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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8

       

        

        

        

        

        

        

       “…아, 안녕하세요. 카토 씨인가요? 현실에서는 처음 만나는 것 같은데….”

        

       “반갑습니다. 그 말대로…현실에서는 처음 만난다고 해야겠죠. 그런 것치곤 세 분이서 저를 굉장히 친근하게 여기시는 것 같긴 한데.”

        

       “아하하, 부정하기 어렵네요.”

        

        

        

        12월 2일,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고, 점차 걷히기 시작한 어둠이 하늘이라는 캔버스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무렵, 세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인천공항의 라운지에 모였다. 휴대폰 화면에는 오전 10시 즈음에나 출발하는 토론토행 1등석 비행기 티켓이 떠있었고.

        

        네 명이 만난 것치곤 차분하고도 정적인 분위기였다. 이들이 다크 존을 비롯한 가상현실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난리를 부리는지를 아는 사람이 거기 있었더라면 경천동지할 일이었으나, 다행스럽게도 1등석 라운지에는 이들을 제외하면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늘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전면으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히 남자들이었고, 각자가 뚜렷한 특징이 있었기에 처음 만났음에도 분위기가 싸해지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호떡이 주도했다.

        

        

        

       “…야, 너는 무슨…너 이따 기내식 안 먹을 거냐?”

        

       “뭔 소릴 하는 거야. 기내식용 배는 따로 있지. 컵라면 네다섯 개에 닭가슴살 세 개 정도면 간식이야.”

        

       “넌 진짜…그래, 밥만큼은 유진 씨처럼 먹는 사람한테 이런 말해봐야 뭐하나.”

        

        

        

        물론 카토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아예 그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유진이 집들이를 했을 때 호떡 역시 초대받았고, 당시 그가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먹방 쇼는 카토를 포함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하게 박혀있었으므로.

        

        하지만 영상으로만 본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엄연히 거대한 차이가 있었고, 카토는 두툼하기 그지없는 백호-근육덩어리 발현자의 테이블 앞에 산처럼 쌓여있는 음식 용기의 잔해를 목격하고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그게 끝도 아니란다. 정말이지 발현자의 세계란 어메이징하기 그지없었다.

        

        

        

       “실제로 보니까 대단하시네요. 현실에선 유진 씨도 저러려나.”

        

       “생각해보니, 그럼 카토는 현실에서 그 분을 한 번도 안 만나본 거예요? 그건 참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하와이 때 기회가 있긴 했는데, 두려워서 그만….”

        

       “헉.”

        

        

        

        두려움은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리 생각하면서도 이들의 대화는 딱히 멈추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서로가 가지고 있던 어색함을 몽땅 털어버리기 위함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스트리머라는 직종은 일부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면 그 무엇보다도 사교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 중 하나였고, 카토와 세 명 간의 거리감은 극도로 빠르게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남자 아바타를 쓰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네요. 일부러 그런 건지, 진짜 어지럽다.”

        

       “야, 그게 다 하늘처럼 넓고 바다처럼 깊은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야.”

        

       “지랄하네. 너 그때 백만 원 미션 받고 그…변태같은 아바타 짠 거잖아. 그게 벌써 2년 전 일인데.”

        

       “아니, 내가 변태같은 아바타면 호떡 쟤는 뭔데!?”

        

        

        

        호떡.

        

        그의 아바타는 찌찌가 머리보다도 큰 백호-여캐였다.

        

        하지만 불똥이 그에게 튀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떡은 단 1도 신경쓰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토는 눈을 도로록 굴려 그가 왜 그러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힐끔 쳐다보았고,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뭐야. 이젠 내 아바타 갖고 그러는 거야? PT로 혼내줘야겠네.”

        

       “헉,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네 아바타가 짱이야.”

        

       “…압도적인 무력이 있으면 그렇게 당당해질 수 있는 거군요. 좋은 거 배우고 갑니다. 오늘부터 비얌이 될 수 있도록 기우제라도 지내야할지도.”

        

       “아, 비얌은 제가 먼저 될 거라서 순서표 뽑고 제 뒤에 줄 서세요.”

        

        

        

        왜 사람들은 이렇게 비얌에 집착하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김스톤의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그런 생각을 아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그녀 역시도 과거엔 유진에게 배움을 받은 적이 있었고, 그때 느꼈던 결단력과 지성, 합리성은 지울 수 없을 깊은 인상을 남겼으니.

        

        하지만 그녀가 그리 생각하는 와중에도 대화 주제는 빠르게 바뀌었고, 어느덧 그것은 왜 이딴 주제가 갑자기 나왔는지에 대한 이유로 바뀌었다.

        

         

        

       “그래서, 갑자기 그건 왜?”

        

       “아니, 별 건 아니고. 얼마 전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까…카토 씨를 모티브로 한 팬메이드 아이템이 창작마당의 아이템 상점에 올라왔더라고. 역시 남자도 여자 아바타를 써야 그런 게 엄청 잘 팔리나 싶어서.”

        

       “…엄청 잘 팔리는 건 또 뭔 소리야?”

        

       “뭐야. 너희들 창작마당 한 번도 안 들어가봤어? 진짜 대박이다. 카토 씨 패키지 얼마나 잘 팔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그럼.”

        

       “본인도 모르는 표정 같은데?”

        

        

        

        그 말대로.

        

        리밋의 말에 힐끔 고개를 돌려 당사자를 바라보자마자 보이는 당황스러운 표정.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은 표정이었다. 삽시간에 세 명 분량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집중되자 그녀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덧붙였다.

        

        

        

       “아으, 니네가 직접 봐! 여기서도 접속할 수 있으니까!”

        

       “알았어, 알았어…아니, 뭐야. 이게 왜 진짜임?”

        

       “카토 씨, 최근에 뭐…홍보라도 하셨어요? 지금 무슨…창작마당 판매순위 랭킹 3위까지 올라갔는데?”

        

       “아니, 네? 그거 그냥 옛날에 팬 분들이 요청해서 대충 만들고 처박아뒀던 거였는데!?”

        

       “그걸 모르니까 다들 놀라죠. 이러다가 좀 있으면 유진 씨마냥 게임 어딘가에 출연하겠는데.”

        

        

        

        카토가 화등잔만하게 눈을 떴지만, 동시에 그는 그것이 어쩌면 사실이 될 수도 있음을 직감했다.

        

        기본적으로 다크 존은…테라나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극단적으로 NPC가 적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스토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거나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유저와 NPC 간의 상호작용 그 자체가 거의 없다는 소리였고, 컷신 역시도 그 일환이었다.

        

        바로 그 점이 테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수많은 NPC들이 실존하고, 해당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테라와는 다르게 다크 존은 유저들의 행보 그 자체가 메인 스토리 그 자체였다.

        

        거기서부터 튀어나오는 특성 하나가 있었다.

        

        

        

       ‘유저가 게임에 출연한다…라. 그걸 내가 겪을 수도 있나.’

        

        

        

        때로는 메인 스토리에 유저가 관여하여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더 큰 파문을 만들어낸다. 이 분야의 가장 거대한 증거는 유진이었지만, 그 전에도 어느 정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본래라면 PVP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어야만 하는 다크 존에서 여전히 PVE가 절반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카토는 얼굴이 뜨끈뜨끈했다. 당장 그 자신의 아바타가 좀 그런 아바타였기 때문이었다. 흡사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아이돌을 연상하게 만드는 하늘색과 분홍색 머리카락의 조화. 거기에 몸 곳곳에 고정된 나비 모양 브로치까지.

        

        이런 걸 출연시킨다라,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그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는 사이 이어지는 말.

        

        

        

       “이런 말하면 웃기긴 한데, 카토가 출연한다면 약간…무슨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같은 느낌으로 나올 것 같기도 하고.”

        

       “리밋 너도 같이 나가. 2인조 걸그룹으로 활동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그게 내 맘대로 되냐.”

        

       “…뭐야. 진짜로 할 생각이었어?”

        

       “얘네들이 일찍 일어났더니 정신이 나갔나. 아무튼 슬슬 가야 하니까 준비하자.”

        

        

        

        그와 동시에 네 명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자리를 깨끗이 치운 뒤 식기를 반납하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몽땅 투척.

        

        계단을 내려가 지정 게이트로 향하던 와중 이어지는 카토의 혼잣말.

        

        

        

       “그래서 하루이틀 전에 이카루스에서 무슨…본격적으로 아바타 콜라보레이션, 혹은 상품 제작을 해볼 생각 없냐고 문의가 왔었던 거구나.”

        

       “아, 진짜요? 축하해요. 기왕 기회 닿은 김에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지.”

        

       “어지간하면 해야죠. 근데 막상 시안을 받아보니, 옛날에 만들었던 것보다 조금 더 과감한 물건들이 나오는 바람에…전 좋긴 한데.”

        

        

        

        카토가 손가락을 튕겼고, 그 순간 허공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 흔하게 보았던 형식의 메일. 그러나 그 아래에 있는 상품 제작 예시를 확인하자마자 리밋과 호떡, 김스톤의 표정이 여러 의미로 일그러졌다 – 반쯤 홀딱 벗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카토의 여성 아바타라든가, 쓸데없이 잘 만든 MV와 같은 것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김스톤이 입을 열었다.

        

        

        

       “…장난으로 말했던 걸그룹 뭐시깽이가 진짜로 나올 줄은 몰랐구마잉.”

        

       “한 며칠 있으면 유진 씨가 말했던 그 다크 존 타운인가 하는 곳에서도 파는 거 아냐?”

        

       “이카루스 얘넨 진짜…가끔 보면 정신나간 것 같아.”

        

       “뭐, 카토 씨가 좋다잖아. 그럼 된 거 아냐?”

        

        

        

        그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세상이란 이토록 기괴망측한 법이었다.

        

        

        

        

        

        

        

        

        

        

        

       “아니, 와,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예요!?”

        

       “이거 공포게임 아니예요, 로렌티나 씨-!”

        

       “아직 여력이 남았나보군요, 우는 소리도 할 줄 알고.”

        

       “헉, 잘못했어요….”

        

        

        

        한편, 그 와중 미국.

        

        로렌티나가 인생 처음으로 AP에 참여하는 순간이었다.

        

        

        

        

        

        

        

        

        

        

        

        

        

        

        

        

        

        

        

        

        

        

       “방치된 질산암모늄 비료로 건물 전체를 무너뜨리는 시도는 좋았어요. 하지만 움직임이 너무 알기 쉬워요. 대놓고 이곳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이후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으니 그러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신경쓸 부분은 좀 더 고려해야지요.

        

        다이스 쪽도 마찬가지. 자신보다 더욱 상위의 실력자들과 자주 교전해본 탓이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상대방을 트랩으로 몰아넣으려 시도할 때 움직임이 매우 뻣뻣하군요. 생각이 많을수록 빈 틈을 꿰뚫기 쉽지요.” 

        

       “…휴가 나와서까지 제 제자들 가르치고 있는 거예요?”

        

       “직업정신 같은 거니 신경쓰지 마시길.”

        

        

        

        다이스와 하모니, 떡이 되다.

        

        여태껏 실컷 당사자의 입으로 설명하긴 했지만, 파이널 챔피언십을 위한 여정 중 이틀차의 시작은 AP 모의전으로 시작되었다. 그 와중 로렌티나가 난입하긴 했지만 말이다 – 그리고 그 결과는 방금 본 대로였고.

        

        물론 나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플레이스타일이 꽤나 밝혀진 나나 로건과는 다르게, 로렌티나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스텔스 플레이를 지향했다. 여태까지 우리가 했던 미션이나 레이드가 좀 그랬기에 그걸 보여줄 일이 거의 없었을 뿐이지.

        

        뭐어, 나나 북극곰처럼 대놓고 침투해서 전부 때려부수고 나오는 것보단 상어 쪽이 훨씬 특수부대의 이미지에 부합하긴 하는데. 아무튼 내 제자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미지수라는 소리였다.

        

        

        실컷 두들겨맞은 두 제자들이 힘겹게 복귀하고, 현실로 돌아와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이들은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고, 침대 위에서 몸을 꿈틀거리며 땡깡을 부렸다.

        

        

        

       “아으. 무슨 귀신이랑 싸우는 줄 알았네….”

        

       “너무 살벌하게 패세요, 로렌티나 씨.”

        

       “귀신이랑 싸운다라.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군요. 재미있네요.”

        

        

        

        …그리 속 편하게 말하기엔 다이스랑 하모니가 꽤 놀란 것 같지만, 뭐어. 그것까지는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물론 이리 말하는 이유는 별 건 아니었고, 내가 뭔가 말해주기도 전 로렌티나가 두 명을 다시 접속시킨 뒤 재시작을 눌러버렸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로렌티나가 하모니와 다이스를 포함한 국가대표 다섯 명 전체를 가르치기로 한 모양인데, 아마 그 친구들은 오늘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라고는 해도, 말했다시피 오늘 담당은 내가 아니니까.

        

        그리 생각하며 파이널 챔피언십 참여 인원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송출되는 스트리밍을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본선 준비기간의 선수들은 무조건 시간이 1배속 고정이었고, 그 덕분에 굳이 가상현실에 접속하지 않아도 무난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점이 올리비아의 흥미를 끈 듯했다.

        

        

        

       “다음에는 내가 가볼까?”

        

       “…제 애들을 일방적으로 두들겨패려고 가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있나…라고는 말해도, 막상 내가 가도 내가 저 친구들에게 뭘 알려줘야할지를 모르겠네. TACP 같은 건 본선인지 하는 곳에서 쓰이지도 않을 거고, 교전 방법 같은 건 상어나 북극곰이 더 잘 알 테니까….”

        

       “뭐어, 그게 중요한가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올리비아한테 아무런 것도 못 배워갈 정도로 제 애들이 무난무난하게 자란 건 아니니까요.”

        

       “역시 그렇지?”

        

        

        

        그리 말하자마자 아주 표정이…활짝 핀다. 그것도 모자라 그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운동까지.

        

        참고 있었지만 이 양반도 한 손 거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자 마음이 꽤 편해졌기에, 나는 반쯤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한 채 ‘알아서들 하라’며 덧붙이고 있었을까.

        

        어제보다 훨씬 펴진 표정과 함께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온 –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열었는지 감도 안 잡혔다 – 키신저가 어제보다 훨씬 편한 복장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흠. 나도 끼어도 되나? 항상 일손 부족인 동네에서 일하다보니 간만에 명함을 좀 건네고 싶어지는데. 저 친구들 J-턴 운전법은 좀 할 줄 알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제자들 놀랄라.”

        

       “저런, 너무하구만. 누구 놀라게 할 정도로 무서운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건 아니긴 한데…제자들이 보면 깜짝 놀란다니까요. 그보다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다 방법이 있지.”

        

        

        

        그 방법이 뭔지는…굳이 말 안해도 알겠구만.  시크릿 서비스에서 익히는 수많은 침투법 중 하나겠지. 엄밀히 말하자면 거기가 그런 걸 배우는 동네는 아니긴 한데, 아무튼.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이 양반은 그냥 동향 보고를 위한 정보 수집을 하려고 이쪽으로 온 것이었고, 그 때문에 금방 나가게 되었다. 헨리와의 식사 전까지는 계속해서 보게 될 것 같은데, 차라리 그냥 얼굴을 대면시켜주는 게 나으려나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며 떠나간 키신저의 등을 시선에 담고 있던 와중, 다시금 방문이 열리며 어디선가 많이 본…이 아니라, 어제 나에게 신나게 교육당했던 메카 몬낸이 세 명이 슬금슬금 들어와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다크 존 타운에서만큼은 편안하게 돌아다녀도 된다고 말해놨기에 왜 나와있냐-라기보단 우리가 여기 있는 사이 뭘 하고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이 먼저 들었고, 그것을 입에 막 담으려고 하던 찰나.

        

        

        

       “주인. 우리랑 가위바위보 몇 판만 해줘.”

        

       “…기묘한 부탁이군요. 그러지요.”

        

        

        

        한 판, 두 판, 세 판….

        

        그러나 두 번째부터 가위바위보라고 하기엔 무언가 좀 심상찮았다. 구체적으로는 반응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 느낌. 세 번째부터는 조금씩 느려지더니 여섯 번째 판에서 난이도가 훨씬 무난해졌다.

        

        뭔가 단순히 게임을 한다기보단 일종의 조정을 한다고 해야 하나. 그리 생각하자마자 휴대폰 화면이 내밀어짐과 동시에 설명이 이어진다.

        

        

        

       “이카루스 측에서 작은 이벤트를 부탁했어. 가위바위보를 이기는 사람에게 게임에서 쓰는 쿠폰을 주기로 했거든. 아마 오늘 하루종일 바깥을 쏘다니면서 숨어 다닐 것 같아.”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참 별의별 걸 다 한다 싶네요.”

        

       “히히. 재미나게 잘 하고 올게.”

        

        

        

        나는 그리 말하는 레인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세 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래요. 재밌게 놀다 오시길.”

        

        

        

        이건 과연 부모님이 부탁한 걸까, 아니면 뭘까. 하지만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알 것만도 같았다.

        

        아무래도 이번 파이널 챔피언십은 시작 전부터 꽤 즐거울 듯했다.

        

        

        

        

        

        

        

        

        

        

       “그렇다고 저렇게 시끄럽게 놀라는 건 아니긴 했는데.”

        

       “어쩌겠어.”

        

        

        

        그리 말한 채 메카 비얌즈를 밖으로 내보낸 지 30분, 나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백수십 명 단위의 인파를 보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것 같긴 했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땡깡이 찰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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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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