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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5

       

        

        

        

        

        

        

        

        

       “오랜만에 보는군요, 총무청장…아니, ‘이곳’에서는 처음 만나는 거겠지요.”

        

       “그 말대롭니다, 헨리 당선인. 대략 1년 가량 전부터 당신이 이 자리에 서게 될 거라고 어렴풋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역시 이변이란 벌어지지 않는군요. 당선이 반쯤 확정된 이후 FEMA – 연방재난관리청 – 을 들들 볶았다고 들었는데.”

        

       “하하, 총무청장께서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습니다만. 필요한 절차였지요.”

        

       “물론 십분 이해합니다. 앉으시지요.”

        

        

        

        11월 말, 미국, 워싱턴 D.C. 날씨 맑음. 기온 7도.

        

        이 세상의 헨리에게는 처음이고, 다른 세상에 있는 그 자신으로부터 이어받은 기억으로도 낯설기 그지없는 화이트 하우스. 그러나 그 내부가 아닌 근방의 대형 사무실에서 일일 보안 브리핑이 시작된다. 헨리로서는 이미 익숙한 상황이었으나, 아무 감정 없이 떠올리긴 힘든 기억이었다.

        

        대통령 인수인계를 주관하는 연방총무청(GSA)의 장과의 악수도, 이틀 중 하루는 구름이 많은 워싱턴 D.C 특유의 날씨도, GSA가 발행한 이른바 ‘승자 서한’과 이들을 통해 전달된 사무실, 업무경비와 인원을 포함한 인적 및 물자까지도.

        

        그 누구에게도 딱히 털어놓은 바가 없었지만,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헨리로서는 이 모든 것에 기쁨은커녕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 가장 불행한 대통령.

        

        취임사를 읊은 지 일주일 후 전 세계를 휩쓴 바이러스를 맞닥뜨리게 된 대통령.

        

        2주일 안에 수백 명에 달하는 상, 하원 의원 대다수를 잃고, 그 자신도 전란의 화마 속에 휘말려버린 바로 그 대통령, 동시에 그 자신을 가리키는 무수하리만치 많은 네거티브 워드 중 하나….

        

        이런.

        

        

        

       “이제 일일 브리핑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실례를 했군요.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 탓에.”

        

       “당신의 열렬한 ‘요청’에 의해 연방수사청이 꽤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요. 물론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이쪽도 아주 잘 알고 있으니…더 시간을 뺏기 전에 밖에서 대기하던 이들을 부르지요.”

        

        

        

        그와 동시에 그는 밖으로 나갔고, 몇 명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일일 보안 브리핑. 몇 개월 안에 미국이라는 배의 선장이 될 예정인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받아볼 수 있는 특권이자 책임. 세상에서 가장 강대하고 부유한 나라의 이면에 숨겨져, 앞으로도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밀들에 대한 내용을 브리핑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의 표정은 대체로 무난했다. 중간중간 그의 흥미를 이끄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눈빛에 생기가 감돌지만, 미국의 이면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는 상황에서도 그는 동요조차 없이 내용을 확인해나갔다.

        

        당연하겠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이미 본 내용들 투성이였으므로.

        

        그리하여 그는 최대한 흥미로운 부분들 위주로 질문해나갔다.

        

        

        

       “내년에 있을 휴머노이드 엑스포 관련 최고기밀이라. 이 부분은 낯이 익어.”

        

       “외부에 공개될 수 있을 정도로 손질되어 실린 적은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정확한 밀스펙 요구 수치는 결코 공개된 적 없는 기밀입니다.”

        

       “어디서 모티브를 따왔는지 아주 잘 알겠어. 그리고…저 스펙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도 대충 알겠군. 이러면 너무 노골적으로 들리는가?”

        

       “하하, 아닙니다.”

        

        

        

        휴머노이드 엑스포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미 국방부 차기 휴머노이드 선정 사업.

        

        최소 수십억에서 최대 수백억 달러 가량이 오가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업이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까놓고 말해서 이는 어느 누군가가 싹 쓸어가버릴 것이었다. 애초에 참여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상상 이상을 뛰어넘는 하드웨어 스펙 요구치와 그것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등등, 건너편의 세계와는 다르게 아직 핵융합과 초전도체 개발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이곳에서는…사실상 국방부가 제시한 스펙을 다른 식으로 해석할 확률이 높겠지.

        

        10년, 혹은 20년. 국방부는 그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적어도 이 정도의 스펙을 요구하는 휴머노이드를 본격적으로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말이다.

        

        

        

       ‘…이래서야 진짜 음모론에나 나오는 군산복합체로군.’

        

        

        

        문제가 있다면 이건…독과점과는 완전히 연관이 없는 영역이라는 것.

        

        외려 새로운 시장을 혼자서 개척하고, 거기를 통째로 이카루스가 집어먹을 예정이라는 점이 훨씬 가깝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이카루스와 꽤 연관이 있는 사람과 그 자신이 이리저리 친분을 맺고 있다는 것일까.

        

        그 외에도, 그로서는 딱히 이카루스의 행보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기업이 정확히 어떤 형태로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그였지만, 그의 명민한 머리는 이전까지의 상황을 반추했을 때 이카루스가 특별한 뭔가를 바라고 그에게 접근한 건 아니란 결론을 내놓았다.

        

        아니, 없는 건 아니었지만, 헨리는 그 이상 파들어갈 이유도 명목도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미 대통령인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비밀이 산재한 이 세상에서, 그가 상상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도출해내긴 어렵지 않았으니.

        

        그리 생각하며 그는 어느덧 화약고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낫군.”

        

       “그렇습니까?”

        

       “오해하지 말게. 상정했던 최악보다는 낫다는 소리였으니. 저 골치아픈 동네는 한 번 말려들어갔다간 본전도 못 찾고 손모가지가 잘려나가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아시아의 암덩어리로 굴 때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았다.

        

        까놓고 말해, 현 시점에서는 이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화약고를 컨트롤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본디 지들끼리 뭉쳐 심심하면 사방에 어깃장을 놓아대던 귀찮은 나라들이 없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화약고를 무난히 격리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 생각한 그는 얕게 숨을 토해냈고, 어느덧 마무리된 브리핑을 뒤로 한 채 두 명의 인원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았다.

        

        어느덧 12월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고, 그는 보좌관 한 명만이 남은 방 안에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벌써 이 때가 되었나. 슬슬 준비해야겠군…12월의 스케줄표를 보여주겠나?”

        

       “예.”

        

        

        

        빼곡하다 못해 꽉꽉 들어차있는 스케줄.

        

        그 양이 얼마나 방대한지, 고작해야 일주일 분량의 계획을 표기하는 것만으로도 A4 크기의 종이가 세 장은 필요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반드시 소화해야만 하는 것과 순서를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나뉘었고, 그는 펜을 들어 후자에 V 표시를 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뉴욕 북부라. 생각해보면 주지사가 된 이후로는 그리 자주 들리지는 못했었는데…이제서야 그럴 때가 되었나.”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여기…12월 초중반 즈음, 오대호 근처에서 식사를 할 시간이 필요하겠어. 자네도 얼추 예상하고 있겠지만, 만나러 가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야.”

        

       “확인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이 아이가 뭘 하고 지내려나.

        

        그 역시도 유진만한 자식이 있었고,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여 1년 사이에 어떤 시간을 보내고 왔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품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한 나라의 수장이기에 앞서, 그 역시도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이들을 아끼는 한 가정의 부모였으므로.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있었다.

        

        

        

       “뉴욕 북부까지 이동하기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이라도 차량 이외의 다른 이동수단을 확인해보면 되겠습니까?”

        

       “그것도 좋지만…이 부분은 내가 손써보지. 아마 문제 없이 해결될 확률이 높으니 그닥 신경쓰진 말게. 지금 몇 시인가?”

        

       “오전 8시 37분입니다.”

        

       “아직 괜찮겠군. ‘안전한’ 전화기 하나만 가져다주게나.”

        

        

        

        개인 휴대폰이 아닌 ‘안전한’ 전자기기.

        

        물론 지금 통화를 할 예정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손목시계 앞에서는 종잇장같은 전자방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뭐어, 저쪽은 그닥 신경쓰지 않을 확률이 높았기도 하고, 그런 추적은 지금 통화를 거는 당사자가 흔히 고를 만한 선택지도 아니었다.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밖을 대기하던 한 명이 휴대폰 하나를 들고 들어왔기에, 그는 그것을 받고는 사전에 기억해뒀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가 기억하는 한국과의 시차는 14시간이었고, 전화기 건너편의 인원이 잠들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약 네 번 가량의 비프음이 끝나고, 그는 쾌활하게 입을 열었으며-

        

        

        

        

        

        

        

        

        

        

        

       “누구예요, 유진 씨? 설마 상어나 북극곰 언니?”

        

       “그런 것치곤 목소리가 좀 많이 변조된 것 같든데.”

        

       “그런 게 있어요.”

        

       “에에….”

        

        

        

       -와 영어발음 개섹시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한테 연락이 왔길래 뛰쳐나갈뻔한거야 ㅋㅋㅋㅋ

       -진짜 뭐 상관한테 연락온거아냐? ㅋㅋㅋㅋㅋㅋㅋ

       -비얌을 화들짝 놀라게 만드는 사람…아무리생각해도 비얌지인들밖에 모르겠는데

       -상어랑 북극곰한테도 할말못할말 다하든데 설마 ㅋㅋㅋ

        

        

        

        갑작스럽게 휴대폰에서부터 들려온 전화벨소리. 그 건너편의 사람이 이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의 수장이 될 예정인 누군가라고 하면…라노벨도 이렇게는 안 쓰겠다, 이 양반아.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이렇게 직접 통화하는 걸로 가닥이 잡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마터면 여러 의미로 간이 떨어질 뻔했다.

        

        진짜 환장하겠네, 증말.

        

        

        

        

        

        

        

        

        

        

        

        

        

        

        

        

        

        

        

        

        

        

        

       “일이랑 관련된 건 느긋하게 비행기 안에서 확인해보려고 했더니, 이렇게 상기를 시켜주다니. 참 고마우셔라….”

        

        

        

        오전 2시, 출국을 위한 기상까지 5시간.

        

        작년에 비하면 무려 3시간이나 늦춰진 기상에 감개가 참 무량했다. 지난 번에는 새벽 4시 기상이었나, 1년만에 참 이리저리 많이 바뀐 것이 느껴졌다 – 사실 거의 주된 이유는 부모님과 본격적으로 만났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꽤 뜬금없이 들릴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이제라도 이유를 설명해주자면…눈치를 챘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년도부터 구태여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이카루스 측에서 선수 및 스태프를 위해 전용기를 보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출국심사도 별도로, 면세점도 별도…는 아니고. 아무튼 입출국 절차가 굉장히 생략되고, 여권 확인이나 수하물과 관련된 문제도 신속히 처리됨에 따라 새벽 댓바람부터 인천공항에 갈 필요성이 증발해버렸다.

        

        그래서 나 역시도 오늘은 무난하게 자려고 했지만, 헨리의 전화를 받고 난 이후로 신경이 쓰여서 안 되겠단 말이지.

        

        

        

       “…그동안 쌓인 게 좀 많긴 하네.”

        

        

        

        이카루스 관련 문제야 뭐…부모님이 알아서 해주실 확률이 높으니 신경 X.

        

        하지만 싱크탱크나 광고 관련해서는 내가 직접 처리해야만 하는 부분이 대다수였다. 특히 헨리가 첫 번째 임기 동안 시행할 예정인 정책에 이카루스와 싱크탱크가 꽤 긴밀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기도 했고.

        

        이리 보니 뭔가…까딱하면 음모론으로 엮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때문에라도 후발주자와 발을 좀 맞춰야만 하는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 세계의 기술력은 아직 완벽하게 핵융합과 초전도체를 구현할 수 없기도 하고.

        

        

        

       ‘헨리는 이 기술력을 적용하여 자기 임기 동안 SSTO, 그러니까 단분리 없는 우주왕복선을 제작해 본격적인 우주 개척에 나서고 싶다고 하는데…그렇게 빨리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단 말이지.’

        

        

        

        그 이유도 꽤나 가관이긴 했다 – 이 양반은 과거 벌어진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에서 끔찍하리만치 강한 인상을 받았고, 혹시나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지구가 아니라 지구 외부에 일종의…백업 플랫폼 비슷한 걸 만들고 싶어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사실 경제성이나 안전성을 따지면 어디 시베리아나 북유럽, 그린란드 쪽에 짱박아놓는 것이 훨씬 낫긴 하겠지만, 애시당초 아직 세계가 200개 이상의 나라로 쪼개져있단 점을 감안하면 이것도 먼 일이란 말이지.

        

        뭐, 결국은 시간 문제긴 했다. 기술 개발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받을 충격의 양을 계산하고 반쯤 정신이 나간 전 세계의 정재계를 연착륙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으니까.

        

        

        

       ‘부모님은 이런저런 알리바이를 위해 관련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겠다고 하긴 했지만….’

        

        

        

        뭐, 그것까지는 내가 알 부분이 아니고.

        

        나는 그저…싱크탱크가 슬슬 이리저리 확충하고 싶다-하고 아기새마냥 부리를 벌려대면 그 입 안에 미래 기술력을 한 스푼 떠 집어넣어주면 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비상장기업이기도 하고, 회사 지분의 99.87%가 내 거니까 말이다.

        

        아무튼 이런 귀찮고 칙칙한 이야기밖에 할 게 없긴 했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 이것저것 재밌는 것들도 있었다.

        

        가령-

        

        

        

       “메카 유진들을 위한 프로토타입 생산 시설 구축까지 앞으로 2개월…생각보다 빠르네. 아니, 느리다고 해야 하나, 이걸.”

        

        

        

        나로서는 미국 한 번 갔다온 다음 집에서 조금 쉬면 순식간에 지나가는 정도였지만, 저쪽에서는…글쎄다. 아주 난리법석을 부리지 않을까.

        

        더군다나 얼마 전 마브도 추가되어 디즈니 월드를 맛보기도 했고, 아마 이 소식을 알려주면 무지막지하게 땡깡을 부릴지도 모른다-만, 어차피 내가 별도로 연락이 없다면…그땐 그걸 빌미 삼아 난리법석을 칠 테니, 그냥 미리 알려주는 게 낫겠지.

        

        그리 생각하며 앞으로 몇 개월 정도 더 참으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GENE / RAIN / MAV : 주인 문열어!!!!!!!!!!!!!!!]

        

       “엑.”

        

        

        

        이 셋이 분노 섞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불가능했다. 다이스와 하모니가 내 집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원래는 다이스의 집들이를 겸해서 거기서 자려고 했지만, 새로 주문한 가구 및 집 일부에서 새집 냄새가 덜 빠진 탓에 집주인에 의해 반려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느닷없이 이 세 명의 마음에 불을 붙인 것도 사실이었으니, 오늘 하루는 밤을 샌다고 생각하고 이따 메카 땡깡쟁이들을 찾아가보도록 하자.

        

        그리 메시지를 남기자마자 다들 좀 조용해졌고, 나는 그제서야 남은 메시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카루스와의 수익 정산이야 알아서 될 거고, 광고는 총기회사에서 보낸 것 이외엔 딱히 할 생각 없으니…응?”

        

        

        

        이리저리 훑어보던 와중 눈에 들어온 요청 하나.

        

        대략 반 년이었나, 그 즈음에 꽤 큰 파장을 남긴 채 종영했던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던 <더 원(The One)>에서 내게 전술자문 및 미션설계, 그리고 번외참가자 비슷한 느낌으로 참가해줄 수 있냐고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온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대충 시놉시스만 읽어보고 무시했겠지만, 이번에는 약간 끌리는 부분이 있었다 –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번에 보내왔던 메일이 꽤나 성의가 없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 보내온 메시지는 섭외 비용도, 시놉시스 구성도, 정중함도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근데 문제는…까놓고 말해서 미션설계 쪽은 나보다 로렌티나가 훨씬 잘 한단 말이지. 당장 얼마 전에 있었던 스나이퍼 컴페티션의 미션 대부분을 선임통제관으로 종사한 상어가 짰기도 하고.

        

        

        

       ‘…이리 생각해보면 진짜 괴물은 상어 언니란 말이지.’

        

        

        

        골드 스쿼드론의 작전팀장으로서 해야만 하는 훈련과 교육에 더해, 신입 DEVGRU 멤버들 교육까지 도맡는다. 내 기억상 올리비아가 아니면 소화하기도 힘든 스케줄을 십수 년째 소화하고 있다는데…역시 내 위에도 범접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니까.

        

        아무튼, 갑자기 상어 찬양으로 바뀌긴 했는데…딱히 할 게 없으면 로렌티나 언니한테도 물어볼까. 실질적인 참여는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미션설계 정도면 결과물만 PDF 파일 비스무리한 걸로 보내줄 수도 있으니까.

        

        메일을 찬찬히 뜯어보고 있자니 촬영은 내년 2월 즈음부터라고 하고, 그 정도면 크게 상관은 없겠지. 그 전까지는 이리저리 세부사항을 논의해봐야겠지만 – 일단 내가 직접 번외참가자로 들어가는 건…뭐어, 그것도 고민해봐야만 할 문제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단 답장을 남기고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슬슬…메카 땡깡쟁이들을 달래주러 가야겠네.”

        

        

        

        그리 생각하며, 나는 휴게실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고-

        

        

        

       “덮쳐!”

        

       “다시 디즈니 월드에 데려가줬으면 합니다!”

        

       “에, 나도 여기 동참해야 하는 거야?”

        

       “우왁, 이게 무슨, 꾸에에엑…!”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이카루스 기어로 방음까지 철저히 해둔 이 세 메카-몬낸이들이 날 포획하기 위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고, 나는 순식간에 이 세 명에게 포획되어 꽁꽁 묶인 채 휴게실 소파에 안착했다.

        

        환장하겠네, 진짜.

        

        

        실로 다이나믹한 출국 전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스트리밍 중에 전화거는 대통령 vs 주인 끌고가는 메카 띵깡쟁이 세명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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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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