐데 원한다면 나와 대련을 한번 더 두자.”

     

     

    나는 잠시 아르윈을 바라보았다.

     

    분명 의식은 하루 종일 걸린다고 했으니 나도 시간을 보낼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대답했다.

     

    “네.”

     

     

     

    “…아르윈. 가자꾸나.”

     

    이내, 아스칼이 아르윈을 부른다.

     

    나는 갤리아스와 대화를 매듭지었다.

     

    “잠시 배웅만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 기다릴게.”

     

     

    나는 아르윈의 곁에 따라 붙었다.

     

    사실 여기서부터 따를 필요가 없을지는 몰라도…아까 떨던 모습을 봐서 그런지 어떻게든 위로라도 해주고픈 마음이었다.

     

     

    우리는 거대한 세계수 밑에 만들어져 있는 작은 동굴로 향했다.

     

    동굴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서 아스칼이 멈춰서서는 나를 보았다.

     

    “부단장. 여기까지일세. 이 앞은 엘프 외에는 못들어가는 장소야.”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르윈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무리 잘 짓고 와.”

     

    “…”

     

     

    아르윈은 나를 올려보다…가벼운 비웃음과 함께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은채 안으로 향했다.

     

    꽤나 기분이 나빠보이는 그녀였다.

     

    “…”

     

    남겨진 아스칼은 미안하다는 듯 잠시 표정을 지어보인 뒤, 아르윈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어둠에 잠겨 모습을 감춘다.

     

     

    나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되돌아가 갤리아스에게 향했다.

     

    그리고는 아르윈이 떠나간 동굴을 바라보며 묻는다.

     

    “…다른 엘프들은 다 풀밭에 앉아있던데, 아르윈은 왜 저곳으로 향한거죠? 마지막이라서 그런가요?”

     

    갤리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르윈은 특별해서 그래.”

     

    “특별?”

     

    “1300년을 살 수 있는 수명 그릇을 가지고 태어났으니까. 자연스레 세계수에 더 기름진 양분이 되어 이바지 하는거지.”

     

    그리고는 나를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우리의 오랜 전통이라 생각해.”

     

    “…”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윈이 안으로 향하자, 대장로들도 이내 돌아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갤리아스도 내게 말한다.

     

    “자, 부단장. 이제 가지. 한 번 더 검을 섞어보자고.”

     

    “…네.”

     

     

    그렇게 나도 몸을 돌린다.

     

    그와 훈련하며 다시 한 번-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귓구멍을 찢듯 찔러오는 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나를 우뚝 굳게 한다.

     

    절규가 섞인 흐느낌.

     

    목덜미에 소름을 돋게 만드는 외침이었다.

     

     

    고개를 들어보자 대장로들과 갤리아스는 여전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내가 환청이라도 들은걸까.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

     

    하지만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왔다.

     

    “…무슨 소리죠?”

     

    내가 끝내 갤리아스에게 물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고는, 기나긴 한숨을 내쉰다.

     

    이어서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설명한다.

     

    “…아르윈이야.”

     

    “네?”

     

    심장이 깨어나듯 뛴다.

     

    “수명이 긴 만큼, 수명을 흡수하는 방식도 다르거든. 저 방식에는 고통이 따른다고 들었어.”

     

    “….뭐라고요?”

     

    ‘아아아아아!! 아…파아!!’

     

    그 다음에 이어지는 비명에는, 온 몸의 피가 강렬히 맴돌았다.

     

    그녀가 저렇게 비명을 지를 수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았다.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이제야 그녀가 그토록 의식을 싫어했던 이유가 이해가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까지 떨고,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갤리아스에게 다시금 확인했다.

     

    “….저게 아르윈이라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순간적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하.”

     

     

    ****

     

     

    아르윈은 또 끝없이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170년간 꾸준히 진행되어왔던 의식이지만, 고통에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매번 목에 피가 터지도록 비명을 질러야했고, 빨리 끝이 나길 기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르윈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한 위로로도 고통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이 아픔이 끝나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어차피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다른 엘프들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도 아니다.

     

    마음대로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후폭풍이 어떻게 돌아올지도 알 수 없었다.

     

    더러워서라도 끝을 확실히 맺고 가는게 나았다.

     

     

     

    하지만 깊은 마음속에서 그녀는 억울했다.

     

    왜 더 긴 수명을 받고 태어나 이런 아픔을 경험해야할까.

     

    왜 이런 아픔에 공감해주는 사람 하나 없을까.

     

    이렇게 비명을 지르고 아파하는데, 왜 다 무시만 할까.

     

     

    아르윈은 알 수 없었다.

     

    -우드득…!

     

    “하아…! 하아…! 하아…!”

     

    묘한 소리와 함께, 아르윈은 어느새 비명 대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통증도 사라진 후였다.

     

    혹시나 기절한걸까도 생각해봤지만, 정신은 계속해서 멀쩡했다.

     

    외려 따스함이 느껴진다.

    아르윈은 기진맥진한채로 고개를 들어보았다.

     

     

    “….괜찮아?”

     

    누군가가 묻는다.

     

    어느새 그녀는 한 남성의 품에 안겨있었다.

     

     

    아르윈은 사라져버린 통증에 어색해하며, 그 남성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속에서 그 얼굴을 파악한다.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왜 여기 있는걸까.

     

    “…베르…그?”

     

     

    아르윈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눈동자를 굴렸다.

     

    세계수의 뿌리는 그녀의 몸에서 떨어진채, 다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으로 이어지던 나무 문은 부서져 있다.

     

     

    베르그가 이곳으로 들어왔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하아…왜 여기에 있…하아…”

     

    아르윈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물었다.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타종족은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이었다.

     

     

     

    조금씩 몸의 힘이 돌아왔다.

     

    그녀는 베르그를 밀어내며 상체를 세우고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썼다.

     

     

    -탁! 탁! 탁! 탁!

     

    이내 수많은 발걸음소리가 통로를 향해 울려온다.

     

    “…심호흡 하고 있어.”

     

    그렇게 말한 베르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통로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 수많은 대장로들과 아스칼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한 대장로가 천둥처럼 외친다. 아르윈의 골을 울리는 소리였다.

     

    “여긴 타종족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아닐세! 어서 나가지 못해!!”

     

     

    아르윈은 심호흡을 이어가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하아….하아….”

     

    안개가 낀 것 같은 머리로 아르윈은 생각했다.

     

    설마 베르그가 자발적으로 이곳에 들어온걸까.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럴 이유가 없다.

     

     

    그렇게 서 있던 베르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가겠습니다.”

     

    그러며 아르윈의 등과 다리 밑에 손을 집어 넣었다.

     

    아르윈은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름을 느꼈다.

     

     

    “아르윈만 데리고.”

     

    대장로가 이어서 소리쳤다.

     

    “아르윈은 현재 희생의 의식을 진행하는 중이야! 자네가 함부로 데려갈 수 없어!”

     

    “…제 아내를 제가 데려가지도 못합니까?”

     

    베르그의 목소리에는 이전까지 감지하지 못했던 차가움이 서려있었다.

     

    홀로 선 인족이 수 많은 대장로들과 대적했다.

     

     

    아르윈의 머리가 점차 맑아질수록,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진짜라는 걸 받아들여야만 했다.

     

    자신을 위해 베르그가 이곳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을.

     

    그녀를 위해 처음으로 나서준건 동족인 엘프가 아니라, 인족인 베르그였다는 사실을.

     

     

    이어서 아스칼이 나선다.

     

    “…부단장. 그만하게.”

     

    “…”

     

    “우리의 문화야. 자네가 끼어들어도 되는게 아니란 말일세. 아르윈은 내려두고, 밖으로 나서게.”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을 베르그다.

     

    철저히 이익관계로 맺힌 사이다.

     

    그가 이럴 이유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디에도 없었다.

     

     

    ‘…난 진심이었어.’

     

    전날, 베르그가 맹세에 대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살아있는 한 행복하게 하고 지켜주겠다던 말을.

     

    …설마 그 말을 지키려고 이러는걸까.

     

    고작 그말 때문에?

     

    아르윈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스칼의 설득을 기다리지 못한 한 대장로가 소리쳤다.

     

    “갤리아스!!”

     

    통로를 통해 갤리아스도 걸어들어온다.

     

    갤리아스는 말 없이 베르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방의 분위기를 갤리아스가 순식간에 제압한다.

     

     

    “…부단장, 그만해.”

     

    갤리아스가 말한다.

     

    “…자네를 죽이고 싶지 않아. 이미 충분히 선을 넘었어.”

     

    “…”

     

    “대장로님들도 말했듯, 이건 우리의 문화야. 자네의 형제들도 다 고향으로 돌아갔잖아. 놀란 마음은 안다만, 그만하고 아르윈은 내려놔. 오늘 하루만 눈 감고 참으면 되는 일이니까.”

     

     

    아르윈도 베르그를 바라본다.

     

    자신을 위해 나서주었지만, 여기까지였다.

     

    갤리아스가 나선 이상 끝난 일이다.

     

    갤리아스의 말대로 용병단도 돌아갔다.

     

    베르그의 편은 이곳에 없었다.

    생명보다 소중한 건 없기에, 베르그도 물러설 차례였다.

     

     

    “…”

     

    베르그가 자신을 위해 나서줬기에 그럴까.

     

    아니면 머리가 아직 채 돌아가지 않아서 이럴까.

     

    베르그의 죽음을 찾고 있던 아르윈이었지만, 여기서만큼은 그가 죽기를 희망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몸을 비틀어 베르그의 품에서 벗어난다.

     

    베르그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돌아가세요.”

     

    아르윈이 말했다.

     

    “…그들의 말대로 우리의 문화에요.”

     

    그녀는 싫은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며 뿌리로 다시 향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탁.

     

    하지만 그녀의 손목을 베르그가 억지로 잡는다.

     

    그 사소한 행동에 또 아르윈의 마음이 흔들렸다.

     

    밀어냈음에도 자신을 위해 행동해주는게, 마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스릉.

     

    동시에 갤리아스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부단장. 마지막 경고야. 아르윈을 놔.”

     

     

    베르그는 조용히 제 품에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바스라지기 직전인, 아르윈의 세계수잎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르윈과 베르그의 시선이 동시에 맞닿는다.

     

    이번만큼은 아르윈도 그의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었다.

     

    여기서 베르그가 더 날뛰어봤자 어리석기만 한 일이었다.

     

    갤리아스가 그를 제압할테니.

     

     

    아르윈은 어렵게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 뿌리로 향했다.

     

    “…됐으니…까.”

     

    다시금 그녀가 말했다.

     

    세계수의 뿌리가 꿈틀대며 또 정신을 차린다.

     

    아르윈은 침을 삼키며 다가올 고통에 대비한다.

     

    -확!

     

    하지만 베르그는 다시 아르윈의 팔목을 잡고 그녀를 끌었다.

     

    “…앗!”

     

    힘이 없던 아르윈은 그의 손길대로 이끌려가 뿌리에서 멀어진다.

     

    그녀는 바닥에 힘 없이 쓰러져 앉았다.

     

     

     

    -스르릉….

     

    그리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쇳소리가 울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베르그가 갤리아스를 바라보며 검을 뽑고 있었다.

     

    대장로들은 베르그의 선택에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이 어리석은 것이…!”

     

    그들이 욕을 내뱉듯 외친다.

     

    “…비켜요, 갤리아스.”

     

    하지만 베르그는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도, 불 앞의 불나방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아르윈은 베르그를 올려다보았다.

    제 편 하나 없는데 맹세를 지키는 인족을.

      

    “…이건 타협 못하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천체리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ㅋㅋ그렇게까지 이야기해주시니 많이 웃었네요. 여전히 대천체리님께는 예전에 팬아트로 감사한 마음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봐주세요.

    화려한비밀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는 너무 감사하죠ㅎㅎ. 혹시라도 쓰게 되신다면 꼭 알려주세요.

    minmin98님! 3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모았다가 보셨군요ㅎㅎ. 다음에 보실때도 많이 모여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집필해둘게요! 감사해요!

    Raeni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 이번 작품덕에 이전작품의 조회수도 많이 늘었더라고요. 이전작까지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작품도 마음에 드실 수 있도록 열심히 써볼게요.

    과채류그것은사과님! 4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만두는 별로지만 찐빵은 좋아합니다. ㅋㅋ감사해요. 재밌게 보고 계신거겠죠?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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