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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

       하오문 지부 하나를 집어삼킨 거나 다름없게 된 백우진은 다른 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백우진이 그들에게 요구한 정보는 단 하나.

         

       중원 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마인 또는 마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휘유, 장난 아니게 많네.”

         

       받아든 보고서의 두께는 사람 머리를 내리치면 아찔한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웠다.

         

       더군다나 마인과 마물의 제거는 무림맹의 최우선 임무인 만큼 대다수의 마인들은 이미 무림맹의 무사들이 출전하여 토벌했거나 토벌 준비에 착수 중인 것들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하오문이 알고 있는 정보의 대다수는 개방 또한 알고 있다. 그리고 개방이 알고 있다는 건 무림맹 또한 알고 있다는 말과 일치한다.

         

       그래서 정보의 수집 방향을 바꾸었다. 의문의 살인 또는 실종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지역이 있는지 조사하는 쪽으로.

         

       “중원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 또는 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입니다.”

       “어, 음….”

         

       막돼먹은 세상이라는 걸 깜빡했다.

         

       중원 전역에 생각보다 많은 실종과 살인 사건이 일어나 보고서의 두께가 훨씬 두꺼워졌다. 이제는 정말 사람 머리를 치면 죽일 수 있을 정도다.

         

       “내 팔자야.”

         

       마석으로 꿀 좀 빨아보려 했더니 세상이 도와주질 않는다.

         

       그날부터 백우진은 보고서를 조금씩 챙기고 다니며 수련하는 도중에도 틈틈이 읽어가며 조별 과제 후보지를 추려나갔다.

         

       그렇게 선정된 곳은 총 세 곳. 그중에서 가장 확률이 높을 것만 같은 곳으로 꼽힌 곳이 서안에서 청해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백리산이라는 곳이었다.

         

       “냄새가 풀풀 나는구만.”

         

       마인들의 근거지인 신강.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중원의 최전선인 청해성.

         

       가능성을 넘어선 확신에 가까운 냄새가 풍겨왔다.

         

       이는 곧 백우진의 본능이요, 숙명이었다.

         

       “어딜 가도 문제가 터지긴 하겠지만.”

         

       이곳이 소설 속의 세상이고, 백우진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코난이 가는 곳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듯, 백우진 또한 마찬가지다.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대다수가 백우진의 주변 또는 그가 가는 곳에서 벌어질 확률이 높다.

         

       이곳 백리산에 가장 강한 확신이 드는 것도 아마 그 숙명이 점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만 조금 더 있으면 좋겠는데.”

         

       백우진은 겨울 동안 조원들을 이끌고 훈련을 거듭했다.

         

       그들을 아주 고되게 만들었다.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뜰 것 같은 장삼이 숨 헐떡이는 소리를 제외하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무수히 많은 실전 경험을 간직한 백우진에게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혀진 덕분에 각종 불리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 능력을 갖추는 데에 성공했으나, 경지 자체의 상승은 미미한 편이었다.

         

       그렇기에 걱정이 앞섰다. 절정 하나에 일류 셋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놈까지 총 다섯이서 마물을 토벌할 수 있을까.

         

       조원들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겠다 말은 했지만 죽음으로 내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팔다리가 부러질지언정 목숨은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두어야 하는데, 혼자의 힘으로 모두의 위기를 막아서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누구 없을까.”

         

       난이도가 어려운 과제는 다른 조와 힘을 합치는 게 가능했다.

         

       백우진은 가장 먼저 명진을 떠올렸으나 그는 이미 과제를 위해 조원들과 떠난 후였다.

         

       그가 택한 과제 또한 매우 특이했다.

         

       “백팔나한진을 온몸으로 체험하러 간다니.”

         

       진짜 미친놈이네, 이거.

         

       성격으로 짐작컨대 옛날부터 백팔나한진을 직접 몸으로 겪어보고 싶었던 게 틀림없다. 그 의지를 과제를 통해 표출했고, 이를 빌미로 사문인 소림사에 요청했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또 누가 있지?”

         

       같은 학년의 조를 하나둘씩 떠올렸다.

         

       하나 같이 안 친하거나 서로 반목하고 있는 놈들밖에 없다.

         

       “형…은 안 되겠고.”

         

       동생에 대한 과보호가 심한 수준이라 마물을 잡으러 가겠단 말부터 막힐 가능성이 크다. 설령 허락을 받는다고 해도 자기가 앞장 서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할 게 뻔히 보인다.

         

       “아.”

         

       그러다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 소저랑 가면 되겠네!”

         

       독봉 당선영.

         

       그녀 또한 한 조를 이끄는 용봉의 일원이다.

         

       백우진이 부탁할 수 있는 사람 중, 응해줄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기도 했다.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 부탁하고 싶었지만,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었다.

         

       두꺼운 보고서를 한쪽에 치워두고서 하오문의 지부인 객잔으로 향했다.

         

       “아이고, 대협! 어서 오십시오!”

         

       저번부터 마주쳤던 점소이가 열 일 제쳐두고 나와서 그를 환대했다.

         

       이 층 끄트머리 객실에 들어선 그는 점소이에게 말을 전했다.

         

       “지부장에게 전해. 백리산 사건에 대한 정보들을 더 많이 가져오라고.”

       “예!”

       “그리고 안주 맛있는 걸로.”

       “아이고, 물론입죠! 제일 맛있는 것들로만 대령하겠습니다요.”

         

       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안주들이 식탁 위에 가득 차려졌다.

         

       백우진이 은자 한 냥을 튕겨 점소이에게 건네주자 그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맛있게 드십시오, 대협!”

         

       점소이가 문을 닫고 나가자 백우진은 곧장 젓가락을 쥐었다.

         

       그들에게 빚을 지운 만큼, 객잔의 이용 또한 무료로 할 수 있어 심심할 때면 찾아와 식사나 반주를 걸치기에 참으로 좋은 곳이 되었다.

         

       “음?”

         

       동파육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려던 찰나, 문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지?’

         

       자기 딴에는 제법 기척을 감추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백우진에게는 훤히 느껴졌다.

         

       오감을 더욱 집중하자 조금 더 뚜렷해진 그의 후각으로 맡아본 적 있는 달착지근한 향기가 스근히 들어왔다.

         

       ‘당 소저잖아.’

         

       당선영의 체취와 함께 맡았던 미약의 향기였다.

         

         

       * * *

         

         

       “너…, 간도 크구나.”

         

       마물 토벌이라는 말에 그녀가 내비친 반응이었다.

         

       조별 과제에는 한계가 없다. 그들이 원하는 걸 하면 된다. 물론 그에 따른 성적 분배만 책임진다면 말이다.

         

       마인, 마물 토벌은 성적이 보장된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생도들 중 이에 도전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여벌 목숨이 몇 개쯤 되는 거니?”

         

       점수에 목마른 생도들도 목숨은 아까우니까.

         

       “동료들을 다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진심어린 충고였다.

         

       과거 조별 과제로 마인 토벌에 나섰던 조의 조장들은 언제나 살아남았다. 그들 대다수가 절정에 도달한 고수였으니까.

         

       죽는 것은 언제나 그 밑에 있는 조원들이었다. 아직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이들이 허무하게 삶을 잃어버리는 일이 잦았다.

         

       “안 죽이려고 당 소저를 끌어들이는 거야.”

         

       백우진이 대답했다.

         

       “내 힘으론 아직 다 못지킬 것 같아서.”

       “흐응…, 그래서 내 힘을 빌리겠다?”

       “그렇지.”

       “내가 힘을 안 빌려주겠다면?”

       “그러면 뭐…,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의 말투에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당선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포기하겠단 선택지는 없니?”

       “없어.”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것 같은 단호한 음색이었다.

         

       “마물한테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

       “원한…이라기 보단, 글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먹잇감이라고 해야 할지, 한 끼 식사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니면 간식 정도일까.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본 당선영의 얼굴이 슬픔에 젖어들었다. 어쩌면 마물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거나 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기 힘든 사연이라면 안 해도 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녀의 자애로운 목소리에 백우진의 고개가 갸우뚱하게 넘어갔다.

         

       아무래도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구나, 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도와줄게. 단, 우리 조가 아니라 나 혼자서.”

         

       백우진이 흔쾌히 수락했다.

         

       “그걸로 충분해.”

         

       애초에 바란 것은 그녀였지, 그녀가 이끄는 조가 아니었다. 마인을 상대함에 있어 필요한 것은 수가 아니라 질이니까.

         

       “한 가지 더.”

         

       그녀가 한 가지 조건을 더 내걸었다.

         

       “내가 부탁을 들어주었으니, 너도 나중에 내 부탁 하나를 들어줘야 해.”

       “그 정도라면 뭐….”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은 아니었다.

         

       당선영이 손에 쥔 술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계약, 성립이네?”

         

       백우진 또한 술잔을 들어 그녀의 잔에 가볍게 부딪쳤다.

         

         

       * * *

         

         

       날씨가 제법 푸근해졌다.

         

       완연한 봄이 찾아오려면 아직 남았지만, 외부 활동을 하기에 무리가 없을 수준.

         

       비로소 때가 왔음을 느낀 백우진은 조금 더 강하게 조원들을 몰아붙였다.

         

       “히얏!”

         

       신예화가 월도를 휘둘렀다. 비무제 때보다 훨씬 더 강한 바람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비약적인 발전이 돋보였으나 백우진은 칭찬 대신 독설을 퍼부었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너보다 더 잘 휘두르겠다!”

         

       그러자 신예화가 멈춰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희 할머니 살아계시잖아…?”

       “어, 음….”

         

       오랜만에 마주한 아들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백영학을 보고 학을 뗀 터라 가족에 대한 기억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거, 있어. 우리 친할머니 말고 또 다른….”

         

       말끝을 흐리다 불같이 화를 냈다.

         

       “지금 잡담할 때야?!”

       “끼약!”

         

       분노가 담긴 칼질에 신예화의 곡소리가 줄지어 울렸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힘차게 잘근잘근 밟아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백우진은 파김치처럼 바닥에 널부러진 이들을 불러모았다.

         

       “슬슬 때가 왔다.”

         

       앞뒤 말 싹 떼고 개떡 같이 던진 말에도 그들은 찰떡 같이 알아들었다.

         

       “슬슬 얘기가 나올 거라 생각했지….”

         

       예상했다는 듯한 말투였다.

         

       장삼이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키며 그에게 물었다.

         

       “정녕 마물을 토벌할 셈이오?”

       “응.”

         

       이견은 받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음성에 구왕수와 장삼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겠어….”

       “협상의 여지를 안 주는구먼.”

         

       둘이서 무언가 작당모의라도 했었나 보다.

         

       가만히 누워 있던 제갈연지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저어, 백 공자….”

       “응?”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인원으로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백우진은 제갈연지가 그 말을 꺼냈다는 게 무척이나 기꺼웠다. 참모로서 조의 전력을 파악하고, 또 생각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우리끼리는 힘들겠지. 그래서 지원군을 불렀어.”

         

       가만히 듣고 있던 신예화가 귀를 쫑긋거리며 물었다.

         

       “누구?”

       “이리로 오기로 했으니까 직접 봐.”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연공실의 문을 두드렸다.

         

       백우진이 직접 잠금쇠를 풀어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

         

       언제나처럼 눈을 요사스럽게 빛내고 있는 당선영이 인사를 건네왔다.

         

       “안 그래도 당 소저 얘기하고 있었어.”

         

       어서 들어와.

         

       “그럼 실례.”

         

       당선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공실을 문턱을 넘어섰다.

         

       “오…!”

       “오오.”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를 맞이한 장삼과 구왕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당선영은 가볍게 웃어 보였다.

         

       “누, 누구지?”

         

       반면 신예화는 처음 보는 유형의 미녀가 등장하자, 한껏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옆에 있던 제갈연지가 입을 열었다.

         

       “독봉 당선영….”

         

       찰랑이는 앞머리 사이로 두 눈동자가 불길에 휩싸인 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엑, 그 독봉 말이야?”

         

       독봉에 대한 이야기는 학관 내에서 유명했다. 수많은 남자들을 파멸로 이끌었다던가, 남자들을 먹잇감으로 보는 독거미라던가 하는.

         

       “반가워. 당선영이야.”

         

       그녀의 가벼운 인사에 신예화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우진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흐응…?”

         

       노골적인 물음에 당선영의 눈가가 좁혀졌다.

         

       그녀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백우진이 두 사람 사이에 난입했다.

         

       “그냥 오다가다 알게 된 사이니까 신경 끄고 자리에 앉아.”

       “읏…!”

         

       무신경한 눈빛에 기가 눌린 신예화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후후.”

         

       백우진의 뒤에 서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던 그녀가 멀리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두 눈동자가 광망의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본격적인 몬가,,, 몬가 막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늦었으니 말을 줄이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선작, 댓글, 추천, 알람 설정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ㅎㅎ!

    P.s 후원 감사의 말씀

    AABABBA 님!

    재차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메시지에 적는 짤막한 영어 문장이 무척이나 맛깔나는군여,,,!

    베리군 님!

    후원 감사합니다! 5,700자를 한 문장에 함축시켜 주셔서 무척이나 힘이 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김경민_839 님!

    후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 열심히 쓸 테니 함께 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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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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