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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그렇게 나는 새로운 이름을 받은 염라를 세계의 북쪽에 데려다주었다.

       

       죽음의 신으로 승격되긴 했지만, 그 토대는 대지의 정령이자 산신이었으니.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을테니까 말이지.

       

       본모습으로 변신해서 손에 염라를 태우고 북쪽으로 날아드는 것으로 죽음의 신 배달 완료.

       

       하늘을 날아 북쪽으로 향하던 도중에 염라가 기겁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그리 중요하진 않은 일일테니까 싸그리 무시했다.

       

       고작해야 너무 빨라서 멀미난다거나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렇게 북쪽에 도착하여 저승의 문 앞에 염라를 내려놓았을때에, 염라는 무척이나 감동한 얼굴로 땅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기 시작했다.

       

       

       「대지의 위대함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대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모든 존재는 그대의 위에서 살아가야 함을 알겠습니다.」

       

       “엄살이 심하구나.”

       

       

       내 말을 들은 염라는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말 없이,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을 계속해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염라와 함께 저승의 문을 지나 아래로, 또 아래로 내려갔다.

       

       탈로스가 파낸 파편들을 치우는 어둠의 정령들도 만나고, 그들을 지휘하는 타나토스에게 염라를 소개시켜 주기도 하였으며, 결국에는 7개의 계층을 모두 파내고 멈춰있는 탈로스를 볼 수 있었으니.

       

       

       「이건…. 굉장하군요.」

       

       “탈로스가 제법 굉장하긴 하지.”

       

       

       순간의 삿된 마음으로 만들어낸 골렘이었지만, 그 성능 하나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으니.

       

       나는 기특한 탈로스를 칭찬하며 말했다.

       

       

       “이로써 장소는 마련되었으니, 저승을 완성시킬 차례로구나.”

       

       

       아, 그 전에. 염라가 제대로 죽음의 신으로 승격되었는지 확인부터 해둬야지.

       

       그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나에게는 모든 신의 명단을 알 방법이 있었으니까.

       

       갓톡. 신들의 명단. 그 명단에 염라의 이름이 떠올라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작게 웃었다.

       

       

       “비현실적인 일과 약간의 소문, 그리고 여론조작으로 신이 될 수 있다니. 아마 지금이 가장 신이 되기 쉬운 시대가 아닐까 싶구나.”

       

       

       죽음의 신. 염라. 그 이름이 온전히 명단에 올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음. 그냥 이런 식으로 내 입맛에 맞게 신들을 탄생시킬까? 테티스나 이프리트, 그리고 실피드도 신이 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뭐, 테티스와 실피드는 항해가 본격화 되면 알아서 신으로 추앙받겠지만. 대충 씨앗만 뿌려두면 될 것 같고.

       

       이프리트는…. 조금 손을 써둘까. 이 시대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은 무척이나 큰 메리트겠지만, 이프리트가 위치한 장소가 너무나도 디메리트였으니까.

       

       내가 이프리트의 분체를 여기저기에 나눠준다거나…. 아니면 죽은 사람의 시체를 성스러운 불꽃으로 태워 화장한다거나 하는 느낌으로 상황을 조작한다면….

       

       아, 아니면 드워프들에게 불꽃과 화로의 신이랍시고 소개해줘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 응.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갓톡의 목록을 보던 도중, 처음 보는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구름고래」

       

       

       이건 또 뭐람.

       

       구름고래? 구름으로 이루어진 고래인건가?

       

       하지만 이 명단에 떠올라 있다는 것은, 신으로서 신앙심을 얻고 있다는 의미일텐데? 구름고래라니. 도대체 뭐야 이게.

       

       애초에 인간들이 고래라는 생물을 알고 있을리 없는데? 아직 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항해술 가지고 고래를 볼 수 있을리 없잖아.

       

       아, 아니다. 죽은 고래의 시체가 해안가로 떠밀려와서 알 수는 있겠네. 알 수는.

       

       뭐, 확실하진 않지만 말이지. 애초에 고래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건 나 뿐…은 아니구나. 샤마쉬와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했었으니까.

       

       어쩌면 그 아이들에게 해준 이야기가 다른 이들에게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는가? 엘프라던가, 드워프라던가.

       

       어차피 같은 언어로 통일시켜둔 상황이고, 엘프나 드워프가 그 아이들의 말을…. 들을 수 있던가?

       

       직접적으로 듣지는 못했던게 아닌가? 그냥 대략적인 의미만 이해한게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고래라는 단어는 어디서 나온걸까? 끄응. 모르겠네 정말.

       

       아니, 어쩌면 엄청난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같은 단어를 쓰게 된걸지도.

       

       그나저나 구름고래라니. 도대체 뭐하는 존재일까? 갓톡에 이름이 제대로 올라 있는 것을 보면 신이기는 한 모양인데….

       

       음. 궁금해진다. 굉장히 궁금해진다.

       

       아직 저승을 만드는 도중이었지만, 솟아나는 궁금증을 떨쳐낼 순 없었다.

       

       구름고래라. 어쩌면 구름이 커다란 고래 모양을 하고 있는걸 인간들이 본게 아닐까? 그런 모습을 보고 신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게 아닐까?

       

       음. 궁금하다. 저승을 마무리 지어둬야 하건만, 궁금해진건 어쩔 수 없다. 하던 일은 일단 방치해두자.

       

       지옥을 만들던 일에 매진하다가 새로 태어난 신에 집중력을 빼앗긴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지.

       

       새로 태어난 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확인해 두어야하니까.

       

       

       – – – – – – – – – – – – – – – – – – – –

       

       

       그렇게 찾아보게 된 구름고래는, 고요한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고 있는 거대한 구름같은 존재였다.

       

       정말로 고래 모양이네. 그것도 흰수염 고래에 가까운 모습.

       

       하지만 그 본질은, 구름같이 물렁하거나 한 존재는 아니었다.

       

       멀리에서 보았을때에는 희뿌연 구름으로 이루어진 고래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간 뒤에야 그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구름고래는 하늘에 떠있던 수많은 혼들이 뭉쳐진 것에서 태어난 신이었다.

       

       이전에 혼과 백을 조사하면서 보았던, 하늘로 날아오른 혼들이 뭉쳐있는 덩어리.

       

       그 덩어리가 고래 모양으로 변해 하늘을 부유하고 있는 것이, 구름고래의 정체였다.

       

       하늘에 떠오른 혼들이 너무 과하게 모여진 탓에 인간의 눈에 흐릿하게나마 보이게 되고, 하늘에 떠있는 그 형상이 마치 거대한 물고기처럼 보여, 구름고래라고 부르게 된 것인가.

       

       정말이지,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모든 인간의 사고를 내가 완전히 제어할 순 없으니, 이런 식으로 신이 탄생하는 것을 막진 못하겠구나.

       

       

       아무튼, 나는 구름고래에게 다가갔다.

       

       수많은 혼들이 모여 태어난 혼의 집합체인 구름고래는 뚜렷한 지능을 가지진 못한 모양이었다.

       

       그저 하늘을 배회하며 자신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혼들을 이리저리 흩뿌릴 뿐인 존재.

       

       그런 구름고래가 지나간 하늘 아래에서는, 어째서인지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닐테지.

       

       아마도, 원래는 착상하지 못하고 임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이 스며들게 되는 것으로 운명이 변화하여 태어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음, 확실하진 않으니까 뭐라고 말은 못하겠군.

       

       나는 아무런 지성을 가지지 못한 채 멍하니 하늘을 떠도는 구름고래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 구름고래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저승에서 영혼을 처리하여 순수한 혼으로 만들어 새롭게 환생을 시키게 되겠지만…. 그 혼을 어떻게 환생시킬 것인지는 조금 고민이었으니 말이지.

       

       별 생각 없이 혼을 하늘로 띄워보내는 것도 생각하긴 했지만, 저승의 밑바닥에서 혼을 내보내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테니까 말이지.

       

       각 계층의 크기도 그리 작지는 않아서, 평범한 인간의 걸음으로는 7일동안 쉬지않고 걸어야 한 계층을 내려갈 정도였으니.

       

       어쩌면 저승과 이 고래를 연결하는 공간을 만든다면, 혼을 처리하는 것이 쉬워지지 않겠는가?

       

       물론 그 전에, 이 구름고래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지.

       

       

       나는 저승을 계속해서 만드는 한편, 구름고래와의 대화를 계속해서 시도했다.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것만 말하는 구름고래는, 아직 순수한 혼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갓난 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성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구름고래를 이루고 있는 혼들은 조금의 얼룩도 없는 순수한 영혼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이니.

       

       그런 혼들로 이루어져 있는 구름고래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리라.

       

       이 구름고래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일이 더욱 편리해지겠지만. 지능이 짐승과 같은 수준이니 어쩔 수 없지.

       

       나는 저승을 만들면서도, 갓톡을 이용해 구름고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 뿐이었다.

       

       

       

       

       

       아니, 아니지.

       

       왜 내가 계속해서 이 구름고래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거야?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잖아.

       

       이 구름고래는 거대한 혼의 집합체가 신앙심을 얻어 형성된 신.

       

       그 신앙심은 인간을 통해 나오는 법이니.

       

       그러한 신앙심에 방향성을 가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원하는 존재로 변화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하늘 위에 존재하면서, 세상 곳곳에 새로운 생명을 퍼트리는 신….

       

       

       음…. 제우스?

       

       

       아니, 말이 좀 심했네. 혼을 여기저기에 퍼트리는 일을 할 뿐인 구름고래를 신화 역사상 최악의 난봉꾼과 비교를 하다니.

       

       만약 구름고래가 지성을 가지고 있었고, 내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 바로 내 멱살을 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고.

       

       제우스와의 공통점이라고는 하늘 위에 있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퍼트리는 일을 하고있다는 것 외에는 없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인간들을 이용해서 구름고래를 향한 신앙심을 어느정도 원하는대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부부에게 새로운 자식을 점지해주는 신과 같은 존재로 말이야.

       

       지성 없이 하늘을 맴도는 고래보다는 그쪽이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고 말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라에몽님 18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코인 갯수의 상태가…? 크흠…!

    (작가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글을 쓸 생각인듯 하다.)

    (하지만 작품괸리의 통계로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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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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