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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7

       

        

        

        

        

        

        

        

        

       “오, 오늘 내 생일인가…?”

        

       “저는 이제 삶에 여한이 없어요…후흐흐흐흐….”

        

       “아주 난리도 아니군요.”

        

        

        

        아무래도 나는 비얌만 보면 지능을 떨어뜨리는 병을 유행시킨 것 같다. 그것이 내 방에 찾아온 다이스와 하모니가 순식간에 메카-몬낸이 사랑꾼으로 돌변한 것을 본 나의 생각이었다.

        

        물론 현 시점에선 이미…꽤나 익숙하진 상황이었다. 저 두 명이 하루이틀 저런 것도 아니고. 차이점이 있다고 하면 나 뿐만이 아니라 로건과 로렌티나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일까.

        

        오로지 올리비아만 저 난리통 아닌 난리통을 쳐다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저거 저대로 놔둬도 괜찮냐는 듯한 눈치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정도.

        

        깡통 셋과 인간 둘이 모여 다섯.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뛰어넘는 호들갑을 먼 산 바라보듯 구경하고 있던 나는 그런 올리비아의 시선-질문에 적당히 답했다.

        

        

         

       “냅둬요. 자기들이 좋다는데 뭐어….”

        

       “그런 것치곤 막내의 정신력이 실시간으로 깎여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죠.”

        

       “쟤네들 모티브가 저잖아요.”

        

        

        

        얼굴 – 나 닮음.

        

        몸매 – 나 닮음.

        

        꼬리 – 나 닮음. 빛까지 남.

        

        그 외에도 목소리 같은 부분도 전부 날 모티브로 만들었지만, 반대로 메카 막내들의 정신만큼은 나와 별개였고, 바로 그 때문에라도 다이스와 하모니가 아주…자기 생일파티라도 하는 것마냥 기뻐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실로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후후…아키타입, 저는 이 사람들이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반 년 정도만 참으라구. 그럼 진짜로 만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두 명이 여기 있을 때만큼은 홍보 역할로서 계속 만날 수 있으니…뭐, 대충 그런 거야. 그러니 너무 부담스럽게 바라보지 말아줄래?”

        

       “…앗, 너무 본심이 새나왔나. 미안합니당.”

        

       “미안한 건 우리 말고 두 명을 미지근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아키타입한테 해야 할 것 같은데….”

        

       “헉.”

        

        

        

        그와 동시에 마주치는 시선.

        

        참 여러모로…나한테 강렬하게 영향을 받은 두 명이다. 물론 내가 여러모로 저 두 명에게 믿을 수 있는 언니라고 년 단위로 이미지를 쌓아왔기에 그런 것도 있겠지. 이리 생각하면 반 정도는 자업자득이긴 한데, 그럼 남은 절반은 무엇 때문일까 싶구만.

        

        아무튼 그건 그렇고, 두 명은 세 메카 비얌이 홀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아주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전에 신체에 손을 대지 말라고 말한 것도 있지만, 이 세 명이 이카루스 기어를 사용해 종종 신체를 흐릿하게 보일 수 있도록 재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그건가. 베어가는 상대가 온갖 치트키를 썼다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순간에 한 지점에 1.5톤이 넘는 하중을 받게 된 건물은…당연하겠지만 이 정도로 무너질 리가 있나. 듣자 하니 여기 지어진 건물들은 거의 어지간한 도서관만큼이나 구조가 튼튼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오늘, 그걸 실제로 목격하게 되니…다행이긴 하네. 발현자들이 머무는 곳은 특히나 더 견고하게 건축했다고 하는 말이 한 치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아주 잘 느끼고 있었다.

        

        아무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대화는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다.

        

        

        

       “6개월. 6개월이라…옛날에 얼추 듣긴 했지만, 역시 기다리기엔 조금 길지도. 그건 좀 아쉽네요. 왜 이렇게 길어어어….”

        

       “반대로 생각하세요. 오히려 재현도가 어설프다면 가장 먼저 실망할 거잖아요, 둘은. 사실 6개월도 짧은 거예요. 정 보고 싶으면 다크 존에서 보면 되죠.”

        

       “그도 그렇긴 한데…우에에.”

        

       “뭐, 개발이 길어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자연스러운 꼬리 구현이라는 명목 때문인 것도 있지만요.”

        

        

        

        그제야 아- 하고 수긍하는 두 명을 뒤로 한 채, 나는 팜플렛을 펼쳤다.

        

        아니. 이걸 팜플렛이라고 해야 할지…사실상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의 관계자들에게 나눠주는 배부 책자 비스무리한 것을 팔랑팔랑 넘기다 앞으로의 스케줄 부분에서 멈춰섰다. 뭔가 내용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십 초 가량 훑는 데에 집중하던 와중 보이는 작은 주의사항…이라기보단 일종의 서프라이즈. 무슨 내용인가 했더니 ‘이번 일주일 동안 랜덤으로 메카 유진이 출현할 수도? 운이 좋으면 볼 수 있습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이런 책자 제작에 분명히 부모님의 입김이 들어가있을 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마랑 아빠는 내가 메카 비얌을 저쪽 세상에서 데리고 올 것까지 예측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역시 커도 부모님 손바닥 안이구만.’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을 위해 만들어진…이른 바 ‘다크 존 타운’은 마치 디즈니 월드의 다크 존 스튜디오와 라스베가스를 적당히 반반 정도 섞어 만들어진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디즈니 월드보다는 훨씬 상업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인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나 주변에 건축된 구조물도 그러했다. 파괴된 자유의 여신상을 여기서까지 짓지는 않았지만, 다른 부분에서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가령 주변이 숲과 들판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센트럴 파크 HQ를 일부 재현했다든가.

        

        

        그렇게 앞으로 2주 – 1주는 시차 적응 기간이었고, 다른 1주는 작년에도 그랬듯 AP 듀오 및 스쿼드 기간이었다 – 가량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있던 와중 이어지는 질문.

        

        의외로 로렌티나의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그…카토라는 친구는 안 오는지. 분명히 지난 번에 미국에서 보자고 말했던 것 같은데, 후후후후….”

        

       “그렇게 무섭게 웃으니 안 오는 거 아닐까요.”

        

       “뭘 모르는군요, 막내. 방금의 웃음은 고작해야 제 힘의 10%도 발휘하지 않은…악.”

        

       “그러니까 부담스러워하는 거야.”

        

        

        

        올리비아의 후려치기가 로렌티나에게 적중하며 그녀가 꾸민 사악한 음모가 물거품 속으로 사라지는 사이, 나는 요 며칠 간의 생각을 되짚어보았다.

        

        일단 당연하겠지만, 내 지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이카루스가 보내준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편하게 오기는 좀 어려웠다. 당장 작년에 출전했던 로건만 하더라도 자기 차 타고 돌아다녔던 것만 봐도 알지. 이카루스 측이 해줄 수 있는 건…3주간 머물 호텔방을 내주는 것 정도.

        

        그것만으로도 큰 혜택이긴 하지만.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카토를 비롯한 이들이 – 이번 년도에는 리밋과 김스톤, 호떡도 올 예정이었다 – 이곳까지 오려면 그 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만 했다. 방금 열거한 친구들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문제는 방이었다.

        

        

        

       “여기 근방에 세워진 호텔들에 빈 방이 있으려나.”

        

       “없을 리가 없죠. …막내가 어떤 느낌으로 말하는 건지는 알 것 같긴 한데.”

        

       “뭐, 그런 거죠. 진짜 말 그대로 방이 있냐고 묻는 거랑은 별개의 이야기고, 숙소끼리 좀 많이 따로 떨어져있으면 조금 그렇기도 하고.”

        

       “그럼….”

        

        

        

        작게 숨을 내뱉었다.

        

        사실 이 모든 걸 단박에 타개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이들도 얼추 그걸 눈치챈 모양이었지만, 그건 온전히 내가 결정해야만 했기에 옆에서 부추기거나 하지 않는 것이었다.

        

        …뭐, 어쨌든. 요지는 그만큼의 비용을 치루면 된다-가 아닌가. 현 시점에서 저들의 문제는 ‘돈이 있어도 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라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비용을 치룬다는 가정 하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 자기합리화가 끝난 순간 걱정할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입을 열었다.

        

        

        

       “…제가 힘 좀 써봐야겠군요.”

        

       “헉.”

        

       “설마…엄멤메. 진짜로 금단의 힘을 개방하겠다는….”

        

       “무슨 표현이 그래요. 그냥 부모님한테 몇 가지만 허락 받고, 자리 몇 개만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당연히 맨입으로 넘어갈 건 아니고, 비용은 따로 청구받을 거예요. 그래도 조금 저렴하게 해준다는 건 맞긴 한데.”

        

        

        

        …금단의 힘은 또 뭐야.

        

        아무튼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대부분은 내 부모님이 뭘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당장 지난 번 하와이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식사를 했던 사람이 여기 죄다 모여있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그리하여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를 살피는 한편, 어제 이들이 방송을 언제 종료했는지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다들 12시 전에 종료한 모양이니…현재 시간은 오후 10시 17분. 시차는 13시간이니 한국은 오전 9시쯤 되겠지.

        

        부모님에게 간단히 문자를 보내고는 단체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힉.”

        

       “진짜 귀신이야, 유진 씨. 도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을 정확하게 꿰뚫은 거지?”

        

       “비얌이니까 직감도 비얌만큼 강화된 게 아닐까?”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소름돋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거아니냐? 비얌이 얘네 도청하고있는거아님사실?????????

       -타이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아쎄이들! 지금 비얌봉고가 출발했다! 희망을 버려라!

        

        

        

        한국, 오전 9시 17분.

        

        ‘어떻게 해야 한국 출국을 기가 막히게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팸, 다르게 말해 다크 존 파이널 챔피언십 직관을 위해 서울의 한 카페에 모인 카토그래퍼와 리밋, 호떡, 김스톤의 휴대폰에 일제히 ‘유진’이라는 이름이 적힌 단체 통화가 걸려왔다.

        

        추운 겨울 속 난방이 빵빵하게 틀어지고 있는 카페 안에 있었음에도, 이들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여기는 가디언, 현재 A-19 섹터를 스캔 중. 위협 요소 전무. 20분 안에 다음 섹터로 이동 예정.

        

       -기상데이터와 로체스터 실측 기상 데이터 간 비교 분석 중…오차율 15%. 허용 범위 이내라고 판단.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 철수하겠음.

        

       -치프 가디언이 로비로 이동 중. 1분 30초 안에 26층 응접실에 도착할 예정. 코드 U와의 접선 전부터 청음 장비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으니 유의하도록.

        

       -코드 U와 동행하는 이들의 신원 확인 중…전원이 클래스 알파급 오퍼레이터 혹은 그에 준하는 중요도를 지닌 인력으로 확인.

        

        

        

        뚜벅거리는 소리가 이카루스 레지던스의 호텔 1층 로비에 울려퍼진다.

        

        마치 독수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듯한 날카롭고도 짙은 눈썹, 서양인 특유의 돌출된 안와상융기와 날렵하고 각진 턱선을 덮는 정돈된 턱수염과 위로 올려세운 짧은 묵빛 머리카락까지. 흡사 중년 영화배우를 연상하게 만드는 샤프한 인상이었다.

        

        밤하늘을 그대로 직물로 짠 듯한 짙은 검은색 정장 코트는 반쯤 열려있었고, 그 안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정장 차림은 누가 봐도 실로 수상하기 그지없었으나, 실제로는 의도된 복장이었다.

        

        약간의 피로감 섞인 중후한 목소리. 그가 입을 열어 몇 마디를 덧붙였다.

        

        

        

       “키카드를 부탁드리지요. 마이클이라는 이름으로 26층 응접실을 예약했습니다.”

        

       “…확인되셨습니다. 여기 키카드입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고생하십니다.”

        

        

        

        키카드를 받아 챙긴 그가 엘리베이터 측면에 그것을 갖다대는 순간 적색의 램프가 녹색으로 발광한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오고, 그는 그곳에 올라탄 뒤 부유감에 몸을 맡겼으나, 그마저도 몇 초 지나지 않아 종료되었다 – 인이어에서부터 들려오는 치직거리는 소리.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인이어를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재밍과 귓가에서부터 울려퍼지는 경고. 이 역시도 예상했던 바였고, 사전에 말해놓은 지 오래였다. 지금쯤 GPS를 통해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일부 전자장치가 망가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신경쓰지 않고 26층 로비를 지나쳐 몇 번이고 복도를 돌았다.

        

        그 끝에 보이는 방 하나.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아니, 설령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단순한 청소도구 보관실로 오해할 법한 간소한 문의 끄트머리에 문고리가 하나 더 있었고, 그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손으로 잡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 순간 빛이 문 틈새로 퍼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네 명 가량의 인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

        

        

        

        치직.

        

        코트 안쪽에 절묘하게 숨겨진 GPS, 도청장치가 완전히 타버리고, 그 외에도 휴대폰 역할을 하는 단말기 등이 작동을 정지한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는 방 안에 있는 면면을 살폈다.

        

        당연하겠지만, 이들이 누군지를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내뱉었고, 문을 닫으며 덧붙였다.

        

        

        

       “반가운 면면들이 여기 다 모여있었군. 아주 바글바글하기 그지없어.”

        

       “키신저! 오랜만이에요!”

        

       “아주 얼굴에 다크서클이 가득하시구만. 그런 갑갑한 동네에서 잘도 경호부장까지 달고, 안 귀찮냐?”

        

       “그래서 이렇게 반쯤 휴가 비스무리한 걸 받은 거 아니겠나.”

        

        

        

        마이클 키신저.

        

        다른 세상에서의 직책은 대거 팀이었고, 이곳에서의 직장 및 직책은 시크릿 서비스, 그 중에서도 경호부장이었다.

        

        본래라면 워싱턴 D.C에나 있어야만 하는 그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고, 그는 그것을 입으로 토로하는 멋없는 짓거리 대신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 – 유진의 볼따구를 양쪽으로 잡고는 쭈우욱 늘렸다.

        

        귀여운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히 울렸다.

        

        

        

       “으야아아앙-!”

        

       “요 녀석아. 네 덕분에 이 촌구석에 300명 가량의 인원이 붙었다. 아주 환장하겠구만. 네가 워싱턴 D.C로 갔어야지.”

        

       “저도 거기로 가려고 했는데, 헨리가 이쪽으로 온다는 걸 어째…아아앙! 아파요오-!”

        

       “정확히 알고 있군. 아프라고 꼬집는 거다.”

        

        

        

        물론 그 역시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양쪽으로 주욱 늘어지던 볼은 어느새 원상복구가 되었으나, 키신저는 찰떡같은 당사자의 볼을 손으로 주물주물거리며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었다. 꽤나 뻣뻣한 웃음이었다.

        

        털썩 소리와 함께 머잖아 그는 뒤의 소파에 주저앉았다. 피곤함이 묻어나오는 모습이었다.

        

        

        

       “…뭐어, 그래도 덕분에 쉴 수 있다는 건 마음에 드는군. 이런 식으로 과거의 인연에 도움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소파에서 기절할 것 같단 말이지.”

        

       “뭐라도 좀 보내드릴까요? 한국에는 피곤한 사람한테 기력 증진을 위한 선물을 좀 보내는 훈훈한 풍습이 있거든요.”

        

       “아쉽게도 그건 보안상 꽤 어렵겠어. 마음만 받지. 이 즈음이 가장 바쁜 시기라 쉬는 것도 여의치가 않아서 그런 거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후우, 경호 대상이 두 명으로 늘어나니 조금 곤란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하긴, 한창 그럴 때지.”

        

        

        

        4년, 혹은 8년.

        

        기존의 대통령과 그 직위를 이어받을 예정인 선거 당선자가 동시에 공존하는 두세 달 가량의 기간, 동시에 시크릿 서비스의 업무가 폭증하는 기간. 그 사이에 끼인 키신저는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숨을 내쉬던 그가 이어 덧붙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싱크탱크의 실드 기술이 더 비스트 및 대통령 경호에 적용될 예정이다. 특정 온도 이상을 감지하거나, 특정 속도 이상으로 날아오는 물건을 인식하는 순간 1마이크로초 안에 발동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

        

       “…뭐, 막내 덕분에 앞으로 한시름 놓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렇지. 업무가 드라마틱하게 줄지는 않겠지만….”

        

        

        

        소파에 반쯤 파묻히다시피 한 몸을 힘겹게 일으킨 그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오늘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해주지. 일단 명목 상으로는 당선인과 개인적으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인 너희들의 의중을 확인하고 혹시나 모를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지만, 까놓고 말해서…반쯤 비공식적인 휴가나 다름없지. 그런 거라 생각해라.”

        

       “아하하.”

        

       “새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는 너희들을 따라다녀야 하니 그 점은 알아두고…협조만 잘 해주면 좋겠군.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너흰 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취급이라고.”

        

       “부정할 수가 없군요.”

        

        

        

        큭큭 웃은 로렌티나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그는 단말기를 꺼내들어 새로운 메시지 몇몇을 확인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유진의 방 근처가 키신저의 방으로 배정되었다는 것.

        

        그는 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그럼 난 좀 쉬러 가야겠어. 몇 주일 전부터 하루 두세 시간밖에 못 자느라 아주 죽겠군.”

        

       “고생하네요.”

        

       “고맙다. 나중에 급료를 다 병원에 들이붓는 일만 없으면 좋겠어….”

        

        

        

        투덜거리던 그는 재밍이 잘 되고 있는지를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화가 끝난 것을 느낀 네 명 역시도 의자에서 슬그머니 일어섰고, 키신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뒤따라 나가려고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러려고 했었다.

        

        

        

       “이 근처에서 아키타입의 신호가 계속해서 감지됩니다. 보아하니 우리를 빼고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벌이려고 하고 있는…에.”

        

       “넌 왜 굳이 이런 새벽에 주인을 찾으러 나가려는…모, 모르는 사람!?”

        

       “….”

        

       “….”

        

        

        

        한순간에 정적으로 가득차는 복도.

        

        각기 다른 빛깔로 빛나는 세 쌍의 눈동자가 악귀나찰로 변모 중인 유진의 눈길을 힘겹게 피하는 사이, 키신저는 한쪽 엄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덧붙였다.

        

        

        

       “…너무 안 자서 그런지 헛것이 다 보이는구만. 먼저 가보지.”

        

       “네.”

        

        

        

        뚜벅거리는 구두 소리가 복도 너머로 사라지고, 유진이 입을 열었다.

        

        물론 절대 호의적이지 않은 목소리로.

        

        

        

       “세 명은 이따 봅시다.”

        

       “…히끅.”

        

        

        

        그 날 세 명의 메카 초딩들은 딸꾹질을 배웠다.

        

        물론, 곧 비명도 복습할 예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대통령이 밥을 먹으러 온다고?

    라는 이유로 추가근무에 돌입한 시크릿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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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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