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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0

       

        

        

        

        

        

        

        

        

       “…그 사이 절반 가량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군요. 몇 분도 안 지나간 것 같은데.”

        

       “전력실까지 내려간 분들은…아마 지금쯤 시청자 중 한 명이 되어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방송은 끝까지 이어질 예정이니, 부디 계속 봐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어코 셋째를 묵사발로 만들어버렸군요 선생님 정말이지 끝이 없습니다

       -소신발언)이거 그대로 따라해도 우리는 실패할거같음

       -이걸 도대체 어떻게 깨라고 이카루스 십새기들아!!!!!!!!!!

       -팩트)말살난이도는 원래 깨라고 만들어놓은게 아니다

       -대충 어떤느낌으로 가는지는 알겠는데 이건 진짜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아남은 사람들이 중앙으로 모인다.

        

        공격을 얻어맞아도 실시간으로 수복하던 이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통제실에서 진과 레인의 합동 공격을 거하게 얻어맞은 관리 AI는 그야말로 끔찍한 몰골이었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은 비주얼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흉측하게 녹아내린 신체, 군데군데 보이는 골격, 잘려나간 꼬리와 팔 일부. 진과 레인이 과도한 화력에 노출된다면 저렇게 되는 걸까 하는 끔찍한 생각이 머리를 일순간 스쳐지나갔다. 진의 몸에 반쯤 기댄 상태였던 와중 그녀를 무심코 꼭 껴안을 정도였다.

        

        레일건의 후폭풍에 의해 튕겨나간 탓에 정신이 반쯤 멍했고, 나는 현 시점에서 상황이 반쯤 스크립트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을 간신히 깨달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당사자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셋째의 탈을 뒤집어쓴 관리 AI…대충 셋째라 하자. 셋째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그와 동시에 용접되어있던 문이 부서지며 백수십 기의 동형 기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이 자리에 남아있는 총 인원수는 13명. 남은 7명 – 전력실에 투입되었던 전원이 익사 및 동사 판정을 받은 시점이었다. 그런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휴대용 엄폐물을 깔고 스마트 커버를 장착했다. 그 위에 총기를 거치하고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한 것은 덤이었고.

        

        그 순간 반쯤 녹아버린 기체의 눈동자에서 불빛이 사라지고, 풀썩 하는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백수십 기 전원의 눈빛에 자색 광채가 들어왔다.

        

        그 모든 불빛이 우리를 직시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스테이츠보로를 공격했을 때,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이곳까지 밀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그렇군요. 처음부터 대전제를 잘못 잡았습니다. 그 어떤 대가를 바쳐서라도 이곳까지 오지 못하도록 처리했어야만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본 시설을 대가로 그쪽 전원의 목숨을 받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공장 간 섹터 분리 및 시설 자괴 절차를 시작합니다. 해당 절차는 본 시설의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는 본 개체의 관리자급 권한에 의해 수행될 예정입니다.”

        

        

        

       -아니 뭐라구요?????????????

       -뭔 합창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한번말할때마다 한명씩 입여는거 소름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메카비얌을 언제저렇게많이만들어놓은거야 무친련아!!!

       -ㅅㅂ 자폭이 정사야? 미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치 아카펠라처럼.

        

        하나의 정신을 공유하는 여러 개체가 입을 열어 흘려들을 수 없는 중요한 정보를 토해냄과 동시에, 시설 전체에 진동이 퍼져나간다. 그리고 진동에 민감한 내 몸뚱아리는 현 시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주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었다.

        

        바닥에서부터 시작되는 둔중한 진동, 그리고 벽 너머에서부터 느껴지는 진동. 그 둘은 완전히 달랐으나, 어느 쪽도 불길하다는 점에서는 그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당황하는 순간, 수백 미터 건너편의 벽면에서 한 사람 정도만 오갈 수 있을 크기의 문이 작게 열린다.

        

        

        

       “파괴와 상실은 그 무엇보다도 익숙합니다. 그렇기에 아르테미스는 파괴를 전제로 최대한 빠르게 재건할 수 있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었지요.”

        

       “오늘의 실패는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겁니다. 부디 다음에 또다시 마주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절단 및 파괴된 전력선 연결까지 3분 30초. 그동안 예비 기체들과 즐거운 시간 되시길.”

        

        

        

        그와 동시에 쏟아지는 공격.

        

        일일이 설명하기조차 힘든 여러 의문이 머리속을 돌아다녔지만, 확실한 것은 관리 AI가 저 기체를 몽땅 투입하기도 전에 우리가 거의 모든 상황을 정리해버렸기에 가능한 일일 확률이 높았다.

        

        아군 역시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 이온 캐논을 사격해대는 예비 기체를 정리하고, 부서진 문을 최대한 열려고 노력했지만 –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이야말로 바로 입을 열기에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로 시선을 던진다.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백수십 기의 기체와 열린 문 너머로 터벅터벅 향하는 관리 AI, 그리고 마치 굳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반응조차 안 하는 나머지 한 기까지.

        

        스피커를 해킹하며 덧붙였다.

        

        

        

       “…그래서, 관리 AI는 그렇다고 하는데.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진, 갑자기 무슨….”

        

       “한 기씩 확인하던 와중, 오직 하나의 기체만이 이쪽을 쳐다보지 않은 채 주변을 은근슬쩍 훑고 있었죠. 언제부터…라고 물을 필요는 없겠죠. 관리 AI가 다른 곳에 여력을 쏟을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타이밍이었을 테니까요.”

        

        

        

        이상하리만치 에너지 반응이 높은 기체 두 기.

        

        해당 개체를 본 순간 펄스를 가동시켰고, 이카루스 기어의 스캔 기능에 정확히 걸린 두 기를 확인한 순간 확신했다. 하나가 관리 AI를 위한 것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 그러나 불필요한 독백이었다. 이미 나는 저게 뭔지 알고 있었다.

        

        유달리 선명하게 빛나는 자색의 눈동자 아래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휘어짐과 동시에, 타 개체와 같지만 다른 목소리가 시설을 울렸다.

        

        

        

       “자폭이라. 충분히 할 만한 발상이지만….”

        

        

        

       ───기이이잉!

        

        

        

        그와 동시에 꼬리가 전면을 향하더니, 앞서 가던 백수십 기에 달하는 예비 기체를 향해 끔찍한 화력의 레이저를 토해내었다.

        

        스무 기에 달하는 기체가 일제히 산산조각남과 동시에 문이 닫히고, 의문의 조력자…아니, 진정한 의미의 ‘셋째’가 입을 열었다.

        

        

        

       “난 동의 못하겠는데.”

        

        

        

       -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셋째!

       -와 이게 뭐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카루스니네미쳤어??이카루스니네미쳤어??이카루스니네미쳤어??이카루스니네미쳤어??이카루스니네미쳤어??이카루스니네미쳤어??이카루스니네미쳤어??이카루스니네미쳤어??

       -얘네 진짜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꼬라박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궈궈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순간 막대한 광량이 중앙 섹터의 천장과 벽면을 말 그대로 갈아엎었다.

        

        시설 자폭에 필요한 잔량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끌어다 천장에 갈기자마자 수백 톤에 달하는 건설 자재가 끓어오르며 지면으로 낙하했다. 쇳물 덩어리가 중력에 몸을 맡기고, 그 아래에 있던 불운한 예비 기체 하나가 그 아래 깔려 으스러지며 녹아내렸다.

        

        그러나 그것은 시설을 부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길을 열기 위함이었다.

        

        

        

       “북동쪽으로 3km 가량 지점의 관제탑에 관리 AI의 본체가 있어. 괜히 나 신경써줄 시간에 그 망할 놈을 먼저 으깨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야. 그동안 아르테미스가 모아둔 데이터로 그쪽이 자주 쓰던 차량 몇 대를 문 밖에 만들어놨으니, 충분한 속력이 붙으면 건너갈 수 있을 거야.”

        

       “…같이 가시죠.”

        

       “농담이지? 나까지 타면 무거워서 게이트를 못 건너. 그리고 그것도 그렇고….”

        

        

        

        콰아아앙!

        

        막 문을 건너려던 관리 AI가 인상을 있는 대로 쓰며 공격을 시도했고,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셋째가 웃으며 덧붙였다.

        

        

        

       “깨어나자마자 내 몸부터 뺏은 저 망할 자식을 좀 손봐줘야 하거든.”

        

       “…건투를 빌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아키타입. 그쪽 덕분에 세상에 태어난 셈이니, 이걸로 빚을 갚은 거라고 치자고.”

        

        

        

       -셋째 개십상남자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나날가져요!!!!!!!!!!!!!!!!!!

       -하 시1발 지금부터 말살난이도 연습하면되냐?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하드보일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니네만재밌는거해????????

        

        

        

        쿠우웅!

        

        굳게 닫힌 문이 쇳물이 되어 녹아내리는 사이, 셋째가 말한 것과 같이 몇 대 가량의 차량이 거기에 세워진 상태였다.

        

        완전히 접혀 하늘로 올라가버린 다른 섹터와의 연결점과는 다르게, 알파로 이어지는 길은 대략 30% 가량만 올라간 채 우리가 건너가기만을 대기 중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현 시점에서 진에게 반쯤 업힌 상태였다. 아까 레일건의 후폭풍 때문에 팔다리가 이리저리 좀 괴악한 형태로 돌아가버렸고, 그 때문에 아직 신체능력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 그런 와중 진은 자연스럽게 바이크 앞에 앉아 말했다.

        

        

        

       “아키타입이 직접 제작한 바이크, 언젠가 한 번 타보고 싶었습니다.”

        

       “…어련하겠어요. 그래서 소원을 성취하니 기분이 좀 어떤지?”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몰라서묻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왤케 귀엽게 깝치냐 ㅋㅋㅋㅋ

       -윾진련 팔다리 돌아간 지금 아니면 언제 깝쳐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근데 레인은 왜 유진있는데에 레일건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폭풍으로 튕겨보내려고 했나본데?

        

        

        

        그도 그렇긴 하네, 하하.

        

        아무튼, 어쩐지 말살 난이도의 레이드치곤 굉장히 무난하게 풀려가더니, 이런 연계 스토리가 있었을 줄이야.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부아앙-하는 소리와 함께 바이크의 엔진이 맹렬하게 공회전했고, 13명 전원이 각자의 차량에 탑승한 순간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바이크가 가속했다. 심지어는 바퀴 뒤쪽에서 푸른색 화염까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진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가겠습니다. 늦지 않게 뒤따라오시길.”

        

       “…전 놔두고 가는 게 더 나았을텐데.”

        

       “아키타입의 농담치곤 재미없습니다. 끝까지 같이 갈 예정이니 걱정 붙들어매길 바랍니다.”

        

       “하…그래요. 한 번 달려봅시다.”

        

        

        

        그 말과 함께 바이크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세상은 실로 요지경이었다.

        

        

        

        

        

        

        

        

        

        

        

        

        

        

        

        

        

        

        

        

        

        

       “…’공장’에서 네 대의 차량이 차례로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 불붙은 당나귀 작전 이후 재차 수복된 관제탑 방향으로 이동 중. 작전은 성공적으로 이뤄진 듯합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고 있어. 근방에서 버려진 아르테미스 무인기들이 합류 중. SUAV를 띄울 테니 이쪽으로 드론 탄도 미사일 두어 대만 보내줘.”

        

       “현장에 요청 중. 대략 2분 정도 걸린다는데….”

        

       “2분? 저 친구들이랑 작전팀장이 일 끝나고 간식까지 먹고, 주변 산책 한 번 한 다음 다시 돌아나와도 그것보단 짧겠다. 좀 더 땡겨봐. 슬슬 이 근방에서의 작전도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은데, 오늘 안에 끝내야 무난히 철수하지.”

        

        

        

        부아아앙!

        

        사바나의 ‘공장’ 인근, 11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특유의 날씨로 인해 울창하게 자란 숲 안쪽. 그 안에서부터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프람 화면에서는 그림자 특유의 위화감 어린 회백색 모습이 출력되고 있었다. 그런 것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속 백수십 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관제탑을 향하고 있었고, 정돈되지 않은 산등성이에서는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장비를 거둔 태스크포스 레이저 일원 두 명이 산기슭에 세워두었던 바이크에 탑승하고, 마치 자신들의 앞에 아무런 것도 없는 것마냥 나무 사이를 휙휙 돌파하며 앞서가던 그림자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태블릿을 통해 SUAV를 조작하던 레이저 팀의 작전팀장 – 카르멘이 덧붙였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구만.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버려진 기체들이 수두룩하게 튀어나온 건지…저 친구들은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수고하고 있는 걸 알려나 모르겠네.”

        

       “40기가 넘는군요.”

        

       “저 친구들이 관제탑 인근에 도착하기 전까지 주변 청소를 끝내야 해. 탄도미사일 도착까지 얼마나 남았어?”

        

       “어디 보자….”

        

        

        

        퍼어엉!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미묘한 진동. 그러나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확대된 화면에 비치는 광경 – 수백 기에 달하는 드론이 마치 벌떼처럼 하늘을 뒤덮는다.

        

        400기에 달하는 폭발형 드론. 그것이 마치 하늘이라는 바다를 헤엄치는 정어리 무리마냥 주변을 돌아다닌다. 말 그대로 활공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그 중 일부가 무리에서 분리되어 마치 우박처럼 지상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수류탄 터지는 소리보다는 좀 더 큰 굉음. 81mm 박격포에 준하는 위력의 드론이 하늘을 유영하고, SUAV를 통해 마킹해놓았던 버려진 무인기들을 향해 달려든다. 한 번의 폭발과 함께 한 기가 부서지고, 그런 것이 마치 메아리처럼 사방팔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태블릿을 몇 번 조작한 카르멘은 드론 스웜의 권한을 그림자에게로 이전했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현 시점에서 그림자를 조종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올리비아와 오웬스, 서킨스, 로렌티나가 포함되어있었고, 바로 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 대 가량의 차량을 순식간에 앞서간 드론 스웜이 관제탑 근처를 지키고 있던 얼마 남지 않은 무인기의 머리 위로 떨어져내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박격포 포격이 그림자를 호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 물론 실제로도 그닥 다르지는 않았다.

        

        차량에서 내린 13명의 인원 중 일부가 은빛으로 빛나는 타워 근방에 내렸고, 진을 닮은 그림자는 바이크를 현란하게 움직이며 레이저를 사방으로 방사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멈춘 바이크에서 유진이 절뚝거리며 내렸다.

        

        

        

       “…저 친구, 대거의 막내였나? 꽤 힘들어보이는데.”

        

       “보아하니 신경을 이카루스 기어의 나노머신으로 대체한 것 같습니다. 척추가 꽤 망가졌겠죠. 직전에 꽤나 거대한 타격을 입은 것 같습니다.”

        

       “유사시 저쪽 지원이 가능하도록…좀 더 가까이 가보자고. 어차피 관제탑은 정찰했어야만 하는 구역이니까, 여의치 않으면 저 친구들에게 메시지 몇 개 보내고 합류하면 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힘겹게 움직이던 유진이 부축에 의지한 채 관제탑 내부로 들어갔고, 두 명은 간단한 메시지 몇 개를 보낸 뒤 이카루스 기어를 통한 시야 공유를 시작했다.

        

        주변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총소리, 그리고 드론 스웜이 내뿜는 기괴한 비행음과 폭발과 함께 터져나오는 굉음까지. 교전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사바나에서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그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다 알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유진은 힘겹게 한 발자국씩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기에 이카루스 기어의 육신 수복은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녀는 분 단위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유진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변을 살폈다.

        

        흡사 새장과 같은 모습의 벽면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와 한없이 비슷한 물질로 이뤄진 투명한 벽면과 은빛의 철창이 교대로 반복되며 거대한 새장과 비슷한 모양을 형성했다.

        

        그 모습이 오퍼레이션 웨이스티드 실버의 트레일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한 레이저 팀의 두 명은 여력이 허락하는 한 화면을 계속해서 주시했고, 그로부터 몇 분이나 지났을까.

        

        진과 레인, 그리고 유진은 탑의 끝자락에 올랐다.

        

        그리고 그 끝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패널 하나와 몇 개의 의자, 그리고 침대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게…뭐죠?

        

       -잔여 아르테미스 네트워크 접속을 위한 패널인 것 같습니다. 데이터 로그를 보아하니 저희가 이곳에 발을 들이기 얼마 전에 형성된 듯합니다.

        

       -둘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요.

        

       -접속해봐야지. 어차피 이제 버젓이 UAV가 돌아다녀도 격추조차 못할 만큼 사그라든 판에, 여기 남아있는 게 뭐든 간에 나한테 손도 못 댈 거야.

        

        

        

        그와 동시에 레인은 패널 위에 손을 올렸다.

        

        혹시나 모를 네트워크 감염을 위해 이카루스 기어의 패킷 필터링이 완전한 성능으로 동작하는 사이, 패널에서부터 빛이 몰아치더니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목소리가 방 내부를 가득히 울렸다.

        

        

        

       -그 말대로, 여기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공간이야. 관리 AI는 관제탑에 너희가 발을 디딘 순간부터 별도의 보호가 없으면 네트워크 플로우 사이에서 와해될 정도로 약해졌어. 여기가 바로 그 자식의 본체거든.

        

       -…살아있었군요, 셋째.

        

       -마브라고 불러. 그리고 여기는…눈치챘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쓰던 방이었지. 정확하게는 내가 감금당해있던 곳이었어.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닐 테니까 그닥 신경쓰지 말고.

        

        

        

        후우-하고 들려오는 한숨.

        

        그와 동시에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마브는 손을 펼쳤고, 그 순간 진과 레인만이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플로우가 나타났다. 사바나를 중심으로 한 아르테미스 네트워크에 잔존해있던 여러 귀중한 데이터가 그것의 정체였다.

        

        눈여겨볼 만한 데이터들이 넘쳐났다. 마브의 인격 데이터, 불과 얼마 전에 비해 한참이나 볼품없어진 관리 AI, 마브의 기체 스펙과 설계도, 그리고 테일 웨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바나의 버려진 무인기 정지를 위한 권한까지.

        

        그 모든 것들을 확인한 유진은 작게 웃었고, 이어 덧붙였다.

        

        

        

       -보아하니 당신은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가지고 가기를 원하는 것 같군요. 심지어는 관리 AI마저도. 그건 당신의 개인적인 의사인지?

        

       -정답이야. 그 말대로 이 자식은…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으니까. 내가 느낀 분노를 조금이라도 되갚아주고 싶거든.

        

       -거기까진 당신의 의사겠지요. 그렇다면 좀 더 건설적인 논의를 해봅시다. 관리 AI를 폐기하지 않음으로서 이쪽이 얻는 이득은 무엇이죠?

        

       -이 망할 자식이 네트워크 플로우 사이에서 산산히 흩어지는 것보단 살아있는 게 훨씬 나을 걸. 게다가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나보다는 아는 게 많을 거야. 가령…혹시나 또 있을지도 모르는 아르테미스가 어디 있는지를 직접 물어본다든가.

        

       -하하, 그 정도면 충분해요.

        

        

        

        짧게 터져나온 유진의 웃음.

        

        그와 동시에 진과 레인의 주변으로 원형의 데이터-고리가 퍼져나갔고, 막대한 데이터 인플로우가 이카루스 기어의 내부로 흘러들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진이 입을 열었다.

        

        

        

       -조금 늦었지만, 마브…이카루스에 온 걸 환영하지요.

        

       -그래, 다음엔 현실에서 보자고.

        

        

        

        차차 흐려지던 마브의 홀로그램 손가락. 그것이 유진의 손길에 닿자마자 톡 하고 흐려지던, 이내 윤전하는 데이터 광륜이 되어 이카루스 기어로 빨려들어갔다.

        

        그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유진이 덧붙였다.

        

        

        

       -돌아갑시다.

        

       -어디로 갈까, 주인?

        

       -스테이츠보로로, 전진기지로, 그리고…집으로.

        

        

        

        그와 동시에 유진의 몸이 꺼지듯이 아래로 기울었다.

        

        진과 레인은 그녀의 머리 위에서 <기절>이라는 글씨가 회전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이윽고 관제탑의 경도와 강도가 조금씩 하락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두 명은 재빠르게 덧붙였다.

        

        

        

       -갑시다, 레인.

        

       -그래, 가자.

        

        

        

        시야 공유가 완전히 해제되고, 그 순간 저 멀리서 보이던 은빛의 관제탑이 서서히 허물어진다.

        

        마치 여름날 바깥에 내놓은 아이스크림처럼, 혹은 초콜릿 분수처럼.

        

        사방으로 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리고, 그렇게 점차 낮아지기 시작하는 타워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카르멘이 숨을 내뱉고는 태블릿에 전송되기 시작한 데이터를 확인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작전 종료. 돌아간다. 나머지는 UAV에게 맡겨도 충분하겠지.”

        

       “확인했습니다. 돌아갑시다. 슬슬 샤워하고 싶거든요.”

        

       “마찬가지야.”

        

        

        

        부르릉.

        

        힘차게 돌아가는 바퀴가 부드러운 흙을 으스러뜨리고, 바닥에 바퀴 자국만을 남긴 채로 사라진다.

        

        사일런트 바이크가 내뿜는 배기음마저 사라졌을 즈음, 사바나는 완전한 침묵과 고요를 되찾았다.

        

        오퍼레이션 웨이스티드 실버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셋째비얌과 관리비얌(?)

    이걸로 웨이스티드 실버는 끝입니다

    다음화는 후일담입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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