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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6

       

        

        

        

        

        

        

        

        

        

       “오늘따라 꽤…피곤해보이시네요, 유진 씨.”

        

       “…잠을 꽤 설쳤거든요. 그래도 방금 좀 자고 나니까 훨씬 낫네요. 앞으로 한두 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하니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만 할지.”

        

        

        

        몽롱하던 정신이 천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주변의 광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꽤 말라있는 입술을 음료수로 축이며 서서히 몸을 일으키자 비행기 특유의 작은 창문이 나를 반겼다. 뉴욕 북부에 있는 그레이터 로체스터 공항으로, 그 어떠한 경유지도 없이 단번에 비행하기 위해 무려 1만 킬로미터 가량의 거리를 가로지른 셈이었다.

        

        그 덕분에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땅은 미국이 아니라 캐나다의 소속이었다. 아마 지금쯤 온타리오 주 인근의 상공을 지나고 있지 않을까. 내가 한창 꿈나라를 헤메고 있을 즈음에는 북극해 혹은 베링 해를 지나가고 있을 터였고.

        

        여러모로 기후가 거친 동네임은 확실했지만, 탑승하기 전 이카루스 기어를 통해 기체를 확인해봤을 때 아주…튼튼하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당연하겠지만 내 기준에서 튼튼하단 건 어지간한 핵폭발 후폭풍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란 뜻이었다.

        

        

        음료수의 단 맛이 혀를 맴돌자 점차 잠이 깨기 시작했다.

        

        몸을 완전히 일으켜 의자에 기대자 대략 십수 시간 전의 상황이 조금씩 떠오른다. 결국 나는 메카 몬낸이들의 손에 붙들려 밤을 새게 되었고, 그 후 무사히 다시 돌아와 샤워를 끝낸 뒤 인천공항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번에 이카루스가 보내준 기체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를 마개조한 물건으로, 연료계통을 싸그리 들어내고 핵융합 발전기를 단 물건이었다. 물론 그걸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밖에 없었지만.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꽤 피곤했던 탓에 하품이나 하고 다니던 나와는 다르게 민아와 예린이를 포함한 5명의 파이널 챔피언십 참가자들, 그리고 스케줄 매니저와 코디네이터 등을 포함한 여러 필요 인력들을 통틀어 30명 가량은 출국 전의 시간을 아주 잘 즐기고 다녔다.

        

        돌아오는 길이 아니었기에, 아예 소파에서 슬그머니 졸고 있던 나를 제외하면 다른 이들은 꽤나 짧게라도 뭔가를 사들고 왔던 걸로 기억한다.

        

        

        

       ‘…뭐어, 면세점에서 파는 것들이 다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술이나 향수, 보석류, 시계, 화장품 뭐 그런 것들.

        

        물론 다이스는 얼마 전에 내 집 옆으로 이사오느라 금전적 여유가 꽤 사라졌고, 그 때문에라도 꽤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아깝다고 얘기를 해댔었지. 그래도 기억이 아예 안 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무튼 뭐어, 다들 적당히 만족했을 즈음 이륙했고, 나는 기체가 안정적인 고도에 들어섰을 즈음 간단히 식사를 하고 그대로 까무룩 기절해버렸다. 물론 식사 시간 때는 깨어서 적당히 밥을 먹었고, 그 다음 또 다시 누워 잤다.

        

        그렇게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사축 생활 비슷한 무언가를 마무리했을 즈음에는 도착까지 1시간 가량이 남았을 때였고.

        

        

        

       “우이씨, 지갑에 있는 돈 또 나가겠네.”

        

       “…또 뭘 했어요?”

        

       “이번 비행에서 유진 씨가 라면을 몇 개 먹을지 내기했다구요. 저는 10개에서 20개 사이에 걸었는데, 이걸 아쉽다고 해야 할지….”

        

       “다이스, 지금 제가 앉아있는 곳이 따로 분리된 1등석 칸이 아니라 서로 붙어있는 좌석이었으면 바로 볼을 꼬집었을 거예요.”

        

       “힉.”

        

        

        

        …뭐 그런 걸 가지고 내기를 거는 거야.

        

        그건 그렇고 라면 이야기를 들으니 안 먹은 것이 꽤 아쉽긴 했는데, 굳이 지금 와서 먹을 이유도 없는 것 같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미련을 털어내고는 착륙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정도인지를 확인하였다. 대략 1시간 정도.

        

        내린 이후 해야 할 일을 정리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시간이었다.

        

        아마 다행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번 년도의 나는 기본적으로 딱히…한두 번의 이벤트 매치를 제외한다면 AP 경기에 참여할 필요가 없었다. 애시당초 아시아 예선전에도 안 나갔기도 하고. 코치로도 참여하지 않는다. 물론 적당히 교전 팁은 줄 예정이었지만.

        

        이리저리 말이 길어졌는데, 요컨대 따로 인터뷰를 한다거나 그런 일 없이 무난하게 3주를 보낼 예정이란 소리였다.

        

        그 점을 알기에 한 마디 덧붙였다.

        

        

        

       “이번에는 작년처럼 인터뷰 같이 자잘하게 귀찮은 일은 없어서 다행이네요. 뭐어, 다른 사람들은 해야겠지만…여기 있는 분들 중 몇 분 가량은 이번에 가는 것까지 합치면 벌써 세 번째니까 많이 적응되셨을 듯하고.”

        

       “완전 휴양 오셨네요, 유진 씨.”

        

       “요번 한 달 간 좀 많이 힘겹게 시간을 보냈으니, 조금 쉬어가는 시간도 있어야지요.”

        

       “그런 것치곤 뭔가 별도로 스케줄이 많아보이시든데….”

        

       “윽.”

        

        

        

        부정할 수가 없어서 괴롭다.

        

        다행히 이번에는…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헨리가 이쪽으로 온다고 하니 크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듯하고. 정 뭔가 하게 된다면, 글쎄다. 뭐가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메인 스케줄만 어떻게 하면 나머지는…뭐, 크게 할 일은 없으니까.

        

        아무튼 그리 생각하는 사이 비행기의 고도는 점차 낮아지고, 흐린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종종 눈이 온 곳도 있었다. 마치 거대한 색칠놀이라고 해야 할까. 종종 백색으로 뒤덮인 지상이 보일 때마다 기분이 실로 싱숭생숭했다.

        

        언제쯤 눈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그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글쎄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평생 이 기억을 놓지 못할 거라는 확신만 가중될 뿐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 한 채 위치를 확인했다. 우측 창문으로 조지언 만이 보이는 걸 보니 이제 곧 있으면 미국에 발을 들여놓을 때가 된 듯했다.

        

        별도의 사정으로 인해 작년만큼 여행 과정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사전에 이카루스 측이 보내준 내용에 따르면…경기장 근처를 거의 무슨 작은 라스베가스에 준할 정도로 꾸며놨다고 하니 그닥 지루한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작년에 치뤄졌던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이 엊그제 같은데, 경기장이랑 그 근처의 건물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건설을 시작했을까. 이리 생각하면 참…내가 원래 있었던 세계에 비하면 확실히 전반적인 기술력 발전이 이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푸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쓰잘데기없는 생각은 슬슬 그만 해도 될 것 같다.

        

        

        

       ───!

        

        

        

       “아후, 길었다아….”

        

       “응, 어차피 버스 30분 더 타야 돼.”

        

       “와…진짜 미국 너무 넓다. 옛날엔 맨해튼에만 짱박혀있어서 몰랐는데, 진짜 더럽게 넓은 나라구만.”

        

       “지금 타고 온 전용기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는 데 최소 두 배는 더 오래 걸렸을 거예요. 긍정적으로 생각합시다.”

        

       “그도 그렇긴 한데…와, 여기 공항 진짜 작다.”

        

        

        

        다들 큭큭 웃으면서 비행기에서 내려 주변을 관람한다.

        

        사전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되어있었기에,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다지 입국 절차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거의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짐은 공항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이카루스 직원 분들이 버스로 옮겨준다고 하였기에, 다들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채 슬그머니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이 즈음에서 한 가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눈치채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랜만이로군요, 막내. 설마 이쪽을 잊어버렸다고는 말하지 않으시겠지요?”

        

       “헉.”

        

       “작년처럼 맨해튼에서 했었더라면 내 스튜디오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금방 얼굴 보러 갈 수 있었을텐데, 여긴 멀어도 너무 먼 걸. 너무한 거 아냐, 유진?”

        

       “우와, 올리비아 씨까지 왔어. 세상에나.”

        

        

        

        누가 봐도 로건 소유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백색의 레인지로버 한 대, 그리고 그 안에 탑승해있던 로렌티나.

        

        그 뒤에서 어디 회사의 물건인지 모를 로드스터 한 대에서부터 무슨…백색 정장 코트를 입고 나온 올리비아까지. 아주 참 가지각색이다, 증말로.

        

        당연하겠지만 그 시점에서 대기 중이던 리무진 버스에 탑승하려는 우리의 행보에는 제동이 걸렸다. 실로 다행스럽게도 공항 자체가 인지도가 상당히 부족한 탓에 근방에는 차량이 잘 안 다녔고, 그 덕분에 통행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반가워요, 세 분 다. 묵을 방이 없거나 한 건 아니겠죠, 당연히?”

        

       “뭐어, 북극곰 덕을 좀 봤지요. 얘도 엄연히 작년에 파이널 챔피언십에 참가했었으니, 그와 관련해서 문의하자마자 순순히 방을 내주더군요. 가는 길이 같은데, 여기 타고 싶은 사람 있는지?”

        

       “에….”

        

        

        

        그와 동시에 다들 서로의 눈치를 보았으…나, 그 사이에 끼어있던 스케줄 매니저 분은 웃음인지 허탈인지 뭔지 모를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제 보니 작년에 그…헨리의 보좌관에게 연락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내 워싱턴 D.C 행을 허락해주었던 그 분이었다. 물론 스무 명 가까이 움직이고 있었기에 또 다른 스케줄 매니저 한 분이 더 있긴 했지만, 뭐어. 표정은 둘 다 비슷했다.

        

        능숙한 영어가 그 분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이곳이 저희들의 목적지입니다. 다른 곳으로 새지만 말아주십시오. 호텔 체크인 이후에는 별도로 행동해도 되니까요.”

        

       “후후, 물론이지요. 저희도 중간관리직의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거든요. 걱정 붙들어 매시길.”

        

        

        

        이번 년도의 출전인원은 다이스와 하모니, 서밋, 갬빗, 그리고 미카엘. 작년에 있었던 잉크는 독감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인해, 아쉽게도 이번 년도에는 같이 오지 못하게 되었다.

        

        뭐어, 이런 식으로 인원 순환이 되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니…쓸데없는 생각이 길었다.

        

        

        서밋과 갬빗, 미카엘은 당연히 버스에 탑승했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당연히 로건과 로렌티나가 탄 레인지로버에 몸을 뉘였다. 두 명 다 한국과 연이 꽤 있던 만큼 네이티브에 준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이 있었고, 무난하게 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하여 내가 탑승할 곳은 정해져있었다.

        

        

        

       “오랜만이지, 막내?”

        

       “그러게나 말이에요.”

        

       “처음 왔을 때 기자가 하나도 없어서 놀랐지 뭐니. 나중에 로건한테 듣자 하니 지정 장소가 아니라면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전부 차단하겠다고 이카루스가 엄포를 놨다더라. 다행스러운 일이네.”

        

       “뭐어,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군요.”

        

        

        

        그리 말함과 동시에 의자에 몸을 기댔고, 서서히 출발하는 버스를 따라 슈퍼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이 이제 막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뉴욕 외진 곳이라 그런지 맨해튼 때보단 훨씬 사람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도 사람이 무지하게 많네요.”

        

       “뭐어, 미국에서는 슬슬 다크 존 경기들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어하니까요. 목표는 오프라인으로도 슈퍼볼만큼의 인지도를 가지는 거라더군요.”

        

       “아하. 하긴, 그 정도만큼은 해줘야죠. 보아하니 5년도 안 지나서 그렇게 될 것 같긴 한데.”

        

        

        

        미국 뉴욕 주의 소도시 중 하나인 로체스터의 근교.

        

        평소 돌아다니는 거라곤 자동차와 야생동물, 그리고 농업용 트랙터 같은 것밖에 없던 근교 소도시가 무지막지하게 시끌벅적했다. 흡사 라스 베가스의 일부를 뚝 떼어 온 것마냥 수십 개의 고층 건물이 지어지고, 그 중 절반 이상의 건물에 이카루스 사 로고가 박혀있었다.

        

        고작해야 1년. 그러나 다른 세계에 비해 비약적으로 건물 짓는 기술이 발전한 이 세상은 고작해야 그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네바다 주에 있는 도박과 향락의 도시를 일부라도 재현해내는 것에 성공했다.

        

        무려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 건설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결과로 인해 생겨난 인파.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일부는 이것이 일년 한철 장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으나, 이카루스는 그 사실을 1도 걱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앞으로 다크 존의 모든 경기들이 여기에서 열린다고 했죠?”

        

       “3월에 팀 식스, 6월에 생존, 9월에 폴른, 12월에 에이펙스 프레데터라. 다른 경기들이 AP에 비해 조금 인지도가 떨어지는 걸 감안하더라도, 저 넷 중 하나라도 평균 시청자가 1억 아래로 떨어지는 건 없으니…대놓고 여길 관광도시로 만들겠다 선언한 셈이지.”

        

       “아까도 막내가 말한 거지만, 몇 년 안에 이곳은 상당한 규모로 성장하겠지요. 그 즈음 되면 슈퍼볼마냥 내년, 내후년, 혹은 3~4년 이후의 개최권 확보를 위해 여러 주가 경쟁할지도 모르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내년, 내후년, 그 이후.

        

        물론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사람이 북적북적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설이 덜 갖춰진 부분도 있고, 사람이 덜 몰리는 한적한 곳도 듬성듬성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유명한 걸로 유명해지는 경우가 여럿 있었고, 그닥 유명해지지 않는다면 유명해질 때까지 바이럴을 박으면 되었으며, 그 점에서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세상에 있는 그 어떠한 IT 기업보다도 훨씬 광고를 잘 할 자신이 있었다.

        

        방법이야 간단했다. 그냥…다크 존이랑 테라, 글로리 앤 아너에 광고를 박기만 하더라도 다들 궁금해서라도 한 번쯤 눌러보게 될 걸. 그 세 게임의 평균 동시접속자를 몽땅 합치면 1억이 넘는 숫자가 나올 테고, 1/1000만 온다고 치더라도 10만 명이다.

        

        과연 내년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될까. 그리 생각하던 와중 이어지는 말.

        

        

        

       “뭐어, 안 그래도 인기 많은 게임처럼 보이긴 했지만, 제대로 탄력을 받은 건 막내가 한국 국가대표로 참여했었던 그 때부터가 아닐지.”

        

       “…갑자기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내숭은. 너랑 내가 참여했을 때 시청자 수가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뻥튀기된 건 알고 있고?”

        

       “로건 언니는 그런 걸 어떻게 알, 끄엑…!”

        

       “내가 언니라고 부르지 말랬지!”

        

        

        

        켁.

        

        아주 목 조르는 솜씨가 일품이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로건 선임이 여성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입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마 입으로 내면 이 흉폭한 북극곰이 나를 아주 갈아마시려 들 걸.

        

        아무튼 그런 연유로 로건에게 신나게 얻어맞은 뒤, 나는 침대에 힘겹게 몸을 뉘였다. 그러던 와중 내 지인들은 사전에 배부된 팜플렛을 읽으며 앞으로 뭘 해야 알차게 놀 수 있을지를 생각했고, 나는 그런 상어, 북극곰 등을 위해 몇 가지 이야기를 제시했다.

        

        

        

       “그건 그렇고, 지난 번…그러니까 스나이퍼 컴페티션 때, 다이스가 여러분에게 아주 당찬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거도 갚으러 가셔야죠.”

        

       “생각해보니 그게 있었지. 그 애한테 들려주면 아주 좋아서 기겁을 할 것 같은데.”

        

       “살살 해요. 현실에선 많이 말랑한 친구라구요.”

        

       “그냥 적당히 놀리다 그만둘거야. 걱정 붙들어 매라.”

        

        

        

        과연 그 정도로 끝나려나 모르겠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다이스의 잘못이니…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님 말고.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오기 전에 확인했던 메일과 관련하여 상어에게 요청할 것이 있었다. 다들 얼추 짐작하고 있겠지만, 얼마 전에 왔던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머리 안에 직업정신과 흥미본능이라는 두 개밖에 없을 것만 같은 이 세 명에게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지 뭐시긴지 하는 것은 그야말로…마치 기똥찬 장난감을 어린애들 손에 쥐여주었을 때나 나올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비용 문제는 일단 뒤로 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미션을 원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듣는 게 좋겠군요. TV를 타고 나가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실제 오퍼레이터들이 수행하는 강도, 혹은 복잡성을 기준으로 두는 건 말도 안 될 거고.”

        

       “뭐, 그래도 상관은 없어요. 어차피 나오는 건 예비역들 뿐이라서. 그래도 현장에서 뛰는 오퍼레이터만큼의 기준을 요구하게 되면…아마 1화에서 다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싶긴 한데.”

        

       “후후,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겠군요. 그럼 좀 살살 해보도록 하죠. 실탄, 혹은 최소한 시뮤니션까지는 사용해야 뭔가 의미있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테니, 그건 당연히 되겠죠?”

        

       “어….”

        

        

        

        그 부분은 계약 요청서를 다시 확인해봐야 알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 뉘앙스로 대답하자마자 상어가 피식 웃는다.

        

        딱히 호의적인 웃음은 아니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그런 곳에 시간을 투자할 이유는 없을 듯하네요.”

        

       “그건 저도 동감해요. 나중에 제대로 확인해보겠지만 아마 그런 불상사는 없을지도.”

        

       “그렇다면 추후 말해주길. 제가 밥만 먹고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시답잖은 미션 짜는 거니까요. 아예 처음부터 집중해서 구상한다면 그것보다 덜 걸릴 수도 있을 거고.”

        

        

        

        나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고, 바깥을 곁눈질하여 조금씩 부슬부슬 내리는 눈을 확인.

        

        슬슬 다이스를 만나러 갈 때가 된 것 같았기에 입을 열려고 했으나, 그 와중 올리비아가 갑자기 두툼한 팜플렛의 페이지를 열어 한 구석탱이에 있는 내용을 내게 보여주었다.

        

        내용은…디즈니 월드에 최초로 적용된 홀로그램 휴머노이드 원격 투어를 로체스터에서도 즐겨보라는 홍보 문구. 그 내용을 대강 요약하자면…휴머노이드와 연동하여 여러분들만의 코스튬 플레이를 즐겨보세요! 정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설마.”

        

       “설마가 그 설마지, 아니면 뭐겠니.”

        

        

        

        그와 동시에 올리비아는 피식 웃었고, 이어 덧붙였다.

        

        

        

       “그 친구들 좀 다시 불러보자고. 어차피 시간도 많고.”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이 곧 대답이었다.

        

        메카 몬낸이들을 부를 시간이었다.

        

        

        

        

        

        

        

        

        

        

        

        

        

        

       “유진 씨, 저희 왔어요. 어째 도착한 지 한참 지났는데 저희만 빼고 놀고 계신 것 같아서…에?”

        

       “에, 어? 에에!?”

        

       “…그래요, 피할 수 없는 국면이 오고 말았군요. 외형은 홀로그램이니 만지면 안 돼요. 알겠죠?”

        

        

        

        메카 비얌 삼종 세트, 그리고 발현자 4종 세트.

        

        실로 호화로운 인선에 하모니와 다이스는 정신을 반쯤 잃어버리고 말았다.

        

        일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몬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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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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