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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79

    사람들의 생활반경과 활동범위가 전 대륙으로 확장된 이래로, 빠른 이동수단에 대한 갈망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이동시간을 거의 무에 가깝게 감소시킬 수 있는 공간도약마법에 관한 연구는 ‘월석전쟁’이전에도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는 연구중 하나다.

    워프트레인 역시, 그러한 연구와 갈망에 대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그 이름에 들어간 워프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워프트레인의 실제 작동원리는 워프마법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된 경위는 딱히 복잡하진 않다.

    확실히, 워프트레인이 처음 고안되어 연구되었을 당시 그것은 실제로 워프를 이용한 이동수단이었다.

    물체를 좌표로 이동시키는 텔레포트 방식이 아닌 공간과 공간을 잇는 워프방식을 이용한다면, 많은 물자와 탑승자를 태우고 공간을 뛰어넘어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리고 물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게이트의 효율성은 텔레포트에 비해 높아진다.

    또한 공간과 공간을 잇는 방식이므로 ‘존재연속성’문제로부터 자유로워서, 생물등에 사용해도 훨씬 안전하기도 하다.

    그에 몇몇 기업들은, 이 기술을 잘만 이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상업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고 보았다.

    워프게이트는 게이트의 크기가 작을수록, 그리고 유지시간이 짧을수록 코스트가 적게 든다.

    그렇기에 효율화를 위해서는 게이트를 통과할 물체의 형태가 가능한 길쭉하고 빨라야 했고, 충분한 속도로 게이트를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가속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연구된 것이 바로, 기차의 철로를 시간이 다르게 흐르도록 아공간화 시키는 방법. 

    간단히 말해 아공간의 시간차이를 응용해, 열차의 이동시간을 단축시켜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연구에도 불구하고, 정작 워프를 이용한 워프트레인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워프게이트 생성시설을 설비한 정거장 설치 및 유지비용, 가속중 승객들에게 주어지는 신체적 부담감과, 한정된 건설가능장소로 인한 정류장 수 확보 어려움등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전시킨 기차의 엔진기술과 아공간 가속기술은 상업성이 인정되었다.

    게이트를 가능한 빠르게 뛰어넘기위해 개발된 그 가속 기술만으로도,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기업이 그러한 이동방식에 기존의 ‘워프트레인’이라는 이름을 붙여 상용화시킨 것이 바로, 현재 워프트레인이라는 이름에 얽힌 유래였다.

    —–

    “허억, 헉, 루크, 야, 너…., 허억, 진짜,…, 콜록, 큽, 후아!”

    전력질주하는 루크를 따라가기 위해 계속 오버페이스로 달려온 상태인지라, 시에나는 거의 탈진할 듯 터덜터덜 걸어오며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거의 다 나은 줄 알았던 옆구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쿡쿡 쑤시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폐는 찢어질 것 같고, 입 안에선 단맛이 나고, 눈 앞은 흐릿했다.

    누가보면 다 죽어가는 사람이 아닌가 걱정해 응급차를 부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망가진 꼴이다.

    불과 몇분만에 저택에서 그 홍등가의 클럽까지 달려갔던 걸 보면 아무래도 루크가 발이 빠르긴 할거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건 좀 너무 빠르다.

    전력으로 따라갔는데도, 루크는 중간부터는 아예 꼬리털조차 시야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벌어졌었으니까.

    운동화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뛸 수가 있지?

    장애물이 나타나면 가볍게 뛰어오르거나 날렵하게 벽을 박차고 가뿐히 넘어가버리는 모습을 볼 때면, 루크가 진짜 고양이라도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루크는 그렇게 달려온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우 평온한 상태였다.

    아니, 지치긴 커녕 오히려 지금도 완공되지 않은 지하의 워프트레인 시설들을 이리저리 바쁘게 들쑤시고 있었다.

    “왔나, 일단은 이것 좀 마시고 진정하게.”

    루크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미리 보관해두었던 갈증 해소용 차를 꺼내 시에나에게 건넸다.


    시에나는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음료를 받아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무래도 지친 심신을 완전히 안정시켜주기에는 부족했지만, 신체에 빠르게 흡수될 수 있도록 루크가 손수 인챈트를 부여한 차는 빠르게 흡수되어 시에나의 탈진을 금세 회복시켰다.

    그렇게 주변을 어느정도 둘러볼 여유가 생겼을 때.

    시에나는 루크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 너, 그 바이크로 워프트레인을 쫓아가려는 건 아니지?”

    시에나는 나름 평탄화가 되어있는 선로와, 그 위에 놓인 자신의 (엄밀히 말하자면 후배의 것이긴 하지만)바이크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맞네, 그럴 생각이야.”

    역시나.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이미 워프가 시작되었으면 쫓아갈 방법이 없어, 이미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아니라니까?”

    현실적이지 못한 루크의 대답에 시에나는 들어보라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체 어쩌다 그들이 워프트레인에 탑승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추격은 단념하는 게 더 빠르다.

    아무리 서둘렀다지만, 거리가 있었다보니 여기까지 오는 데에 진작에 5분은 소요되었으니까.

    고든과 서드에겐 미안하지만, 그들 스스로 기차를 멈추던가, 워프 전에 어떻게든 기차에서 탈출해 연락을 해오길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

    애초에 그걸 아니까 고든이란 남자도 그런 통보적인 연락을 보내온 거겠지.

    실제로 도움을 주고받기엔 공간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있기도 했고.

    “하지만, 방법이 있는데도 포기해야되나?”

    “그 방법이란게 저거야?”

    시에나는 루크의 앞에 세워진 바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위험한건 둘째치고, 그냥 도움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바이크로 워프트레인 추격?

    이건 그냥 말이 안되는 게 아니다.

    과장된 액션영화에서도 등장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이래저래 말이 많아지는 장면인데, 그걸 실제로 하겠다는 건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간 거지.

    워프공간에 돌입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애초에 워프트레인이 바이크따위로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도 아니거니와, 워프트레인이 워프공간에 돌입한 이상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이 아니다.

    그 문제들을 어떻게든 무시하고 따라잡았다고 쳐도, 공간을 뛰어넘는 극한의 환경에 맞춰 설계되어 엄청나게 튼튼하고 폐쇄적인 기차 내부로 들어갈 방법이 전무하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루크라고 모를 리 없다.

    루크는 그녀의 앞에서 헬멧을 뒤집어쓰면서 말을 이었다.

    “나도 당연히 그 정도는 안다.”

    워프트레인은 예전에 한번 예르나에게서 비행기와 함께 언급되었던 적이 있었던지라, 한번 검색해본 적이 있었다.

    ‘워프’라는 명칭은 그저 마케팅일 뿐, 실제로 사용하는 기술은 사실 일종의 아공간의 특성을 응용한 이동기술에 가깝다는 이야기 쯤이야 꽤 유명한 이야기.

    처음에는 속임수나 기만이 아닌가 싶었지만, 점차 그 방식에 흥미를 느껴 작동원리나 현재 운행중인 차종등을 알아보기도 했었지.

    그래서 루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추격할 준비는 다 끝났어.”

    일단은 기차를 따라잡을 속도 문제다. 

    비교적 작은 바이크의 엔진 출력만으로는, 당연히 선로를 질주하는 워프트레인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크도 속도를 끌어올릴 방법은 있다.

    그 비법은 바로 선로, 그 자체.

    모든 워프트레인의 선로에는 기본적으로 가속 인챈트가 되어있다.

    단순한 엔진의 힘만으로는 가속용 아공간 진입에 충분한 수준의 속도에 도달하기엔 마력손실도 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챈트는 처음 공장에서 나올 때부터 적용되어 납품되는 것이기에, 아직 완공되지 않은 이 선로에도 적용되어있었다.

    현장에서 일일히 선로 하나하나에 마법진을 세공하면서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루크는 시에나의 바이크가 그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금 손봤다.

    이제 같은 선로 위라면 워프트레인의 속도를 쫓기엔 무리가 없으리라.

    그 다음은, 워프공간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정비되는 아공간은 기본적으로 매우 독립적이기 때문에, 공간 외부에서 다른 공간으로 침입하기는 매우 어렵다.

    주머니차원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늘어나고있고, 수많은 형태로, 수많은 시간으로 분리가능한 특성탓에 같은 공간에서 분화한 아공간이라도 완전히 다른 좌표값을 갖는다.

    하지만 반대로 정확한 좌표값만 알 수 있다면, 외부에서 열고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워프트레인에 사용된 아공간은 ‘보관’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정류장과 어느정도의 연결성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정거장의 분기점이 갖는 좌표법칙만 알아낼 수 있으면, 얼마든지 워프공간에 침입할 수 있다.

    워프트레인이 워프공간에 한해서는 그 어떤 이동수단과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워프공간 외부에서 볼 때에야 쫓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지 같은 공간 내부라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선로의 가속 인챈트를 부여받는 바이크라면, 충분히 추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차 내부로 침입할 방법은…….

    뭐, 워프트레인이 ‘워프공간’처럼 시공간을 최대한 비틀어놓은 아공간의 환경을 버티려면 확실히 매우 튼튼하고 대마법적 성능이 뛰어난 재질로 덮여있을 것이다.

    웬만한 마법과 충격으로는 차체에 흠집도 안나겠지.

    하지만, 모든 워프트레인에는 그 설계원리상 반드시 드러나는 취약점이 있지.

    그곳을 노리면 침입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또 아니다.

    “따라오라고 강요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방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뭐라고?”

    루크는 출발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난 바이크에 몸을 올리곤, 쓰로틀을 당겨보았다.

    공회전하는 엔진음이 평소와 달리 매우 강해진 것을 보니, 인챈트는 성공적으로 이식된 모양이었다.

    -우우우웅—!!

    루크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의 시에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갔다오지.”

    그 때였다.

    “잠깐!”

    시에나는 은은한 푸른 빛을 머금은 채 굉음에 가까운 엔진소리를 내는 바이크와, 그 위에 탄 루크의 결연한 표정을 번갈아보며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바이크 탈 줄은 알아? 면허는 있고?”

    에이레스에 11살에게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기관이 있을리 없으니, 루크는 당연히 무면허에 시에나가 바이크를 태워주기 전까진 그동안 탑승했던 경험조차 없었다.

    “그대의 어깨 너머로 배운게 다네. 보아하니, 가동방식 외엔 기본적으로 자전거와 그리 다르진 않아보이던데?”

    하지만 처음엔 비틀거렸던 자전거도 며칠이 지난 지금은 매우 능숙하게 타니까, 바이크도 좀 타보면 금세 적응하지 않겠는가?

    배움이 빠른 것은 자신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참으로 가관인 루크의 대답에 시에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손을 내밀며 바이크의 핸들을 빼앗았다.

    “됐어, 나와. 그냥 내가 운전할게. 내 헬멧이나 좀 꺼내 줘.”

    애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도 어려울 줄이야.

    타본 적도 없는 탈것을 타고도 저렇게 당당하게 굴 수 있는 건 역시 어리기 때문일까?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동행하며 곁에서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게 봐주는 게 맘이 훨씬 편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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