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8

       황실 파티 1일 차의 막바지. 그날은 유독 밤하늘의 어둠이 짙었다. 그 어둠 아래에서, 카서스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애절하게 소리쳤다.

       

       「소미레! 제발 얘기만이라도 들어줘!」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어째서! 나는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는데…!」

       

       소미레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고개를 돌리더니, 눈썹을 찡그렸다. 마치 못볼 걸 봤다는 얼굴.

       

       「그야, 당신. 동성애자잖아요?」

       

       귓가로 들려오는 차가운 음색. 카서스의 마음속에 쿵, 거대한 무게추가 떨어져 지진이 일어났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가는 슬쩍 벌어져 열기가 나왔다.

       

       「그건 거짓된 소문이야! 소미레, 제발…!」

       「소문이라도 그런 얘기가 나도는 남자와는 좀…….」

       

       휙. 소미레는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뒤를 슬쩍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부디 운명의 남성을 찾으시길 바랄게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소미레는 떠나갔다. 처음부터 신경도 쓰지 않았다는 듯한 주저없는 발걸음이었다. 빠득. 카서스는 이가 갈리기 시작했다. 모든 게 그 여자 때문이다.

       

       그 여자만 아니었어도 이러진 않았을 텐데.

       

       「…프란체 데카르트.」

       

       카서스의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원래도 이번 파티에서 프란체에게 복수할 계획은 있었지만, 그거로는 부족하다. 기회만 있다면 이 죄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주리라.

       

       

       * * *

       

       

       파티장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살기가 직접적으로 피부에 맞닿아 저릿할 정도. 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어떨까.

         

       고개를 돌려보니 프란체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게 소드 마스터들의 오러 충돌인가.

         

       “너는…….”

         

       카서스는 내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피식 웃었다. 비릿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망국의 왕자, 진 바렌베르크. 항상 저 여자 옆에 있는 호위기사군.”

         

       정적만이 흐르던 파티장에서 내 이름이 언급되자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 진 바렌베르크?”

       “그 대륙제일검을 말하는 것인가!”

       “그런 위험한 자를 이런 곳에…!”

         

       경악은 한순간에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카서스는 이에 상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노예라서 제 주인을 지키는 건가?”

       “저는 그저 명을 받은 대로 움직일 뿐입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저벅. 저벅. 오러가 담긴 발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카서스.

         

       “그거 아나? 네 여동생은 내가 죽였다.”

         

       움찔. 일순 눈이 동그래지며, 내면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렸다. 카서스의 말에 진 바렌베르크의 인격이 요동친 것이다.

         

       “…….”

         

       당장이라도 저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고 싶은 심정이다만, 지금 이런 감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후우.”

         

       크게 심호흡하며 흔들리는 감정을 다잡았다. 아무리 진의 인격이 섞여 있다 해도 지금은 내 인격이 더 강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말이 없군. 충격이 컸나?”

       “…….”

       “네 여동생의 사지를 잘랐다.”

       “…….”

       “부위 하나씩 자를 때마다 좋은 비명을 지르더군.”

       “…….”

         

       꾸욱. 나도 모르게 주먹이 세게 쥐어졌다. 당장이라도 저 오만한 얼굴을 함몰시켜버리고 싶어서.

         

       “이래도 반응이 없군. 감정이 죽어버린 건가? 노예 각인의 효과인가? 이런 효과가 있다고는 못 들은 거 같은데.”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 대화에 이끌리면 안 된다. 저놈은 지금 내 분노를 유발시켜 프란체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다.

         

       그때. 일이 더 커질까, 주변에서 카서스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황제였다.

         

       “페르시아 소 공작! 이 이상은 그만두게! 황실 파티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두 번째는 페르시아 공작이었다.

         

       “카서스! 폐하의 앞에서 무슨 추태를 부리는 것이냐! 진정 페르시아 공작가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셈이냐!”

         

       그 외에도 만류하는 귀족들은 많았다. 하지만 카서스는 그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내게 살기를 품은 채 다가올 뿐이었다.

         

       ‘목표는 프란체.’

         

       자신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아니, 자신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영지전이 일어날 수도 있고.’

         

       소미레에게 까인 충격이 그렇게 컸던 건가.

         

       “그 이상 다가오시면 곤란합니다.”

       “나와 싸우겠다는 의미인가?”

       “제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래야지요.”

       “웃기는군. 그래, 너와는 한번 붙어보고 싶었지.”

         

       카서스가 장갑을 벗으며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초월 마법사 때문에 네놈과 겨뤄볼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만, 이렇게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

         

       이곳에서 싸울 생각은 진심이군. 판단이 흐려진 걸 떠나 맛이 가버렸다.

         

       나는 고개를 살짝 틀어 프란체에게 말했다.

         

       “공녀님, 저와 떨어지십시오.”

       “괜찮은 거야? 지금 이 상황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놈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어요.”

         

       저벅. 저벅.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거리가 좁혀진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단순히 싸움이 두려워서 긴장한 게 아니었다.

         

       ‘내가 과연 얘를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하는 게 가능할까?’

         

       지금도 나의 내면에선 김공략과 진의 인격이 싸우고 있다. 여기서 카서스와 전투까지 이어져 감정이 과잉되면 진의 인격이 폭발할 터.

         

       ‘이거 문제가 심각하군.’

         

       후우웅…!

         

       오러를 더 크게 키웠다. 카서스의 새하얀 오러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 전의를 상실하게 할 생각이었다만…….

         

       “그렇게 오러를 키운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나?”

         

       카서스는 멈추지 않았다.

         

       “오러란, 밀도가 중요하지 크기가 전부는 아니다.”

         

       음. 나는 밀도도 개쩔면서 크기도 더럽게 큰 건데.

         

       “그게 소드 마스터의 이치 아니겠나? 해보지 않고선 모르는 법이지.”

         

       날카롭게 세워진 카서스의 손날. 새하얀 오러가 손을 감싸 안으며 오러 블레이드가 완성되었다.

         

       두꺼운 판금 갑옷마저 두부처럼 갈라버리는 오러 블레이드를 저리 간단히 사용하다니, 괜히 A급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다.

         

       “화가 많이 나셨나 봅니다?”

       

       피식 웃으며 묻자 카서스의 살기가 더 짙어졌다. 온몸의 솜털이 뻣뻣하게 올라올 정도.

       

       “그래, 나는 네 뒤에 있는 저 여자를 용서할 수 없다. 저 여자만 아니었으면.”

         

       분노로 인해 팔자와 관자가 꿈틀거리는 카서스가 눈을 부릅뜨며 말을 이었다.

       

        “저 여자가 퍼트린 소문 때문에, 소미레가 나를…!”

       

       계속해서 짙어졌던 살기가 폭발하기 직전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퍼트린 소문 때문에 소미레에게 까인 듯하다. 이 시대의 동성애는 중범죄 수준 이상이니까.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지.”

       

       카서스는 당장이라도 뛰쳐들 자세를 잡았다. 여기서 운동 에너지만 들어간다면 곧바로 전투가 시작된다. 그렇게 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데.

         

       “당장 멈추시오, 페르시아 소 공작.”

         

       다행히도 때를 맞춰 황실 수호 기사단이 몰려왔다. 에덴과 데카르트 공작 또한 오러를 활성화한 상태였으며, 주변에 있던 귀족들은 언제 빠져나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황제가 말했다. 아까처럼 당황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페르시아 소 공작. 그대의 가문을 생각하여 최대한 배려를 해주려 했건만, 기어코 선을 넘었군. 황실 파티에서 오러 블레이드까지 활성화할 줄이야.”

         

       척. 척. 황금빛의 판금 갑옷을 입은 황실 수호 기사단이 카서스를 포위했다.

         

       “황족이 있는 곳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활성화한 점, 동성애자 의혹, 다른 공작가에 대한 모욕까지. 이 일은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걸세.”

         

       그런 황제의 말에도 카서스는 오러 블레이드를 거두지 않았다. 눈을 얕게 뜨고 주변을 살폈을 뿐.

         

       ‘황실 기사단이랑도 싸울 생각인가 보군.’

         

       원래 소시오패스 특성이 있어서 알고는 있었다마는, 이 정도로 또라이 같은 놈일 줄이야. 아니, 소미레에게 까인 게 문제인가?

         

       “카서스! 당장 오러 블레이드를 거두거라!”

       “아니요, 저는 저 여자를 죽여야겠습니다.”

       “정신 차려라! 지금 상황을 살피란 말이다!”

         

       이 상황을 보다 못한 황제가 고개를 휘저었다.

         

       “황실 수호 기사단에 명한다! 카서스 페르시아를 포획하라!”

         

       척. 칼 같이 움직인 황실 수호 기사단이 검을 뽑아 들기 시작했다. 스릉! 날카로운 소리가 파티장을 가득 메웠다.

         

       이때 나선 것은 페르시아 공작이었다.

         

       “폐하. 부디 이 만행을 제가 수습할 수 있게 해주소서.”

       “페르시아 공작, 정말 미안하네만 일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네. 그대가 간청한다 해도 어쩔 수가 없어.”

         

       페르시아 공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황제, 황후가 직접 참여하는 파티에서 이 난리를 피운 것도 모자라,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를 활성화했다는 것은 역모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

         

       카서스는 눈을 얕게 뜬 채 주변을 살폈다. 황실 수호 기사단의 견적을 파악하는 듯했다.

         

       에덴과 공작도 언제 이쪽으로 튀어올지 몰라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황실 수호 기사단도 카서스를 무시하지 않았기에 무작정 달려들지는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빈틈을 확인하는 상황. 쉽게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다.

         

       ‘근데 이 상황, 잘만 이용하면 프란체의 위상을 올릴 수 있겠는데?’

         

       진의 인격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 다소 걱정이 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낸다면 큰 문제는 없을 터. 나는 프란체에게 속삭였다.

         

       “공녀님.”

       “왜?”

       “제게 계획이 있습니다.”

       “…응?”

         

       내가 생각한 계획을 프란체에게 설명했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프란체가 물었다.

         

       “그런 위험한 짓을 하겠다고?”

       “예. 위기는 기회로 돌아오는 법입니다.”

       “…그래. 솔직히 내키진 않지만 해보지 뭐.”

         

       살기와 정적만이 흐르는 이 파티장에서, 프란체의 목소리가 울렸다.

         

       “폐하! 일말의 여흥을 위해 제가 감히 나서도 되겠습니까?”

         

       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프란체를 바라보았다. 짜증이 느껴졌다. 데카르트 공작과 에덴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쪽을 응시했다

         

       “지금 상황에 여흥?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겐가?”

         

       프란체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사건의 관계자로서 직접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황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좁히며 프란체를 노려봤다.

         

       “직접 마무리를 짓고 싶다고? 그대가 어떻게?”

       “제 호위기사가 누군지는 이번에 아셨겠지요?”

       “그렇네. 바렌베르크의 제1 왕자가 아닌가?”

       “그자가 직접 처리할 것입니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황제는 갈기와도 같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저자가 직접?”

       “그렇습니다.”

       

       황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잠시 후. 고민이 끝났는 지 고개를 주억였다.

       

       “좋네. 그편이 기사단도 안전할 테지.”

       “간청을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안을 받아들인 황제는 곧장 소리쳤다.

         

       “황실 수호 기사단은 들으라! 바렌베르크 제1 왕자, 진 바렌베르크가 그를 포획할 것이다! 모두 물러나도록!”

         

       황제의 말에 카서스를 둘러싸던 황실 수호 기사단이 물러났다. 다만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검을 여전히 들고 있었으며, 언제라도 전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진 바렌베르크의 실력을 볼 수 있는 건가?”

       “대륙제일검…….”

       “소드 마스터들의 싸움인데, 안전할까요?”

         

       귀족들의 걱정과 기대가 공존한다. 좋아, 뜻대로 되고 있어. 나머지는 내가 조절만 잘하면 돼.

         

       그러나 이 상황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페르시아 공작이 외쳤다.

         

       “폐하! 이게 대체 무슨…!”

       “공작은 가만히 있게.”

         

       황제는 안타깝다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공작을 바라봤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관대한 처사는 기대하지 말게. 페르시아 공작도 이만 포기하고 다른 후계자를 모색하도록.”

         

       이제는 정말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페르시아 공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황제는 그런 공작을 보며 고개를 휘젓곤 다시 소리쳤다.

         

       “진 바렌베르크는 주인의 명을 이행하라!”

         

       저벅. 저벅. 나는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이럴 때는 겉멋 좀 들여야지.

         

       “주인님의 명을 따라, 역모와도 같은 행위를 보인 카시스 페르시아를 처단하겠습니다.”

         

       푸른 불꽃이 일렁이며 기다란 오러 블레이드가 오른손에 덧씌워졌다.

         

       우우웅―!

         

       오러가 진동하며 찢어발길 듯한 불길한 기운을 내뿜었다. 마치 전기톱이라도 된 것처럼.

         

       “저, 저게 오러 블레이드가 맞소?”

       “어찌 저런 불길한…!”

       “소드 마스터를 보는 건 처음이 아닙니다만…….”

       “대륙제일검이라고 불릴 만도 하군요…….”

         

       음. 칭찬을 들으니 입꼬리가 씰룩거리네. 뭐, 지금은 이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니 넘어가고.

         

       감각에 의존해 대충 그럴듯한 자세를 잡았다. 제대로 잡힌지는 모르겠다마는, 오랜 시간을 거듭해 단련된 힘은 몸이 기억하는 법이다.

       

       카서스가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를 죽이고, 네 주인까지 죽이겠다.”

       “미래는 생각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군.”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성녀한테 까이셔서 그런가? 눈에 뵈는 게 없으시네?”

         

       내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딜이 제대로 박혔는지 카서스의 팔자와 눈썹이 꿈틀거렸다. 원래 싸우기 전에 트래쉬 토크는 필수지. UFC 같은 거 보면 쇼는 이렇게 시작하잖아?

         

       “…네 여동생처럼 사지를 잘라주마.”

         

       후웅! 오러가 한층 더 강해졌다. 이렇게 대치하고 있으니까 초식 펼쳐서 싸우는 무협지 느낌인데.

         

       “그럼 저는 그 입을 다신 놀리지 못하도록 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허벅지와 장딴지를 끌어 올렸다. 근육이 팽창하며 주변 공기가 가라앉았다. 쿵! 계속해서 힘을 주자 파티장의 바닥이 움푹 파였다. 결착은 단번에 짓는다.

         

       쾅――!

         

       진각을 밟으며 앞으로 뛰쳐나가자 몸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가공할 만한 속도.

         

       “…!”

         

       이런 속도는 예상 못 했는지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진 카서스. 황급히 오른손을 위로 올려 막아보지만…….

         

       서걱!

         

       오러가 씌워진 카서스의 오른팔이 간단하게 잘려나갔다.

       

       최종 보스한테 까불고 있어, 건방진 새끼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다음화 보기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