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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3

       

        

        

        

        

        

        

        

       “좀 있으면 1년 6개월인가….”

        

        

        

        11월 말의 꾸무레한 서울 밤하늘의 전경이 대형 유리창 너머로 보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실제로도 머잖아 비가 오겠지. 가을과 겨울의 초입에 오는 비라, 이리 말하긴 뭐하지만 실로 운치가 넘쳤다.

        

        이런 꾸무레한 날씨와는 특히 더 잘 어울리는 무기질적이면서도 유려한 UI가 오른쪽 손목에서 회전했다. 내 생각과 감응하여 대략 1주일 가량의 날씨와 기온 변화가 어떻게 이뤄질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앞으로 하루이틀 가량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다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이후로는 기온이 확 떨어지겠지. 겨울의 초입을 알리기에는 실로 안성맞춤인 날씨라고 해야 할까, 이걸.

        

        

        

       ‘…벌써 두 번째 겨울이네.’

        

        

        

        시간이 참 빠르다.

        

        날씨 이야기로 이리저리 빙빙 돌려 말하긴 했지만, 사실은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처음 다시 돌아왔을 때만 해도 내가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는데, 지금은 이런 곳에서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니.

        

        이리저리 생각해보긴 했지만, 역시 운이 많이 좋았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에 탄탄한 기반을 쌓아올릴 수 있었고, 좋은 제자이자 친구를 여럿 사귀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하도 쌓아놓은 게 많은 탓에 일이 넘치긴 하지만…뭐어, 그건 어쩔 수 있나.

        

        그것도 그렇고, 이 세계에 얽힌 비밀의 거의 전부를 차근차근 알게 된 것도 정신 안정에 많은 도움을 주었지. 해당 정보를 듣고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기반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그리고 생각도 못한 걸 얻기도 했고.

        

        

        

       “….”

        

        

        

        테이블 위에 올려진 페디큐어용 폴리쉬.

        

        당연하게도 내 건 아니었다. 대충 짐작할 수 있겠지만 우리 메카 막내들 거였다. 구체적으로는 얼마 전에 나에게 시술…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 아무튼 그 비슷한 걸 시도하려다가 빠꾸먹고는 더럽고 추하게 저쪽 세계로 후퇴하던 와중 회수하지 못한 편린이었다.

        

        결혼은 생각도 않던 나한테 애가 세 명이나 생기다니. 거기다가 대략 3주 가량 후에는 미니 메카 유진이 또 하나 생길 예정이었고. 그리 생각하면 네 명이라고 쳐줘야 하나.

        

        참 별의별 일이 다 있다. 이 몸뚱아리가 엄밀하게 말하면 원래의 내가 아닐…아니. 까놓고 말해서, 부모님이 말하길, 그 분들이 기억하는 과거의 나와 몸이 변한 나의 외형은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리 생각하면 또 완전히 다른 건 아닐지도.

        

        

        아무튼, 이렇게 하늘을 보며 온갖 생각에 잠길 즈음-

        

        

        

       ───쿵쿵쿵!

        

        

        

       “아이고, 유진 씨가 방 안에서 혼자 청승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저희 왔어요! 유진 씨!”

        

       “…아이구야.”

        

        

        

        환장하겠네, 증말.

        

        하기야 내 갬성을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잘게잘게 갈아버릴 수 있는 사람이 저 친구들을 포함해서 얼마나 되겠나. 나는 그저 피식 웃으며 문을 열어줄 뿐이었다. 슬슬 감상에 그만 젖으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으니까.

        

        구태여 현관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시선을 그쪽으로 던지기만 해도 기어와 연동된 도어락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삐비빅 하는 소리와 함께 비닐끼리 마찰하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사방팔방으로 울려퍼진다.

        

        뭘 얼마나 사왔으면.

        

        

        

       “결국 이 시간이 오고야 말았군요.”

        

       “사실 기대하고 있었죠?”

        

       “말을 말죠.”

        

        

        

        기대라. 그래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장소는 달랐지만, 기어코 이 두 명은 ‘출국 며칠 전 내 집에서 머무는 것’을 일종의…연례행사 비슷한 걸로 만들려고 작정한 모양이었으니까. 아마 내년도 내후년도 이 즈음에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세 명을 방 안으로 불렀다. 고기를 잔뜩 싸가지고 온 민아와 예린이가 테이블 위에 낑낑대며 그걸 내려놓았고,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와중 이어지는 말.

        

        

        

       “예린이네 집에 지금 가져온 양의 세 배는 더 남았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럼 그렇죠. 그보다 여러분들은 너무 많이 먹게 되면 내일이든 출국 당일이든 소화불량에 시달릴지도 모르니 적당히 드세요.”

        

       “헛, 그럼 나머지는 유진 씨가 다 드신다는 건…응앜!”

        

       “어차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발현자의 식사량과 관계없이, 앞으로 4주 가량 집을 못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저런 걸 냉장고에 짱박아놓으면…다녀와서 먹기에는 좀 그런 무언가가 되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았다. 냉동실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지금 다 먹고 가야지.

        

        절대로 내가 다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다, 아무렴.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던 다이스가 입을 열었다.

        

        

        

       “지난 번…그러니까 파이널 챔피언십 끝난 이후 했던 뒤풀이 파티에 있었던 환기 시스템, 되게 마음에 들었는데. 역시 여기선 어렵겠죠.”

        

       “아, 그거….”

        

        

        

        그게 언제적 거더라-하고 생각하던 와중, 나는 그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다이스의 표정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나로서도 할 말은 꽤 있었다.

        

        

        

       “이사온 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아직 여기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는군요. 제 집보다도 더욱 안성맞춤인 공간이 있으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에…그러면 유진 씨에게 몽땅 맡길게요.”

        

       “적어도 짐은 같이…아니, 일단 여기 다 걸어주세요.”

        

       “엄멤메.”

        

        

        

        양쪽 손에 하나씩, 그럼에도 다 못 드는 물건들은…어디 걸겠어. 당연히 꼬리였지.

        

        뒤로 슥 돌아 꼬리를 꿈틀거리듯 움직이자, 다이스와 하모니는 거기에 물건을 거는 대신 내 꼬리를조물거리기 시작-

        

        

        

       “누가 제 꼬리 갖고 놀래요!?”

        

       “우왁…!”

        

       “끼양!”

        

        

        

        두 명은 꼬리-딱밤을 얻어맞고 나서야 말을 잘 듣기 시작했다.

        

        얘네를 도대체 어째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실에서 조금 옆으로 걸어가 이중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당연하겠지만 문 건너편에는 발코니 테라스가 있었고, 지금은 비가 오고 있었기에 바깥이 훤히 보이는 특제 재질로 이뤄진 방호막으로 가려진 상태.

        

        그럼에도 바깥은 실로 잘 보였고, 환기 역시도 문제가 없을 예정이었다.

        

        내 집에 부속된 테라스였고, 별도로 테라스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이곳에 상주하는 직원 분들이 내부 시설을 관리하고 이런저런 재고를 주기적으로 갈고 있었으므로 그닥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11월 말의 바깥에 노출된 것치곤 발코니의 온도는 상당히 포근한 편이었고, 다들 그 덕분에 큰 걱정 없이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빗방울이 하나도 묻지 않은 고급 테이블 위에 슬그머니 앉은 두 명을 뒤로 한 채 잘 관리된 바베큐 그릴 안에 숯을 와르르 쏟아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두 명은 이런저런 그릇과 즉석밥을 준비하며 입을 열었다.

        

        

        

       “…원래 저희들이 유진 씨 먹여주려고 준비했던 건데.”

        

       “상정했던 계획이랑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죠. 원래 고기도 먹는 사람 따로, 굽는 사람 따로 있잖아요. 제 쪽이 후자라고 생각하시길. 간단히 준비만 하고 계세요.”

        

       “안 그래도 그건 하고 있어요.”

        

        

        

        불을 붙이는 척하면서 몰래 이카루스 기어로 바베큐 그릴의 내연성을 테스트.

        

        이런저런 추가적인 조치를 더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두 명이 이쪽으로부터 등을 돌린 순간 화학물질 발사기에나 들어가는 증기 네이팜의 원료를 뿌렸다.

        

        결국 불만 잘 붙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리 생각하며 촉촉하게 젖은 숯 안에 불씨를 밀어넣었고-

        

        

        

       ───파아앗!

        

        

        

       “우와악-!”

        

       “유, 유진 씨, 괜찮아요!?”

        

       “물론 하나도 문제 없답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화상을 입을 것처럼 보이시나요?”

        

       “생각해보면 그도 그렇긴 한데…아이, 그래도 조심해요.”

        

        

        

        고개를 끄덕이며 엄청난 열기를 토해내는 바베큐 그릴 안쪽을 확인했다.

        

        사실 저쪽 세계에서라면 숯을 맨손으로 쥐고 통째로 불을 붙이는 묘기도 보여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건 여기서는 불가능했다.

        

        숯이 순식간에 하얗게 타들어가는 걸 뒤로 한 채 덧붙였다.

        

        

        

       “뭐, 이렇게 됐으니…지난 번처럼 스트리밍이라도 해볼까요.”

        

       “그거 재밌겠네요. 드론캠 들고 올게요!”

        

        

        

        우리가 왔던 길로 뽀르르 사라지는 하모니를 뒤로 한 채, 어쩐지 고민에 빠진 다이스가 중얼거렸다.

        

        

        

       “…그래서 유진 씨가 옛날에 네이팜 수류탄 맞고 버텼던 건가?”

        

       “농담을 왜 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렇게 다이스는 오늘의 깡!스택을 차곡차곡 적립하기 시작했다.

        

        일상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이번 년도에도 기어코…출국일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1 : 1로 대응하기엔 작년보다 조금 이르게 출국하게 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대강 넘어갑시다.”

        

       “하요하요, 하모니에요. 오늘은 다이스랑 유진 쌤이랑 같이 출국 D-2를 즐기러 왔어요.”

        

       “안녕하세요. 다이스입니당.”

        

        

        

       -와 국룰멤버 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시청자를 놀리려는 것인가???

       -아직 저녁으로 뭐먹을지 안고른 트수들 입에 강제로 고기 쑤셔넣으려는 음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뭐야 캠핑장같은곳임??

       -아니시1부1랄 캠핑장이 아니라 비얌집 발코니였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닥 오래간만에 방송을 켠 것은 아니지만, 캠방송은 상당히 오래간만이었다.

        

        한 번 스트리밍을 켜자마자 몇 분도 안 되어 백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마 몇 분 안에 평균치인 180만 명을 찍겠지.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카루스는 내가 방송을 켜는 타이밍만을 예의주시하고 있지 않을까. 서버에 부담이 가해질지도 모르니까.

        

        그것과는 별개로, 꽤 감회가 새로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작년 이 즈음에는 – 주 단위로 차이가 있긴 했지만 – 아직 내 정확한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었으니까. 다시 말해 얼굴 공개를 안 했단 소리였다.

        

        그 당시 시청자가 40만 명 가량이었나. 그것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긴 하지만, 어느새 그 4~5배의 인원이 우리 세 명이 고기 먹는 걸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기분이 요상하네.

        

        

        그걸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 즈음은…아직 제가 얼굴 공개를 안 했을 때기도 하네요. 벌써 얼굴을 공개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고 생각하니 꽤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만 할지.”

        

       “저 유진 씨 처음 만났을 때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어요.”

        

       “전 주저앉았는데.”

        

       “다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요.”

        

        

        

       -아 그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생각하면 진짜 얼탱이가 없네 ㅋㅋㅋㅋㅋ

       -평범하게 야시시한 팬아트 그리던 그림쟁이들이 일제히 알페스 제작자로 바뀌던 그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그때 비얌이 싸그리 안 봐줬으면 클날뻔했다

       -비얌련 은근히 자기로 야한거 그리는거 별로 신경 안쓰는거같음 ㅋㅋㅋㅋㅋ

        

        

        

        하모니와 다이스의 입에 고기쌈을 구겨넣어 쓸데없는 소리를 막아버렸다.

        

        노릇하게 잘 익은 삼겹살을 집게로 하나씩 집어먹으며 총알처럼 올라가는 채팅창을 힐끔힐끔 살폈다. 확실히 뭐…그렇긴 하지. 까놓고 말해서 이 몸은 내 몸인 동시에 아니기도 하니, 야한 일러스트 같은 걸 봐도 그닥 신경쓰지는 않는단 말이지.

        

        뭐어, 당시에도 크게 신경은 안 썼었다. 귀국하고 나서 부관참시 비슷한 걸 하긴 했지만, 법적 조치는 안 했으면 그걸로 끝이지.

        

        

        그건 그렇고, 확실히 작년이랑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과거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 생각하면 내년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지금은 두 번째니까 다들 꺄아꺄아 하고 있지만, 아마 내년쯤 되면 조금씩 과거를 추억하며 파이널 챔피언십을 대비하는 그런 날이 되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김에, 오늘의 주된 안건은 바로 추억이었다. 하모니도 다이스도 이제는 각자가 어떻게 만났는지 다 아는 사이였으니 대화가 막힐 일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

        

        

        

       “…왜 유진 씨랑 만난 사람들은 민아 빼고 다 유진 씨가 한 번씩 골로 보냈던 사람인가요?”

        

       “그, 원래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말도 있잖아요…?”

        

       “게임 아니었으면 친해지지도 못했을 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유진한테 얻어터짐)/카토(유진한테 여러번 얻어터짐)/그외등등….

       -그럼 비얌은 로건이랑 로렌티나한테 얻어터졌다고 볼수있나?

       -뭔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하모니 진짜 얌전하게 만났었네 ㅋㅋㅋㅋㅋㅋ

        

        

        

        …그렇긴 하네.

        

        딱히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더욱 아프다. 생각해보니 이런 안건이었더라면 하모니랑 다이스만 부르는 게 나았을지도. 그리고 뭐…어차피 내일모레 즈음이면 알아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될 예정이었으니까, 굳이 사람이 많을 필요도 없지.

        

        그리 생각하는 와중에도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어느덧 진짜배기 여고생…은 아니고, 여대생인 하모니와 다이스 간의 걸즈 토크가 이어진다. 난 엄밀하게 말하면 저 정도까지 심도있는 걸즈 토크에 끼어들 수는 없었으므로, 얌전히 고기나 구웠다.

        

        그러던 와중 꼬리로는 아직 내용물이 뭔지 모르는 비닐봉지와 박스를 뒤적뒤적.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 안에는 술이 한무더기였다. 소주 같은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하나. 최상층에 있는 바에서 직접 사온 것 같은 보틀이라고 해야 하나.

        

        저녁식사인데도 안 깐 걸 보면 내가 고기 굽기를 멈추고 착석할 즈음에나 까려나.

        

        그리 생각하며 다른 걸 좀 더 뒤적이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색적인 감각이 꼬리로부터 느껴졌고, 바로 꼬리로 휘감아 밖으로 꺼낸 순간-

        

        

        

       “-앗, 그건…!”

        

       “…그렇게나 제가 고통받는 걸 보고 싶었던 거군요, 두 분.”

        

       “엣, 그게 아니라아. 저는 아무런 말도 안 했어요.”

        

       “이 배신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 칩 등 장 ! ! ! !

       -다이스쉑 이번년도 초에 비얌 고통받는거 꽤 인상깊게 봤나보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또가져왔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사람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골 모양과 화염.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 비주얼과 자동으로 입 안에서 플래시백되는…고통. 새끼비얌들이 기어코 원칩을 또 한 번 가져오고야 말았다.

        

        환장하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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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비얌들은 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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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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