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청은 매우 특별한 구조적 설계와 마법적 장치가 가득한 신비한 건축물이었다.
커다란 공간 안에 울리는 발걸음 소리나 속삭이는 목소리 들은 독특한 천장의 구조물에 부딫혀 사방에 울리지 못한 채 사라지고,
복도에 깔린 신비한 마법에 의해 건물의 복도와 로비에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불안한 기분이 들게 할 만큼 신성한 침묵이 무겁게 깔려 있었다.
로비에서부터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난 복도 중에 가장 널찍한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그 끝에 보이는 커다란 문이 하나 있었다.
천장과 문 사이에 대리석으로 조각한 천사의 모습이 장식되어있었고, 썩지 않도록 처리된 약품과 색상이 고급스럽게 칠해진 나무 문에는 금으로 만든 화려한 나뭇가지 모양의 장식이 박혀있었다.
아마 이 교황청 안에서 가장 화려한 입구 중에 하나일 게 분명해 보였다.
문 옆에 달린 명패는 백금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한 가운데 음각으로 새겨진 ‘대 회의실’ 이라는 글자 안에 신성력이 흐르는 황금빛 안개가 갇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하얀색 갑옷의 경비병은 방문자를 막아서며 물었다.
“누구십니까.”
“이단심문단 소속 앨리스 골드필드.”
앨리스는 짧게 단답형으로 말했다.
어차피 경비병이 그녀의 얼굴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 그녀가 이곳에 올 것이란 이야기도 미리 들었을 것이다.
그녀를 막아선 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다.
경비병은 옆으로 비켜서며 대답했다.
“들어가시죠, 안에서 기다리십니다.”
앨리스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커다란 문이 아무런 소음도 없이 매끄럽게 열렸다.
하지만 앨리스의 마음은 문과 달리 시끄럽게 요동쳤고 매끄럽게 가다듬어지지 못했다.
그녀가 맡긴 임무 도중 사망한 다섯명의 사제.
오늘 앨리스가 교황청을 방문한 이유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처벌과 후처리를 위해서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내는 오색 창연한 빛깔이었다.
여신의 모습을 묘사한 커다란 동상과, 커다란 대리석을 통째로 깎아 만든 아름다운 원형 테이블보다, 방안을 은은하게 비추는 그 황홀한 빛의 광선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시선을 돌리자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에 보라색 의복을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가장 끄트머리엔 높은 관을 쓴 하얀 복장의 여인이 앉아있었다.
여신교의 가장 높은 사람인 엘리파 교황, 그리고 교황의 여섯 기관의 장 중 세 명이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들은 일제히 앨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앨리스는 그들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상급 성기사 앨리스. 교황님을 뵙습니다.”
보라색 옷을 입은 남자 중 한명인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
“… 자리에 앉게.”
노인은 교황청 내부의 법원이라 할 수 있는 대심원을 이끄는 대심원장이었다.
아마 사제 다섯을 죽게 만든 앨리스에게 내려질 처벌을 결정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리라.
앨리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의 가장 끝, 교황님과 가장 멀면서도 마주 볼 수밖에 없는 그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대심원장은 앨리스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성기사 앨리스.”
“네.”
노인의 목소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단호함과 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노인뿐 아니라 교황을 제외한 모두는 앨리스를 따가운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화려한 행적과 퍼포먼스로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냈기에 지금까지 넘어갔을 뿐,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같은 교단의 사람들마저 끔찍하게 처단하는 그녀의 과격한 행동을 좋게 봐주는 사람은 교황청 내에 몇 명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교황청 내부에 재판을 담당하던 대심원 장은 자신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교주들을 처벌하는 앨리스를 좋게 볼 이유가 더더욱 없었다.
노인은 앨리스를 향해 강하게 추궁했다.
“이틀 전, 자네의 명령을 받고 누운 나무 숲으로 원정을 하러 간 사제들이 죽었다고 보고했더군.”
“네.”
“그들이 떠난 건 아직 열흘이네, 그들이 벌써 돌아올 때가 된 것도 아닌데, 어찌 알았나.”
“…”
“교황님의 앞에서 거짓을 고할 생각은 말게.”
앨리스가 대답을 멈추자 대심원 장은 엄하게 질책했다.
앨리스는 고개를 살짝 당겼다.
각오를 다진 것이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 신성력을 그 다섯명에게 심어두었습니다.”
남자들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부정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뻔뻔하게도 그 사실을 당당히 밝히는 앨리스의 그 태도에 놀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행동이 그들의 상식 밖에 있음은 확실해 보였다.
“교황님께 심의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축성을 걸었다는 건가.”
“제 신성력을 나눠 줬을 뿐입니다.”
“그게 축성이라는 것이다. 여신께서 내려주신 신성력을 함부로 타인에게 양도하는 건 중대한 위반 사항이라는 걸 알지 않는가.”
“…”
대심원장의 말이 맞았다.
신성력은 그 성질상 양도가 가능한 힘이었다.
다만 돌려받지 못하면 영구적으로 그만큼의 신성력을 잃게 되는 데다, 다른 이의 신성력과 섞이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기에,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교황의 허가를 받아 시행돼야 하는 일이었다.
물론 그 이유 외에도, 여신께서 내려주신 신성력을 함부로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종교적인 이유 역시 존재했다.
노인은 앨리스를 유심히 노려보다 의아함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한데, 자네의 신성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은…”
“그만.”
누군가 대심원장의 말을 끊었다.
노인은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교황님?”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시오, 대심원장.”
“아… 네, 알겠습니다.”
대심원장은 교황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앨리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앨리스. 그 숲이 마왕성 근처에 위치한 위험한 곳임을 알고 있었나.”
“…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을 보냈지? 무슨 임무였나.”
“…수색임무였습니다. 사람을 찾으라고 보냈습니다.”
“사람?”
“…제 약혼자와 그 여동생이 그 숲으로 도망쳤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대심원장의 입에서 한탄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 한번만 확인하겠네.”
“네.”
“지금… 개인적인 일로 사제들을… 그 사지에 몰아넣었다. 그렇게 말한 건가?”
“맞습니다.”
“네 이놈! 앨리스!”
대심원장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노인의 맞은편에 앉은 다른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말렸다.
“대심원장! 교황님 앞입니다!”
“진정하시죠.”
“앨리스 골드필드, 아무리 교황님께서 아끼신다 한들,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
“진정하시고 앉아주십시오, 대심원장. 저희도 그녀에게 물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대심원장은 노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거센 박력으로 앨리스를 노려보았다.
앨리스는 그저 묵묵히 그 분노어린 시선을 받아들였다.
대심원장은 한번 혀를 차곤 자리에 앉아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이번엔 맞은편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군데군데 새치가 나 있는 적발에, 단안경을 낀 그는 이 방 안에서도 가장 소박한 의복을 입고 있는 그 남성은 여신교의 자금을 관리하는 재무평의회의 의장이었다.
노인과는 달리 침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그의 태도 역시 앨리스를 탐탁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뚜렷하게 알 수 있을 만큼 냉담했다.
“영면한 사제들의 가족분들께서 오늘 아침 교황청으로 찾아왔었네, 아들을 잃은 노파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아침부터 교황청에 울려 퍼지니 비통하기 짝이 없었지.”
“…”
“원래라면 교황청에서 그들의 순교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 드리는 게 맞겠으나, 공교롭게도 지금은 운용할 자금이 없지. 그 이유는 알고 있나. 성기사 앨리스.”
“엘리어드 전 추기경 때문입니까.”
엘리어드 전 추기경.
수도의 가장 큰 성당을 맡고 있던 신부이자 교구장으로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던 성직자였다.
가장 큰 성당과 수도 전체 교구를 도맡았던 만큼 교황청의 경제적인 부분의 한 축을 맡고 있던 중요한 인물이기도 했다.
최근 그 업적을 인정받아 추기경으로 임명되었으나, 직후 남녀 가리지 않고 수많은 어린아이를 강간해오던 그 파렴치한 악행이 발각되어 앨리스에 의해 처단되었다.
성직자라는 탈 뒤에서 수많은 아이의 몸을 더럽힌 그는 현재 앨리스의 양돈장에서 그 끔찍한 몸뚱이를 배설물 속에서 더럽히고 있었다.
물론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존경을 받던 그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끔찍하게 고문한 앨리스는 사제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지만 그게 다가 아닐세,”
“그럼…”
“자네가 부정한 귀족들을 마구 사냥하기 때문이지.”
종교가 속세의 권력을 존중하지 않는다.
이 사실만으로 수많은 귀족은 여신교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놓고 앞에서 여신에 대한 모독을 내뱉는 사람은 없었지만, 후원금이나 지원금을 상납하는 귀족들의 숫자는 물론, 성당에 방문하는 귀족의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그 빈자리는 앨리스를 찬양하는 시민들이 채워 성당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곤 했지만, 그들이 십시일반 모아 내는 헌금은 귀족들의 지원금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자네의 그 활동… 그에 대한 불만은 당장 여신교 안에서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닐세,”
“…”
“지금 국경은 전쟁 중이야. 마왕이 죽어도 공세를 멈추지 않은 마물들 덕분에 혼란한 시기를 틈타 이 왕국을 노리는 자들이 있단 말이네.”
“알고 있습니다.”
“허, 그런데도 그랬나? 그런데 자네가 알량한 정의감으로 귀족들을 연달아 잡아넣으니, 전쟁에 앞선에 설 귀족들이 줄어들었잖나. 덕분에 전쟁의 패색이 짙다더군.”
“…”
“심지어는 자네, 아니 우리 교단 전체가 옆 나라의 사주를 받고 이 왕국을 공격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네, 우리는 옆 나라에도 많은 신자를 두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가 없게 되었지.”
앨리스는 중년 남성을 살짝 노려보았다.
알량한 정의감이라는 표현이 그녀의 귀에 거슬렸다.
백성들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귀족들을 처단하는 게 대체 왜 잘못이란 말인가.
정치가 뭐라고, 권력이 대체 뭐라고.
당장 자신과 스태프 가문에 일어난 그 불행 역시 욕망에 가득 찬 귀족들의 음모와 그것에 무심했던 이 나라, 그리고 교단이 초래한 일이나 다름없는데.
“그 불경한 시선을 당장 거두게 앨리스. 우리 역시 많이 참고 있으니.”
“나라도, 영주도, 여신교도 돌봐주지 않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라는 겁니까? 그 콩고물이나 받아 처먹으려고?”
“앨리스!”
앨리스는 자신을 노려보는 남자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술을 이죽거렸다.
“그래, 나는 그딴 거 모릅니다. 정치나 외교 같은 거 모릅니다. 더 솔직히 말해볼까요?”
“교황님 앞이다. 말을 삼가라!”
“나는 당신들이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여신의 가르침도 모른답니다.”
“이년이 어디서 감히!”
“근데, 여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가난한 이들의 고혈을 짜내 만든 돈으로 귀족들에게 지원금이나 받아 처먹으라고?”
앨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테이블 안쪽에 앉아있던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보라색의 얇은 의복만을 입고 있었지만 그 아래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커다란 체구에 오른쪽 턱부터 눈 사이 한가운데까지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를 지니고 있었다.
그 커다란 흉터만큼이나 흉악한 이목구비의 생김새를 지닌데다 머리카락은 빡빡 밀려 있어 보통 사람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 만큼 위협적인 인상을 지닌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이단심문단 단장. 오비드.
사실상 앨리스의 직속상관이었다.
여태까지 조용히 있었던 그는 천천히 앨리스에게 다가오며 믿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로 읇조렸다.
“조용히,”
“…”
“예의를 갖추어라.”
“… 단장.”
“지금 네가 누구의 앞에 있는지 모르느냐.”
오비드는 그 커다란 바위 같은 주먹을 틀어쥐며 뚜벅뚜벅 앨리스를 향해 걸어왔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내려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였다.
교황님께서 보는 앞이었음에도 대심원장과 재무평의회의 의장은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않았다.
그만큼 조금 전 앨리스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확실한 제재가 필요한 망언이었다.
앨리스는 자리에 앉은 채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만.”
그때 한 여성의 목소리가 회의실 안에 울려 퍼졌다.
분명 작은 목소리였는데, 이 넓은 회의실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였다.
대심원장은 항의하듯 교황을 바라보았다.
교황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오비드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앨리스를 향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교황 성하. 이번만큼은 안 됩니다.”
“단장. 자리에 앉으세요.”
“성하께서 이 건방진 아이를 아끼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무례를 넘어가 줄 수가 없습니다.”
교황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설마 제 앞에서 폭력을 쓰려는 건 아니겠지요.”
“성하!”
대심원장은 수염을 펄럭이며 교황에게 항의했다.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어떻게 교황 성하께서 일개 교인을 편애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것도 여신의 가르침을 조롱하는 저런…!”
“…”
재무평의회의 의장 역시 단안경을 떼어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성하. 이대로 감싸기엔 저희가 감수해야 할 피해가 너무나도 큽니다.”
교황은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오비드의 발걸음은 앨리스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당장이라도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그 순간.
교황은 결심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했다.
“앨리스 골드필드.”
“…예.”
“상의를 벗어 주시겠습니까.”
앨리스를 제외한 모두가 일제히 교황을 쳐다보았다.
이 순간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너무나 뜬금없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앨리스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진심이냐 묻는듯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앨리스의 시선에 교황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
앨리스는 오른팔을 들어 겨드랑이 아래의 가죽끈을 풀었다.
반대쪽 팔의 가죽끈까지 풀어 앨리스의 가슴을 가리고 있던 흉갑이 쿵 소리와 함꼐 떨어졌다.
앨리스는 갑옷 안에 입고 있던 속옷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지금 대체 뭐하는… 아?”
“저게 뭐야…”
앨리스의 상체의 살갗은 마치 풀어해친 실타래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구멍은 피부가 마치 버터처럼 녹아내린 흔적이었다.
그 너덜너덜해진 피부는 마치 숨을 쉬듯 쉴새없이 녹아내렸다 다시 아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세 남자는 그 끔찍한 광경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녀의 피부에 열렸다 다시 닫히는 그 수많은 구멍들.
그 안쪽 구멍으로 보이는 심장이 있어야 할 위치엔 정체를 알수없는 기계장치가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기계장치의 중심부에서 새하얀 빛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오비드는 가장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
그건 분명 신성력의 흔적이었다.
“앨리스… 이…이게 대체 뭐냐.”
앨리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대신 교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위적으로 신성력을 생성하는 기계장치 입니다.”
“맙소사… 불경한… 신성모독입니다… 교황 성하.”
“앨리스 골드필드. 그녀는 저희 여신교에서 비밀리에 연구하던 인체 실험의 유일한 성공 사례이자 유일한 생존자 입니다.”
“비밀…? 저희는 여신교에서 교황님 바로 아래의 권한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저희가 모르는 비밀이라뇨!”
“이 일을 알고 있는 자는 연구에 참여한 당사자들과 실험에 지원한 지원자들. 그리고 저뿐이에요. 이제는 여러분들 세 명이 포함되겠군요.”
“그 정도로… 그렇게나 조심스럽게 진행하셨던 그 실험은 대체 무엇입니까. 대체 무엇이길래, 저렇게 흉측한 물건을…”
대심원장의 물음에 교황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었으나, 이미 저 모습을 보인 이상 돌아갈 길은 없었기에, 교황은 매우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용사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실험이었습니다.”
.
우선순위 님 10 코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