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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6

    <576 – 치안교관 네페르템의 뒷조사(2)>

     

    네페르템은 애써 용기를 내어보았다.

     

    “전 로버트 엘하임 교수의 치안교관이에요! 저한테 저지른 몹쓸 짓을 교수님한테 일러바치면 교수님이 제 복수를 해줄 거예요!”

    “교관을 사주하여 학생회 기밀정보를 탈취하려 시도한 죄로 교수에게 소환장을 보내야겠군. 사무원 제시카015, 공문을 작성하도록.”

    “알겠습니다.”

     

    네페르템이 엉망진창으로 눈물을 흘리며 제시카의 바짓자락을 붙잡고 매달렸다.

     

    “흐아앙! 잘못했어요. 제발 교수님한테 송환장 보내지 말아주세요. 교수님의 분풀이에 당하면 정말로 죽는다고요!”

     

    벨벳이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네페르템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손이라도 잡아주는 줄 알고 헤헤 웃으려던 네페르템의 머리채가 붙잡혔다.

     

    “어쩜 이리도 귀여울까. 툭하면 울고 금방 겁먹고. 당돌한 아이들도 재밌지만 이런 겁쟁이도 가끔은 별미로 좋겠어.”

    “???”

    “신경 쓸 것 없어. 혼잣말이니. 우선 기수와 이름부터 들어볼까?”

    “978기 네페르템! 4학년 진급할 포인트가 부족해서 작년에 휴학했어요!!”

    “그래? 난 979기 벨벳이야. 만나서 반가워, 선배.”

    “저, 머리채는 놔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사람은 대화할 때 눈높이가 맞아야 하거든. 선배가 엎어져 있다고 나까지 엎드릴 순 없으니까 이렇게 눈높이를 맞추는 거야.”

    “…”

     

    일어날 시간을 주면 되잖아!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미친년의 기색이 물씬 풍기는 벨벳에게 감히 면전에 대고 윽박지를 용기는 마음속 옷장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찾고 있는 학생의 이름과 이유는?”

    “981기 2학년 지고쿠! 교수님이 정보를 모아오라고 시켰어요!”

    “선배가 모시는 교수님이 로버트 엘하임 교수라고 했지?”

    “맞아요!”

     

    벨벳이 손목의 마법시계를 조작해서 정보를 하나 띄워 올렸다.

     

    ━━━

    [오경보 긴급사태의 대응 전략]

    -수요일 2교시 11시~13시

    -교수 : 로버트 엘라임

    -행정학부, 교양

    ━━━

     

    “그 강의가 이 강의야?”

    “맞아, 그거야!”

     

    벨벳은 별다른 생각 없이 수강생 명단을 열었다가, 명단에 있는 각 이름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

    [수강생 명단]

    3학년, 오크노디

    2학년, 안데르센 프레첼

    2학년, 앤서니 소보로

    2학년, 옐친 브라우니

    ━━━

     

    귀여운 오크노디가 하나.

    서귀연 후배들이 일곱.

     

    “이 강의, 재밌네?”

     

    명단을 보자마자 벨벳은 깨달았다.

    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듣지도 않는 지고쿠의 정보를 모으려고 한 이유.

    당연히 오크노디와 연관된 무언가를 조사하려고 들었기 때문이다.

    지고쿠에게 조사할 것?

    허접들만 모인 지고쿠해적단에 관심이 있어서?

    그럴 리가.

    이 허접해 보이는 치안교관 선배 한 명만으로도 그깟 해적단은 가지고 놀 수 있다.

     

    “배를 찾는구나?”

     

    작년 여름방학, 오크노디의 뱃놀이에 초대받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지고쿠가 있었다.

    후일, 크루즈선은 실종되었고 지고쿠는 교내에 복귀한 다른 학생들과 복귀시기가 달랐다.

    재단은 지고쿠에게 크루즈선을 맡겼고, 지고쿠해적단은 남몰래 해적선을 하나 지니게 된 것이다.

     

    수천 명의 사람들.

    수많은 물자.

    어쩌면 병기까지도 실을 수 있는 거대한 해적선을.

     

    가지고 있어야 재밌을까.

    넘겨주는 것이 재밌을까.

    벨벳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배, 시간 좀 있어?”

    “사, 삼일 있는데… 왜요…?”

     

    머리를 잡아당기자 욱한 마음에 눈을 부릅뜨고 올려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쭈그러지며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벨벳의 가학심에 불을 붙였다.

     

    “삼일이면 즐기기엔 충분해.”

    “즈, 즐기다니… 뭐를?”

    “선배가 열심히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면 줄 수도 있어. 지고쿠 해적단이 크루즈선을 숨긴 장소를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저, 정말?!”

    “대신…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할 거야. 난 쉽게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 많은 여자거든.”

    “고, 고문은 하지 말아줘!! 그런 짓 하지 않아도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줄 테니까… 응? 어라? 여긴 침실인데… 침실 밑에 고문실을 감춰둔 거야? 히이익, 뭐야 그 채찍은?! 양초는 어째서?! 역시 고문할 작정이구나?!”

    “아 참. 신입들, 수고했어요. 띠따, 아스타로트. 두 사람은 이만 돌아가도 좋아요.”

    “와아, 퇴근인 것이닷!”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사람을 패는 것도 기분이 좋군요.”

     

    편입생들이 사이좋게 웃고 떠들며 환경미화국을 떠났다.

    벨벳과 네페르템, 두 사람만 남은 침실에서 아무리 큰 소리가 나도 들을 수 없도록.

     

     

    * * *

     

     

    “오크노디. 바쁘게 굴러다니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자네에게 일 하나만 맡기고 싶군.”

     

    어느 날, <구르기> 기능을 연마하느라 교내를 열심히 굴러다니던 나에게 로버트 엘하임 교수님이 말을 걸어왔다.

     

    “먼데용?”

    “우리 치안교관 하나가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돌아오질 않는군. 교관을 좀 찾아줄 수 있겠나?”

    “으음, 저 되게 바쁜데요!”

    “그래, 바쁘게 굴러다니고 있기는 했지.”

    “정말로 바빠요!”

    “시속 120km로 굴러다니면 정말로 바쁜 게 맞기는 하겠지.”

    “힝. 진짠데.”

    “자네가 굴러다니면서 받을 벌점이 우려되는군. 내 특별히 힘을 써서 자네가 굴러다니는 이유는 내 벌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문을 제출해서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게 해주지. 어떤가.”

    “좋아요! 그 정도면 짬 좀 낼 수 있죠. 근데 왜 저한테 맡기세요? 다른 치안교관도 있으면서.”

    “자네가 수색구출대를 수색 구출한 경력이 인상 깊더군. 수색은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야지.”

    “와! 경력자 우대!”

     

    교수님과의 극적인 협상에 성공한 결과, 좋은 조건으로 퀘스트를 하나 얻었다.

     

    ━━━

    [돌발이벤트 <사라진 치안교관은 어디에>]

    로버트 엘하임 교수님의 치안교관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실종된 덜떨어진 교관의 이름은 네페르템.

    그녀가 누구인지, 누구와 친했는지 다른 치안교관들을 심문하며 정보를 모으면 추적이 쉬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어서 빨리 저 덜떨어지고 발칙한 교관을 교수님에게 데려가 주세요!

    ━━━

     

    친절하게 가이드라인까지 있는 걸 보니까 몬가 중요한 퀘스트의 서막인가보다.

    아주 수상하기 짝이 없는 것이 연계퀘스트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머 퀘스트 하는 동안에도 기능훈련은 할 수 있으니까 상관없나!’

     

    열심히 굴러다니며 실종된 네페르템 선배의 동료분들을 찾아갔다.

     

    “네페르템 선배랑 같이 치안교관 하시는 분들 맞으시죠? 혹시 선배 어디 갔는지 아세요?”

    “으헉, 깜짝이야! 너, 멀쩡한 애가 바닥은 왜 굴러다니는 거야?!”

    “바닥 아니에요! 제대로 마나장막으로 진행로에 길을 깔고 장막 위를 굴러다니고 있다고요? 구르기랑 마나장막이랑 균형감각을 동시에 훈련하는 위생적이고 효율 높은 훈련법이라고요!”

    “미, 미안…?”

    “사과는 받아줄게요. 네페르템 선배가 어디 갔는지 알려주시면요!”

     

    선배의 동료들은 몇 가지 장소를 제시했다.

     

    “그 아이, 엄청 포인트를 아끼고 다녀서 매점에서 흑빵만 사 먹었지. 식당엔 절대로 없을 거야. 매점에는 가끔 나올지도?”

    “네페르템 별명이 마법문따개야. 교수님이 가끔 강의실에 까먹고 해제술식이 담긴 열쇠를 두고 오면 네페르템을 꽂아 넣고 문을 따기도 해.”

    “우왕. 사람이 자물쇠에 들어가서 어떻게 문을 따요? 변신마법이에요?”

     

    교관선배는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네페르템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눈을 하며 이어서 말했다.

     

    “아니, 그냥 잠금술식이 걸린 문에 꽂아버려. 잠금술식이 불법침입물을 감지하고 막 공격하면 네페르템이 죽기 싫어서 술식을 마구마구 해제하는 거야.”

    “와웅…”

    “하도 멍청한 짓을 많이 하고 교수한테 자주 찍혀서 잠금해제에 숙달되다보니 그렇게 마법문따개 되었어. 이젠 어지간한 문은 3초 컷일걸?”

    “안쓰러운 선배님이네요!”

    “이대로 네페르템이 잠적해버리면 우리가 그 안쓰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몰라. 어디로 튀었는지는 몰라도 꼭 잡아줘. 우린 마법문따개 2호가 되고 싶진 않아.”

    “맨입으로요?”

    “아니… 너 교수님한테 보상받기로 하지 않았어? 이걸 우리한테 뭘 더 뜯겠다고?”

    “성과를 보고하기 전에 선배님 중에 한 분이 마법문따개 2호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려면 선배님들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부수입으로 다음 주 강의에 동원되는 재난이 독가스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일 끝나면 에이프릴한테 사탕 좀 리필 받아야겠다!

    교수님의 의욕이 매우 넘치는 듯하니 만약에 대비해서 겸사겸사 해독약도!

     

    “참, 네페르템한테 소꿉친구가 하나 있어. 걘 좀 바보라서 소꿉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한 번은 들르니까 소꿉친구를 찾아가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마법문따개 선배님의 소꿉친구 별명은 뭘까.

    두근두근 호기심을 품고 찾아가는데 어째 가는 길이 묘하게 익숙했다.

    어라?

    설마 내가 아는 사람인가?

    긴가민가하며 선배들에게 들은 방법대로 버려진 실험동의 폭발구덩이에 화염술식을 새기자 문이 열렸다.

     

    “네페르템이 아니군.”

    “와, 선배!”

     

    빨간이빨버섯 양식장을 찾아다닐 때에 조우했던 암흑사교회의 선배님.

    과묵하지만 친절하고 마음씨 좋은 선배가 피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고 비밀문 저편에서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았다.

     

    “들어가도 돼요?”

    “용건부터 말해라.”

    “네페르템 교관님이 실종됐는데 제가 수색하고 있어요! 근데 그거 무슨 고기에요? 저도 한입 먹어도 돼요? 육회로도 먹을 수 있어요?”

    “겁을 모르는 모습을 보니 변장한 학생회의 습격이 아니라 오크노디가 맞군. 들어와라.”

     

    암흑사교회 간부 선배 펠리스가 나를 반겨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576화 연재분이 578화로 10초간 잘못 수정되었던 이슈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576화 연재분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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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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