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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게임의 마지막에 다다랐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번 목표는 숨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닌, 괴물을 퇴치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일까?

       

        “음……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시청자들에게 물어보았다.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지 않으냐?”

       

        – ㅇㅇ

        – 맞아요.

        – 그거 맞음.

        – ㅇ

        – 원래 그럼.

       

        아. 맞는 것이냐?

        그럼 할 말 없지.

       

        이전까지와는 달리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는 말은, 이 여러 선택지 중 오답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3번째 실패를 겪은 후 고민에 빠졌다.

        내가 지금까지 게임을 많이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것 포함해서 딱 2개 해본 게 전부이긴 하지만 내가 이 게임에 대해 사전 정보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고른 3개의 길 전부 틀리지 않았느냐?”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웃기만 하는 채팅창.

        무려 80만 명이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짜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웃기만 하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고얀 놈들이다. 나 놀릴 때만 협동하고 말이야.

       

        “으음…….”

       

        다시 게임이 시작되고, 5개의 갈림길을 앞에 둔다.

        먼저 들어갔던 3개의 통로는 막힌 길이라거나, 혹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던 곳이었다.

        결국에 남은 길은 단 2개뿐인데…….

       

        “느낌이 좋지 않는단 말이지?”

       

        내 직감이 말해 준다.

        남은 2개의 길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결말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순히 직감이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존재의 직감은 일종의 ‘예지의 경지’에 다다른다.

        본래 직감이라는 것은 그 존재가 가지고 있는 경험, 감지 능력, 분석 능력이 무의식중에 발현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험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낭패를 보았던 경우, 혹은 의식적으로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한 기척을 느낄 경우, 혹은 앞의 두 정보를 무의식의 영역에서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한 경우.

        위의 경우로 인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나 확신을 얻는 것. 그것이 바로 ‘직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이들의 직감은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험도 적고, 감지 능력도 떨어지고, 분석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정도로 오래 살아온 이들은 경험이 상당히 많이 쌓여 있다. 감지 능력도 상당히 뛰어나고, 분석을 담당하는 뇌의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실제로 이 직감만으로 숨은 사냥감을 찾아내거나, 죽을 위기를 피한 적이 있기에 나는 직감을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그런 나의 직감이 경고한 것이다.

        내 캐릭터의 눈앞에 존재하는 5개의 길 모두가 가짜라고.

       

        ‘그렇다면 진짜는?’

       

        눈에 보이는 5개의 길이 전부 가짜라면, 과연 진짜 길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주위를 살폈다.

       

        뒤에서는 보스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웬디고가 달려오고, 옆에서는 친구인 제임스가 소리치는 상황.

        웬디고가 따라잡기까지 남은 시각은 3초 정도. 그 시간 안에 길 하나를 정하고 달려가야 한다.

       

        ‘일단 나아갈 수 있는 통로는 5개뿐이구나.’

       

        이것은 맨 처음 확인했던 사항이니 확실하다.

        중요한 것은 그 이외의 통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

       

        ‘다른 통로는…… 없는데?’

       

        재빨리 시야를 돌리며 다른 통로를 찾아보지만, 확실하게 없다.

        인지능력을 극대화해서 픽셀 단위 하나하나 찾아봤기에 확실하다.

        여기까지 사용한 시각은 1초.

       

        ‘앞에 다른 길은 없다.’

       

        하지만 저 5개의 길도 정답은 아니다.

        바닥에도 길은 없고, 하늘에도 길은 없다.

        양옆에도 없다면…….

       

        ‘……설마?’

       

        나는 다시 뒤로 돌았다.

        그리고 내 캐릭터를 향해 달려오는 웬디고의 뒤편에 존재하는 ‘또 다른’ 통로를 확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앞서 들어갔던 3개의 통로 중간중간마다 샛길이 있더라니…….

       

        “그런 방식이로구나.”

       

        – 오!

        – 눈치채신듯?

        – 생각보다 빨리 눈치채시네?

        – ㅋㅋㅋㅋㅋㅋㅋ

        – 아깝스!

        – 여기가 꿀잼 각인뎈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아쉬운 듯 채팅을 올린다.

        이 고얀놈들에게 한 소리 하는 대신, 즉시 캐릭터를 조작해 5개의 가짜 통로 중 가장 왼쪽의 통로로 들어간다.

       

        콰아앙!

       

        [크와아아앙!!]

       

        [찰스! 웬디고가 쫓아오고 있어!]

       

        통로를 무너뜨리며 쫓아오는 웬디고.

        그리고 벌써 4번째로 듣는 친구의 대사를 들으며 열심히 달렸다.

        아, 물론 내가 아니라 내가 조종하는 캐릭터 이야기다.

       

        방금 전까지는 그 용도를 몰랐던 샛길을 이용해 웬디고의 추격을 저지시키고, 서로 연결된 5개의 통로 사이사이를 쏘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막다른 길에 막혀 죽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어서 웬디고에게 따라잡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그리고…….

       

        “됐구나.”

       

        찾았다!

        승리를 향한 단 하나의 해답을!

       

        – 쓸데없이 거창함ㅋㅋㅋㅋㅋ

        – 저거 그냥 웬디고의 점액이 없는 방향으로만 가도 클리어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바닥좀 보라니까욬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런 게 있었던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다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 라나님? 묵비권임?

        – 으디서 묵비권을!

        – 주나씨! 이리 내려와봐유!

        – ㅋㅋㅋㅋㅋㅋㅋ

        – 해

        – ㄹㅇㅋㅋ

        – 명

        – 명

        – 명

        – 해

        – 명!

       

        시끄럽다 이것들아.

        원래 게임이라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법인 것을…….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싹 무시한 채 게임을 계속 진행한다.

        우선 가장 왼쪽의 통로로 들어선 후, 머릿속에 그려놓은 지도대로 움직이며 각 통로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있었던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오면, 내 캐릭터의 앞으로 새로운 통로가 나타난다.

        그렇다. 웬디고가 등장할 때 부수어 버린 벽의 뒤편 말이다.

       

        [좋아! 가자고 찰스!]

       

        [그래.]

       

        통로의 바깥으로 나가니,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강이었다.

        주인공이 눈을 뜬 이 놀이동산은 중세의 성을 모티브로 만든 곳.

        놀이동산의 가장 한가운데에는 성 형태의 테마파크가 존재하고, 그 주위에는 일반적인 놀이시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주위를 성벽이 두르고 있고, 성벽의 밖에는 깊고 넓은 강이 펼쳐진 형태였다.

       

        웬디고가 부수고 들어온 벽은 성벽이었고, 당연히 그 성벽의 바깥에는 강이 흐르고 있는 상황.

        뒤에서 웬디고의 괴성이 들려오는 것을 들으며, 나는 강물을 향해 움직였다.

       

        턱!

       

        “음?”

       

        그런데 강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강물은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냐?”

       

        – ㅇㅇ

        – ㅇ

        – 맞아요.

        – 이젠 금방 아시넼ㅋㅋㅋ

        – ㅋㅋㅋㅋ

       

        이젠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다 보니 적응이 된다.

        강물로 들어가는 것은 이 게임에서 허용된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재빨리 마우스를 돌려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이 나온 구멍의 바로 옆에 존재하는 사다리를 확인하자마자 그곳으로 다가갔다.

        ……상호작용 키가 활성화된다.

       

        [찰스! 어서 따라오게!]

       

        친구와 함께 사다리를 타고 성벽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들이 성벽 위에 오르자마자 구멍 속에서 웬디고가 튀어나왔다.

       

        [빨리! 서둘러!]

       

        [큭!]

       

        [크와아아앙!!]

       

        날카로운 발톱을 성벽에 박아넣으며 추격해 오는 웬디고.

        그런 웬디고를 피해 주인공 일행은 성벽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장애물이나 웬디고의 팔이 뻗어질 때마다 적절한 상호작용 키를 누르며 피하기를 잠시.

        성벽 위, 놀이기구의 위, 건물의 지붕 등을 건너며 놀이동산의 가장 한가운데에 도착한다.

        동시에 카메라가 자동으로 위를 향하며, 성 모양 테마파크의 가장 꼭대기를 비춘다.

       

        [성스러운 불이야!]

       

        “저것이로군.”

       

        저것을 얻어야 웬디고를 죽일 수 있다고 했던가?

       

        성의 외벽에 존재하는 밧줄, 사다리, 난간 등을 타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 일행의 뒤를 웬디고가 따라온다.

        몇 번의 죽음을 겪긴 했지만, 원래 게임이라는 것은 성공할 때까지 시도를 할 수 있는 유희다.

       

        [드디어 성스러운 불을 찾았어!]

       

        마침내 성 꼭대기에 다다른 주인공이 성스러운 불을 앞에 둔 채 환호한다.

        그리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성 중간쯤에 포박시켜 둔 웬디고를 향해, 성스러운 불이 담긴 화로를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성스러운 불을 화로째로 떨어뜨려, 웬디고를 끝장낼 생각인 것이다.

       

        철컥!

       

        [그거 가만 놔두게 찰스.]

       

        [제임스?!]

       

        “호오?”

       

        하지만 그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지금껏 같은 친구인 줄로만 알았던 제임스가, 주인공인 찰스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던 것이다.

       

        – 허크?

        – 헉!

        – 배신?

        – 바로 배신 때리나?!

        – 미친?!

       

        [제임스! 이게 무슨 짓인가?!]

       

        [오! 나의 친애하는 찰스. 역시 자네라면 성스러운 불을 찾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네.]

       

        그렇다.

        본래 웬디고는 ‘성스러운 불’이라는 ‘불로불사’의 힘을 수호하는 고대의 파수꾼이었다.

        하지만 불로불사의 힘을 탐낸 제임스는 웬디고의 봉인을 풀었고, 성스러운 불을 취해 불로불사의 힘을 얻으려 했다.

        허나 제임스는 웬디고의 힘을 과소평가했고, 자기 생각보다 더 강력한 웬디고의 힘과, 그가 부리는 악령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한 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제임스는 찰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때마침 제임스를 잡으러 온 웬디고와 마주치며 찰스와 함께 웬디고의 결계로 납치된 것이었다.

       

        [역시 찰스, 자네야.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저 흉측한 괴물로부터 성스러운 불을 찾을 수 없었겠지.]

       

        [제임스! 이 빌어먹을 놈! 네가 지금 무슨 괴물을 깨운 것인지 아는가?!]

       

        [물론 잘 알고말고. 성스러운 불의 불로불사를 유일하게 죽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저 괴물이니까!]

       

        주인공에게 총구를 겨눈 채 껄껄 웃던 제임스가 돌연 주인공을 바라본다.

       

        [웬디고의 봉인을 다시 걸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목숨이 필요해.]

       

        [?!]

       

        [찰스. 내 친애하는 친구여. 자네의 희생은 잊지 않겠네!]

       

        그렇게 말하며 주인공을 향해 겨눈 총을 격발하려는 제임스.

        보기만 해도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에 내 손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향하고, 이어서 대기하고 있던 도화가 내 손에 팝콘을 올려 준다.

        그렇게 주인공은 친한 친구의 손에 죽는가 싶었는데…….

       

        부우웅!

       

        쾅!

       

        [으아악!]

       

        “오오오?”

       

        – 오!

        – 왔다!

        –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

        – ㅇㅇㅇㅇㅇ

       

        꼼짝없이 성 중간에 포박되어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웬디고가, 어느새 포박을 풀고 성 꼭대기에 도달해 있었다.

        웬디고의 주먹질 한 방에 성 꼭대기가 흔들리고, 이어서 제임스가 비틀거리며 그의 손에서 총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활성화되는 상호작용키!

       

        “얍!”

       

        팝콘을 옆으로 던지며 재빨리 상호작용키를 누른다.

        그러자 주인공은 몸을 굴리며 총을 잡았고, 이어서 시간이 느려지며 사격 자세가 취해졌다.

       

        “호오. 이 상태에서 사격을 하라는 것이냐?”

       

        – ㅇㅇ

        – 시간제한 있으니까 빨리!

        – 빨리 쏴야함!

        – 아무거나 끌리는 대로 쏘셈!

        – ㄹㅇㅋㅋ

       

        쏠 수 있는 목표는 총 셋.

        웬디고, 제임스, 그리고 성스러운 불이 들어 있는 화로의 받침대다.

       

        “흐음…….”

       

        생각을 좀 해 보자.

        웬디고는 성스러운 불이 아니라면 죽일 수 없다는 표현이 꾸준히 있었다. 그러니 탈락.

        제임스의 경우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여기서 제임스를 죽여 봤자 얻는 이득이 없다. 그러니 얘도 탈락.

        결국 남는 것은 하나.

       

        타앙!

       

        주인공이 쏜 탄환이 화로의 받침대를 박살 내고, 이어서 성스러운 불이 든 화로가 기울어지며 제임스를 친다.

       

        [으아아악!!]

       

        [크와아아앙!!]

       

        그리고 성스러운 불을 온몸에 붙인 제임스는 웬디고와 부딪치고, 둘은 함께 성스러운 불에 불타며 성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숨을 헐떡이며 아래를 노려보던 주인공이, 손에 든 총을 아래로 던지며 말했다.

       

        [Son Of Bitch!(개자식!)]

       

        “오오오!”

       

        짝짝짝!

       

        완벽한 마무리에 나는 박수를 쳤다.

        이게 바로 게임이지!

       

        – ㅋㅋㅋㅋ

        – 그런데 이거 공포 게임 아니었음?

        – ㄹㅇㅋㅋ

        – 묘하게 액션 영화 보는 느낌인데?

        – 엌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 모르겠당ㅋㅋㅋㅋㅋ

       

        시끄럽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영화 한 편 잘 관람하신 라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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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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