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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4

    <574 – 로버트 엘하임의 뒷조사(2)>

     

    교장은 오크노디에 대해 조치할 의사가 없다.

    그렇다고 잠자코 넘어갈 로버트 엘하임이 아니었다.

     

    “교수님, 서부곡창지대의 드레이크가 이상기온으로 인해 활동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서부왕국들의 급보가 올라왔습니다. 요청사항은 드레이크의 활동억제에 필요한 조치 및 대응 수단에 대한 자문입니다.”

    “빙결마법사를 써서 근방 기후를 낮추라고 해. 근방에 설치해서 기후를 조작하는 마법진의 유지비와 이를 유지할 마법사의 고용비가 드레이크가 날뛰며 발생할 재난피해액에 비하면 훨씬 저렴할 거다.”

    “통신으로만 전달하면 될까요?”

    “미쳤냐? 교관은 뭐 하러 쓴다고 생각하는 거냐. 당연히 너희가 해야지.”

    “아…”

    “물론 왕실에서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잔혹한 피해산출액 및 대비책 소요금액, 예상절약금액을 수치로 보여줘야 내 조언에 고맙다며 우리 연구실에 사례비를 두둑이 챙겨주겠지.”

    “그건 교수님이 만들어주시나요?”

    “진짜 미쳤냐? 당연히 너희가 해야지.”

    “도시파괴비용을 얼마로 측정해야 할지를 저희가 어떻게 아는데요?!”

    “행정교관은 각 교수의 귀찮은 서류업무를 모두 도맡아 처리하는 자리다. 월 1만 포인트의 포인트 급여는 이런 일을 하라고 주는 거라고. 행정학부 선배들과 교수들을 찾아가서 자문하든, 도서관을 뒤적거리든, 서부귀족연합 학생들과 학부모를 달달 볶든 알아서 처리해!”

     

    불쌍한 대학원생… 아니, 3학년 행정교관에게 모든 과제를 떠넘긴 로버트 엘하임 교수.

    그는 갑작스러운 일감에 허덕이는 행정교관들 사이에서 두 명을 빼냈다.

     

    “토미, 브리트니. 너희는 잠시 나오도록.”

     

    고참교관 두 명 없이 서부삼국에 제출할 공문의 수치를 계산할 생각에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워하는 초짜 행정교관의 비명을 뒤로한 채, 로버트는 바짝 얼어붙은 고참들에게 새로운 업무를 지시했다.

     

    “범위는 제국 북부. 대분류는 유료직업소개소. 소분류 <메이드소개소>를 중심으로 직업종사자들의 근무지 변경 유무 및 메이드의 지역밀집도 및 분포도, 외부근무 동선수집 및 이동경로 표기를 진행한다.”

    “제국의 국제신원등록마도보관서에 조회요청서 및 협조공문을 보내면 되겠습니까?”

    “불허한다. 사유는 재단 스파이의 조사정보 감지 및 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럼 무슨 수로 정보를 조사합니까?”

    “서류가 있는 북부 관공서에 잠입해야겠지. 정보를 현장에서 암기하고 암기한 정보들을 취합해서 계산을 내어야 할 테고.”

    “그런 복잡한 계산을 현장에서 발각되지 않고 계산하려면 고도의 장비가 필요합니다.”

    “별도의 지원 장비가 왜 필요하지? 가장 은밀하고 성능이 뛰어난 고성능 장비가 이미 있는데.”

    “정말입니까?”

     

    4학년 행정교관 토미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 대단한 장비가 우리 연구실에 있었다니!

     

    “그 장비의 이름이 뭔가요?”

    “인간의 두뇌.”

     

    다가올 운명을 직감한 토미가 슬픈 개구리처럼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로버트는 한치의 동정심도 없는 냉혹한 얼굴로 마저 선고하였다.

     

    “정확히는 행정교관의 두뇌라고 해야겠군. 달리 말하자면 토미의 뇌와 브리트니의 뇌라고도 부를 수 있겠지. 토미 자네, 설마 자신이 없나?”

    “아닙니다…”

    “브리트니, 불만은 없겠지?”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잠입에 필요한 여비만 현금으로 지원해주십시오.”

    “임무활동비 정도야 지급해주지.”

     

    로버트는 아공간주머니에서 전표 대신 은화와 금화가 담긴 주머니를 꺼냈다.

    이들의 행적이 재단의 눈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의 전표로부터 행적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현금으로 챙겨준 것이다.

    그러나 금액을 본 브리트니는 너 지금 우리랑 싸우자는 거냐는 아주 공격적인 얼굴로 교수를 째려봤다.

     

    “활동비가 적습니다.”

    “전송소를 이용할 필요는 없네. 재단이 각지의 전송소를 점거했다는 불미스러운 우려가 교수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으니.”

    “…그럼 마차로 북부까지 여행해야 한단 말입니까? 여정이 길어진다면 그만큼 비용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마차가 왜 필요하지? 자네들은 마차보다 뛰어난 이동수단을 지니고 있는데.”

    “그게 뭡니까?”

    “인간의 다리.”

    “…”

    “정확히는 행정교관의 다리라고 해야겠군. 달리 말하자면 토미의 두 다리와 브리트니의 두 다리라고도 부를 수 있겠지. 설마 4학년 행정교관이 되도록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마나연공법도 익히지 못한 것은 아니겠지?”

     

    씹새끼.

    브리트니가 속으로 생각했다.

     

    “제출까지 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그럼 자네들의 조교수 추천장은 물건너가겠군.”

    “……어느 정도의 기한을 원하십니까.”

    “한 달 이내에 결과를 내게.”

    “…북부까지 가서 정보를 조사하는데 한 달을 원하십니까?”

    “안 되겠으면 말하게. 제국에서 갈 곳 없이 내쳐진 실직한 방랑기사들에게 일감을 주어도 그것들은 거두어주어서 감사하다고 좋아 죽을 테니까. 난 자네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지, 저임금 고강도 업무로 학대한 적이 없음은 분명히 해두지.”

    “………”

    “쯧쯧. 은혜를 받았으면 감사한 줄을 알아야지. 요즘 젊은것들은 맨주먹정신이 부족해서 안 된다니깐. 나 때는 말이야, 임금 없이 열정과 의지만으로도 일을 시키거든 하겠다는 놈들이 줄을 섰어.”

     

    진짜 씹쌔끼.

    울먹이는 토미의 몫까지 두 배로 로버트 교수를 욕한 브리트니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은 언제부터 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

    “말도 없이 저희가 사라지면 이상하게 여기고 행정교관의 행적을 궁금해할 재단 스파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부삼국에 제출할 보고서는 괜히 준비하라고 한 줄 알았나? 외부에는 너희가 숙식도 연구실에서 하면서 공문제작에 힘쓰고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질 거다. 행정교관은 연구실에서 몇 개월씩 숙식하는 경우도 흔하니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지.”

    “…………”

    “변명이 끝났거든 당장 짐 싸서 출발하게.”

     

    불쌍한 대학원생… 아니, 행정교관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아카데미를 떠났다.

    오크노디의 의미심장한 행적이 만들어낸 의도치 않은 피해자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불쌍한 행정교관 둘을 중기임무로 내보낸 로버트 교수였지만 행정교관에게 모든 조사를 맡겨놓고는 자동사냥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모험학부’ 교수들에게 문답을 하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모험학부 진학생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아는 교수들은 모험학부 교수겠지. 하지만 그만큼 모험학부 교수들은 접촉하기 위험한 인물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버트 엘하임 교수의 의심은 합당했다.

    모험학부에서 오크노디를 가르친 교수들이 누구인가.

     

    사다코.

    핑크베리.

    디스트로이어.

    엘 드라코.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조나 와이히엠하이.

     

    뭐 하는 인간들인지 직업을 보면 더 가관이다.

     

    시체와 영혼을 다루는 사령술사.

    남의 외모를 탐내는 음습한 변신술사.

    은퇴한 전직용사이자 세계최강의 도적.

    나라의 보증을 얻은 사략 해적이자 대해적.

    제국을 활개 치던 의적.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공식대리인 겸 집사.

     

    하나같이 가까이 가기 싫은 족속들이다.

    변신술사와 사령술사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남의 몸에 관심이 많은 자들이라 꺼림칙하다.

    세계최강이건 의적이건 대해적이건 남의 물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 꺼림칙하다.

    그나마 멀쩡한 녀석이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공식대리인이니, 뒤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테러리스트다.

     

    ‘최근 동향은 더욱 무시무시하군.’

     

    디스트로이어는 카넬레 시 공방전에서 중상을 입고 잠적했다.

    핑크베리 교수는 2학년 강의도 1학년 강의도 죄다 날려버리고 1년간 연구에 매진한다며 대놓고 두문분출 잠적해버렸다.

    사다코 교수와 브론즈 교수는 오크노디의 스승을 자처하며 우리 애 탐내지 말라고 단단히 눈도장을 찍어두고 있다.

     

    ‘여섯 명의 모험학부 교수 중 두 명이 잠적, 두 명이 제자선언을 했고, 남은 둘 중 하나는 심지어 재단의 사람이니 파볼 가치가 있는 것도 한 명뿐이군.’

     

    랭킹보드의 대륙칠대해적에 등재된 일곱 명의 해적이라 하여 일컫기를, 칠인의 대해적.

    그런 대해적의 반열에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엘 드라코.

    2학년 1학기 모험학부 강의로 <선상전투②>를 준비하던 엘 드라코는 로버트 엘하임의 방문에 대놓고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

     

    “돈 안 되는 이야기 하러 왔거든 썩 꺼져라.”

    “981기 수강생 오크노디를 기억하십니까.”

    “오크노디? 대해적의 자질이 썩어 넘치는 그 망할 꼬맹이가 또 뭔가 저질렀냐?”

     

    돈과 여자, 해적질이 아니면 관심없을 대해적이 대놓고 관심을 드러냈다.

    고작 11살 아이를 ‘여자’로 보았기 때문은 아닐 테고, 현역 대해적에게 ‘해적질’로 눈여겨볼 만한 인재로 각인되었음을 암시하는 증거였다.

     

    “3학년으로 월반한 유일한 학생이기도 하고 원체 재능이 뛰어나기에 평범한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작년 강의 도중에 오크노디를 교육하던 도중에 일어난 특이한 사항이나 유념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부디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들려주면 어쩔 셈이냐.”

    “그에 합당한 교육을 할 생각입니다.”

    “제국교수치고는 나쁘지 않은 말을 하는군. 그럼 뭐 들려주지.”

     

    엘 드라코 교수는 들려주었다.

     

    “그놈이 크라켄을 불러서 강의 도중에 개판을 쳐놨는데, 크라켄의 파도에 밀려 휴학생 전용 구역에 떨어진 척 그 안에 틀어박힌 재단장학생과 접촉하여 용무를 마치고 나왔다가 저를 찾으러 들어간 놈들과 엇갈려서 수색구출대를 수색 구출한 적이 있었지.”

    “아니 그게 무슨…”

    “참고로 이때의 방문 이후, 휴학생들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비보가 최강의 휴학생 샤를로테의 손에 들어갔다. 비보도전자들은 샤를로테와 함께 실종된 오크노디를 구하러 갔다 오기도 했지. 다행히도 이번엔 수색구출대를 수색 구출하진 않았군.”

    “……”

    “그런 점만 빼면 애가 참 대해적의 자질도 있고 호탕하고 좋은 녀석이야.”

     

    그런 걸 빼고 이야기가 되겠냐고.

    역시 오크노디는 세상에 둘도 없을 수상하고 사악한 아이다.

    재단의 고참 장학생들과 접촉하여 그들 중 일부를 자연스럽게 제국에서 탈출하도록 이용하다니.

    휴학생 중 현재 복귀하지 않고 실종된 자는 검술도둑 제토라는 인물 한 명뿐이니 필시 그가 재단의 장학생이리라.

     

    ‘황제암살에도 무사히 탈출할 계획까지 수립했다면 북부에서 사고를 칠 때에도 무사히 탈출할 계획을 세우겠지. 오크노디가 북부에서 사고를 치고 탈출할 때 필요한 인맥과 도움이 될 수단은 무엇이 있지?’

     

    집무실에 돌아와 오크노디와 관련된 인물들을 보드판 위에 마인드맵으로 펼쳐놓은 로버트 엘하임 교수.

    그의 눈에 어느 한 학생의 이름이 들어왔다.

    그 학생의 이름은 지고쿠.

    심지어 직업도 현역 해적.

    교내에서도 지고쿠해적단이라는 사설 조직을 만들어 이끌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행정교관들의 원수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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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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