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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8

    <578 – 맛있는 연계퀘스트(2)>

     

    아스타로트는 기프트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황색마탑에서의 수련이 역으로 마음에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마탑에서는 그가 무엇 하나 실습하려고 들 적마다 난리가 일어났다.

     

    “대지마법으로 함정을 설치하겠다고? 아이고, 스승의 스승의 스승님들이 대지마법 귀하게 여기시기를 세기의 걸작이라 불릴 문화유산을 세울 예술마법이라 칭하며 예법과 건축에 그리 공을 들였거늘, 그 귀한 기술로 사람 쳐죽이는 살인 함정을 만들게 생겼구나!”

    “지금 이 제자가 무슨 소리를 한 것이냐? 예로부터 농작물의 성장과 풍요로운 수확에 이바지해온 토지개량의 주문으로 늪지대를 만들어 시체 밭을 만들고 무구를 수확하겠다고 했느냐? 네놈의 싹수가 골수에 마기가 치민 암흑마인들과 다를 바가 없구나!”

    “제자야, 대지의 지혜와 권위란 생태계를 수호하고 존중함에 비롯되니, 너는 썩은 땅을 도려내고 고른 땅을 만들어 만물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하거늘 어찌 어스퀘이크 같은 대지의 어머니에게 천륜을 저버리는 패륜적인 마법을 입에 담을 수가 있느냐!”

     

    예로부터 선조들이 이르기를.

    뭍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자연의 생태계를 존중하기를.

     

    온갖 고리타분한 레퍼토리에서 비롯되는 “꾸짖을 갈!”의 향연에 아스타로트는 황색마탑에서는 더 이상 어떤 비전마법을 배워도 실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차에 황색마탑 원로들이 오크노디라는 희대의 대마두와 마주쳐 복장이 터지는 통에 마나회로가 역류하니, 그간 쌓아온 막대한 마나가 통제를 잃고 제 뇌를 짓눌러 사람을 맛탱이가 가게 만들었다.

    원로 몇이 줄초상을 치르고 이를 두고 새로운 원로 자리를 탐내는 아랫것들은 눈을 번뜩이고 남은 이들은 전통과 관습을 운운하며 싸움을 벌이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결정타 격인 사건도 터졌다.

    언더월드 대침공.

    지하세계의 문이 열렸다고 희귀소재 줍줍 하겠다며 전장에 뛰어든 과격파 신진고수들이 적색마탑의 주류학파 마법사들과 사이좋게 마나폭주를 일으키며 쫄딱 망해버렸다.

     

    “마탑은 이미 망했다. 고수들도 비었고 의지할 건 나밖에 없지. 손 놓고 망할 바에 차라리 내게 투자해라. 지원을 안해도 기프트 아카데미에는 갈 생각이지만,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 마탑에 조금이라도 감사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군.”

     

    아카데미 시험상대로 초청받았다가 각혈한 원로부터 구태와 신진의 내분, 신진고수들의 씨몰살까지 겪은 황색마탑에서 당당하게 지원요청을 하는 아스타로트에게 꺼지라고 윽박지르거나 억지로 그를 감금할 수도 없었다.

    감금이야 이미 시도했지만 소식을 들은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사람을 보냈기 때문이다.

     

    “마탑은 가르침을 청하며 찾아오는 자를 배격하지 않거늘, 가르침을 찾고자 떠나는 자를 어찌 힘으로 붙잡으려 드는가. 그대들이 지혜의 탑을 쌓는 초심을 잃었다면, 그 탑을 처음부터 다시 쌓을 각오 또한 끝마쳤겠지?”

     

    검격 한 번에 비전마법이 깨지고 아스타로트를 가둔 대지감옥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 마탑은 아스타로트를 억지로 가둘 수 없게 되었다.

     

    “저기 황색놈들은 전통 그거 생까고 꼴리는 대로 마법 쓰고 다니는데 우린 왜 안 돼요?”

    “영감탱이들 꼴받는데 가출이나 함 박아봐? 아스타로트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 할 거 뭐 있어?”

    “사문의 법도로 비전소지자는 유출할 수 없어? 응 아카데미에 지원요청 하면 그만이야.”

     

    어중이떠중이들은 알아서 시험을 치르며 입학해야 하지만 편입을 받아들일 정도로 검증된 인재들에게는 직접 교관을 파견하는 적극적인 인재기용정책!

    기프트 아카데미의 우대를 받아 아카데미 편입생으로 입학한 각 조직의 비밀병기라는 족속들이 모두 자신을 본받아 들어왔다는 말이 다소 황당하긴 했으나 아스타로트에겐 그것도 잘된 일이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사람들이 따르니 권위가 생겼고, 그 권위를 인정한 학생회에서 집행국에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했다.

     

    “나는 서부귀족연합이 아니라네.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는 귀족들이 연고지가 다른 마법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제국 귀족들은 변방 귀족이 뭐만 하면 촌스럽네, 야만스럽네, 도검불침의 철인처럼 굴어대니 싫은 것이지, 제국 사람들을 모두 싫어하는 건 아니란다.”

     

    서부귀족연맹의 일원이 아니라면 누구든 그녀의 구두소리를 듣자마자 달아나라는 소문과는 다르게 집행국장 벨벳 벨렛은 괜찮은 사람이었다.

     

    “원하는 마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사용해서 집행국에 이바지해주게.”

     

    그녀는 황색마탑과 달리, 원하는 마법이 있으면 적극 활용해서 건물 한 채를 사람 갈아버리는 지옥의 살인하우스로 마개조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배운 마법을 적극적으로 써먹어보고 싶었던 아스타로트로서는 적극 환영할만한 이야기였다.

     

    “살상력이 마음에 드네. 위력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마음에 들어.”

    “침입자를 생포하여 고문이 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싶어 기능을 추가했네.”

    “이건 수고비야. 앞으로도 종종 부탁해.”

     

    [벨벳 벨렛 님에게 1만 포인트를 받았습니다.]

     

    마법시계에 들어온 입금목록에 아스타로트는 이게 인생이구나 하는 기쁨을 느꼈다.

     

    “띠따도 아스타로트 덕분에 포인트를 잔뜩 번 것이닷! 흑빵같은 하등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어서 행복한 것이닷!”

    “과찬이군. 내가 아니었어도 띠따 그대는 영민하고 지혜가 깊으니 손쉽게 돈벌이를 찾았을 거다.”

    “전혀 아니닷! 수인부흥회의 쓰레기들은 틈만 나면 띠따에게 작전만 내놓으라고 닦달하고 흑빵만 주는 나쁜 놈들인 것이닷! 띠따가 똑똑해도 돈을 벌 수는 없었던 것이닷!”

    “…수인부흥회의 작전이 전부 띠따의 머리에서 나온 거였나?”

    “위에서 어떤 작전을 만들라는 가이드라인은 나왔는데 돈도 안 주고 아주 꼴받아서 가급적 티 안 나게 망하도록 열심히 유도했던 것이닷! 그런데 손오천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놈이 튀어나와서 수인부흥회 이름 걸고 혁명군 대장군을 차지해버리니 도저히 망할 것 같지 않아서 튄 것이닷!”

     

    이런 똑똑한 인재를 약소수인종족이라고 무시하면서 착취하니 수인부흥회가 한동안 힘을 못 썼지.

    아스타로트는 대륙에 이름을 알린 한 조직의 세력확장의 미진함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튼 기프트 아카데미는 인재들이 모였기에 이런 식으로 가만히 있기만 해도 들어오는 정보의 양과 질이 차원이 달랐다.

     

    ‘이런 생활이라면 평생도 하고 싶군.’

     

    정말로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집행국에서 긴급소집요청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게 부서지네…?”

     

    아카데미 건물바닥에 새겨진 자동복구술식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수복 술식을 새겼거늘.

    동작이 감지되면 튀어나오는 쇠망치부터 압력을 감지하면 작동하는 바닥함정, 마나를 감지하면 작동하는 전기함정 등등 온갖 함정이 알뜰살뜰 다 박살 났다.

    좀도둑 하나가 몰래 잠입하거나 학생회에서 불순한 목적을 지닌 침입자 하나를 몰이한 흔적이 아니라 자이언트 골렘이라도 한 마리 집어넣고 데굴데굴 굴려서 함정을 죄다 박살 낸 모양새였다.

     

    “누가 한 짓입니까?”

    “얘가.”

     

    ━또각.

    귀를 자극하는 구두 소리와 함께 위층에서 내려온 벨벳 선배의 손에는 뒷덜미가 잡힌 아이가 고양이처럼 성의 없이 늘어져 있었다.

     

    “와! 0티어 남캐! 아스타로트! 안녕하세요!”

    “오크노디? 이 작은 애가 어떻게 골렘이 들이닥쳐서 난동을 부린 흔적을 만들 수가 있습니까. 누명이라면 너무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오해하지 마. 직접 보면 알아.”

    “제가요? 멀요?”

    “…시치미를 떼겠다고? 날 상대로 그러는 건 현명한 생각이 아니야, 오크노디.”

    “히히. 들켰당. 재밌어 보여서 잠깐 구르기 좀 연습했어요!”

     

    구르기라니, 저 조그만 애가 어떻게 굴러야 저런 무식한 흔적이 나온단 말인가.

    황당해하는 그의 앞에서 벨벳 선배의 손에서 풀려난 오크노디가 엣헴 하고 턱을 높이 들며 말했다.

     

    “영광으로 여기세요! 이 신기술을 직접 보여드리는 건 처음이니까요!”

     

    오크노디가 몸을 굽히는 순간, 그녀의 몸 앞에는 이미 마나장막이 펼쳐졌다.

    데굴데굴.

    몸이 구르는 순간, 마나장막이 구르기의 진행경로를 따라 계속해서 이어졌다.

    수작업으로.

    매 순간 갱신해가면서.

    미친 연산속도와 정밀도가 없으면 흉내도 못 낼 기행이지만 구르기의 진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도약>

    <균형감각>

     

    정직하게 한 방향으로만 구르던 오크노디가 허공에서 높낮이를 달리한 마나장막을 따라 높이 튀어올라 천장과 충돌하는가 싶더니, 천장을 딛고 더 빠르게 구르며 잔상이 남는 속도로 탁구공마냥 사방팔방 실내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차징>

    <일격기:유령쇄도>

     

    <독가루>

    <대회전>

     

    <비행마법>

    <암흑분신>

     

    갑자기 폭탄처럼 쾅 벽을 들이받아 반쯤 박살 난 함정을 완파시키는가 하면, 멍하니 구경하던 집행요원 몇 명의 얼굴이 새파래져서 중독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후의 피구공은 나 자신이 피구공이 되는 것! 즉사기를 중첩시킨 5단계 피구공 차원볼, 이를 한층 더 뛰어넘어 근접거리까지 무작위 패턴으로 접근해서 즉사기를 푹 꽂아넣고 튀는 6단계 피구공 <데굴데굴볼>이예요!”

    “피구…? 어째서…??”

     

    방금 회전하면서 주변에 마력폭풍까지 일으켜서 오작동시킨 함정이랑 마나술식이 싹 쓸려나가서 무력화된 함정의 개수가 몇 개인지 세기도 무섭다.

    그런데 피구가 뭐?

    내 함정이 피구가 하고 싶어서 부서졌다고?

    저 미친 돌격기술의 어디를 어떻게 봐야 피구가 되는 건데?

    아스타로트의 황당함이야 어찌 됐건 오크노디는 이미 신나게 함정을 다 부쉈다.

     

    “그래서 저걸 어떻게 잡았습니까?”

    “이렇게.”

     

    벨벳은 구두를 살짝 들었다.

    동시에 실내 가득 드리우는 그림자.

     

    <공간동조>

    <배율 1:1000>

     

    1000배는 더 커다랗게 구현된 구두 굽이 사방팔방 신나게 굴러다니던 오크노디를 콕 짓밟았다.

     

    “으겍.”

     

    거대 구두 굽 밑에서 기어 나온 오크노디가 벌 받는 아이처럼 얌전하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크노디. 방법은 이해했다. 그래서 여기서 신나게 날뛴 이유는 뭐지? 건물에 들어왔으니 함정이 있는 걸 알았고, 애초에 들어온 이유가 있지 않겠나. 선배가 눈여겨보는 네가 띠따의 속임수에 걸려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선배가 교관을 납치 감금해서 북극곰이 난민이 되고 남극이 녹아내리도록 굉장한 짓을 벌이는 걸 막으러 왔거든요! 그게 무슨 짓이냐면,”

    “몰라도 돼.”

     

    <공간동조>

    <배율 1:100>

     

    백배는 더 커다랗게 구현된 손가락에 입이 막힌 오크노디가 앙 손가락을 물고 앙칼진 저항을 하는 모습을 보며 아스타로트는 고민했다.

     

    선배한테 제압당한 오크노디가 들이닥친 이유를 알아내기 vs 포인트를 꼬박꼬박 지급하고 마법실습도 시켜주는 선배의 체면을 챙겨주기.

     

    뇌내 벨런스게임을 돌려본 그가 결론을 내렸다.

     

    “몰라도 되는 일이군.”

     

    아스타로트는 현명하게 외면하려다가 멈칫했다.

    벨벳 선배의 거대한 손가락에 찰싹 달라붙은 투명 모기의 존재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도무지 약점이 보이지 않는 벨벳 선배에게 하극상을 벌이려는 오크노디의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인간피구공이 되어버린 피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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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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