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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 ***

       

       “자네 목숨은 몇 개라도 되나?”

       

       “허허. 그럴 리가요. 그러니 풍영대주님을 영입했지요. 밤중에도 암살이 오지 않게 잘 부탁드립니다.”

       

       풍영대주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그래 알았네 그저 소문이나 내지 말게.”

       

       사실 풍영대주가 수락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제안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정파세력의 가주인데 날 암살하러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풍영대주가 이런 제안을 수락한 거 보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보다. 

       

       음 목이 시큰시큰하구만. 앞으로 가주전에서 내오는 차와 다과는 먹지 말아야겠다. 

       

       풍영대주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당가에서 외부인들이 머무는 객청에 도착했을 때. 

       

       “야 형!”

       

       문제의 당도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

       

       “하하, 도연이에게 야 형이 왔다는 말을 듣고는 기다리고 있었소.”

       

       “허허 당 형 오래간만이오.”

       

       오래간만에 만난 당도경은 신수가 훤했다. 어깨의 가죽띠에는 비도가 빽빽하고 허리띠는 묵직한 것이 딱 봐도 여러 암기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풍영대주는 내 옆방에서 자기로 했고 방을 배정 받은 뒤에 당도경과 마주했다. 

       

       “미안합니다. 야 형. 나 때문에 사천성에서 불려 왔구려.”

       

       당도경은 예상외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 당 모가 부끄럽게도 가문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바. 가주님이 나를 호출했던 것과 나와 가주님 사이에 있었던 내기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잘 이해하지 못했소. 아버님께 혼구멍이 나고야 그 사실을 파악했으니 괜히 애꿎은 야형만 피해를 보게 되었구려.”

       

       “그렇다면?”

       

       “허허 하지만 어찌 승부에 허투루 임할 수 있겠소. 차라리 가주님께 암기를 돌려 주면 돌려 주었지 배려받는 내기를 해 주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오.”

       

       일을 저지른 녀석이 정론을 이야기하니 열 받기는 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미 눈치 없이 가주에게 모든 도박 실력을 뽐냈을 텐데 이제와서 봐 주는 것은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되긴 하지. 

       

       아무튼 당도경이 뒤늦게나마 눈치를 챙기고 사건 수습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호재였다. 

       

       “일단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시급히 확인해야 할 것이 있소.”

       

       “무엇이요?”

       

       나는 판을 깔았다. 오늘 하루 종일 대체 도박을 얼마나 하는거야. 

       

       “일단 한 판 합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당도경의 도박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 ***

       

       당광렬은 이마를 매만졌다. 

       

       ‘아프군.’

       

       이런 고통을 마지막으로 느껴 본 것이 언제던가? 십 년 전? 사천에서 사파를 몰아내기 위해 혈투를 벌이던 시절 이후로는 고통이라는 것을 느껴볼 일이 없었거늘. 

       

       ‘허허, 이 당광렬도 이젠 늙었군.’

       

       당광렬은 오와 열을 맞추어 정리된 가전을 바라보며 웃었다. 자신을 농락한 호천안을 찾아갈 생각이 들었다가도 마지막에 내공 섞인 야바위를 생각하니 그런 마음마저도 식었다. 

       

       안법에 뇌력까지 극성으로 사용하고도 내공을 사용하지 않은 자에게 패배했다.

       

       당광렬은 호천안과 자신의 격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공을 사용하지도 않은 판에서 지고 또 졌음을 인정하고 나니 당광렬은 본인이 했던 말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왔다. 

       

       기껏해야 기술 몇 개 배우면 손쉽게 당도경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으니 그 말을 들었던 호천안이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배우자.’

       

       당광렬이 마음의 정리를 하고 고개를 드니 이미 아침 햇살이 가주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지만 풍영대주와 호천안이 가주전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당광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딱밤을 맞은 것은 그냥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때리자.’

       

       배우고 배워서…호천안에게 딱밤을 갚아주고 말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당광렬이 말했다. 

       

       “잘 부탁하오 선생.”

       

       호천안의 도박 수업이 시작되었다. 

       

       당광렬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호천안의 설명과 시연을 모두 받아들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수업이 계속될수록 당광렬은 속으로 한탄했다.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상대방의 심리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그리고 본능적인 반응을 어떻게 유도하는지. 그리고 그런 심리를 바탕으로 좁아진 시야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특히 시야에 대한 사각을 논하는 호천안의 학식에서 당광렬은 절로 고개가 숙여짐을 느꼈다. 사람이 눈과 뇌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가. 그러한 부분까지 체계적으로 분석된 이론을 접하니 그 방대함과 난해함이 무공 못지 않았다. 당광렬은 그저 본인이 힘만 믿고 날뛰는 어린아이였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저 당가라는 우물 안에서 소소하게 이루어지는 내기만으로 천하제일의 도박사인 것처럼 굴고 있었다. 당광렬은 진짜 도박을 접하고 당도경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마음 속으로 받아들였다. 당도경은 천하는 넓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개구리였으나 당광렬은 그저 당가라는 우물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개구리에 불과했다. 

       

       호천안의 입과 손에 의해 보여지는 도박의 세계는 넓고 깊었다. 

       

       사람의 심리와 본능. 시야의 사각. 섬세한 손재주. 이 세 가지 바탕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거늘 호천안의 입과 손에서는 그 세가지 요소가 일으키는 상승효과와 응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봇물처럼 흘러나왔다. 

       

       ‘내 이토록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단 말인가.’

       

       당도경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야 형’에 대해 떠들었지만 당광렬은 그걸 그냥 겸손함이라고 여겼다. 도박 기술? 그런 걸로 무공을 창안했다니. 고작 도박 기술 따위로 영감을 얻어 무공을 창안한 당도경의 재능이 빛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당광렬은 호천안의 강의가 계속될수록 당도경이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호천안의 도박 기술에는 당가맹호암룡투법이 있었다. 아니 호천안의 도박 기술 중 일부가 당가맹호암룡투법에 녹아 있었다. 

       

       당가맹호암령투법을 펼치며 당도경이 설명하고 시연했던 것보다 더욱더 또렷하고 명료한 원리가 호천안의 입과 손에서 튀어나왔다. 

       

       당광렬은 정신없이 도박기술에 몰입했다. 

       

       낮에는 호천안에게 이론과 손기술을 배우고 밤에는 이론을 복기하고 손기술을 숙달했다.

       

       당광렬은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오래간만에 느끼는 성장의 즐거움에 취해 시간의 흐름을 잊고 배움에 몰두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손살같이 지나가고 호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군.”

       

       당광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 ***

       

       그 시각 당도경은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어허, 도경! 어쩨서 내기를 하지 않겠다는건가!”

       

       암기 욕심이 나서 직계들의 호주머니를 싹 다 털어먹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 상황. 

       

       “죄송합니다. 형님. 요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니 그 핑계를 댄 지도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네!”

       

       당도경은 근래 암기 내기를 받고 있지 않았다. 고의로 져 주려고 시도해 본 적은 있었지만 당도경은 그 정도로 숙련된 도박사는 아니었다. 전력을 다 해서 상대를 속이는 것은 가능해도 속았는지조차도 모르게 상대를 속일 수 있는 경지는 아니었으니 대번에 상대가 눈치채 상황만 악화되었다. 

       

       그러다보니 당도경은 내기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며 내기를 미루기를 일주일.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직계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기를 요구했다. 

       

       직계들 역시 암기 한 두개를 잃었다면 새로이 암기술에 입문하는 당도경에게 선물로 준 것이라고 여기고 넘길 수 있었겠지만 당도경이 주력 암기를 싹 다 털어먹는 상황에서 그냥 물러날 수는 없었다. 

       

       “오라버니들! 가주께서 도경 오라버니를 호출하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도연아. 내 오늘 확답을 받아야겠으니!”

       

       “암기 수련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네! 언제까지 승부를 피할 셈인가!”

       

       당도연이 웃으며 혈족들을 말렸다. 

       

       “안 그래도 암기 내기 때문에 가주께서 도경 오라버니를 호출했으니 보내 주시지요.”

       

       직계들은 어쩔 수 없이 당도경을 놓아 줄 수밖에 없었다. 무려 가주님이 직접 해결한다고 하시는데 일개 직계가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휴유. 가주님께서 시의적절하게 불러주셨구나.”

       

       “야 낭인께서 붙어 계시니까요.”

       

       당도연의 뒤를 따라 가주전으로 입장하며 당도경은 속으로 지난날을 되새겼다. 깨달음을 얻고 당가맹호암룡투법을 깨달은 이후로 당가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당가맹호암룡투법의 시연을 한 점. 그리고 그 시연으로 인해 단번에 당가의 주역이 된 점. 당독기와 도자 항렬들의 도움을 받으며 암기술을 수련한 점. 그리고 암기를 건 내기 도박을 한 점. 

       

       ‘가주님과 야 형에게는 미안하지만 봐 줄 생각은 없습니다.’

       

       당도경은 혈족들과의 내기에서 일부러 저 주려고 할 때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느꼈다. 야 형에게 전수받은 도박기술을 가지고 남에게 패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그저 처음 하는 도박이 재미있어서 너무 흥을 내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당도경의 마음 속에서 야 형의 도박기술은 천하제일이었으니 당도경은 그 천하제일의 도박술에 누를 끼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고 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같은 야 형에게 도박기술을 전수받은 당가의 가주 당광렬일지라도 지고 싶지 않았다. 

       

       당도연은 당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때아닌 암기내기도박이 해결되리라는 생각에 싱글벙글 웃으며 가주전의 문을 두들겼지만 당도경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굳게 먹으며 승부를 위한 마음가짐을 다졌다. 

       

       가주전 안에는 세 사람과 도박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천안. 풍영대주. 그리고 도박판에 착석해 있는 가주 당광렬. 

       

       “왔느냐. 도경아.”

       

       “예 가주님.”

       

        “내 일주일 전 너와의 내기도박에서 암기를 다 빼앗기고 말았으니 걸 것은 이것뿐이구나.”

       

       당도경은 마른침을 삼켰다. 당광렬이 판에 올려 놓은 암기첩에는 [가주]라는 자수가 수놓아져 있었다. 내기판에 올라가 있느 암기첩만으로도 당광렬의 각오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가주님과 야 형에게는 죄송하지만 저는 이 곳에서 진심을 다할 생각입니다. 물론 제가 이기더라도 다른 혈족들의 암기는 모두 돌려 드리겠습니다.”

       

       “허허허허. 도경아 그 말은 이기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단다.”

       

       당도경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맞는 말이었다. 이기고 해도 늦지 않지. 

       

       당도경은 당광렬의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제가 도전 받는 입장이니 잔을 먼저 돌리겠습니다.”

       

       “좋다.”

       

       풍영대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가 내부에서 적수가 없어 모든 암기를 쓸어담았던 당도경. 그리고 그런 당도경에게 무참히 패배했지만 일주일간 신의 도박기술을 지닌 호천안의 특별강습을 받고 실력을 갈고 닦은 당광렬. 이 둘의 대결은 당가 내부에서 누가 제일의 도박 실력을 가졌는지를 가리는 정상결전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이길 것인가.’

       

       풍영대주는 도박판을 응시했다. 

       

       당도경과 대 당광렬. 당광렬 대 당도경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깨달음 속성제자 vs 일주일 숙성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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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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