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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

        교황청은 매우 특별한 구조적 설계와 마법적 장치가 가득한 신비한 건축물이었다.

        ​

        커다란 공간 안에 울리는 발걸음 소리나 속삭이는 목소리 들은 독특한 천장의 구조물에 부딫혀 사방에 울리지 못한 채 사라지고,

        ​

        복도에 깔린 신비한 마법에 의해 건물의 복도와 로비에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불안한 기분이 들게 할 만큼 신성한 침묵이 무겁게 깔려 있었다.

        ​

        로비에서부터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난 복도 중에 가장 널찍한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그 끝에 보이는 커다란 문이 하나 있었다.

        ​

        천장과 문 사이에 대리석으로 조각한 천사의 모습이 장식되어있었고, 썩지 않도록 처리된 약품과 색상이 고급스럽게 칠해진 나무 문에는 금으로 만든 화려한 나뭇가지 모양의 장식이 박혀있었다.

        ​

        아마 이 교황청 안에서 가장 화려한 입구 중에 하나일 게 분명해 보였다.

        ​

        문 옆에 달린 명패는 백금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한 가운데 음각으로 새겨진 ‘대 회의실’ 이라는 글자 안에 신성력이 흐르는 황금빛 안개가 갇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

        문 앞을 지키고 있는 하얀색 갑옷의 경비병은 방문자를 막아서며 물었다.

        ​

        ​

        “누구십니까.”

        ​

        “이단심문단 소속 앨리스 골드필드.”

        ​

        ​

        ​

        앨리스는 짧게 단답형으로 말했다.

        ​

        어차피 경비병이 그녀의 얼굴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

        오늘 그녀가 이곳에 올 것이란 이야기도 미리 들었을 것이다.

        ​

        그녀를 막아선 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다.

        ​

        경비병은 옆으로 비켜서며 대답했다.

        ​

        ​

        ​

        “들어가시죠, 안에서 기다리십니다.”

        ​

        ​

        ​

        앨리스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

        커다란 문이 아무런 소음도 없이 매끄럽게 열렸다.

        ​

        하지만 앨리스의 마음은 문과 달리 시끄럽게 요동쳤고 매끄럽게 가다듬어지지 못했다.

        ​

        그녀가 맡긴 임무 도중 사망한 다섯명의 사제.

        ​

        오늘 앨리스가 교황청을 방문한 이유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처벌과 후처리를 위해서였다.

        ​

        ​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내는 오색 창연한 빛깔이었다.

        ​

        여신의 모습을 묘사한 커다란 동상과, 커다란 대리석을 통째로 깎아 만든 아름다운 원형 테이블보다, 방안을 은은하게 비추는 그 황홀한 빛의 광선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

        조금 시선을 돌리자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에 보라색 의복을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

        그리고 가장 끄트머리엔 높은 관을 쓴 하얀 복장의 여인이 앉아있었다.

        ​

        여신교의 가장 높은 사람인 엘리파 교황, 그리고 교황의 여섯 기관의 장 중 세 명이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

        남자들은 일제히 앨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앨리스는 그들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

        ​

        ​

        “상급 성기사 앨리스. 교황님을 뵙습니다.”

        ​

        ​

        ​

        보라색 옷을 입은 남자 중 한명인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

        ​

        “… 자리에 앉게.”

        ​

        ​

        ​

        노인은 교황청 내부의 법원이라 할 수 있는 대심원을 이끄는 대심원장이었다.

        ​

        아마 사제 다섯을 죽게 만든 앨리스에게 내려질 처벌을 결정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리라.

        ​

        앨리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의 가장 끝, 교황님과 가장 멀면서도 마주 볼 수밖에 없는 그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

        대심원장은 앨리스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성기사 앨리스.”

        ​

        “네.”

        ​

        ​

        ​

        노인의 목소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단호함과 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

        노인뿐 아니라 교황을 제외한 모두는 앨리스를 따가운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화려한 행적과 퍼포먼스로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냈기에 지금까지 넘어갔을 뿐,

        ​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같은 교단의 사람들마저 끔찍하게 처단하는 그녀의 과격한 행동을 좋게 봐주는 사람은 교황청 내에 몇 명 존재하지 않았다.

        ​

        특히 교황청 내부에 재판을 담당하던 대심원 장은 자신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 교주들을 처벌하는 앨리스를 좋게 볼 이유가 더더욱 없었다.

        ​

        노인은 앨리스를 향해 강하게 추궁했다.

        ​

        ​

        ​

        “이틀 전, 자네의 명령을 받고 누운 나무 숲으로 원정을 하러 간 사제들이 죽었다고 보고했더군.”

        ​

        “네.”

        ​

        “그들이 떠난 건 아직 열흘이네, 그들이 벌써 돌아올 때가 된 것도 아닌데, 어찌 알았나.”

        ​

        “…”

        ​

        “교황님의 앞에서 거짓을 고할 생각은 말게.”

        ​

        ​

        ​

        앨리스가 대답을 멈추자 대심원 장은 엄하게 질책했다.

        ​

        앨리스는 고개를 살짝 당겼다.

        ​

        각오를 다진 것이다.

        ​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

        ​

        “제 신성력을 그 다섯명에게 심어두었습니다.”

        ​

        ​

        ​

        남자들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

        부정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뻔뻔하게도 그 사실을 당당히 밝히는 앨리스의 그 태도에 놀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행동이 그들의 상식 밖에 있음은 확실해 보였다.

        ​

        ​

        ​

        “교황님께 심의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축성을 걸었다는 건가.”

        ​

        “제 신성력을 나눠 줬을 뿐입니다.”

        ​

        “그게 축성이라는 것이다. 여신께서 내려주신 신성력을 함부로 타인에게 양도하는 건 중대한 위반 사항이라는 걸 알지 않는가.”

        ​

        “…”

        ​

        ​

        ​

        대심원장의 말이 맞았다.

        ​

        신성력은 그 성질상 양도가 가능한 힘이었다.

        ​

        다만 돌려받지 못하면 영구적으로 그만큼의 신성력을 잃게 되는 데다, 다른 이의 신성력과 섞이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기에,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교황의 허가를 받아 시행돼야 하는 일이었다.

        ​

        물론 그 이유 외에도, 여신께서 내려주신 신성력을 함부로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종교적인 이유 역시 존재했다.

        ​

        노인은 앨리스를 유심히 노려보다 의아함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

        ​

        ​

        “한데, 자네의 신성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은…”

        ​

        “그만.”

        ​

        ​

        ​

        누군가 대심원장의 말을 끊었다.

        ​

        노인은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

        ​

        ​

        “…교황님?”

        ​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시오, 대심원장.”

        ​

        “아… 네, 알겠습니다.”

        ​

        ​

        ​

        대심원장은 교황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앨리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

        ​

        “앨리스. 그 숲이 마왕성 근처에 위치한 위험한 곳임을 알고 있었나.”

        ​

        “…네, 알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왜 그들을 보냈지? 무슨 임무였나.”

        ​

        “…수색임무였습니다. 사람을 찾으라고 보냈습니다.”

        ​

        “사람?”

        ​

        “…제 약혼자와 그 여동생이 그 숲으로 도망쳤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

        ​

        ​

        대심원장의 입에서 한탄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

        ​

        ​

        “… 한번만 확인하겠네.”

        ​

        “네.”

        ​

        “지금… 개인적인 일로 사제들을… 그 사지에 몰아넣었다. 그렇게 말한 건가?”

        ​

        “맞습니다.”

        ​

        “네 이놈! 앨리스!”

        ​

        ​

        ​

        대심원장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

        노인의 맞은편에 앉은 다른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말렸다.

        ​

        ​

        ​

        “대심원장! 교황님 앞입니다!”

        ​

        “진정하시죠.”

        ​

        “앨리스 골드필드, 아무리 교황님께서 아끼신다 한들,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

        “…”

        ​

        “진정하시고 앉아주십시오, 대심원장. 저희도 그녀에게 물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

        ​

        ​

        대심원장은 노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거센 박력으로 앨리스를 노려보았다.

        ​

        앨리스는 그저 묵묵히 그 분노어린 시선을 받아들였다.

        ​

        대심원장은 한번 혀를 차곤 자리에 앉아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

        그러자 이번엔 맞은편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

        군데군데 새치가 나 있는 적발에, 단안경을 낀 그는 이 방 안에서도 가장 소박한 의복을 입고 있는 그 남성은 여신교의 자금을 관리하는 재무평의회의 의장이었다.

        ​

        노인과는 달리 침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그의 태도 역시 앨리스를 탐탁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뚜렷하게 알 수 있을 만큼 냉담했다.

        ​

        ​

        ​

        “영면한 사제들의 가족분들께서 오늘 아침 교황청으로 찾아왔었네, 아들을 잃은 노파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아침부터 교황청에 울려 퍼지니 비통하기 짝이 없었지.”

        ​

        “…”

        ​

        “원래라면 교황청에서 그들의 순교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 드리는 게 맞겠으나, 공교롭게도 지금은 운용할 자금이 없지. 그 이유는 알고 있나. 성기사 앨리스.”

        ​

        “엘리어드 전 추기경 때문입니까.”

        ​

        ​

        ​

        엘리어드 전 추기경. 

        ​

        수도의 가장 큰 성당을 맡고 있던 신부이자 교구장으로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던 성직자였다.

        ​

        가장 큰 성당과 수도 전체 교구를 도맡았던 만큼 교황청의 경제적인 부분의 한 축을 맡고 있던 중요한 인물이기도 했다.

        ​

        최근 그 업적을 인정받아 추기경으로 임명되었으나, 직후 남녀 가리지 않고 수많은 어린아이를 강간해오던 그 파렴치한 악행이 발각되어 앨리스에 의해 처단되었다.

        ​

        성직자라는 탈 뒤에서 수많은 아이의 몸을 더럽힌 그는 현재 앨리스의 양돈장에서 그 끔찍한 몸뚱이를 배설물 속에서 더럽히고 있었다.

        ​

        물론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존경을 받던 그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끔찍하게 고문한 앨리스는 사제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

        ​

        ​

        “…그것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지만 그게 다가 아닐세,”

        ​

        “그럼…”

        ​

        “자네가 부정한 귀족들을 마구 사냥하기 때문이지.”

        ​

        ​

        ​

        종교가 속세의 권력을 존중하지 않는다.

        ​

        이 사실만으로 수많은 귀족은 여신교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

        물론 대놓고 앞에서 여신에 대한 모독을 내뱉는 사람은 없었지만, 후원금이나 지원금을 상납하는 귀족들의 숫자는 물론, 성당에 방문하는 귀족의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

        물론 그 빈자리는 앨리스를 찬양하는 시민들이 채워 성당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곤 했지만, 그들이 십시일반 모아 내는 헌금은 귀족들의 지원금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

        ​

        ​

        “자네의 그 활동… 그에 대한 불만은 당장 여신교 안에서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닐세,”

        ​

        “…”

        ​

        “지금 국경은 전쟁 중이야. 마왕이 죽어도 공세를 멈추지 않은 마물들 덕분에 혼란한 시기를 틈타 이 왕국을 노리는 자들이 있단 말이네.”

        ​

        “알고 있습니다.”

        ​

        “허, 그런데도 그랬나? 그런데 자네가 알량한 정의감으로 귀족들을 연달아 잡아넣으니, 전쟁에 앞선에 설 귀족들이 줄어들었잖나. 덕분에 전쟁의 패색이 짙다더군.”

        ​

        “…”

        ​

        “심지어는 자네, 아니 우리 교단 전체가 옆 나라의 사주를 받고 이 왕국을 공격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네, 우리는 옆 나라에도 많은 신자를 두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가 없게 되었지.”

        ​

        ​

        ​

        앨리스는 중년 남성을 살짝 노려보았다.

        ​

        알량한 정의감이라는 표현이 그녀의 귀에 거슬렸다.

        ​

        백성들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귀족들을 처단하는 게 대체 왜 잘못이란 말인가.

        ​

        정치가 뭐라고, 권력이 대체 뭐라고.

        ​

        당장 자신과 스태프 가문에 일어난 그 불행 역시 욕망에 가득 찬 귀족들의 음모와 그것에 무심했던 이 나라, 그리고 교단이 초래한 일이나 다름없는데.

        ​

        ​

        ​

        “그 불경한 시선을 당장 거두게 앨리스. 우리 역시 많이 참고 있으니.”

        ​

        “나라도, 영주도, 여신교도 돌봐주지 않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라는 겁니까? 그 콩고물이나 받아 처먹으려고?”

        ​

        “앨리스!”

        ​

        ​

        ​

        앨리스는 자신을 노려보는 남자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술을 이죽거렸다.

        ​

        ​

        ​

        “그래, 나는 그딴 거 모릅니다. 정치나 외교 같은 거 모릅니다. 더 솔직히 말해볼까요?”

        ​

        “교황님 앞이다. 말을 삼가라!”

        ​

        “나는 당신들이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여신의 가르침도 모른답니다.”

        ​

        “이년이 어디서 감히!”

        ​

        “근데, 여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가난한 이들의 고혈을 짜내 만든 돈으로 귀족들에게 지원금이나 받아 처먹으라고?”

        ​

        ​

        ​

        앨리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테이블 안쪽에 앉아있던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남자는 보라색의 얇은 의복만을 입고 있었지만 그 아래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커다란 체구에 오른쪽 턱부터 눈 사이 한가운데까지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를 지니고 있었다.

        ​

        그 커다란 흉터만큼이나 흉악한 이목구비의 생김새를 지닌데다 머리카락은 빡빡 밀려 있어 보통 사람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 만큼 위협적인 인상을 지닌 남자였다.

        ​

        그의 이름은 이단심문단 단장. 오비드.

        ​

        사실상 앨리스의 직속상관이었다.

        ​

        여태까지 조용히 있었던 그는 천천히 앨리스에게 다가오며 믿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로 읇조렸다. 

        ​

        ​

        ​

        “조용히,”

        ​

        “…”

        ​

        “예의를 갖추어라.”

        ​

        “… 단장.”

        ​

        “지금 네가 누구의 앞에 있는지 모르느냐.”

        ​

        ​

        ​

        오비드는 그 커다란 바위 같은 주먹을 틀어쥐며 뚜벅뚜벅 앨리스를 향해 걸어왔다.

        ​

        당장이라도 그녀를 내려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였다.

        ​

        교황님께서 보는 앞이었음에도 대심원장과 재무평의회의 의장은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않았다.

        ​

        그만큼 조금 전 앨리스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확실한 제재가 필요한 망언이었다.

        ​

        앨리스는 자리에 앉은 채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그만.”

        ​

        ​

        ​

        그때 한 여성의 목소리가 회의실 안에 울려 퍼졌다.

        ​

        분명 작은 목소리였는데, 이 넓은 회의실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였다.

        ​

        대심원장은 항의하듯 교황을 바라보았다.

        ​

        교황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하지만 오비드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앨리스를 향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

        ​

        ​

        “교황 성하. 이번만큼은 안 됩니다.”

        ​

        “단장. 자리에 앉으세요.”

        ​

        “성하께서 이 건방진 아이를 아끼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무례를 넘어가 줄 수가 없습니다.”

        ​

        ​

        ​

        교황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

        ​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설마 제 앞에서 폭력을 쓰려는 건 아니겠지요.”

        ​

        “성하!”

        ​

        ​

        ​

        대심원장은 수염을 펄럭이며 교황에게 항의했다.

        ​

        ​

        ​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어떻게 교황 성하께서 일개 교인을 편애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것도 여신의 가르침을 조롱하는 저런…!”

        ​

        “…”

        ​

        ​

        ​

        재무평의회의 의장 역시 단안경을 떼어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

        ​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성하. 이대로 감싸기엔 저희가 감수해야 할 피해가 너무나도 큽니다.”

        ​

        ​

        ​

        교황은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

        어느새 오비드의 발걸음은 앨리스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

        당장이라도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그 순간.

        ​

        교황은 결심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했다.

        ​

        ​

        ​

        “앨리스 골드필드.”

        ​

        “…예.”

        ​

        “상의를 벗어 주시겠습니까.”

        ​

        ​

        ​

        앨리스를 제외한 모두가 일제히 교황을 쳐다보았다.

        ​

        이 순간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너무나 뜬금없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앨리스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

        그저 진심이냐 묻는듯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

        앨리스의 시선에 교황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후,”

        ​

        ​

        ​

        앨리스는 오른팔을 들어 겨드랑이 아래의 가죽끈을 풀었다.

        ​

        반대쪽 팔의 가죽끈까지 풀어 앨리스의 가슴을 가리고 있던 흉갑이 쿵 소리와 함꼐 떨어졌다.

        ​

        앨리스는 갑옷 안에 입고 있던 속옷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

        ​

        ​

        “지금 대체 뭐하는… 아?”

        ​

        “저게 뭐야…”

        ​

        ​

        ​

        앨리스의 상체의 살갗은 마치 풀어해친 실타래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

        자세히 보니 그 구멍은 피부가 마치 버터처럼 녹아내린 흔적이었다.

        ​

        그 너덜너덜해진 피부는 마치 숨을 쉬듯 쉴새없이 녹아내렸다 다시 아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

        세 남자는 그 끔찍한 광경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

        그녀의 피부에 열렸다 다시 닫히는 그 수많은 구멍들.

        ​

        그 안쪽 구멍으로 보이는 심장이 있어야 할 위치엔 정체를 알수없는 기계장치가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

        기계장치의 중심부에서 새하얀 빛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

        오비드는 가장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

        그녀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

        ​

        그건 분명 신성력의 흔적이었다.

        ​

        ​

        ​

        “앨리스… 이…이게 대체 뭐냐.”

        ​

        ​

        ​

        앨리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

        그 대신 교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

        “인위적으로 신성력을 생성하는 기계장치 입니다.”

        ​

        “맙소사… 불경한… 신성모독입니다… 교황 성하.”

        ​

        “앨리스 골드필드. 그녀는 저희 여신교에서 비밀리에 연구하던 인체 실험의 유일한 성공 사례이자 유일한 생존자 입니다.”

        ​

        “비밀…? 저희는 여신교에서 교황님 바로 아래의 권한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저희가 모르는 비밀이라뇨!”

        ​

        “이 일을 알고 있는 자는 연구에 참여한 당사자들과 실험에 지원한 지원자들. 그리고 저뿐이에요. 이제는 여러분들 세 명이 포함되겠군요.”

        ​

        “그 정도로… 그렇게나 조심스럽게 진행하셨던 그 실험은 대체 무엇입니까. 대체 무엇이길래, 저렇게 흉측한 물건을…”

        ​

        ​

        ​

        대심원장의 물음에 교황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

        잠시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었으나, 이미 저 모습을 보인 이상 돌아갈 길은 없었기에, 교황은 매우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

        ​

        ​

        “용사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실험이었습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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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순위 님 10 코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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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나를 살려준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Score 4.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aving lost all my family, I fled. As I was running away, she saved me when I was on the brink of death due to an accident. The moment our eyes met, I knew I couldn’t lea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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