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574

       

        

        

        

        

        

        

        

         이제 와서 하기에는 조금 뜬금없는 말이지만, 나는 과거 꽤나 많은 고문 및 심문 대처 훈련을 이수한 적이 있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건 고문 및 심문 대처 훈련이 아니라 탈출 훈련에 더욱 가까웠긴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발현자들의 힘이 무척이나 강력하다는 것은…물론 순식간에 알려져있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확인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

        

        오직 이카루스만이 각 발현자들을 특정 카테고리로 묶고, 이들의 신체능력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이카루스는 이를 통해 발현자들을 오퍼레이터로서 만들 시 이들이 고문 및 심문을 당할 확률을 확인했다.

        

        그 결과, 거의 대부분의 경우 발현자들은 자력으로 해당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결과를 내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심문 회피법 같은 걸 안 배웠다는 건 아니고.

        

        

        좌우지간, 내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가 하니,

        

        

        

       “…꼭 이렇게 저를 고문의 마수에 빠뜨려야 속이 편하실까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먼저 먹여드리는 수밖에.”

        

       “에, 잠깐만. 이거 알고 보니 저희가 더 위험한 거였던 게?”

        

       “그, 유진 씨, 우리 서로 아주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게 아닐…우와아악, 이 사람 힘 너무 세!”

        

        

        

       -당연한소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윾진이랑 같이다닌주제에 이제와서 힘싸움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심이 아니라 겁대가리가 없었던거였고 ㅋㅋ

       -UFC 슈퍼헤비급 챔피언도 손가락으로 갖고놀수있는 사람한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야 오늘 먹으러 온 게 본인 육개장이었니….

        

        

        

        지금 여기서 손봐주지 않으면 매 년 이맘때쯤마다 벌칙을 방지한 고문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매운 걸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저건 진짜…작년에 한 번 겪어봤을 때 너무 매웠다. 아마 저런 게 과거 뉴욕에 존재했더라면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들은 다른 누군가를 고문하기 위해 그다지 힘을 들일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할 정도로.

        

        물론, 이 두 명은 그리 생각하고 있는 나를 너무 잘 알았다.

        

        

        

       “에에, 저희가 안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한 번만 같이 해요, 유진 씨이이.”

        

       “아니, 그런 문제가…왜 달라붙어요!?”

        

       “필살 달라붙어서 땡깡부리기 스킬이에요.”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그 때문인지, 이 두 명은…아주 교묘하게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사실 땡깡이라고 하면 옛날에 유명했던 그 단비인가 뭔가 하는 초딩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미 전술적 행동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학습한 이 두 명은 메카 비얌마냥 나한테 앵겨붙기 시작했다. 내가 스킨십에 약하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드론캠이 자동으로 화면을 다른 데로 돌리는 가운데, 하모니는 원칩 포장을 뜯고, 다이스는 내 다리에 찰딱 달라붙었다. 내가 열심히 꾹꾹 밀어내도 어거지로 버티는 게 아주 껌딱지랑 다를 바가 없었다. 하마터면 어디 다칠까 힘껏 밀어내기도 그렇고.

        

        그 와중 하모니까지 합세한다.

        

        결국 나는 하는 수 없이 최종 방법을 선택했고, 내 허벅지에 찰딱 달라붙은 두 명의 볼따구를 쭉쭉 늘리기 시작했다.

        

        

        

       “3초 안에 안 떨어지면 내일 일어나도 볼이 빨갛게 만들어드리죠.”

        

       “으이잉….”

        

       “괜찮아요. 유진 씨는 마음이 약해서 어쨌든 드셔주실 거예…우아아아앙!”

        

       “진짜…다들 왜 이렇게 제가 고통받는 걸 좋아하는지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래서 뭐했냐고 세명이서!!!!!!!!!!

       -뭐했긴 로건집이 불타서 사라질때까지 뭔가 했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소신발언)비얌눈나 고통받는거 진짜 개좋음

        

        

        

        하나같이 이상성욕자들밖에 없어, 여긴.

        

        아무튼 나는 오늘도 이 땡깡쟁이들의 부탁을 받아주었다. 어차피 이 두 명도…내가 이리 말하고 행동해도 결국 나중에는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으니 이러는 거겠지.

        

        그리고 이 두 명이 또 악질인 점이 있다면,

        

        

        

       “히히. 항상 고마워요, 유진 씨. 이런 부탁 들어줘서.”

        

       “저희도 먹을 거예요, 진짜로.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이런 걸 들어줄 때마다 꼬박꼬박 들어준다는 점이 첫 번째.

        

        자기 자신조차 결코 예외를 두지 않는 쓰잘데기없는 살신성인이 있다는 게 두 번째.

        

        하여간, 도대체 이런 걸 누구한테 배웠는지. 물론 그리 물어봐도 결국 내가 가르쳐줬다고 했겠지. 결국 어떤 의미로는 인과응보인 셈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두 명의 말에 반박하기보단 허탈한 웃음과 함께 머리를 실컷 헝클어뜨렸다.

        

        이 두 명이 끼야악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열심히 다듬는 사이, 나는 웃음과 함께 박스 안에 잔뜩 담겨있던 레드 와인 하나를 꺼냈다.

        

        이 둘이 그걸 원한다면 해줘야지. 아주 지독할 정도로 말이야.

        

        

        잔을 꺼내고, 코르크를 빼낸다.

        

        나와 다이스가 거주하고 있는 곳과 같은 층에 있는 바에서 구매해왔다고 하니 적어도 수백 만원어치는 되겠지. 그 점을 감안하면 그냥저냥 마시기에는 꽤나 아까운 물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점까지 감안한다면…뭐, 소믈리에라도 불러야만 하나?

        

        물론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럴 생각도 없고, 이번 저녁식사를 그 정도로 무겁게 볼 생각도 없었다는 뜻이다.

        

        시청자들이 와인 라벨을 보고는 ‘아니 저 저 귀한 걸 어떻게?’하고 발광하고 있는 와중, 그것을 무난하게 잔에 따른 내가 두 명에게 하나씩 건네며 덧붙였다.

        

        

        

       “원한다면 이뤄드리지요. 잔 받으세요. 가볍게 쨍-합시다. 하지만 언제 이 술자리가 끝날지는 모르는 법인데…이제 와서 발뺌하지는 않겠죠?”

        

       “앗, 살살 부탁드려요.”

        

       “제 기준에서 살살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거예요. 제 술버릇이 영 그런 점, 그리고 일찍 취한다는 점과는 별개로, 제 주량은 저도 정확히 잘 모르거든요.”

        

        

        

       -속보)비얌련 다이스랑 하모니를 술에 절여버리겠다고 선언

       -출국까지 2일남았는데 숙취에 쩔겠다고 작정한거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내 제자들은 술마시고 게임해도 너희 대가리를 깨부술 수 있다

       -니들이 가져온 술! 니들이 가져온 원칩! 다 돌려받는다 이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가 뭘하든 그저 즐거우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가벼운 쨍 소리.

        

        붉은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감과 동시에 일일이 전부 파악하기 힘든 수많은 향과 맛들이 풀려나온다. 흡사 색깔이 다른 수많은 끈으로 묶인 실타래가 동시에 풀리는 것만 같은 느낌. 근래 후각과 미각이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자극받은 적 있을까 싶었다.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나는 오늘 이 두 명이 원하는 것을 전부 이뤄줄 예정이었고, 이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예정이었다.

        

        

        한 시간을 넘어 두 시간, 그리고 세 시간.

        

        빗줄기가 몇 번이고 가늘어졌다 강해졌다가를 반복하며 발코니를 가린 투명 벽을 두드리고, 빗방울 너머로 이리저리 일그러진 서울의 밤이 조금씩 잦아든다. 막 고기를 굽기 시작했을 즈음 막힌 혈관마냥 굳어있던 집 앞 도로는 어느덧 한적해진 지 오래.

        

        펜트하우스 건너편의 건물들에서 점차 조명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사이, 나는 아까와 같은 열의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던 두 명을 보며 씩 웃어보였다.

        

        

        그 광경이 어떻게 보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쎄올시다.

        

        저 두 명은 그닥 유쾌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었다.

        

        

        

       “후후후후후후…이제 원칩 정산의 시간이 돌아왔어요. 아무도 나갈 수 없습니다.”

        

       “미, 민아…가서 좀 말려봐요….”

        

       “유진 씨를 말리라구요? 이번 년도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예린 씨를 꺾고 1위에 오르라고 하세요, 차라리.”

        

       “그치마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후후후후…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근래 본 것중에서 제일 사악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들이 먹일라고 온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칩봉고가 출발했다! 새끼비얌들은 희망을 버려라!!!!

        

        

        

        간만에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꽤나 기분이 하이했다.

        

        그 와중에도 장갑을 끼는 건 철저히 지켰다. 스코빌이 수백만 단위였기에 잘못 만지면 큰 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명은 진즉 바깥의 냉장고에 온갖 음료수와 우유, 아이스크림을 보관해둔 지 오래였다. 이들이 말하기로는 저녁식사 와중 마시려고 사왔다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원칩의 매운 맛을 중화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양쪽 손에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자 비주얼이 꽤 상당했다. 마치 매드 사이언티스트, 혹은 매드 닥터 비슷한 광경이 아닐까. 적어도 하모니와 다이스가 그런 걸 본 사람마냥 놀라는 걸 보니 딱히 틀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잡설이 길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그 두 명의 입 안에 원칩, 즉 극도로 매운 과자를 쑤셔넣을 것처럼 불길하게 웃었고, 두 명은 기묘한 소리를 살금살금 뱉으며 다가오는 운명에 순응, 혹은 반항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와그작!

        

        

        

       “역시…더럽게 맛없네요, 이거.”

        

       “에, 에에…?”

        

       “우리 먹이려고 한 게 아니라…아니, 잠깐만요! 아무리 예비 분량이 있다지만 그걸 한 입에 넣고 씹으면-!”

        

        

        

       -우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저걸 한입에 다털어넣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핫비얌!

       -이사람 미쳤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잠깐만 참는데????????

        

        

        

        그 말대로.

        

        마치 입 안에서 샷건이 격발한 것만 같은 느낌이 입 안 전체를 뒤덮지만, 나는 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주먹을 쥐었다. 격통이 몰아쳤다.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나는 이걸 삼킬 생각도 없었고, 5분간 버틸 생각도 없었다. 이 정도 매움이면 삶에도 어느 정도 직결되어있으니.

        

        그러나 버틸 때까지는 버티고, 나는 무려 그 자리에서 3분 가량을 버텨냈다. 물론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파닥거리기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나는 다이스와 하모니가 삐걱삐걱대며 움직여 준비한 쓰레기통에 반쯤 슬러지화 된 액체-화염을 전부 뱉어내고는 음료수로 입 안을 가글했다.

        

        입 안이 팅팅 불어버린 것 같은 느낌. 거기에 잔여 아픔까지.

        

        언젠가 말한 것처럼 고문 견디기 훈련을 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체험하며, 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입을 움직여 할 말을 잃어버린 두 명에게 덧붙였다.

        

        

        

       “…두 분이 스스로를 걸어가며 저에게 이걸 먹이려고 하셨으니, 저 역시도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 설마 이제 와서 뺀다고는 하지 않으시겠, 하윽…아이씨, 진짜 더럽게 맵네…!”

        

       “앗, 마지막에 결국 못 참으셨어.”

        

       “웃을 때가 아니예요, 민아. 우린 이미 망했으니까.”

        

        

        

       -마지막 폭발wwwww

       -인간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마지막은 분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저거 하나를 다 털어넣고 3분넘게 버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다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쎄, 저쪽이 먼저 다이너마이트의 심지에 불을 붙였으니까? 물론 입의 상태가 상태였던지라 대답은 못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모니와 다이스가 입에서부터 성대하게 불꽃을 토해내기까지 3분 전의 일이었다.

        

        

        

        

        

        

        

        

        

        

        

        

        

        

        

        

        

        

        

        

        

        

       “아주 배탈나려고 환장을 하셨어요, 다들. 기어코 저한테 그런 거 먹이려고.”

        

       “으…그치만 유진 씨 귀여운 장면도 봤으니 그걸로 쌤쌤이었던 걸로.”

        

       “…그래요.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못 참겠더라구요. 너무 아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마냥 체통없이 끼야아아악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참긴했어 ㅋㅋㅋㅋ

       -하 비얌쉑 진짜 왤케기여움?????????????진짜미쳤음??????????

       -그래서 48시간연속방송하신다고요? 진자댕큐합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내 집.

        

        방에 침대는 넘쳐났지만, 이렇게 세 명이서 만났는데 아직 잘 타이밍은 아니었다. 바로 그 때문에 거실 옆에 위치한 초대형 소파, 혹은 유사 침대에 잠옷을 입은 세 명 – 나를 포함하여 – 이 방금 원칩 챌린지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녹화해둔 것을 직관 중이었다.

        

        현재 재생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내가 다이스와 하모니를 협박한 이후의 부분이었고, 이리 말하면 뭐했지만, 그 즈음의 나는…내 스스로가 너무 객기를 부렸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가가 꽤 컸다는 것도 인정해야 했다.

        

        힘겹게 자리에 앉은 내가 꼬리를 파닥거리며 테이블 위에 머리를 박고 이리저리 몸부림치다, 이내 고개를 들며- 

        

        

        

       -[끼야아아아악-!]

        

       -[유, 유진 씨! 물! 우유 마셔요! 우유!]

        

       -[너무, 너무 매워어, 혀가 너무 아프, 힝….]

        

       -[와, 방금 무슨 소리였어요? 진짜 레전드.]

        

       -[빨리 우유나 주셋, 아얏!]

        

        

        

       -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살다살다 비얌이 앙탈을 부리는 걸 다 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다들 배탈나려고 작정을 하셨어 ㅋㅋㅋㅋㅋ

       -엄멤메 혓바닥 왤케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비얌이니까(끄덕)

        

        

        

        아주 새빨갛게 변한 – 원래 혀는 새빨간 게 맞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더 – 내 혓바닥과 입술. 누가 보면 루즈라도 바른 줄 알겠어, 아주.

        

        당연하겠지만 그것 이외에도 아주 가관스럽기 짝이 없는 행동이 연이어 이어졌다.

        

        

       

       

       -[으, 얼음, 으에에에….]

        

       -[호-해드릴까요?]

        

       -[아으, 장난치지 마헤여!]

        

        

       

       “…이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말인가요?”

        

       “아,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한 번 해봤어요.”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요, 증말.”

        

        

        

       -호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즌 165439번째 로건눈나네집 전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련 매워가지고 화내는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저 시점에서 비얌은 음료 2.3L 정도를 마신 상태였다

       -돼지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관이다, 가관. 화면 너머가 아주 가관이었다.

        

        다이스는 히히 웃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나의 각도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도록 드론캠을 이리저리 조종하고 있었고, 하모니는…뭐, 몇 분 이내에 자신을 덮칠 원칩에 대한 건 완전히 잊어버리고는 아주 싱글벙글했다.

        

        그건 그렇고, 혀가 얼마나 아팠으면 발음도 꼬인대. 솔직히 지금까지도 달아오른 혓바닥이 꽤…욱신욱신했다. 약간 감각이 증폭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손가락으로 혓바닥을 콕콕 찔렀을 때 평소에는 안 아팠던 것이 지금은 꽤 아프다.

        

        아무튼, 다들 챌린지를 하기 전에 어디서 봤는지, 더 이상 못 참겠을 때 전부 뱉어낸 뒤 우유나 음료수로 입을 헹굴 때, 그것을 목구멍으로 꿀떡 삼키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 그런 사람이 여기 있었다면…글쎄다. 여기가 아니라 화장실을 들락거리지 않았을까.

        

        

        그리 생각하고 있자니 문득 밖이 보였다.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유리창에 부딪힌 빗물이 느릿하게 흘러내리는 사이, 다이스는 또 그런 내 시선을 읽었는지 피식 웃었다.

        

        그리하여 입을 열었다.

        

        

        

       “아까 다이스 말대로…오기 전에는 바깥 보면서 청승이나 떨고 있었는데, 그 이후가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흘러갈 줄은 몰랐네요.”

        

       “저는 원칩 가져올 때부터 얼추 예상은 했는데, 그게 이렇게 될 줄은…조금은 예상 밖이네요.”

        

       “내일은 제발 좀 느긋하게 보내자구요. 안 그래도 일찍 자야 하니까.”

        

       “네에.”

        

        

        

        뭐라고 해야 하나, 사촌 꼬맹이들 데리고 캠핑 나온 삼촌이 된 기분이다.

        

        대강 그리 생각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눈 앞에 떠오르는 도네이션 하나. 본래라면 도네 씹힘 등을 명목으로 트리키 친구, 혹은 다크 존 친구를 제외하면 도네가 불가능하게 설정해놨는데…다시 말하자면 지인 중 한 명이 보낸 메시지기도 했다.

        

        바로 내용을 살폈다. 비용이 원 단위가 아니라 달러 단위로 표기되고 있었고….

        

        …아.

        

        

        

       <LoganB 님이 $9.99 후원하였습니다.>

       -너희는 왜 볼 때마다 괴상한 짓을 하고 있냐? <자동 번역된 도네이션입니다>

        

       “…아, 언니. 일단 제 탓은 아닌 걸로.”

        

        

        

        순식간에 물음표로, 그리고 ㅋ으로 뒤덮이기 시작한 채팅창.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또 다른 도네 하나가 날아왔다.

        

        

        

       <LoganB 님이 $0.99 후원하였습니다.>

       -언니라고 부르지 말랬지

        

       “…네, 선임.”

        

       “로건 씨는 왜 이렇게 언니라고 부르면 싫어해요?”

        

       “그런 게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건언니~~~~(덜렁)

       -진짜 칼같이 정정해주는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건눈나진짜기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장안해도 존재감넘치는 사람 중 최상위권 ㅋㅋㅋㅋ

        

        

        

        …아주 그냥 지인들 죄다 보고 있었구만.

        

        뭐어, 원래 세상은 이런 법이겠지. 며칠 후 만나자고 말하려다가 조용히 포기하고는 그저 피식 웃었다.

        

        그닥 오래 되진 않았지만, 또다시 지인들을 보러 갈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 매운 거 잘 못 먹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