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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3

    <573 – 로버트 엘하임의 뒷조사(1)>

     

    ━━━

    [981년 오크노디가 수강한 강의 교수목록]

    모험학부, 사다코.

    모험학부, 핑크베리.

    모험학부, 디스트로이어.

    모험학부, 엘 드라코.

    모험학부,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모험학부, 조나 와이히엠하이.

     

    기사학부, 이브닝슈터.

    기사학부, 암스트롱.

    기사학부, 레어그릴스.

     

    마법학부, 위어드.

    마법학부, 피타고라스.

    마법학부, 마하바라타.

    마법학부, 디오게네스.

     

    행정학부, 플라톤.

    행정학부, 데모니타.

    행정학부, 스텐드 밀.

     

    그 외, 교장.

    ━━━

     

    “이게 1학년동안 겪은 교수의 수…?”

     

    하도 황당해서 학점을 살펴봤다.

    1학기 21학점.

    2학기 41학점.

     

    어마어마한 수강량도 양이지만 본래 1학년을 가르치지 않는 교수들의 이름이 포함된 것도 놀랍다.

     

    스텐드 밀 교수의 <기능독점론>.

    피타고라스 교수의 <지식판정으로 마법쓰기>.

    데모니카 교수의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1학년 1학기에 신입생들의 활약을 지켜보다가 자신들의 강의를 듣고도 살아남거나 어느 정도 강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배움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 2학년에게만 강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교수들이 아닌가.

     

    <오경보 긴급사태의 대응 전략> 강의를 가르치는 교수답게 로버트 엘하임은 자신의 안에서 작은 경종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하나의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99건의 사건이 발생하고, 300건의 피해가 일어나며, 600건의 징조가 일어나는 1 : 99 : 300 : 600의 재앙의 법칙.

    4학년 강의를 가르치는 재앙학 교수의 말에 따르면 ‘징조’에 해당하는 불길한 현상을 로버트는 가볍게 흘려넘기지 않았다.

     

    “이브닝슈터 교수. 작년 1학기에 가르쳤던 오크노디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솜씨가 느는 수강생이었습니다. 마치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배우는 것처럼, 은퇴한 궁수들에게 궁술을 가르치는 기분이었죠.”

     

    사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깐깐한 이브닝슈터조차 그리 평가했다.

     

    “암스트롱 교수. 오크노디 학생을 기억하십니까.”

    “오. 역대 최다횟수의 관련기능을 발현한 학생인데 어찌 기억하지 못하겠나. 그 많은 기능을 왜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인상 깊었지.”

     

    그냥 실력이 뛰어난 학생일 뿐, 괜한 우려였나?

    풀어지려던 긴장감은 곧 팽팽하게 조여졌다.

     

    “레어그릴스 교수. 오크노디 학생을…”

    “로버트 교수님.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으면 안 됩니다.”

    “예?”

    “모든 북부지휘관이 존경하는 북부대공 유다님의 앞에서 당당하게 북부대공녀 아이린 양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을 한 미치광이란 말입니다.”

    “자세히 말해주십시오.”

     

    레어그릴스 교수는 자신의 강의 도중에 있었던 일을 다시금 들려주었다.

     

    -네놈… 선신 아포니아를 믿는 고행부대에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거냐. 신에 대한 불경이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

    -제가 멀요?

    -수도를 침공한 35인의 마인군단. 그것이 아포니아 고행부대의 수와 정확히 일치했음을 우연이라고 둘러댈 셈인가?

    -그게 머가 대수라고 난리에요? 여름방학에 파파네 집에 놀러가는 길에 벌써 타락의 신 안라게의 사도도 칼찌했는걸요. 이 정도는 그거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지 않나?

     

    신의 사도를 죽이는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자.

     

    -암흑신관.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위기를 북부에 풀어버리겠다는 협박인가. 이것이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너를 통해 내게 보내는 뜻이냐.

    -…원하는 바를 말해라. 감추고 있어도 되었을 기술을 드러냈다면 노리는 바가 있겠지.

    -나중에 용사를 북부에 보낼 때 도와주세요! 용사한테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했거든요. 그럼 앞으로도 아이린이랑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요!

    -……제안은 받아들이겠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북부대공의 지위에 맹세컨대 나 유다는 오늘의 제안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심심하면 방학에 저도 아이린이랑 용사랑 다 같이 놀러갈게요!

     

    세상에 없던 사악한 존재, 암흑신관을 양산하여 북부를 위협하겠다는 협박과 동시에 용사를 이용한 흉계를 펼치려는 자.

     

    “그러고 보니 그때 참관자가 올해 편입생 목록에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관자?”

    “분명 아스타로트라는 이름이었지요.”

    “!!”

     

    심지어 그녀의 흉계와 모종의 연관성을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2학년 편입생들의 대장 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철인의 자질이 있는 훌륭한 수강생이었네.”

    “혈음악단도 인정할 뛰어난 음공방어술과 평정심을 보였지. 가르칠 보람이 있는 아이다.”

    “긴말 않겠네. 중간고사 답안지를 보여주지.”

     

    조금 잠잠하다 싶던 행정학부 교수들의 평가도 스텐드 밀 교수의 <기능독점론>에 이르러서 뒤집혔다.

     

    ━━━

    정답 1. 2. 3. 4.

    와이히엠하이 재단은 장학생들을 이용해 한 도시의 시의회를 모두 장악했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암흑마나를 심어주며 힘의 균형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타 도시의 권력구도를 정찰하는 외교관.

    옛 시대의 유물을 재봉하는 장인.

    암흑마나의 순도를 정련시키는 암흑마도사.

    재단의 적을 찾아 잠행하는 비밀감찰관.

    재단에서 요구하는 법을 집필하는 집정관.

     

    기능의 상성도 가치도 중요하지 않다.

    쓰고자 하는 기능과 클래스가 앞설 것이고, 때가 되면 다른 기능과 클래스가 뒤따를 것이니.

    ━━━

     

    “이건…!”

    “그 ‘이사장’과 다를 것 없는 사고방식. 인간을 인간이 아닌 도구로 다루는 권력자형 사이코패스의 냉혹함이 느껴지는 대답이지.”

    “이런 답변을 했는데도 1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 학년수석의 성적을 기록했단 말입니까?”

    “정답 자체는 옳습니다. 기능의 독점에는 기능의 상하관계를 뛰어넘는 <대의>나 <이해>가 필요한 것쯤은 사실이기에.”

    “허어…”

    “그러나 그 대의와 이해는 제국 황제를 향한 충성이나 복종, 제도화된 협력에 그쳐야 했습니다. 그녀는 재단의 힘으로 황제의 권력을 넘어서겠다고 일찍이 야심을 드러낸 겁니다.”

     

    실제로 황제가 두 번이나 뒤바뀐 지금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무언가가 있다. 내 안의 경종이 점점 크게 울리고 있어. 터무니없는 재앙의 시작을 발견한 걸지도 모른다고. 아니, 이조차도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쿵. 쿵.

    거친 심장박동을 가라앉히며 로버트 엘하임은 마법학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좋은 걸 배웠어.”

    “오크노디에게 말입니까?”

    “학생은 돌과 석탄을 먹이면 강해져.”

    “???”

    “올해부터는 흙도 먹일 거야.”

     

    저 혼자 작년 수강생을 골렘으로 받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위어드 교수.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본성주의자의 수련법에 누구보다도 가까운 아이일세.”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네. 그 아이가 애지중지 다루던 싱이라는 남학생이 오크노디가 제공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단숨에 경지를 뛰어넘는 광경을.”

     

    남자까지 홀리고 다니는 팍스련이라는 소리를 하지만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디오게네스 교수.

     

    “불쌍한 아이죠. 재단과 이사장의 압박에 외출할 때마다 매번 제때 돌아오지 못하고 뒤늦게 간신히 풀려나 아카데미로 돌아왔으니.”

     

    저 아이의 위험성을 깨닫기나 했는지 동정심이나 보이는 1학년부장 마하바라타 교수.

    까다롭고 기오막측한 심상을 지닌 마법학부 교수들의 평가에는 신기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두가 오크노디를 인정한다는 사실이었다.

    오크노디의 무엇이 이들의 인정을 끌어냈을까.

     

    “오크노디? 대단한 수강생이었다. 설마 황색마탑의 업을 뛰어넘는 마법으로 마탑의 비전제자를 눈앞에서 가로챌 줄은 몰랐으니까.”

    “비전제자? 각 조직에서 비밀리에 육성하는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직전제자 말입니까?”

    “분명 아스타로트라는 전도유망한 마법사였지. 다양하고 정확한 지식판정을 지닌 그는 장차 세상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마법사가 될 자질이 있다. 그 수준은 아무리 못해도 <용사> 급이지.”

     

    이어지는 피타고라스 교수의 답에서 로버트 엘하임은 답을 얻었다.

    편입생 아스타로트.

    레어그릴스 교수가 오크노디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거론했던 이름이 또 다시 나타났다.

     

    ‘이때부터였구나. 그 수강생이 강의를 참관하게 된 계기가.’

     

    스텐드 밀 교수의 <기능독점론> 강의에서 시험답안지로 재단의 권력이 황제의 권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야심찬 답을 내놓았던 오크노디.

    그로부터 불과 3개월 사이에 제국의 황제가 두 번이나 바뀌는 세기의 대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피타고라스 교수의 <지식판정으로 마법쓰기>부터 황색마탑을 능가하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비전을 보여준 오크노디가 끌어들인 인재가 있다.

    황색마탑의 비전제자였으나 레어그릴스 교수의 <전장에서 지휘관으로 살아남기> 강의를 통해 북부대공 유다와 용사를 엮은 모종의 흉계를 꾸민 오크노디.

    아스타로트는 이 강의를 보고 오크노디와의 협력을 결심, 편입생 대장으로 2학년에 합류했다.

     

    ‘무언가가 일어날 거다. 북부에서, 황제살해만큼 대단한 사건이.’

     

    오크노디와 용사 이슈타르, 편입생 아스타로트, 북부대공녀 아이린.

    저 네 명의 수강생 사이에서!

    의심으로 똘똘 뭉친 그는 당장 교장을 찾아갔다.

     

    “이런 이유로 오크노디 수강생은 극도로 위험합니다. 대륙 북부에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말인가.]

    “북부조사단을 파견하여 오크노디와 재단의 흉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황제살해에 비견될 대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방지해야 합니다. 물론 오크노디 수강생도 즉시 정신감정 및 강제심문을 펼쳐 재단의 계획에 얼마나 엮였는지, 무엇을 꾸미는지 알아냅시다!”

     

    인간남성의 형상을 취하며 교장실 책상에 얌전히 앉아있던 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노디의 위험성에 대한 고발은 충분히 인지하였다. 돌아가도록.]

    “조치는 없는 겁니까?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조치? 왜 그런 게 필요하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태연한 태도.

    교장의 느긋한 모습에서 로버트 엘하임은 경종을 넘어서 재앙의 서막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뇌리 가득히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런 재미난 일이 일어나려고 하면 등을 떠밀어서라도 일으켜야지, 왜 막아야 하는데?]

    “!!!”

     

    교장 오모시로이.

    학생들의 위기대처능력을 기르겠다는 핑계하에 온갖 기상천외한 주간이벤트를 매주 일으켜 그 여파가 대륙 전체에까지 번지기도 하는 대륙 최강의 생명체.

    그의 호기심은 오크노디가 일으키려는 일을 말릴 생각보단 부추겨볼 생각이 훨씬 더 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모시로이한 이벤트에 신난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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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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