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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2

       

       

       말을 끝으로 고요한 침묵이 감돈다.

       

       뚝.

       

       얼마나 조용한지, 들리는 것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말이 충격적이었던 탓일까?

       

       하기야, 석 달 뒤. 무림맹과 소림이 있는 하남을 치겠다는 폭탄 발언이다.

       

       보통이라면 충격을 받고도 남을 말이 맞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놈들은 고작 그런 것에 충격을 받을 놈들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나는 허공을 쳐다봤다. 

       

       고요한 분위기 속.

       

       우우우웅-!

       

       천장과 맞닿은 곳에 모인 기운이 조용히 요동치고 있었다.

       감정을 보여주듯 난폭하고 폭력적인 형태다.

       

       허공을 보던 눈을 내려 주변을 살폈다.

       날 바라보는 열 쌍의 눈은 굳게 닫힌 입술과 달리 무수한 말을 전해오고 있었다.

       

       누군가는 조소를 띠고 있었고.

       누군가는 기대감을 품은 눈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다른 이유를 품었으나.

       그들이 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같았다.

       

       그 안에 두려움 따윈 없다.

       

       있을 리가 있나.

       

       ‘애당초 그런 게 없는 놈들로 구해 놓았는데 말이야.’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들. 감정에 망설이지 않고 탐욕을 표출하는 놈들.

       

       그중에서도 날고 나는 놈들만 모아다가 목줄을 채워 놓은 것이다.

       

       ‘정작 놈들은 목줄이라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런 건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놈들을 이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니까.’

       

       오로지 그뿐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석 달 뒤라니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티가 나는 목소리에, 살짝 어눌한 말투가 섞여 있다.

       

       즉시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그는 이곳에 몇 없는 평범한 눈동자의 주인이었다.

       

       더불어.

       

       “맞아, 석 달.”

       

       내 부족한 머리를 채워줄 유능한 인재기도 했다.

       

       말을 들은 청년, 아니 소년이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형. 저번엔 반 년은 남았다고 하셨잖아요.”

       “일이 조금 꼬여서 말이야.”

       “…”

       

       담담하게 말하니 소년이 대뜸 제 이마를 감싸 쥔다.

       어지간히 갑갑한 모양이었다. 그걸 보며 나는 웃음을 머금었다.

       

       저렇게 보여도 어떻게든 말만 하면 답을 찾아낼 것이다.

       전생에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땐 안 좋은 쪽이었지만.’

       

       갑갑해 하는 소년의 정체는 신의의 손자.

       이제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제갈혁이었다. 

       

       나는 제갈혁의 목을 쳐다봤다.

       

       목을 타고 세로로 길쭉하게 남아있는 흉터.

       저게 지금 제갈혁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이유이자. 내 밑에서 일을 돕고 있는 이유기도 했다.

       

       그걸 잠시 쳐다보다 제갈혁에게 말했다.

       

       “거기에. 사람 한 명 데려왔으니 얘도 써먹고.”

       

       말을 꺼내 들며 성율을 보여줬다.

       성율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이해 할 수 있을 리 없겠지.

       대뜸 하남을 치겠다고 말을 한 걸 어찌 이해하겠나.

       

       제갈혁은 그런 성율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확히는 성율의 눈을 보며 갸웃거린 것이다.

       

       “이분은…. ‘축복’을 아직 안 받은 모양이네요.”

       

       그 말을 듣고 내가 미간을 콱 찌푸렸다.

       

       “너, 내가 그 단어로 쓰지 말라고 했잖아.”

       

       축복은 무슨 얼어 죽을 축복인가. 

       

       제갈혁은 종종 내가 타락시킨 놈들을 보며 그런 표현을 쓰고는 했지만.

       나는 그걸 정말 싫어했다.

       

       ‘축복은 무슨.’

       

       이건 축복 같은 고귀한 게 아니다.

       이것은.

       

       ‘엄벌이지.’

       

       축복이 아닌 벌이 되어야 했다.

       

       제 죄에 묶여 실컷 발버둥치다가 그대로 불타 사라지게 될 엄벌.

       

       그게 내가 생각하는 마인화였다.

       

       내가 성이 난 듯 으르렁거리자, 제갈혁이 날 살피며 살짝 눈을 내리깔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표정을 풀었다.

       

       이걸 더 길게 가져가 봐야 좋지 않을 분위기다.

       우선 넘어가야 했다.

       

       “…됐고. 잡아둔 계획을 세 달 뒤로 변경해줘.”

       “이것도 많이 줄인 거라 힘들지 몰라요.”

       

       제갈혁의 말대로다. 반 년 뒤에 처리하기로 했던 일을 석 달 뒤로 앞당기려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전생의 제갈혁.

       그러니까, 마교의 두뇌라 불리던 천유랑아였다면 모를까.

       지금의 어린 제갈혁으로는 힘들지 모를 일이지만.

       

       “이걸 성공하면, 네가 원하던 거. 그거 들어줄게.”

       “…!”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면 그만이었다.

       

       원하던 걸 해주겠다.

       그리 말하니 제갈혁의 눈이 커진다.

       

       “…형….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 이걸 해내면. 네가 바라던 대로.”

       

       제갈혁이 바라던 것.

       그건 바로.

       

       “산서에다 객잔. 그거 열어줄게.”

       

       제 조부와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작은 객잔.

       그걸 열어 평탄하게 사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걸 즐겨하더니, 정말 꿈이 객잔 숙수라 했던가.

       

       ‘뭔가 큰 듯 작은 꿈이네.’

       

       하고자 한다면 두뇌만으로 중원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재능을 지닌 놈이.

       기껏 하고 싶다는 것이 숙수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오히려 낫기야 한데.’

       

       대마두의 책사가 되는 것보다야 일백배 나은 선택지기는 했다.

       

       “저, 정말…인가요?”

       

       산서에 객잔을 열어주겠다고 말하니, 제갈혁의 눈에 빛이 생긴다.

       

       기껏해봐야 객잔 하나 열어주는 것에 저리 열을 내니, 어찌 안 써먹을 수 있을까.

       

       “그래, 내 줄게. 바란다면 큰 걸로.”

       

       안 그래도 이번에 광동지방을 터는 와중 돈이 두둑하게 생긴 시점이었다.

       

       ‘물건은 백화상단으로 넘겨놨고.’

       

       이동하는 틈에 상단에 언질을 넣어 팔아 치울 예정이니 금화는 계속해서 쌓이리라.

       

       ‘금전적인 부분은 얼추 해결이 됐어.’

       

       당제문이 주었던 야명주를 팔아 치웠고.

       이번엔 만년한철을 덩어리로 구해다 팔아냈다. 이 정도면 금전적인 부분이 부족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럼 남은 건.’

       

       전력 충원과 병기 보충인가.

       

       이를 파악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 충원은 미리 인원을 뽑아 놨으니 바삐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병기 보충은.

       

       ‘내가 아는 귀물이 몇 없으니 이건 무리야. 그럼….’

       

       병기를 만들 줄 아는 인간을 포섭하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았다.

       사실상 금화로 구입하는 것이 가장 빠를 테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돈으로 살 수 있는 병기로는 한참이나 아쉬웠다.

       고작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

       

       훨씬 강한 무기들이 필요했다.

       

       이쪽 관련해서도 다행히 생각해둔 인물은 있기에 문제가 되진 않으리라.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시간인가.

       

       ‘쯧.’

       

       앞으로 아무리 당겨도 시간이 부족했다.

       

       ‘이건 발로 뛰어서 어떻게든 만들어내야지.’

       

       부족하다면 안 부족하게 만들어야 할 터.

       머릿속으로 바삐 방법을 떠올려야 할 때였다.

       

       “그러니, 계획은 좀 줄여줘.”

       “노력은…. 노력은 해볼게요.”

       

       제갈혁의 대답을 듣고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힘들긴 한가 보네.’

       

       확실히 된다는 말도 아니고 노력은 해보겠다고 하는 말은, 어지간히 힘들다는 표시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나는 있는 수를 다 써야했다. 

       이것 저것 가릴 때가 아니란 말이었다.

       

       “전할 말은 우선 이게 끝인데…. 아. 맞아.”

       

       슬슬 말을 끝내려다 제갈혁에게 물을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네 조부님 위치 좀 알려줘.”

       “네? 할아버지요?”

       

       신의에 관해 묻자 제갈혁이 살짝 눈을 크게 뜬다.

       그러면서 내게 물어왔다.

       

       “혹시 다쳤어요. 형?”

       

       내가 신의를 찾을 이유가 그것뿐이니 답을 알아내는 것은 빨랐다.

       물음을 들으며 머쓱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조금. 크게 다친 건 아닌데. 이대로 두면 곤란해서 말이야.”

       “형이 보통 다쳤다고 그럴 때는 조금이 아니지 않아요?”

       “내가 또 언제 그렇게 다쳤다고 그러냐.”

       “저번에 새로운 힘인지 시험한다고 폐관을 했다가…얼마 뒤에 장기가 터졌….”

       “됐으니까…. 알려나 줘.”

       

       쓰라린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다급히 말을 돌렸다.

       창피한 흑역사였기 때문이다.

       

       ‘그땐 멍청했지.’

       

       확인해보고자 한 힘이 얼마나 거칠고 난폭한지 몰랐던 탓이다.

       

       이에 제갈혁이 마음에 영 안 든다는 듯 표정을 짓으며 내게 말했다.

       

       “할아버진…. 지금 하남에 계세요.”

       “하남?”

       

       뜬금없이 하남이라.

       

       “내가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용세가 쪽에 계시다고 했었는데.”

       

       백천검주의 의뢰로 잠시 요령에 가있다고 들었건만.

       지금은 하남이라고?

       

       ‘마침 잘 되긴 했네.’

       

       어차피 하남으로 향했어야 하는 일이다.

       이리되면 조금 더 일찍가서 신의를 만나면 될 것 같았다.

       

       의문은 신의가 왜 하남에 가 있냐는 건데.

       이에 대한 대답은 제갈혁이 곧바로 내게 말해주었다.

       

       “말씀하시기론 누군가 올 일이 있다며 가서 기다린다고 하셨어요.”

       “네 조부님께서 기다리신다고…?”

       

       제갈혁의 말을 듣고는 인상일 살짝 찌푸려졌다.

       

       당장 현 맹주의 부름에도 욕을 퍼부으며 생깔 수 있는 인간이 바로 신의건만.

       그런 노인네가 구태여 먼저 가서 기다리기까지 해야 할 인물이 대체 누구라는 말일까.

       

       ‘…하남에 있다면 다행이지.’

       

       뭐든 되었다. 

       어차피 만나야 하는데 잘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했다.

       

       그 말을 끝으로 내가 손을 휙휙 휘저었다.

       

       “아무튼. 얘기는 여기까지 된 것 같으니. 이만 해산해.”

       

       본론은 이미 언급해놨고 들을 말도 다 들었으니, 이만 흩어지면 될 것 같았다.

       고작 이런 간단한 말이나 하자고 불러 모았나 싶지만.

       

       ‘상태들도 봐야 했으니까.’

       

       모이는 놈들의 몸상태도 하나하나 확인해 봐야 했던 참이다.

       마기가 잘 고여있는지. 쓸데없는 짓을 꾸미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용무로 말이다.

       

       다행히 아직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말을 꺼내든 순간, 순식간에 인기척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땐. 공간 안에 단 세 명의 인원만 남아있더라.

       

       나와 성율, 그리고 제갈혁이었다.

       

       그걸 확인하곤 내가 제갈혁을 보며 물었다.

       

       “왜.”

       

       제갈혁은 일반인이니 당연히 나가는 게 느릴 터이나.

       구태여 이리 물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놈의 눈빛이, 내게 무언가 물어볼 게 있다는 듯 보였던 탓이다.

       

       “아직 물어볼 게 있어서요.”

       “물어봐.”

       “굳이 석 달 뒤로 당겨놓고서, 대체 무얼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애당초 반 년으로 잡아놨던 계획.

       그걸 구태여 석 달 뒤로 당긴 이유.

       

       제갈혁은 이에 대해 묻고 있었다.

       

       “음.”

       

       물음을 듣고 잠깐 고민했다.

       뭐라 말을 해줘야 할까 싶어서였다.

       

       일이 틀어지며 시간이 다소 촉박해졌다는 것도 이유긴 하겠으나.

       

       ‘그게 다는 아니지.’

       

       그보단 다른 이유가 있기는 했다.

       그걸 제갈혁도 눈치챘기에 이리 묻는 것이겠지. 

       

       고민은 금방 끝났다.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했다기보단, 많은 대답 중의 하나를 골라야 했을 뿐이라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내가 제갈혁을 보며 말했다.

       

       “악당도 하는 김에. 영웅도 좀 같이해보려고.”

       “…?”

       

       심드렁하게 뱉은 대답에, 제갈혁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

       

       

       

       봄의 막바지에 이르러 꽃과 이별을 다 할 무렵.

       하남에 만들어진 높은 등산길, 그곳을 오르는 이가 한 명 있었다.

       

       쿵…! 쿵…!

       

       아름답게 꾸며진 산길 위. 

       그곳을 오르는 이의 행색은 그와 상반된 모습이다.

       

       청년으로 보이는 이는, 제 몸집보다 큰 철구를 짊어지고 높은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땀이 뚝뚝 떨어지고, 지친 호흡은 계속해서 거칠어져 갔지만.

       청년은 흔들림 없이 오르막에 끝을 바라보며 걸었다.

       

       지친 듯한 모습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청년은 한참을 그렇게 걷고서 끝내 정상에 도달했다.

       

       산길의 끝에 놓여진 거대한 고목.

       

       그곳에 도착하고서야 청년은 조심스레 철구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쿠웅.

       

       하지만.

       청년은 쉬지 못했다.

       

       숨을 제대로 돌릴 틈도 없이, 그대로 자세를 잡고 예를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방장님을 뵙습니다.”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목 옆에 서 있는 노인을 향해서였다.

       

       “끌끌….”

       

       노인, 소림방장 천안은 청년을 보며 웃음을 흘려냈다.

       

       “고생이 많구나.”

       “아닙니다.”

       

       천안은 대답하는 청년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보는 것만으로 기백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약관을 넘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터인데.

       저 젊은 아이는 이미 벽을 한참이나 넘어 지고한 곳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소림이 낳은 역작.

       

       최연소 화경.

       

       역대 최고의 신룡.

       

       시대가 청년을 부르는 말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중원을 이끌어갈 희망.’

       

       천안은 청년을 그리 보고 있었다.

       

       앞으로 찾아올 알 수 없는 재앙에 맞설 불씨이자 희망. 분명히 저 아이는 그리되리라. 천안은 그리 확신했다.

       

       천안이 청년을 보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하남에서 큰 축제가 열린다고 하더구나.”

       

       신안의 말에 청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하남에서 열린다는 큰 축제. 그건.

       

       맹에서 연다는 신룡무투제를 말하는 것이리라.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단다. 기대해도 되겠느냐.”

       

       천안은 청년을 보며 그리 물었고.

       

       “예. 방장님.”

       

       청년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소림의 이름에 먹칠하는 일이 없도록….”

       

       말을 뱉는 청년의 황색 눈이 일렁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걸 보며 천안은 작게 웃음을 머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소림 방장을 신안이라 잘못 표기한 걸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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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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