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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8

        

         

       하지만 농장과 얽혀있는 마녀는 오딜리아 혼자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오딜리아보다도 더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다.

         

       [ 왜 나한테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는데, 그 여자한테 전화를 걸기는 했어요? ]

         

       그냥 농장에 잠시 들렀다가 가버린 오딜리아보다도 더 많이 농장에 접촉했을 사람.

       아니, 접촉은커녕 아예 농장 일부를 구매하기까지 한 사람.

       그러면서도 오딜리아를 곤란하게 하기 위한 계약을 하기까지 한 바로 그 사람.

         

       가브리엘라(Gabriela).

         

       스페인 출신의 대마녀이자,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며 유럽을 무대로 오딜리아와 경쟁을 하는 바로 그 여자. 동시에 치졸하고 자잘하게 방해만 해대는 데다가,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사람 신경을 건드리는 짓거리밖에 없어서 오딜리아가 치를 떨고 있는 바로 그 여자!

         

       그 여자가 오딜리아보다도 더 유력한 용의자가 아닌가!

         

       [ 애초에 왜 나를 범인이라고 단정 지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당신이 생각해도 치졸하고 짜증 나는 짓이긴 했나 봐요? 응? 그러면서도 돈에 눈이 멀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 ‘치졸한 짓’을 해놓고는, 정작 이상한 일 터지니까 나한테 따지고…. 하. 미국 남자는 다 당신 같나요? ]

         

       [ 네? 위치크래프트…. 하. 당신, 위치크래프트에 대해서 알아요? 위치크래프트가 무슨 TV에서 하는 애니메이션인 줄 알아요? 지팡이 한 번 휘두르면 눈 달린 촛대가 허공 날아다니면서 집안일 하고, 세탁기가 걸어 다니면서 빨래하고 빨래 널고 그렇게 되는 줄 아나 봐요? 이봐요, 그게 됐으면 우리는 마녀가 아니라 신이라고 불리는 게 맞지 않을까요? ]

         

       [ 신성모독이냐고요? 아뇨, 신성모독은 당신이 하고 있죠. 그딴 멍청한 소리를 쏟아내는 것만 봐도 당신은 신에 대한 모독이에요. 무슨 이야기냐고요? 못 알아먹어요? 머리 참 나쁘네. 당신의 존재 자체가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요. 당신같이 멍청한 인간을 신이 창조했다는 것 자체가 모독이라니까? 제가 볼 때 당신은 다윈한테 감사해야 해요. 요새 유행하는 말로는, 네. 리스펙이라고 하죠? 당신은 다윈한테 리스펙을 해야 해요. 백번이고 천 번이고. 그 사람의 주장이 아니고서야 당신이 지금까지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주어지지를 않잖아요? ]

         

       [ 멍청한 당신에게 말할 테니까 잘 들어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약을 하고 나한테 이런 전화를 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저주에 걸려서 정신이 나간 것 같기도 한데…. 이번 전화를 끝으로 얽히는 일이 없었으면 하네요. 그러니까 잘 들어요. 위치크래프트는 뿅 하고 힘을 써서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식물 시위, 푸훗. 네. 입에 담으려니까 좀 웃겨서요. 어쨌든 식물 시위대를 만드는 그런 힘이 아니에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제가 범인이 될 수는 없어요. 네? 몰래 잠입…. 하. 내가 이런 멍청한 사람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 그렇게 따지면 당신 농장에 악령이 멋대로 들어와서 장난을 쳤다는 가설도 세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입에서 튀어나온다고 다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에요. 뭐, 됐어요. 더 할 말도 없고, 더 얽히고 싶지도 않으니까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당신이 나한테 했던 짓만 하더라도 열받는데 이딴 전화까지…. 염치도 없는 인간 같으니. 끊어요. ]

         

       뚝-

         

       그렇기에 오딜리아는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

         

       나는 범인이 될 수 없다.

       애초에 나를 범인이라고 생각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나보다 먼저 따져야 할 사람이 있지 않냐.

       네가 농장 일부를 팔았던 그 여자한테나 가서 따져봐라.

         

       …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

       오딜리아가 한 말은 맞는 말이었다.

         

       생명력을 다루는 것은 꽤 섬세하고 감각적인 느낌의 작업이었으며, 어지간한 실력을 갖춘 것이 아닌 이상에야 농장 주인이 말했던 기묘한 일을 일으키기에는 무리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위치크래프트라는 것이 재능의 영향을 좀 심하게 타는 터라, ‘대마녀’의 칭호로 불릴만한 이들이 아닌 이상에야 자신의 분야에만 특화가 된 경우가 많았다.

         

       당장 아나스타시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꿈속을 돌아다니고, 꿈속의 물건과 생물을 들고나오고.

         

       이건 다른 마녀들이 할 수 없는 아나스타시아만의 재능이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재능 말이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재능이 위치크래프트 전부인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녀는 꿈과 관련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저 그뿐이었으니까.

         

       위치크래프트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무공만큼이나 다양하지만, 무공보다도 훨씬 재능을 많이 타는 힘.

       그와 동시에 다양하지만, 폐쇄적이고, 특화되었지만 범용적이지는 않은 힘.

       다만 ‘생명력’을 에너지원으로 삼기에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있는.

       그런 이능이다.

         

       어쩌면 다른 이능이 없었다면 이 위치크래프트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괴함’의 대명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괴함과 예측을 할 수 없음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능인 주술.

       위치크래프트와 비슷하지만 다른 능력인 연금술.

       외계인지 평행세계인지 모를 곳에서 생명체를 불러오는 소환술.

       초월종, 혹은 초월자라고 불리는 존재와 맺는 계약 등.

         

       이런 특이한 능력들이 있기에, 어쩌면 위치크래프트는 존재감이 많이 묻힌 것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이런 점은 대부분은 마녀들에게 이득으로 다가왔다.

       미지라는 것은 공포가 될 수도 있지만, 신비로움으로도 포장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마녀들 특유의 젊고 아름다운 외모가 더해지면…. 그래. 충분히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그 신비로움을 휘두르면서 공포를 주고, 나쁜 마음을 먹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들을 쫓을 수 있으니 더 좋았고.

         

       하지만.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하나….

         

       “…8살짜리 여자애가 된 느낌이라서 좀 묘한데….”

         

       위치크래프트가 가진 이미지를, 마녀가 가진 이미지를 이렇게 써먹는다는 것은 좀 떨떠름한 일이기도 했다. 특히, 외모가 젊어 보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인 오딜리아로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진짜아….”

         

       통화를 끝마친 오딜리아는 스마트폰을 얌전히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양손으로 얼굴을 덮어 새빨갛게 달아오르게 시작한 얼굴을 가렸다. 물론 두 손이 머리 전체를 가릴 순 없었기에, 손바닥이 채 가리지 못한 귀는 빨갛게 달아오른 채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와 청치마를 입은 채 미소를 짓고 있는 동양인 여성.

       리세였다.

         

       리세는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오딜리아를 보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친근감이 가득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보였다.

         

       그래.

       얼핏 보면,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본다면 입가는 웃음을 짓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고,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빛을 빨아들이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빠져버릴 것만 같고, 그 안에 잠들어있을 감정이 무엇인지 쉬이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이가 있는…. 마치 깊은 물 속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의 눈동자였다.

         

       그렇기에 자세히 본다면, 조금만 관찰한다면 리세가 오딜리아를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님은 쉬이 알 수 있으리라.

         

       “오딜리아 씨?”

         

       아니.

       어쩌면 자세히 관찰할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리세의 말투에서는 친근감이나 친밀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대체 왜 계속 그러시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어쩌면 약간 날이 서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신주님께서 부탁하신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계속 그러시면 곤란해요?”

         

       리세는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오딜리아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어서 얼굴에서 손을 치우라는 듯이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리세가 그렇게 재촉해도, 약간의 짜증이 담긴 말을 내뱉어도, 인공적인 웃음을 지으면서 계속해서 바라보아도 오딜리아의 손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오딜리아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기까지 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귀가 이제는 제 색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흐응….”

         

       리세는 그런 오딜리아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을 들었음에도 오딜리아가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짐작이 갔기 때문에.

         

       소극적인 저항.

       이 일을 하고 싶지 않기에 부리는 가벼운 투정과도 같은 것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마녀 캐릭터 그 자체네….’

         

       리세는 그런 오딜리아를 보면서 자신이 즐겨봤던 드라마들을 떠올렸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마녀들은 괴팍하면서도 어린애 같은 면모를 자주 보여주곤 했다.

       어떤 드라마에서는 천방지축의 모습으로, 어떤 드라마에서는 괴팍한 노인네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어떤 드라마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삐져버리는 답답한 면모의 캐릭터로….

         

       그리고 그러한 마녀 캐릭터들을 보면서 리세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드라마니까 저런 성격이지, 실제로 현실에서 저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은 법.

       리세는 자신이 보았던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마녀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한숨을 쉬었다.

         

       아니, 어쩌면 리세가 보았던 드라마의 마녀 중 일부는 저 대마녀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딜리아 씨. 계속 태업하시면 곤란해요. 혼자서 하는 일도 아니고, 지금 저하고 호흡을 맞추고 있잖아요. 이렇게 흐름을 뚝뚝 끊고 그러면- 하아….”

         

       그래.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짜증이 날 리가 없다.

         

       “제 말 듣고 있어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처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아진다.

       그리고 계속 그러겠지.

         

       리세는 대마녀를 바라보았다.

         

       ‘신주님이 짜주신 계획인데, 저 마녀의 태업 때문에 제대로 진행이 되질 않고 있어….’

         

       진성과 이곳저곳 관광할 때 불협화음처럼 끼어들지를 않나.

       저 마녀를 위해서 기껏 진성이 계획을 짜줬거늘, 부끄럽다느니 이 나이 먹고 어린애처럼 이런 장난치는 게 좀 그렇다느니 하는 이유로 중간중간 흐름을 끊으면서 휴식하면서 태업하지를 않나.

       대마녀에 맞춰가며 신력을 발하며 보조해주고 있는데도 고마움은 모르고 저렇게 자기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나….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주도권을 가져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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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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