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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7

    <577 – 맛있는 연계퀘스트(1)>

     

    작년에도 3학년이었던 펠리스 선배가 교내에 있다니, 솔직히 조금 놀랐다.

    기프트 아카데미는 진급마다 10배로 진급포인트가 늘어나기에 학기 도중에 우수한 성적으로 포인트를 잔뜩 모으지 않으면 졸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선배 4학년 됐어요?”

    “3학년 휴학생이다.”

     

    근데 이건 더 놀랍네.

     

    “휴학생이 어떻게 재학생 활동구역에 있어요? 혹시 교관 취직했어요?”

    “아니. 교관 신분으로 속이고 있다.”

    “우왕. 어떻게요?”

    “암흑사교회는 음지에서 머무르며 음지를 떠도는 자들의 조직. 정체를 감추고 비밀을 보장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은 얼마든지 지니고 있다.”

     

    사실 이런 노골적으로 수상한 선배님이 교내에 있는 것부터 암흑사교회의 대단함은 알 수 있다.

    손오천과 다를 바 없는 190cm의 거대한 덩치.

    노골적으로 수상한 전신을 뒤덮는 흑색 로브.

    안면부에 인식장애마법이 걸린 새카만 암흑.

    폭이 넓은 로브 너머로 그나마 드러난 부위라고는, 가뭄이 든 논바닥처럼 갈라진 손등뿐인 선배.

    인식장애 마법 술식을 역산하면 1학년의 마나량으로도 어둠을 꿰뚫어 볼 수는 있지만 들여다보면 끝이었던 작년과 달리, 마주치면 상태이상에 빠지는 저주까지 문신처럼 새긴 모습에서 노련함이 엿보였다.

     

    [저주내성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뱀처럼 차갑고 창백한 혈색을 지녔으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섬뜩한 눈을 지닌 얼굴이 저주에 저항한 나를 보고 의외라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선배라면 그냥 교관을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렇기는 하지.”

     

    부정하지도 않는 자신감의 소유자.

    하지만 이 선배는 딱 봐도 상당한 실력파였다.

    빨간이빨버섯 양식장이나 꾸리는 조금 모양새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애초에 그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다.

    올해의 나는 여러 이벤트를 거치면서 마나가 쭉쭉체조를 한 것처럼 늘어나서 상대의 마나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렇게 늘어난 마나량으로도 아직 이 선배가 지닌 마나의 바닥을 가늠하지 못했다.

     

    “근데 왜 그 실력으로 휴학생으로 계세요? 4학년에 진급해도 될 텐데!”

    “네페르템 때문이다.”

    “소꿉친구라고 들었어요!”

    “고향에서부터 참 멍청한 녀석이었지. 쉽게 나불나불하고, 덜컥 사람을 믿고, 유괴는 삼 일에 한 번꼴이고 인신 공양 제물로 잡히는 경우는 월례 행사였다.”

    “티토소가스러운 선배님이시구나!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선배님!”

    “녀석을 지키겠다고 참 많은 고생을 해왔지. 이 손등도 그런 희생의 결과물이고.”

     

    소꿉친구가 암흑사교회의 간부이자 숨은 실력자.

    갑자기 네페르템 선배가 무척 부러워졌다.

    잠시나마 신규이벤트 열람용 상대로 고민했던 싱은 이번 외출 이벤트로 성장세에서 밀려서 집중관리대상 너머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나마 키우고 있는 남학생이라고는 갈 길이 까마득하게 먼 모브나 내 기억을 엿보고 맛이 간 종말교단의 도비 정도일까.

    이 두 사람도 나름 애쓰고는 있지만 뉴비가 귀여워서 키운다는 개념에 가깝지, 수년 안에 펠리스 선배처럼 되기엔 영 글렀다.

     

    “암흑사교회에 관심은 생겼나.”

    “별로요!”

    “하긴. 제국 4황녀의 신분으로 제국의 그늘에 발을 들이기는 어렵겠지.”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제 조직이 있어서요!”

    “와이히엠하이 재단 말인가.”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인데요?”

    “암흑사교회도 동아리를 유지하기 위한 정식회원 5인 외에는 견습회원으로 위장해서 음지에서 수를 불리고는 있지.”

     

    선배가 무언가 교감할 구석을 찾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미미한 호의를 보였다.

     

    “네페르템이라면 학생회를 찾아갔을 거다. 네 주변인물 중 지고쿠라는 사람의 정보를 캐고 싶다며 내게 상담을 청하러 왔었지.”

    “학생회를요? 엄청나게 과감한 결단을 내렸네요!”

    “어설프게 선배 노릇이나 하면서 2학년 주변을 알짱거리느니 화려하게 한 건 저지르고 감옥에 갇히거든 교수도 건드릴 수 없겠다고 판단했지.”

    “보석금 내면 풀려날 수 있는데요?”

    “4학년으로 진급할 포인트가 아까워서 흑빵이나 먹는 바보다. 보석금을 낼 수 있을 리 없지.”

     

    선배는 즉석에서 양피지 하나를 펼쳐 마법을 부여했다.

     

    “네페르템의 옷자락에 새겨둔 추적 술식이 마지막까지 유지되던 장소다. 학생회의 위험시설로 향하겠지만 그래도 찾아갈 작정인가.”

    “당연하죠. 거기가 제국 황궁이나 금기보관소보다 위험하지는 않잖아요?”

    “방심은 좋지 않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올해의 학생회는 서귀연 역대최강자 벨벳 벨렛의 주도하에 뉴페이스도 대거 충원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조언 감사해요!”

     

    이벤트 알림창도 갱신되었다.

     

    ━━━

    [돌발이벤트 <사라진 치안교관은 어디에>]

    로버트 엘하임 교수님의 치안교관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실종된 덜떨어진 교관의 이름은 네페르템.

    그녀가 누구인지, 누구와 친했는지 다른 치안교관들을 심문하며 정보를 모으면 추적이 쉬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어서 빨리 저 덜떨어지고 발칙한 교관을 교수님에게 데려가 주세요!

    ━━━

    치안교관들은 네페르템 교관에게 소꿉친구가 있다는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었군요!

    하지만 소꿉친구로서의 의가 상하기 전에 더욱 서둘러야만 합니다!

    ━━━

    소꿉친구 펠리스 선배는 학생회관에 네페르템 선배가 있을 거라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불행한 사건에 자주 휘말렸던 불쌍한 선배를 얼른 북극을 녹이고 남극을 사막화시킬지도 모를 사악한 학생회의 품에서 구해줍시다!

    ━━━

     

    이번 게임의 학생회는 뭔가 좀 다르긴 한가 보다.

    마왕군 사천왕이나 벌일 법한 자연재해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진지하게 경고하다니.

    업그레이드된 학생회도 구경할 겸, 당당하게 정면으로 굴러서 진입했다.

     

    [방문 술식이 인증되지 않았습니다.]

    [위법 술식이 감지되었…]

    [위법 술식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방문 술식이 인증되었습니다.]

    [침입자 감지 술식이 비활성화됩니다.]

    [침입자 사살 술식이 비활성화됩니다.]

    [학생회관 정식입장을 환영합니다.]

    [페이퍼콤파니 님, 시설안내를 희망한다면 거리를 돌아다니는 제시카에게 질문해주십시오.]

     

    입구에서 다섯 바퀴 제자리 구르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술식을 역산, 파해해서 다른 학생의 신원으로 입장 기록을 남기며 침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거리를 가득 메우던 인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학생회 거리가 휑하니 비었다.

    이게 오또케 된 일이지?

    학생회는 동향을 감시하는 각종 범법자들 때문에 제시카들을 이용해서 은밀하게 출입하고자 물리적으로 거리를 가득 메우고, 그것도 부족해서 환영마법으로 인파를 한층 더 늘려왔었다.

    그런데 내부조례가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거리에는 노골적으로 수상한 로브를 쓴 사람만 보였다.

     

    ‘학생회가 새로운 함정을 팠구나!’

     

    척 보면 척이지.

    뉴비 낚는 재미에 도가 튼 고인물들이 가짜 정보를 퍼다 나르고 거기에 낚이길 여러 차례.

    과거의 나는 온갖 억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튼튼하고 거대하며 건장한 <올체 무한거대화탱킹이좋아해병>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억까에는 도가 트게 되었다.

    이벤트 탐색용 닥돌캐릭터 <올체 무한거대화탱킹이좋아해병>… 그립진 않으니까 평생 나오지 말렴!

     

    아무튼 로브는 범죄의 상징.

    암흑사교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얼굴에 안면인식장애 마법이 걸린 마법적 암흑이야말로 암흑사교회의 상징이지.

    미소녀의 스커트가 절대로 들리지 않는 강철스커트인 것처럼 로브를 쓴 사람의 안면은 들여다볼 수 없는 암흑에 가려져야 하는 것이 업계의 상식!

     

    <스파이아이Spy Eye>

    <염탐안廉探眼>

     

    마력반응을 감추고 견문안을 펼치는 상위기술로 훔쳐본 저 로브에는 암흑사교회에 대한 성찰과 이해가 부족했다.

    티토소가의 허접과제리포트마냥 너덜너덜하기 짝이 없는 얄팍한 어둠은 펠리스 선배보다 백배는 쉽게 간단히 뚫렸다.

    학생회 주제에 감히 수줍음이 많아서 정식 인허가를 받지 못하고 남몰래 방문하는 수줍은 아싸들을 낚으려고 들다니, 너무 괘씸해!

    괘씸한 마음에 근처 간판에 염동마법을 걸었다.

    쿵.

    으걋.

    어수룩한 목소리가 로브 안에서 들렸다.

     

    “사람 살려! 간판이 제멋대로 떨어진 것이다! 사람 살려인 것이닷!”

     

    마나장막을 써서 다치기 전에 간판에 깔리는 사태는 면했지만, 간판의 무게를 이겨내지는 못하고 버티기에 급급한 것이 어째 고학년의 실력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2학년, 그것도 3학년 진급을 앞둔 교관급조차도 못 된다.

    올해는 젊은 인재가 잔뜩 기용되었다더니, 펠리스 선배 말대로 학생회가 좀 바뀌긴 했나 보다.

     

    ‘저거 구하러 사람들이 오는 틈에 얼른 지나가야지!’

     

    마력안을 잘 사용하면 특정인의 발자국만 골라서 어디로 걸어 다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구르기로 열심히 건물 지붕 사이를 넘나들며 발자국의 출처를 따라다니자 집행국 창문이 나왔다.

    창문으로 들어갔던 발걸음은 뒷문에서 다시 발견되더니 처음 보는 건물로 이어졌다.

     

    ━━━

    학생회 환경미화국

    ━━━

     

    학생회에 이런 하부조직도 있었나?

    뭐든지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그닥 들어본 느낌이 들질 않았다.

    이럴 땐 머리를 써야지!

     

    똑똑.

     

    “배달왔는데요!”

    -…잘못 왔습니다.

     

    노크를 하면서 실은 마나파장에 걸린 인원은 셋.

    하나는 문 너머에 있고 둘은 위층에 있다.

     

    “정말요? 4학년 승급시험 족보 주문하신 분 아니세요? 히잉, 여기 맞는데.”

    -…다시 생각하니 내가 주문한 게 맞군요. 지금 바로 열어드리겠습니다.

     

    문 앞에 사람이 오는 기척이 느껴지자마자 암흑마나전기를 가득 실은 손을 문짝에 올렸다.

     

    지지지지직!

     

    “으그갸갸갸갸갹.”

     

    벌컥!

    문을 열자 감전된 사람이 풀썩 쓰러졌다.

    암흑마나를 회수하고 환경미화국 안에 들어오자 1층 전체에 온갖 종류의 대지 마법 함정이 펼쳐진 진귀하고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딱 보니 견적이 나온다.

     

    “회피 기능 올리는 훈련장이구나!”

     

    훈련을 방해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쓰러진 사람의 배 위에 사탕 한 알을 올려놓고 문을 닫았다.

    물론 안에서.

    이렇게 재밌는 수련장을 놔두고 어떻게 그냥 지나갈 수가 있어?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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