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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

       “–!”

         

       그들은 소리를 낼 수 없음에도 무언가 소리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는 듯 진성을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잔뜩 일그러진 표정과 불그스름해진 얼굴은 그들이 얼마나 분노에 가득 차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성은 그들의 분노를 웃음으로 받아주었다.

         

       “저런. 많이 다치셨군요. 빨리 치료를 받아야겠습니다.”

         

       둘의 모습이 참으로 기껍다는 듯 그는 웃었다.

       그는 웃는 낯으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기쁨을 숨기지 않고 그들의 동공에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이란 참으로 비틀린 데 없이 아름다운 선을 그렸으면서도 티가 없어 천진난만한 면이 있었으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웃음이라.

         

       진성은 제 앞에 제물이 걸어왔음을 마음으로, 마음을 다해 기뻐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

         

       소리 없이 터져 나온 불기둥은 둘을 향해 나아갔다. 마치 불로 만들어진 용이 꿈틀대며 오는 듯한 끔찍한 광경에 나루미는 손가락을 깨물더니 무언가 수인을 그려 장벽을 만들었다.

         

       반투명한 신력으로 형성된 장벽은 불기둥을 방패처럼 막아내었고, 장벽에 부딪힌 화염은 용암이 장애물을 만나 갈라져 흐르듯 장벽을 중심 삼아 양쪽으로 갈라 흘러갔다. 하지만 갈라진 불꽃은 그대로 힘을 잃고 허공에 사라지는 대신에 꿈틀대며 모양을 이루며 퍼져나갔으니, 그 모양이 신사의 안에 들어간 불나방과 흡사한 모양새였다.

         

       불나방은 불똥이 퍼져나가듯 사방으로 퍼졌다가 다시 하나로 합치며 모양새를 이루었는데, 그 모습이 다리가 없고 불로 만들어진 인간의 형상이었다.

       인간의 형상을 이룬 불은 불귀신이 집을 불태울 때 달려드는 것처럼 키시모토 부녀를 향해 달려들었고, 요시아키는 대경하여 신력을 화살 모양으로 만들어 그것을 향해 쏘았다.

         

       “활리역 사람아, 너 지귀야. 불이 난 마음으로 타올라 귀신이 되었으니 마땅히 온 세상을 떠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꽃은 요시아키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다시 셀 수 없이 많은 불나방의 형태로 변해 흩어졌다. 그리곤 화살이 지나가자 다시 몸을 합치며 사람의 형상을 이뤘고, 다시 요시아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요시아키는 그 모습에 이를 악물더니 나루미를 툭 쳐서 신호를 보냈고, 나루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핏발이 선 눈으로 다시 장벽을 만들었다.

       이번에 만든 장벽은 돔의 형태.

       나루미와 요시아키를 감싸는 모습의 장벽이었다.

         

       그 모습에 진성은 피식 웃더니 용병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용병들은 짐에서 제각기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들었다.

         

       가장 먼저 설치된 것은 총.

       생긴 것은 소총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둔중하고 커다랬으며, 총의 앞부분에 양각대가 달려있었다.

         

       용병들에게 전기톱, 믹서기 등으로 불리는 무기인 기관총이었다.

       그것도 그냥 기관총이 아닌, 최신형 소재와 냉각마법을 통해 분당 10,000발까지 연사가 가능한 괴물 기관총이었다.

       다만 자위대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 그런지 단가가 높고 내구도와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용병들에게는 그딴 사실 따윈 상관이 없었다.

       위험천만한 전장도 아니고, 고작 신관과 무녀를 상대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마법 폭격에도 견디는 내구성이나 영하 30도와 영상 50도를 넘나드는 미친 날씨에도 무리 없이 작동하는 신뢰성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지금 이 순간, 잘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

         

       분당 1만 발이라는 정신 나간 연사력으로 터져 나오는 총알은 소나기가 지붕을 두드리듯 그들이 숨은 장벽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장벽에 부딪히며 총알이 터져나가며 불똥이 튀고, 예광탄이 튕겨 나가며 신사의 주변에 불을 냈다.

         

       “모시는 건 여우신인데 다람쥐처럼 신력을 꾸역꾸역 잘도 모아놓았구나. 제 신이 인사불성인데도 여력이 남는 걸 보니, 참으로 욕심이 많은 것들이야.”

         

       그는 입에서 피를 꾸역꾸역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신력을 이용해 장벽을 유지하고 있는 나루미를 보았고, 호랑이의 외침을 들은 것처럼 덜덜 떨리는 사지를 의지만으로 우뚝 세우고 있는 요시아키를 쳐다보았다.

         

       둘은 절대로 너 따위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너희가 어떤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버틸 수 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용병 중 한 명이 진성에게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수신호로 물었지만, 진성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용병의 걱정을 완전히 일축해버렸다.

         

       “문제없다. 독에 잘 절여져 있으니, 시간은 우리 편인즉.”

         

       그 말대로였다.

       장벽을 유지하고 있는 나루미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졌으며, 입에서 흘린 피 때문인지 무녀복이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출혈 때문인지 몸에 도는 독 때문인지 나루미의 동공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고, 쇼크가 올 기미까지 보였다.

         

       그렇다면 요시아키는 괜찮은가?

       그렇지 않았다.

         

       진성이 사용한 주술은 호랑이의 상징을 이용한 것.

       호랑이는 육식 동물 중에서도 최고에 속하는 데다가 각종 주술적인 의미를 품고 있어서 동물과 잡귀들을 상대로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동물 중에서도 호랑이와는 완벽한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여우.

       여우를 모시는 키시모토 부녀는 지금 거부반응으로 인해 혈관독에 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차라리 거기서 그쳤다면 저항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을.

       애연가였던 요시아키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호랑이의 상징이 새겨진 데다가 호랑이의 부산물을 첨가해서 만든 시가를 피우기까지 한 모양인지 신력을 제대로 운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루미처럼 입에서 피를 꾸역꾸역 흘리지는 않았지만, 내출혈이 있는 모양인지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으니….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었다.

         

       하지만 기적은 있는 것일까.

         

       [ 썩 물러가지 못할까! ]

         

       죽음이 드리우는 침묵 속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본전의 벽이 터져나가면서 거대한 짐승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본전에서 튀어나온 짐승은 여우를 닮은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우를 닮기는 했으되 신력 때문인지 그 형상만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어린아이가 대충 찰흙을 뭉개서 여우의 모양만 만든 것 같은 모습.

         

       “제 신관을 구하러 오다니, 참으로 대견하구나.”

         

       여우는 땅에 깔린 연기에 몸이 닿을 때마다 TV의 노이즈가 지지직거리듯 흔들렸으며,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고는 있으나 불안정하게 사방으로 튀는 신력의 모습으로 보아 신력의 제어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제 형상조차 제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워하는 상황임에도 자신의 신관들을 위해 나선 그 모습은 칭송을 받아 마땅했다.

         

       진성은 진심으로 여우에게 박수를 쳐주었고, 그와 동시에 품속에 있는 것들을 허공에 띄워 여우에게 날렸다.

         

       여우에게 날아가는 종이는 괴황지가 아닌 평범한 A4 용지로 보였다.

       종이에는 유치원생이 크레파스를 손에 꼬옥 쥐고 호랑이와 귀신을 섞어서 그린듯한 형상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형상이 우습게 보이면서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위협이 느껴졌다.

         

       “호탈굿에 사용하는 종이 범탈이니라. 어디 이것까지 한 번 버텨 보아라.”

         

       종이는 빠른 속도로 여우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연기를 휘감아 날아가는 그 모습이 호랑이 머리를 한 뱀이 먹이를 습격하는 듯도 보였고, 호랑이 얼굴을 한 용이 돌진을 하는 것으로도 보였다.

         

       기분 탓이었을까?

       아니면 주술의 탓이었을까?

         

       여우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호랑이 그림이 입을 쩍 벌리고 자신을 물어뜯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이까짓 조선 주술에 내가 당할 것 같으냐! ]

       “그러하다.”

         

       여우는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제 신관과 무녀를 지키기 위해 발악을 하려 했으나 진성은 그 발악이 우습다는 듯 소드 오프 샷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 나간 것은 불꽃이 아닌 탄환.

         

       진성의 손에 들린 샷건에서 소금탄(Rock Salt Shell)이 터져나왔다.

         

       [ 캬악! ]

         

       짧은 총신에서 튀어나간 부정을 담은 소금은 면의 형태로 퍼져나가 여우의 몸에 골고루 박혔고, 힘든 와중에도 호랑이 그림을 막기 위해 애를 쓰던 여우의 정신을 흩트려놓았다.

         

       게다가 시간이 끌리는 사이 용병들이 본전 주변의 짐에서 꺼내서 장전한 무기가 있었으니.

         

       “–!”

         

       판처파우스트.

         

       대전차 로켓이었다.

         

       “-!”

         

       요시아키는 경악했고.

       나루미는 체념하듯 눈을 감았으며.

       여우는 몸을 돌려 신사 안으로 피신했다.

         

       ” हूँ-”

         

       그것이 끝.

       전투의 끝이었다.

         

         

         

        * * *

         

         

         

       제물이 모였다.

         

       나루미는 성형작약탄까지는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절을 했으며, 요시아키는 폭발과 기관총 세례에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리고 신사 안쪽으로 도망간 여우는 농성이라도 할 작정이었는지 수작을 부리려 했지만, 방화용으로 잔뜩 챙겨온 화염병과 백린 수류탄에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는지 그대로 제 신체(神體)가 있는 곳까지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드러난 신체는 리세가 슬라임에게 공급받는 압도적인 양의 신력을 이용해 제압했다.

       평소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진성의 주술로 약화하고 치명적인 타격을 준 상태인지라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이 신사는 진성과 용병이 완벽하게 점령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점령을 기념하듯 신사에는 거대한 구조물이 세워졌으니.

         

       백단향으로 세운 제단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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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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