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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1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곰인형들의 모습을 본 시에나는 감탄했다.

    뭐, 곰인형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거동이 불편했던 자신을 도와주던건 이미 인형점에서 겪은 일이라 그다지 이상하진 않았지만, 설마 그 곰인형이 이렇게나 많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제 몸보다 커다란 화물들을 아장아장 씩씩하게 들어옮기는 모습들이 상당히 귀엽다.

    너무 무겁고 커다란 화물에는 여럿이 달려들어 한몸처럼 움직이는 것도 귀여운 포인트다.

    그렇게 가만히 귀여운 동화 속 한 장면같은 모습을 계속 바라보고있으니, 어느덧 상황도 체면도 잊은 채 뒤에서 확 끌어안아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물론, 어른인 시에나는 어른다운 인내심으로 겨우 참아냈다.

    이런 귀여운 인부라니, 루크도 여자아이는 여자아이구나.

    시에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루크는 그저 자신이 찾던 물건은 전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었다.

    “아니, 이것도 제단은 아니군. 치워두게.”

    “…….”

    루크의 말에 기운차게 화물을 이고왔던 곰인형의 어깨가 추욱 늘어진다.

    불쌍한 모습에 위로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였지만, 지금의 루크에겐 그럴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보아하니, 토레프는 일종의 블랙마켓으로 사용되고 있던 모양이었다.

    금품, 미술품, 무기, 희귀광석……..

    이런 값비싼 물건들을 설마 이곳의 벌레나 잡아다 구워먹는 가난한 빈민들에게 팔아치울 생각은 아니었을테니.

    로제프는 거리를 유지하기위한 수입을 이런 식으로 충당하고 있었던 걸까?

    하기사, 밀수가 큰 돈이 되기는 하겠지.

    “그래도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데…….”

    루크는 분류가 끝난 화물을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보다 넓어서 쉽게 끝나지는 않겠다 생각은 했지만, 이제 겨우 절반정도인가.

    생각보다 많은 화물의 양때문에 제단을 찾는 작업의 진전은 별로 없었다.

    어떻게보면 처음 드래곤의 레어같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다지 틀린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 때였다.

    “그나저나, 이상하네.”

    “무엇이?”

    “이렇게나 많은 화물이 쌓여있는데, 여길 관리하는 사람은 또 아무도 없잖아? 잡혀있는 사람들도 안보이고.”

    “흠.”

    그러고보니 이상한 일이다.

    장부를 보면 분명 최근까지 거래한 내역이 존재했는데, 아무것도 없다니.

    제단을 찾아야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다른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고 있었던 루크는 그제서야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 그건 확실히 이상하군.”

    그러고보니 여기는 그들이 그동안 사고팔았다는 사람들의 흔적은 커녕, 관리하는 인부들조차 없었다.

    물류가 들어오면 그때그때 화물과 함께 인부들을 고용해 충당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들의 인신매매 장부의 내용과는 모순된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 뭐든 살아있는 생물을 사고 팔려면 보기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수면, 식사, 배설등의 생리적 활동에있어 문제가 없도록 관리해주어야 할 뿐더러, 제 값을 받기 위해선 보관만 잘하면 되는 물건들과는 달리, 생물은 질병이나 자해, 싸움등으로인해 스스로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잦은 관심을 기울이는 일도 빼놓을 수 없으니까.

    그러기위해선 상주하는 감시인원이 필요하고, 감시가 있으면 필연적으로 가까운곳에 그들만의 휴게공간도 필요하다.

    그렇게 갖추다보면 결과적으로는 범죄자를 수용하는 감옥과 비슷한 구조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엔 공간이 충분히 넓은데도 불구하고 딱히 그런 시설도, 인력도 없었다.

    오는 길에 과거 병원일 당시부터 사용되던것으로 보이는 환자 수용시설을 보기는 했지만, 거기에도 잡혀있는 사람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설사 사람들이 잡혀있었다 하더라도, 그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다.

    어쩌면, 장부 자체가 허위로 작성된 증거인게 아닐까?

    하지만 로제프의 부하들이 보인 반응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굳이 거짓으로 불법거래의 장부를 작성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상상이 되질 않는다.

    뭐, 한 상단에서 경쟁자를 제거하기위해 경쟁사의 이름으로 금지된 물품을 거래한 장부를 위조해 신고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이 경우가 그런 경우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아마 거래는 실존했을 것이다.

    그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년단위의 장부도 꼼꼼히 작성할 정도로 규모있는 사업을 벌이면서, 이렇게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불가능하다.

    분명 뭔가 속임수가 있는 건데…….

    아, 혹시 인신매매는 여기서 이뤄지는게 아닌건가?

    그러나, 루크에게 그것을 생각할 시간은 그다지 길게 주어지지 않았다.

    -…….

    화물을 옮겨온 곰인형이 루크를 빤히 바라보며 무언의 재촉을 가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음.”

    언어모듈도 없고, 표정 변화기능도 없는 단순한 양산형 곰인형이었지만, 참으로 희한하게도 그들의 표정을 자세히 보면 알게모르게 드러나는 미묘한 변화가 있기는 했다.

    그에 루크는 또 잠깐 생각을 보류하고 화물을 열어보기로했다.

    양산형의 단순하디 단순한 사고회로로도 정말 감정을 느끼는가에 대한 의문점은 차치해두더라도, 지금은 일단 화물을 검수해 제단을 찾아내는게 급선무이긴하니까.

    -끼익.

    “으음?”

    상자가 열렸고, 루크는 그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확인했다.

    그리고 물건을 확인한 루크가 보인 반응은, 그간 상자의 물건을 검수하던 경우와는 사뭇 달랐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루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알지도 못했던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뭐지?”

    루크는 손가락으로 안에 있던 물건을 조심스레 집어올리며 의문을 품었다.

    검은 실에 리본과 작은 방울과 인조 진주가 달린 무언가.

     

    일단 같이 들어있는 화물들의 분류로 보나, 재질로보나, 사람이 입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해서 입는 물건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왜 그래, 루크? 뭔가 찾았어?”

    루크의 의문섞인 중얼거림에 시에나가 고개를 돌렸다.

    대체 들어있던 물건이 뭐길래 자신은 본적도 없던 희귀광물의 이름을 줄줄 외던 박식한 루크가 모른다는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루크가 손으로 집어올린 물건을 보게 된 시에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

    그것은 성인용 속옷이었다.

    그것도 무조건 그렇고 그런 의도에 사용하는.

    시에나는 당혹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루크가 손에 쥔 물건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너, 그, 그거, 어디서 났어?”

    “오, 그대는 이게 뭔지 아는가?”

    뭔가 용도를 알고있는 듯한 시에나의 반응에 루크는 그녀에게 형태가 잘 보이도록 펼쳐보이며 물었다.

    “알고있다면 좀 알려주게. 가만 보아하니 무슨 목걸이나 팔찌같은 장식품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써먹는지 전혀 모르겠단 말이지.”

    “그, 그건……!”

    다행스럽게도 루크는 속옷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는 천조각, 아니 ‘실조각’이 속옷이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예르나의 집에 저런 파렴치한 물건이 있을 리 없으니!

    게다가, 저건 속옷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기는 한다.

    여성의 소중한 부위를 가리긴 커녕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물건에 속옷이라는 이름이 붙는것도 웃기지.

    루크에게 전해진 화물은 아마도, 루미가 말했던 그 ‘가게’에서 사용하려던 물건들이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시에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루크에게 그 물건의 실제 사용처를 설명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견딜 수가 없어져서 결국은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그 상자는 어디 좀 치워두도록 하자.”

    “……?”

    이상하다, 반응은 분명 아는 것 같았는데.

    뭐, 됐나.

    모른다니 추궁하기도 뭐하다.

    “알았다, 그럼 일단은 치워두도록 하지.”

    루크가 그녀의 말대로 상자를 치워두려다 문득, 수상한 아지랑이가 틈새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이건, 마나……?’

    그것은 마석의 것과는 달리, 생명이 담긴 활성마나였다.

    그 말인 즛, 이 정체모를 화물 사이에 어딘가 완전히 정제되지 않은 마나가 숨겨져있다는 뜻이었다.

    그에 루크는 치워둔다고 했던 말도 잊고, 곧바로 화물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에나는 기겁했다.

    “꺅! 루크, 너 지금 뭐해?!”

    시에나는 루크가 온갖 파렴치한 성인용 장난감들을 이리저리 집어던지는 꼴에 어쩔 줄 몰라했다.

    시에나가 보기엔, 갑자기 루크가 미쳐서 사방에 성인용품을 뿌려대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엔 화물을 가져온 곰인형은 자신이 가져온 화물이 제 주인이 찾던 물건인가 싶어 어딘가 기뻐보였지만.

    그에 시에나는 곰인형들이 잔뜩 나오는 동화속 한 장면에서 돌연 성인용 매체로 바뀌어버린듯 급격한 심리적 격차에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루크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그만해! 너 갑자기 왜 그래?!”

    하지만 루크는 그런 시에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자 속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치웠다.

    그러자, 상자의 깊이보다 더 빨리 바닥이 드러났다.

    “…….”

    남은 건 바닥을 대충 가려놓은 판 하나. 

    루크가 마지막으로 그것마저 치우자, 기묘한 마나를 흘리던 물건의 정체가 드러났다.

    제단의 필요조건인 구분성, 잠재성, 반응성이 모두 충분할정도로 만족하는 물건이.

    “이건……!”

    “어?”

    시에나는 수상해보이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가지런히 고정된 모습을 보자, 그제서야 뒤늦게 루크의 행동의 이유를 깨닫고 정신을 차렸다.

    “그게…, 뭐야?”

    물건의 정체를 아는 루크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루체스트의 도플갱어…….”

    “도플갱어?”

    마나배열의 안정도로 미뤄보아 정식 제품은 아니고, 불안정한 시험작으로 보인다.

    역시 ‘만능약’의 정체는 이것이었나?

    루크는 그간의 단서에서 막연하게 느껴지던 연결점을 마침내 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루크는 시에나에게 하지 않으려던 질문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시에나. 내가 아까 물어본 그 물건들, 뭔지 아는 거 맞지?”

    “……그건 왜?”

    “말해주게. 뭔지 알아야 어디로 갈 예정이었던건지 추측할 수 있을테니.”

    “…….”

    그건, 시에나가 생각해도 굉장히 타당한 이유였다.

    결국 시에나는 한탄했다.

    왜 하필 저게 거기 들어가있냐고.

    이러면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는 반드시 빠르게 써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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