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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 * *

       

       

       

       천중밍은 신이 나서 돌아갔다.

       

       그 뒤로 러시아 군사고문들과 남는 무기들을 잔뜩 보내주었다.

       

       동프로이센 지원?

       

       동프로이센의 군대는 우리만 지원하는 건 아니다.

       

       영국이 동프로이센을 공산 독일의 견제를 위해 확실히 지원하는 거 같다.

       

       그러니까 남는 건 그냥 천중밍에게 넘기는 거지.

       

       

       “저자를 지원해도 되겠습니까? 중국을 장악할 만한 능력이 없을 듯합니다만.”

       

       

       내 명령을 받고 군사고문이며 군수물자를 슬쩍 넘겨 준 검은 남작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천중밍은 딱 봐도 아 천하를 도모할 인상은 아니다. 그런 얼굴이긴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아주 능력이 없다는 건 아니다.

       

       연성자치론, 중화합중국.

       

       이거 두 가지만으로도 내가 천중밍이란 패를 써먹을 수 있다.

       

       

       “그러니 지원해야죠. 저자는 중국 전체를 장악할 능력은 없으나, 그래도 중국의 일부는 담당할 만한 인물이죠.”

       

       

       그래. 천중밍은 그럴 그릇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군벌 정도는 가능하지.

       

       중국의 일부를 추치하고 지방정부 정도는 꿰찰 수 있을 것이다.

       

       중화합중국이 되기 이전, 적당히 분열 난 자치 정부국가의 상태로. 그 상태에서 광둥 정도는 유지하겠지.

       

       

       “그럼 일부러 저자를 지원하려 하시는 겁니까?”

       “저는 현실보다 수십 년 후의 미래를 봅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중국은 열강들의 케이크였지만, 근대화를 이룬 통일 중국의 잠재력은 대단합니다. 그 성장의 동력을 막아야죠.”

       

       

       미래를 아는 나로서는 확실히 막을 생각이다.

       

       

       “중국이 우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입니까?”

       

       

       검은 남작이 보기에는 뭐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을 거다.

       

       그렇겠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강들의 맛집이 아니었나.

       

       그 맛집이 러시아를 이길 수 있다고 하니 좀 그럴 거다.

       

       믿기 힘들겠지만.

       

       뭐 실제로 신냉전은 미국과 중국이니까. 아마 지금의 러시아인들은 쉽게 믿기 힘들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직접 나서지 않는 선에서 줄일 수 있으면 줄이고 제대로 분열시켜야 한다.

       

       

       “어느 시대이든 인구수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전까지는 열강이 중국보다 한참은 앞서 있어서 가능했다고는 해도, 그 광대한 대륙영토에 수많은 인구 무시할 수 없거든요.”

       “그래도 그들이 우리를 이길 것 같지는.”

       

       

       신냉전을 주도하는 것이 중국이 되는 점에서 이미 러시아는 넘어선 거지. 그렇다고 이놈들이 커져서 진짜 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핵전쟁 이전부터도 온갖 민폐나 부리며 패권주의만 선보였으니.

       

       분열해서 서로 다투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천중밍이 바라는 중화합중국이 현실화되면 러시아만이 아니라 국경을 맞댄 한국은 확실히 위성국행이다.

       

       실제 역사의 반도의 반쪽짜리 남한보다 훨씬 더 뒤떨어질 수도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방문명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많아졌으면 하거든요.”

       

       

       많이 아주 많이. 지금 현존하는 세계의 나라들보다 더 많게.

       

       내가 보기에는 시리아를 비롯해서 몇몇 나라는 후일 새롭게 재건될 오스만 아래로 들어갈 것이다.

       

       히틀러도 독일과 맞서기 위해서 오스트리아-헝가리를 부활시키려고 하면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가 오스트리아 아래로 가서 하나가 될 테고,

       

       원래 역사보다 국가수는 좀 줄어들 거다.

       

       그럼 중국 쪽에서 늘려야지. 안 그래?

       

       

       “그럼, 중국이 분열되길 원하십니까?”

       “네. 당연합니다. 특히 저희 러시아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하여 더 조심해야죠. 이 모든 건 우리 합중국이 주도해야 합니다. 먼 미래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요.”

       

       

       당장 핵전쟁과 관련이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 이후에, 한 때 소련이었던 러시아는 중국에 휘둘리기만 했다.

       

       핵전쟁도 사실상 중국이 시작한 거나 다름이 없었지.

       

       

       “그렇군요. 과연 폐하의 혜안은 대단하십니다.”

       

       

       대단할 것도 없다.

       

       그저 암담한 미래를 막고 싶을 뿐이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 쪽에 빙의하는 것보다 이쪽이 더 나은 거 같기도 하지만.

       

       러시아다 보니 유럽도, 아시아도 신경 써야 하는 점이 참 좀 그러네.

       

       영국과 프랑스라도. 아니, 방장 사기맵을 혼자 가진 미국이라도 실제 역사만큼만 해 줘도 어떻게든 미래는 나아질 텐데.

       

       

       “외교부에서도 국제 관계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기존 협상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예. 영국의 요청으로 동프로이센 주둔 병력도 늘렸습니다.”

       

       

       발트 쪽은 아쉽게도 결국 독립을 선택했다.

       

       독립이라고 해도 내 보기에는 영국 괴뢰국이지만, 지기들은 독립이라고 하니 어쩌나.

       

       물론 말했다시피 굳이 건드리지는 않았다.

       

       애초에 나중에 독립하는 나라들이기도하고. 러시아는 지금, 이미지 쇄신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이미 러시아의 품에서 떨어져 나간 것들을 무력으로 점령할 수도 없고, 최대한 영국 체면도 생각해 줘야지.

       

       나중에 어, 러시아 만만하네. 한번 노려 봐? 이러는 게 아니라면 굳이 발트를 때릴 생각은 없다.

       

       

       “발트는 말인데. 아쉽긴 하지만 뭐, 그 뒤에 영국이 있으니 합중국 편입은 어렵겠군요.”

       “지금 영국을 보면 우리 도움이 절실한 거 같은데. 살짝 한번 협상을 해 보시는 것은.”

       

       

       그건 좀 아니다.

       

       물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지. 영국도 지금 배 째라 식으로 발트 좀 줘요! 하고 드러누우면 결국은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영국은 대전쟁의 성적이 한참 떨어질 수 있다는 거지.

       

       

       “독일이 저 모양이 되었으니, 이미 영국 내부에서도 꽤 말이 많을 겁니다. 이 마당에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으로 내준 걸 도로 달라고 하는 건 좀 그렇겠죠.”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 영국의 위치는 중요하다.

       

       섬 전체가 일종의 불침 항모로 독일 본토를 폭격하는데도 용이할 테고. 만일 터진다는 가정 하에 보면 미국. 아니, 미국이 이 세계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러시아군이 브리튼 섬에서 프랑스나 독일 쪽으로 상륙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영국만큼은 공산화든 파시즘화든 막아야지.

       

       

       “아쉽군요.”

       “아쉬울 거 없습니다. 지금 가진 영토를 단속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는 많은 가능성을 두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나중에 합중국에 합류하지 않은 것을 저들 스스로 후회할 만큼 러시아를 위대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냥 간단한 이치다.

       

       그들이 보기에 부러울 만큼 러시아를 발전시키면 되지.

       

       이렇게 말하면 군부도 만족할 거다.

       

       어차피 그쪽 땅 잃었어도 그 불만은 북만주와 몽골, 콘스탄티노플 수복으로 적당히 무마할 수 있었으니까.

       

       여기에 땅을 팔아넘겼다는 프레임은 볼셰비키가 죽기 전에 다 뒤집어쓰고 갔거든.

       

       애초에 자기들이 저지른 거라 자업자득이지만.

       

       

       * * *

       

       

       이 무렵. 영국도 그리 내부에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독일을 봐줘서 근본적으로 얻은 것이 없다는 것.

       

       물론 식민지를 더 얻거나 배상금을 약속받거나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으로 많은 걸 또 얻기는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결국 독일은 혁명이 터져 버렸다.

       

       전쟁에서 협상국에 가장 큰 펀치를 날린 독일을 봐준 것이 결국 공산 혁명을 막기 위해서였는데. 결국, 터져 버렸고.

       

       이러면 독일을 봐준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은 득보다 실을 기억할 뿐이다. 자기 자식이 전장에서 죽어 나간 부모는 독일이 떼준 큼지막한 땅덩어리보다는 자기 자식의 죽음이 개죽음이 된 것에 분노했다.

       

       

       “독일을 봐줘서 얻은 것이 뭐냐!”

       “맞다! 결국, 공산 독일이 튀어나왔잖아!”

       “지난 전쟁에서 내 아들의 죽음으로 뭐가 바뀌었나?”

       “뭐하러 유럽 전쟁에 뛰어들어서는!”

       “그, 오스만의 항복을 받았습니다! 여러분!”

       “러시아만 콘스탄티노플 회복하고 축제잖아!”

       

       

       오스만의 항복도 그게 어딜 봐서 항복인가. 땅은 포기할 테니 항복 서명이나 해라 이런 식으로 해서 정신 승리를 한 것뿐이지. 심지어 오스만에서도 지루하게 질질 끌리다가 겨우 러시아 덕에 이긴

       것이 아니던가.

       

       어디 이뿐인가?

       

       동프로이센의 카이저가 적어도 제대로 동프로이센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다 던져 주기도 했고.

       

       문제는. 배상금은 없다는 거다.

       

       공산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의 파기를 외쳤다.

       

       식민지는 다 토해냈지만 배 째라고 누운 독일을 다시 째기에는 영국과 프랑스는 그 기나긴 참호전을. 그것도 저 빨갱이를 상대로 다시 해낼 자신이 없었다.

       

       이기지도 지지도 못할 싸움이다.

       

       공산 독일을 인정은 했지만, 그 인정이 국제사회에서 공산 독일을 온전히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닌 굳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냥 뒤에서 다른 국가들과 함께 늘 그렇듯 공산 독일을 외교적으로 굴복시키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대비는 해야 하니 폴란드와 동프로이센 쪽에 영국군을 진주하거나 동프로이센 쪽은 발트를 노리고 있던 베르몬트의 서러시아군을 주둔시켰다.

       

       한마디로 또 돈은 돈대로 빠지고 있었다.

       

       절반의 우크라이나와 발트를 비롯해 죄다 친영으로 구성시키기 위해 이쪽으로도 돈이 또 빠지고.

       

       미국에게 손을 벌리자니. 독일이 바로 항복하자 뒤로 빠진 놈들이다.

       

       오히려 더 도움을 바라다가는 큰일일 수도 있고.

       

       그래도. 대영제국은 어떻게든 무사히 넘기고 있었다.

       

       어쨌든 성과물이 없지는 않았으니까.

       

       물론 그 성과물을 러시아가 다시 야금야금 뜯어먹으려고 각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대영제국은 버틸 수 있었다.

       

       다만, 다른 나라의 사정은 달랐다.

       

       특히 이탈리아는 불만이 많았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뒤통수를 맛깔나게 후려치면서 당당히 승전국이 되었고 땅도 뜯어냈지만, 전쟁에 소모된 것에 비해 얻는 것이 부족했다.

       

       오스만에서도 그래서 발을 뺀 것이 아닌가.

       

       

       “우리도 뒤집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이탈리아를 통치하는 것!”

       “협상국 편을 들어 얻은 것이라곤 트렌티노알토아디제와 이스트리아 반도 밖에 없다!”

       

       

       차고 타오르는 불만.

       

       약속한 영토에 비하면 턱없이 조그맣게 받은 영토는 이탈리아인들을 빡치게 하기 충분했다.

       

       

       “슬라브 놈들이 제2의 로마를 수복했다!”

       “우리도 로마를 재현해야 한다!”

       “저 독일을 보라! 공산 혁명을 이룩해내었다! 공산국가야말로 로마를 부활시키는 데 제격이다!”

       

       

       실제 역사처럼 원하는 만큼의 영토를 얻지 못한 것을 시점으로 이탈리아는 당연히 내부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심지어 실제 역사와 다르게 종전도 모호하게 되지 않았는가.

       

       여기에 다 죽어 가던 러시아는 어떻게 기사회생하여 합중국으로 다시금 태어나고 콘스탄티노플을 수복하여 정교회의 수호자. 동로마제국의 후손임을 세계에 알렸다.

       

       다 죽어가던 러시아보다 못한 입장이라 참으로 불만이 차고 차다 입 밖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여기에 독일에서 공산 혁명이 성공했고, 이 틈을 이탈리아 내 사회주의자들이 놓칠 리 없었다.

       

       본래 역사라면 파시즘의 원조가 되어야 할 베니토 무솔리니. 그는 이탈리아공산당의 대표가 되었다.

       

       실제 역사처럼 파시즘으로 나아가려던 그는, 독일 혁명을 보고 감명받았다.

       

       기존 부패한 독일제국의 모든 것을 갈아엎고 탄생한 독일 자유사회주의 공화국.

       

       무솔리니는 전쟁에서 제 몫을 받지 못해 위대하지 않은 이탈리아를 로마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역시 혁명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여기에 흥미롭게도 무솔리니는 러시아의 콘스탄티노플 수복에 자극을 받아 이탈리아도 로마를 재건해야 한다고 여겼다.

       

       로마를 가진 이탈리아야말로 진정 로마의 후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가 자극 받은 이유는 본래 사회주의자였던 몸으로서 적백내전에서 승리한 백계 러시아가 노동자를 대우하며 사회주의 비스무레한 정책들을 시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쳐서 그가 결론을 내린 것은 사실상 지금의 러시아가 한차례 몰락시켰던 공산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진정한 로마의 자리를 걸고 러시아와의 최종결전에 임하는 것이었다.

       

       ‘러시아를 무너뜨려야 로마를 재건할 수 있다!’ 

       

       그리고 혁명을 위해서는 마땅히 공산 독일과의 협력은 필수였고.

       

       베니토 무솔리니는 공산주의로 위장한 실제 역사와 비슷한 파시즘 비스무레한 것으로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한 것이다.

       

       

       “무솔리니 동지를 돕겠소. 이탈리아만의 혁명을 이룩해 이탈리아를 해방하시오.”

       

       

       공산 독일의 지원을 받은 무솔리니는 바로 세력을 급격히 불려 나가면서 급기야 이 세계의 미래에는 로마 진군. 붉은 행진이라 불리는 혁명을 일으켜 이탈리아를 장악했다.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이름 뿐인 왕실 직함만을 허락받고 사실상 가택 연금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베니토 무솔리니는 유럽에서 공산독일의 카를 리프크네히트 서기장 다음으로  공산국가 서기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당연히.

       

       

       “사방이 빨갱이들이야!”

       

       

       중간에 낀 오스트리아는 난리가 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적과 아군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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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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