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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5

    <575 – 치안교관 네페르템의 뒷조사(1)>

     

    지고쿠가 오크노디의 주요협력자라는 심증을 얻은 이후, 로버트 엘하임은 확신을 얻기 위해 지고쿠의 지난 행적을 추가조사 하기로 결심했다.

     

    ‘오크노디는 특별한 학생이니 괜찮겠지만 지고쿠는 그 정도로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은 학생으로 보이지는 않는군.’

     

    일개 학생의 친분을 교수가 사방팔방 헤집고 다니며 묻다간 너무 많은 이목을 끌게 된다.

    그럴 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교관이었다.

    물론 교관도 아무나 잔심부름시키지는 않는다.

     

    교수직속 교관, 일명 조교.

    항상 교수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어둠 속에서 살다가 어둠 속에서 죽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그런 소중한 그림자를 이런 하찮은 조사에 허비할 수는 없었다.

     

    실습보조 교관, 일명 훈련교관.

    수강생 개개인의 실습을 도우며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일을 주로 삼는다.

    사고를 수습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수급도 힘든 소중한 전력을 강의 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행정보조 교관, 일명 행정교관.

    강의재료 수배부터 학부모 민원 상담, 시험 채점 등 잡다한 일을 모두 맡는다.

    현재 연구실에서 구르는 신입이나 북부로 보낸 토미와 브리트니가 여기에 해당했다.

     

    ‘마음 같아선 한 놈 더 굴리고 싶지만, 이래선 연구실에 남을 인원수가 너무 적어지는군. 올해는 한 마리만 더 고용해야겠어.’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그에게는 진정한 심부름꾼이 있기 때문이다.

     

    치안보조 교관, 일명 치안교관.

    4속성 교관 중에서도 최하위 말단에 해당하며 교내순찰과 경비업무 등으로 평상시에는 꿀을 빨지도 못하고 교수 눈에 띄지 않기만 바라야 한다.

    애초에 교수의 보안술식으로 진짜 중요한 것들은 전부 지킬 수 있고, 어디 경비업체 직원을 따로 쓰는 것이 보안에는 더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치안교관이 있는 이유.

    이는 농어촌할당제처럼 기프트 아카데미에도 치안교관할당제가 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행정학부 졸업생 녀석들.’

     

    교수들에게 소중한 포인트를 월 3만 포인트씩 고정지출을 하게 만들고자 의무적으로 치안교관을 최소 3명은 고용하게 만들다니.

    기프트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지독하고 괘씸한 졸업생이 있다면 학생회에서 치안교관 의무고용 조례를 제출한 녀석들일 것이다.

     

    하여튼 행정교관처럼 다양한 행정업무의 처리에 도움이 되는 교관보다 가치는 떨어지지만, 잡다한 임무를 시킬 심부름꾼으로 사용되는 치안교관!

    치안교관을 다루는 교수들의 야박한 취급이 어찌나 심한지, 야만적인 햄스터 자판기의 갈고리를 피해 달아나는 햄스터처럼 교수의 시선 밖으로 스르륵 스르륵 복도 귀퉁이, 모퉁이, 천장으로 회피하던 치안교관 중 하나가 움직임을 정지했다.

     

    “네페르템.”

    “으읏.”

     

    교수의 언령마법 <진명소환>을 거역할 정신력이 없었던 치안교관이 천장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밥값 할 시간이다. 가서 지고쿠라는 학생의 모든 것을 캐와라. 시간은 삼 일을 주지. 만족할만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면 다음 강의 전의 난이도 테스트에 널 집어넣겠다.”

    “으으읏…”

    “가라.”

     

    치안교관 네페르템이 죽음의 공포로부터 달아나듯이 파바밧 복도를 질주하며 사라졌다.

     

     

    * * *

     

     

    네페르템은 억울했다.

     

    ‘나 말고도 치안교관이 둘이나 더 있었는데 왜 하필 나만 걸린 거람! 역시 천장이 안 좋았나?’

     

    교수가 설마 ‘나보다 높은 곳에 치안교관 따위가 있다니, 머리 위에 서려는 태도가 아주 건방지군.’이라고 생각했음은 꿈에도 모를 네페르템.

    교관들이 어째서 그림자에 숨어 살듯이 구는지 모르는 짬이 덜 찬 치안교관답게 그녀의 성찰은 별 쓸모가 없었다.

     

    “펠리스. 그런 일이 있었는데 보통은 학생을 어떻게 조사해?”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지.”

    “펠리스는 후배들과도 교류하고 동아리 내에서도 나름 인기 있는 선배잖아.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접근해서 특정인에 대한 정보를 모을 방법이 없을까?”

    “쉬운 방법과 어려운 방법이 있다. 뭘 원하지.”

    “쉬운 거!”

    “네가 그 학생을 좋아하는 티를 내라. 후배들이 모든 정보를 갖다 바치고 덤으로 후배와 연애도 할 수 있게 될 거다.”

    “…그건 너무 쉬운 여자 아니야? 그보다 미인계는 너무 쓰레기 같은 짓이잖아!”

    “그럼 어려운 방법을 알려줘!”

     

    3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을 끝마치고 휴학한 3학년 휴학생 동기 네페르템.

    그녀의 친근하고 스스럼없는 태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펠리스는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학생회의 기록명부를 훔쳐라. 학생회는 모든 학생의 신상정보와 대인관계, 수강태도, 벌점위반사항 등의 자료를 지니고 있으니까.”

    “벌점위반사항은 왜 가지고 있는 거야?”

    “위반사항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학생회의 더러운 일을 하청 맡기거나 ‘벌금보다 저렴한 성의표현’을 받고 제 주머니로 포인트를 챙기기 위해서다.”

    “와…. 진짜 쓰레기다.”

    “그런 쓰레기들의 돈주머니를 터는 일이니 싫거나 거부감이 들지는 않겠지.”

    “당연하지! 정보 고마워, 펠리스. 네가 최고야! 나중에 흑빵 같이 먹자!”

     

    1포인트에 5개 묶음으로 파는 파산자 구제용 흑빵을 함께 먹자는 염치없는 감사 인사에 펠리스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네페르템은 신나게 학생회관으로 달려갔다.

     

    [견학술식이 인증되지 않았습니다.]

    [대체술식이 입력됩니다.]

    [인증 중…]

    [인증 중…]

    [인증되었습니다.]

    [침입자 감지술식이 비활성화 됩니다.]

    [침입자 사살술식이 비활성화 됩니다.]

     

    아무리 하찮은 것도 쓸모 하나쯤은 있다는 교수들의 지론에 따르면 마법술식으로 보호받는 마법문의 문따기에 나름의 재주가 있는 네페르템!

    광활한 도시 한복판으로 조성된 마법확장거리를 걷고 있던 그녀는 문득 이상함을 눈치챘다.

     

    ‘오잉. 인형들이 다 어디 갔지?’

     

    학생회는 많은 재학생과 휴학생의 원망을 받기에 언제 어디서 노려질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은밀한 활동을 위한 눈속임용으로 거리를 가득 메우도록 깔아버리고 유사시에는 전투원 노릇도 하는 인간형골렘들이 많다.

    그런 골렘들이 어째서인지 지금은 한 마리도 눈에 보이질 않았다.

     

    ‘정비기간이구나!’

     

    유사시에 자신을 공격할 학생회의 치안병기가 작동하지 않음은 좋은 소식이지만 그만큼 눈에 띄기 쉽다는 사실은 나쁜 소식이었다.

     

    ‘그래도 학생회 집행국에 가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쫄 필요는 없겠지!’

     

    학생회에는 여러 개의 하부조직이 있다.

    휴학생들이 일으키는 모든 분란을 담당하는 <휴학생단속국>.

    행정교관들의 대외업무지원을 담당하는 <대외협력국>.

    고학년들이 몰래 구멍 내고 찢고 터뜨리며 난리를 친 차원을 닫는 <차원단속국>.

    고학년이 서로 다퉈 마력이 톡톡 튀며 제멋대로 온갖 마법적 효과를 뿌려대는 장소에 접근금지 띠지를 두르고 엉킨 실타래처럼 잔뜩 꼬인 마법술식을 풀어서 공간을 정화하는 <이상현상수습국>.

    실습한다고 건물 벽에 구멍을 뚫고 폭발주문을 걸고 자동수복술식을 박살내고 컨닝을 목적으로 벽을 뚫고 다니다가 술식을 망가뜨리는 멍청이들 대신 교내 주요시설을 점검, 유지보수를 하는 <시설국>.

     

    그런 쟁쟁한 학생회 하부단체의 정점에 군림하며 이들의 비리를 조사, 처벌하는 것이 <집행국>이다.

    그만큼 보안수준도 남다르기에 집행국에 잠입하는 일은 미친 짓이었다.

    특히나 현 집행국장이 서귀연의 역대최강자라 불리는 <공포의 벨벳>이니 말이다.

     

    ‘앗, 저 사람은!’

     

    사람이 부쩍 줄어든 거리에 놀라 흠칫흠칫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수상하게 헤매는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을 보고 네페르템이 파바밧 달려갔다.

     

    “저기요!”

    “으햣! 이 몸은 수상한 사람이 아니다. 학생회장이 졸업한 틈에 학생회에 침투해서 중요한 기밀정보를 빼돌릴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단 말이다!”

    “거짓말 못 하는 약 먹었어요?”

    “우으, 빅스톤이라는 망할 쓰레기 연금술사 3학년이 약물제조에 실패하고 생산학부 연금동 전체에 증기를 퍼뜨려서 억울하게 약효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쫄지 마요.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은 암흑사교회의 일원이잖아요?”

    “너, 너도 암흑사교회의 일원인 것이냐?”

    “제 소꿉친구가 암흑사교회 간부이기는 해요!”

    “머야, 암흑사교회는 모두가 서로의 비밀을 지키는 친구 같은 존재인 것이다! 친구의 친구도 친구이니 비밀을 누설하고 친구를 학생회에 팔아넘기는 파렴치한 짓을 하리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털어먹기 만만한 곳은 없나요?”

     

    거짓말 못하는 약을 먹은 것도 아닌데 본심을 토로하는 어수룩한 네페르템의 솔직한 물음에 로브녀가 바보처럼 헤헷 웃으며 대답했다.

     

    “쓰레기를 청소하는 환경미화국에서 기물파손이나 쓰레기 무단투기를 저지르는 동아리와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잔뜩 모으고 있는 것이다! 더럽고 냄새 나고 돈은 안 될 것 같은 이미지 때문에 노려지는 일은 적지만 정보를 빼돌리기엔 안성맞춤인 것이다!”

    “와, 개꿀! 고마워요. 이거 하나 줄게요!”

    “흐, 흑빵…? 파산한 난민이 아니면 줘도 안먹을 맛대가리 없는 흑빵으로 뭘 하라는 것이냐? 아앗, 설마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다가 학생회에 발각되면 콱 깨물고 목 막혀 죽으라고 주는 것이냐?!”

     

    로브녀가 투덜투덜 불만을 드러냈지만 학생회에 걸릴까 무서워서 제 목소리에 놀라 움츠러드는 사이, 네페르템은 마법문따개 다음으로 쓸모가 있는 빠른 발을 사용해서 환경미화국을 찾았다.

    지하수문의 옆, 사람들이 드나들진 않지만 건물이 술식으로 보호받는 빈도가 높은 것이 딱 보아도 학생회 시설이구나 싶은 건물이었다.

     

    ━━━

    학생회 환경미화국

    ━━━

     

    신이 나서 환경미화국 문에 걸린 잠금술식을 풀고 침입한 네페르템은 갑자기 전방에서 쏘아지는 엄청난 광량의 빛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수십 발의 마법투망이 쓰러진 그녀의 위를 덮치고 천장에서 커다란 봉이 내려와 절구통에서 마늘 찧듯이 그녀를 쿵쿵 내리쳤다.

     

    “사람 살려…!”

    “잔여마나량이 아직 80% 이상이다. 엄살이니까 보유마나가 바닥날 때까지 마구 내리쳐라.”

    “꺄아아악!”

     

    쿵쿵쿵쿵.

    다진 마늘처럼 흐물흐물해진 마나장막이 깨지자 서늘한 목소리가 다시금 말했다.

     

    “잔여마나량이 아직 20% 이상이다. 경미한 마나탈진 증세로도 탈출마법을 펼칠 수 있으니 강한 피로와 탈진상태에 처하는 잔여마나량 10% 이하까지 몰아붙여라.”

    “꺄아아악!”

     

    퍽퍽퍽퍽.

    벽에서 튀어나온 스톤핸드에 마구 얻어터지며 인체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던 체내마나마저 고갈될 즈음, 서늘한 목소리가 다시금 말했다.

     

    “잘했다. 이대로 의식불명상태에 돌입하기 직전인 잔여마나량 5% 직전까지 전기로 마구 지져라.”

    “제발그만해애애! 뭐든지 다 말할 테니까 사람 살려!!!”

    “입이 헤픈 아이구나. 고작 이 정도로 순순히 입을 열다니. 이쯤에서 용서해주지. 학생의 신상정보를 캐려 한 이유부터 느긋하게 들어보실까.”

    “그, 그걸 어떻게?!”

    “아직도 눈치 못 챘나? 훗. 들어와도 좋다.”

     

    서늘한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환경미화국에 들어온 누군가의 발소리.

    묘한 기시감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뜨려고 애쓰던 네페르템의 눈이 화들짝 놀라 커졌다.

     

    “아까 그 로브녀?!”

    “아하핫, 이몸의 연기에 깜빡 속은 것이닷! 이몸은 2학년 편입생이자 올해 학생회 집행국에 들어온 엘리트 땃쥐인간 띠따인 것이닷!”

    “뭐어엇?! 그럴 수가… 그치만… 넌 사악한 로브를 입었잖아!”

    “어수룩한 모습을 통해 침입자의 감정적 유대감을 자극하여 범죄사실을 제 입으로 진술하고 미리 잠복한 시설에 제 발로 들어오도록 만드는 이 천재 띠따의 쥐새끼 검거 프로젝트인 것이닷! 로브 따윈 암흑사교회가 아니어도 잔뜩 입는닷!!”

    “그럴 수가!!!”

    “쥐새끼의 마음은 쥐가 가장 잘 아는 것이닷!!”

     

    안 그래도 무서운 집행국에 이런 무시무시한 뉴페이스까지 가세했다니!

    두려움에 벌벌 떨던 네페르템은 문득 집행국이라는 말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

    그럼 방금 전까지 자신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던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지…?

     

    “소개가 늦었군. 현 집행국 국장 겸 차기 학생회장을 노리는 벨벳 벨렛이다.”

     

    네페르템이 울상을 지었다.

    학생회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에게 제대로 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재를 수급하고 업그레이드 된 집행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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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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