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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아마조네스는 결투의 정당성을 설명해서 보냈다.

       

       

       그대 길드의 일원들이 영역을 침범했으며. 되찾고 싶으면 결투에 임해라. 그 외 장소와 시간. 인질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말도 역시 적혀있었다.

       

       

       그러니 이성적인 길드장이라면 제안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습격을 예상하지 못한 두 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들의 힘 때문이다.

       

       

       지금의 아마조네스는 남쪽에 한정해서는 하데스에 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족이었다. 심지어 하데스조차 나름대로 그녀들을 존중해주고 있었다.

       

       

       그러니.

       

       

       자살 희망자가 아닌 이상.

       

       

       아마조네스를 대놓고 습격하지는 않을 거다.

       

       

       그건 오만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지옥에도 뛰어드는 타협이 안 되는 바보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기드온과 아마조네스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적어도 서신을 보낸 당일에 도착할 거리는 아니다. 심지어 텔레포트 대책까지 나름대로 완벽하게 해놨다.

       

       

       그러나 습격자는 서신을 보낸 당일날에 습격을 가했다. 덕분에 아마조네스들은 처음에는 철의 방패가 아닌. 다른 습격자가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아마조네스들은 한 명 한 명이 숙련된 전사들.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은 했을지언정. 이내 다들 무기를 들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놓고 우리들의 영역을 침범하다니.

       

       

       목숨을 걸고 처단해야만 한다.

       

       

       그건 아마조네스들의 신념이자 투쟁의 방식이었다. 마수든, 다른 전사들이든. 모든 것을 걸고 힘껏 싸워서 자신의 것을 쟁취했다. 지금까지 그러했다.

       

       

       그러나.

       

       

       대체 뭐냐.

       

       

       이 녀석은.

       

       

       수십 수백에 가까운 아마조네스들의 숫자에 비해서. 습격자의 숫자는 단 한 명. 초라하다 못해 볼품없는 수준의 숫자. 그럼에도, 전사들이 압도된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마수들과 타국의 전사들을 사냥해온 용맹한 전사들이. 고작 한 남자에게 완전히 압도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딱 한 번만 묻겠다.”

       

       

       단지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흡사 천둥이 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폭풍우를 상대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설령 가장 용맹한 전사라고 해도 말이다.

       

       

       “내 가족은 어디에 있지?”

       

       

       “다들 뭐하고 있는 거냐.”

       

       

       “바티아나?!”

       

       

       “고작 저런 침입자 한 명에게 겁을 먹다니. 아마조네스라는 이름이 울겠군.”

       

       

       구리빛 피부에 하얀색 송진을 장식처럼 얼굴에 그려놓은 여전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다부진 근육과 상당한 덩치는 그녀의 자신감을 대변해줬다.

       

       

       “아마조네스의 강각 바티아나다. 너, 이름은?”

       

       

       “아이작 실버테르.”

       

       

       “그렇군, 네가 그 유명한 철의 방패 마스터렸다?”

       

       

       무감각했던 바티아나의 얼굴이 곧 투쟁심으로 크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강각의 바티아나, 아마조네스에서도 손꼽히는 무력을 보유한 무투파 여전사.

       

       

       사실 그녀는 여왕이 철의 방패와 동맹을 맺는다고 했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굳이 자신들만 있어도 하데스 정도는 박살낼 수 있을 게 분명한데.

       

       

       바티아나는 자세를 잡았다. 두 다리를 크게 벌리고, 주먹을 앞으로 내세운 그 모습은 사냥감을 사냥하는 호랑이처럼 보였다. 바티아나가 포효하였다.

       

       

       “아이작 실버테르. 네 가치를 증명해봐라!!”

       

       

       동시에 바티아나가 땅을 박차고 아이작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바람을 타고 흘러온 소문 따위는 알 바 아니었다. 그녀가 믿는 것은 눈앞에서 보인 힘.

       

       

       그러나 바티아나의 주먹이 아이작에게 닿기도 전에. 그녀는 아래에서 치솟은 무언가에 턱을 강타당했다. 과장이 아니라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의식을 잃어버린 바티아나의 육체가 허공에서 바퀴처럼 회전하며 볼품없이 땅이 쳐박혔다. 그 모든 것을 목격한 아마조네스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바티아나가 누구인가.

       

       

       성질머리가 난폭해서 그렇지. 단순히 무력 하나만 놓고 보면 아마조네스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 전사였다. 근데 그런 전사가 일격에 패배했다고?

       

       

       물론 상대가 강하다고 꼬리를 말아버릴 아마조네스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건 상황이 다르다. 단순히 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

       

       

       그래. 마치 화산이나 파도와도 같다. 화산 폭발에 맞서 싸우거나 해일에 맞서 싸우는 게 바보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아이작 또한 그런 종류였다.

       

       

       재앙.

       

       

       아무리 용감한 전사라고 할지라도. 눈앞에 거대한 소용돌이나 해일이 밀려오고 있다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건 지금 상황에도 적용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눈앞에 적이 재앙과도 같다고 해도. 그런 상대를 향해서 무기를 겨누는 것. 그것이 바로 아마조네스의 용맹함이었다. 그녀들은 무기를 들었다.

       

       

       이윽고.

       

       

       전사들과 재해가 서로 맞부딪쳤다.

       

       

       * * *

       

       

       아마조네스들의 전사들은 확실히 베테랑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재앙을 상대로 무기를 겨눴으니까. 그게 가능한 자는 진정한 전사들 밖에 없었다. 확실히 정신력 하나만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 정신력이 아이작과 간격을 좁혀주지는 못했다. 아마조네스들은 호기롭게 도전했으나 전부 아이작에게 패배했다. 아이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나같이 목숨은 붙여놓았다. 그게 아이작이 그들에게 베풀 수 있는 온정이었다. 이것도 그나마 아마조네스가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만약 아니었다면.

       

       

       아마 아마조네스는 지도에서 지워질 수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비웃을 수도 있다.

       

       

       아마조네스는 이미 남쪽에서는 하데스와 준하는 무력을 보유한 부족이다. 그런 곳이 하루아침에 지워진다?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의 소설로 치부하겠지.

       

       

       하지만 지금 아마조네스 부족의 상태를 보면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굴지의 아마조네스 전사들이, 의식을 잃고 널부러진 지금의 광경을.

       

       

       “과연 이게 여왕님이 말씀하신 철의 방패의 무력인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아이작은 고개를 돌렸다. 나무를 쌓아서 만든 탑 위에 앉아서 이쪽을 구경하는 소녀가 보였다. 아이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넌 뭐냐.”

       

       

       “나는 여왕님의 사자다. 여왕님께서 네게 전할 말씀이 있다고 하시는군.”

       

       

       “들을 가치도 없군.”

       

       

       “그대의 가족이 여왕님과 함께 있는데도 말인가?”

       

       

       “…….”

       

       

       입가를 복면으로 감싼 소녀의 목소리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를 멈추기에는 충분했다. 곧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소녀를 향했다.

       

       

       “전해라.”

       

       

       “여왕님께서 직접 네 가족들을 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대화를 원하니 위로 올라오라. 그러면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안내해라.”

       

       

       소녀는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서 방향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진흙과 벽돌을 쌓아서 만든 계단이 보였다. 아름답고 깔끔한 계단이었지만.

       

       

       아이작은 관심 없다는 듯이 앞으로 걸어갔다. 소녀는 시선을 돌려서 초토화가 되어버린 아마조네스들과 성벽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저 남자의 힘인가.

       

       

       어떻게 보면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힘. 대화를 무시하고 무력으로 밀어붙이는 불합리함.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 감히 누가 불합리하다며 따질 수 있을까?

       

       

       마수들이 나타나면서 시대는 격변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오직 강자만이 대접받는 이 시대에서.

       

       

       약한 것은 죄다. 그리고 우리는 저 남자보다 약했다. 그렇다면 이 결과를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그게 시대의 진리다. 이윽고, 소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한편.

       

       

       아이작은 쉬지 않고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계단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수많은 나무를 엮어서 만들어낸 아름다운 궁궐에 말이다.

       

       

       그 모습은 가히 걸작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아이작은 일말의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난폭한 남자네.”

       

       

       “…….”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다른 전사들과 다르게 여왕은 하얗고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전사들 중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리고 황금으로 만들어진 허리띠와 음부와 가슴만을 가리는 파격적인 복장은 그녀가 여왕인지 아니면 기녀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아이작은 말했다.

       

       

       “내 가족은 어디 있지?”

       

       

       “약속은 지켜야지.”

       

       

       여왕이 손짓하자 뒤에서 여왕을 지키고 있었던 전사들이 궁궐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전사들은 궁궐에서 밧줄에 포박된 남자 두 명을 끌고서 나왔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바로 라스와 필레스였다. 운이 나쁘게도 그들은 감옥에서 탈출하자마자 여왕과 조우하였고. 정면 대결에서 참패하여 결박을 당했다.

       

       

       아이작이 지금 상황에서 참을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 그들에게 상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깨달았다. 상처 없이 그들을 제압한 실력자라는 것을.

       

       

       “원하는 게 뭐지?”

       

       

       “네 씨앗.”

       

       

       불필요한 미사여구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여왕 역시 화끈하게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아이작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한다.”

       

       

       “그럴 줄 알았어.”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기드온의 영웅이잖아? 그럼 기드온식대로 가야지.”

       

       

       약육강식.

       

       

       적자생존.

       

       

       오직 승자만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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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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