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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1

    <571 – 너무 빠른 아이(6)>

     

    구구구구궁, 지지직.

    구구구구궁, 지지직.

    모든 마나계측기가 찢어지는 파열음을 내며 대지가 진둥하는 소리가 경보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교수님도 말로만 그러신 거겠지?”

    “맞아. 설마 미쳤다고 2학년들 모아다가 진짜 대형종의 습격을 겪게 하겠어.”

    “애초에 오경보에 대비하는 강의잖아. 경보 자체가 거짓이고 첫날은 개꿀 빠는 담력시험일지도 몰라.”

     

    애써 희망회로를 굴려보는 학생들.

    얼굴은 웃지만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어째서일까.

    조금도 안심되지 않는 이 기분은.

    모르는 척 시치미 떼어보지만 실은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그리 학생 친화적일 리가 없다고.

    애초에 3학년들도 다 달아나서 수강생 0명이 되어서 학년을 내려와서 열린 강의다.

     

    “이런 미친. 이슈타르에게 한 방 먹이려다가 우리가 줄초상 지르게 생겼는데.”

    “겁먹지 마십시오, 호너 후라이드치킨. 교수는 교관에 의한 생존을 보장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뭘 해도 죽지는 않으니 오히려 과감해져도 됩니다.”

    “뭘 말하려는 거냐, 체다. 의도를 확실히 해라.”

    “거대종이 나오거나 말거나, 우리는 우리의 뜻을 관철하면 그만입니다.”

    “지금 담가버리자는 건가? 이 첫 강의부터?”

    “궁금하지 않습니까? 교관들의 간섭은 거대종의 습격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지. 학생 간의 분쟁은 어디까지 묵인이 되는지.”

    “!!”

    “분명히 말해두지만 지금 이 강의, 이 자리만큼 이슈타르를 해치우기 쉬운 강의는 없을 겁니다. 3학년 난이도의 강의를 2학년에게 박아버리는 미친 교수는 흔치 않을 테니까.”

     

    점점 커지는 사운드와 실감나는 진동에도 요즘 3D 극장은 대단하구나, 하고 감탄하는 영화관람객마냥 감탄만 하는 학생들.

    아마도 제발 3D 영화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게 엿보이는 표정을 한 제국귀족들이 이슈타르의 흔적을 쫓아 재빨리 추적했다.

     

    “공간 전체에 확장마법이 걸려있어.”

    “강의실 전체가 교수님이 준비한 거대한 필드야.”

    “이슈타르의 마법반응이 교수님의 확장마법에 묻혀서 감지가 되질 않아!”

     

    혼란스러워하는 제국자제들 사이에서 철판갑옷을 두른 다혈질의 남학생이 소리쳤다.

     

    “쫑알쫑알 시끄럽기만 하군. 다 비켜!!”

    “헉, 레프 철판숯불갈비!”

    “저 녀석, 갑자기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어.”

    “역시 삼대공신가문… 마력량은 3학년 선배들에 꿀릴 것이 없어 보여.”

    “그런데 뭘 하려는 거지?”

     

    레프는 금속술식으로 자신의 주변공간을 채우더니 단숨에 열기를 내뿜어 공간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치이이이익!

     

    새하얀 증기를 잔뜩 뿜어낸 레프가 증기 사이로 시퍼런 마나가 담긴 안광을 뿜어내며 외쳤다.

     

    “지하다!”

    “뭐?”

    “그걸 어떻게 아는데?”

    “이슈타르는 오크노디처럼 <숨기>나 <은신>의 달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모두의 눈을 피해 빠르게 종적을 감췄다면 그건 마나를 사용한 기술일 수밖에 없지.”

    “설마 방금 전의 열과 증기는 마나탐지의 부산물?”

    “그렇다. 주변 일대를 나의 <영역>으로 삼아서 탐지하고 영역에 거슬리는 기운과 그 기운이 속한 방향을 찾았다.”

    “놀랍군. 기사학부인 네가 어떻게 그 정도로 정밀한 마나탐지를 해낼 수 있는 거지?”

     

    오만한 호너 후라이드치킨조차 놀랄 정도로 정교한 탐지솜씨에 레프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철판숯불갈비는 고온의 철판으로 달궈야만 독성이 해제되는, 동시에 너무 과하게 구우면 폭발하는 성가신 마수고기를 중화독 양념장에 재워 구운 조상님의 마계토벌기록에서 비롯되었다. 정밀한 온도조절과 마나감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

    “그런 실력이 있었으면 작년에는 왜 이슈타르에게 써먹지 않았던 거냐?”

    “아직은 경지의 미숙함으로 인해 마갑의 제어보조효과를 얻지 못하면 정밀성이 떨어진다. 용사의 <성검>에 대적하려면 마갑 정도는 필요했지.”

     

    납득이 가는 이야기였다.

    제국의 귀족 자제들이 작년 한 해, 이슈타르나 오크노디의 등쌀에 밀려 숨죽여 지낸 이유도 마갑을 장착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텼기 때문이다.

    물론 쥐 죽은 듯이 숨어지내던 시절은 2학년이 된 지금은 끝이다.

    이쪽은 전원이 마갑을 장착한 귀족 자제들.

    그 숫자만 무려 17인에 달한다.

    아무리 그 잘난 이슈타르라도 17 대 1의 싸움에서 버티지는 못하리라!

     

    ‘이슈타르를 죽이고 매스각키 따위를 지지하는 혁명군도 분쇄시키고 나면 제국의 차기황제는 우리 귀족파에서 선출할 수 있다. 잘만 하면 우리 가문에서 황제가 나올지도 모르지!’

    ‘동급생에 실력의 고저도 그리 크지 않았던, 고작해야 핏줄 좀 잘 타고나고 아랫사람을 잘 챙겨주고 귀엽고 반반한 스타일 좋은 외모를 가진 갑부인 주제에 새로운 황제가 되겠다니. 매스각키, 당신은 지나치게 야심이 컸습니다.’

    ‘어차피 황제는 가장 강한 놈이 하는 거다. 이 레프 철판숯불갈비가 증명해주마. 템전으로 싸우면 최강은 이 몸이라고!’

     

    제국황제의 자리까지 넘보던 레프의 야심 찬 발걸음이 멈추었다.

     

    “뭐 하는 거냐, 레프. 추적하다 말고.”

    “여기다.”

    “장난치냐? 아무도 없지 않냐!”

    “정확히는 이 아래라고 해야겠지.”

    “…이 밑으로는 땅밖에 없는데?”

     

    모두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땅밑에 이슈타르가 있다면 그건 생매장이잖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슈타르가 왜 생매장을 당해? 누가 선수라도 쳤다는 거냐?”

    “몰라. 아무튼 내 감지결과는 그렇다.”

    “땅을 파내어서 확인이라도 해야 하나?”

     

    당황하던 귀족들을 냉철한 체다 포테이토피자가 멈춰세웠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유는 몰라도 이슈타르가 스스로 불리한 지형에 접어든 것은 틀림없는 사실. 이 상황을 이용하죠.”

    “어떻게?”

    “땅을 마법으로 굳히고 얼립시다. 아예 지면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해버리는 겁니다.”

    “…!!”

     

    생매장에 편승하는 공구리 작전!

     

    “그거 마음에 드는군.”

    “성검을 써도 올라오지 못하도록 마나를 다 쏟아붓자고.”

    “두 번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지는 못할 거다!”

     

    빙결마법으로 얼리고, 대지마법으로 굳히고, 금속술식으로 겹겹이 쇠를 두른다.

    지상 복귀는 엄두도 못 낼 다중 봉인!

    뿌듯함을 느끼던 귀족들은 문득 아까보다 훨씬 더 커진 진동과 피부가 찌릿찌릿해지는 긴장감에 짜증스레 푸념했다.

     

    “교수님은 언제까지 스피커를 틀어두는 거야?”

    “맞아. 슬슬 귀가 아프다고.”

    “적당히 끝날 때도 되지 않…았…??”

    “장난치지 마. 갑자기 왜 놀라는 척이야?”

    “뒤, 뒤, 뒤에. 뒤를 보라고!”

     

    공구리에 진심이었던 학생들 사이에서 뒤늦게 왔던 길을 돌아본 학생 한 명이 사색이 되어 뒤를, 그것도 고개를 한참은 꺾은 위를 향해서 올렸다.

    불길함을 감지한 학생들이 소란스럽던 입을 다물고 삐걱삐걱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돌렸다.

     

    삐비빅.

     

    귀족학생들의 눈에 장착된 탐지기가 안개 너머의 거대한 형체를 감지하고 정보를 출력했다.

     

    ━━━

    베르몬트로스Vermonthros

    분류 : 지배자, 거대종, 7위계

    특징 : 거대한 흑곰, 대지포식기관

    능력 : 땅을 흔들고 지진을 일으키며 강력한 물리적 힘과 포효로 서식지 하나를 초토화시킨다.

    특징 :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우선 좋은 소식은, 인류에게는 다행히도 베르몬트로스는 흙과 바위도 먹는다. 나쁜 소식은 베르몬트로스는 자신이 퍼올린 대지 위의 생물도 함께 잡아먹는다는 사실이다.

    ━━━

     

    오경보니까 가짜경보일지도 모른다고?

    첫날이니까 겁주기라고?

    그런 물러터진 생각은 진정한 미치광이 교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진짜 좆됐네.”

     

    누군가의 허망한 중얼거림과 함께 빛조차 드리우지 못할 거대한 손이 대지에 파고들었다.

    무참히 들어 올려지는 대지 위에서 제국 귀족 자제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리기 급급했다.

     

     

    * * *

     

     

    “바보들이네.”

     

    이슈타르는 성검으로 파낸 지하공간 위의 대지를 보강공사 해준 제국 귀족 학생들을 보며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향상된 감지력으로 거대종의 존재를 확인한 건가?”

    “설마요. 제 감지력은 그렇게까지 뛰어나진 않아요. 그보다 히스클리프 교관, 당신은 왜 여길 따라서 들어왔죠?”

    “말하지 않았나. 나는 오크노디의 친구이자 교관이라고. 네 안전은 내가 책임진다.”

    “괜한 걱정이었네요. 저 위의 바보들 덕분에 거대종 몬스터도 앞발이 아파서 이쪽 땅은 파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공구리를 당한 대지는 거대종 몬스터의 <파헤치기>로도 노리고 싶지 않은 성가신 땅이 됐다.

    조금만 옆으로 피하면 쉽게 푹푹 파이는 고운 모래처럼 무른 땅이 있는데, 돌과 자갈이 섞여 곡괭이를 써야 할 정도로 단단한 땅에 굳이 집착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도 궁금하긴 하군. 너도 오크노디처럼 재단의 정보력으로 교수에게 정보를 빼돌려서 거대종의 출현사실을 사전에 깨닫기라도 한 건가?”

    “동류 취급하지 말아요. 안데르센 대공자가 같은 강의에 있다고 확인하자마자 감이 왔을 뿐이니까.”

    “안데르센 대공자?”

    “불행의 화신 같은 남자죠. 저 남자와 같은 강의를 듣는 이상, 그 강의에서 겪을 난이도는 무조건 가장 위로 상정하면 돼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억까감지기 안데르센 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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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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