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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실망스러운 싸움이었다.

       

       당 뭐시기라는 자는 나에게 압도되어서는 변변찮은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패배를 맞이했다.

       

       분명 하린이 자신보다 실력 있는 이라 이야기를 해서 기대를 했다만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얻어맞기만 하다가 패하는 녀석의 어디에 실력이 있다는 것이냐. 

       

       저것은 수련을 할 때 사용하는 인형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소극적인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내 짜증을 더욱 돋군 것은 당 뭐시기가 사용하는 무공이었다.

       

       이 놈은 내게 가르침을 받기 전의 하린처럼 몸에 이치를 맞추는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천마를 자칭한다는 자가 자신의 무공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다니. 기가 차는 노릇이었다.

       

       가지고 놀 마음조차 들지 않아 첫 경기를 빠르게 끝냈다.

       

       데케이가 연 대회는 3판 2선을 기본으로 했다.

       

       이런 녀석과 한 번 더 시간낭비를 해야 한단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규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

       

       장소의 선택권은 패자인 당 뭐시기에게 있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지난 번 데케이가 나를 상대했던 곳이었다.

       

       시장.

       

       도망을 치겠다는 소리구나.

       

       그리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거늘 내 말을 듣기는 한 것이냐? 겁을 먹고 물러설 생각만 하다니!

       

       내가 노려보자 당 뭐시기가 뒷걸음질을 쳤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근성부터가 썩어 있지 않느냐.

       

       저런 녀석이 내 몸을 빌려 천마를 자칭하고 있다니.

       

       나를 더 거슬리게 만드는 부분은 이 경기에서 패한다 한들 저 자가 내 몸을 포기하지 않으리란 것이었다.

       

       이 아해에게 아피스는 게임에 불과하다.

       

       아무리 엄중히 경고한다 하더라도 내가 컨셉질이나 한다 생각을 할 터. 그러니 자신이 평생 플레이한 캐릭터를 바꿀 리 없었다.

       

       “아해야.”

       “네? 네!”

       “그 꼴로 천마를 하는 걸 지켜 볼 수가 없구나.”

       

       막을 수 없다면 이 자를 천마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바꿔야 했다.

       

       “이번 주말에 시간이 남느냐?”

       “네? 왜요?”

       “가르침을 주마.”

         

       내 하린을 가르칠 때 옆에서 같이 굴려주도록 하겠다.

       

       최소한 한 사람 분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니 내 지정한 시간까지 오도록 하거라.”

         

       그대도 무인 나부랭이라면 자신의 실력을 증진시킬 기회를 발로 박차진 않겠지.

       

       “가르쳐 주신다니 감사하기는 한데요.”

         

       무어냐. 설마 본인이 두려워 오지 않는다 이야기하진 않겠지?

       

       “그럼 친구 추가 해주시는 건가요?”

       “당연히 그리 해야지. 안 그럼 어찌 내가 부르는 장소로 온단 소리더냐.”

         

       거 이상한 질문을 하는구나.

         

       나의 대답에 당 뭐시기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애매한 얼굴을 했다.

         

       고수가 가르침을 내려준다는 데 표정이 뭐 그 따위인지. 하여간 기개가 없는 녀석이구나.

       

       자아. 그럼 끝내자꾸나.

       

       이 지루한 경기는 보고 있는 자에게도 고통이 될 테니까.

       

       *

       

       경기를 끝마치고 돌아왔지만 환호성은 돌아오지 않았다.

       

       온 것이라고는 당 뭐시기에게 쏟아지는 동정의 시선 뿐이었다.

       

       음. 보통 이럴 때에는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더냐?

       

       하린 왜 그대까지 당 뭐시기를 불쌍하다는 듯 보고 있는 것이야. 이래서야 본인이 악역같지 않으냐.

       

       본인은 그저 주제도 모르고 천마를 자칭하는 머저리에게 분수를 알려주었을 뿐이거늘.

       

       상황이 이리 되니 오기가 생겼다.

       

       오냐. 그대들이 나를 그런 식으로 본다면 기꺼이 악역이 되어주마.

       

       나는 언제나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무자비는 그 누구보다 내게 어울리는 단어지.

       

       기대해도 좋다.

       

       “잘 봤습니다. 화령님! 정말 대단하셨어요!”

       

       나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 유일한 이는 편사러브였다.

       

       하필이면.

       

       “고맙구나. 분명 다음 차례가 그대였었지.”

       “네!”

       “열심히 하거라.”

       “감사합니다!”

       

       그를 뒤로 한 채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나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광신의 귀찮은 점은 광기가 전염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저 자 하나 일지 몰라도 광기는 순식간에 퍼져 나가 다른 이들을 광신 속으로 끌어들인다.

       

       나는 그 광경을 무림에서 지겹도록 보았다.

       

       더 큰 문제는 광신의 씨를 품은 것이 편사러브 하나라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나와 만난 적도 없는 편사러브가 영상만 보고서 광신을 품게 되었듯 다른 이들도 얼마든 그 절차를 따를 수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광신이 양산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무너졌던 신교가 다시 세워지던 그 순간처럼.

       

       “저어. 화령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하린이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

       “당소일님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셨나요?”

       

       내 얼굴이 굳어있던 모양이구나.

       

       이 어린 아이조차 알아챌 정도로 티가 났던 것인가.

       

       아무래도 본인은 현대에 와서까지 광신을 만나리라 생각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이리도 흔들리는 것이겠지.

       

       나는 하린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하야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 그래서 그대가 구를 때 옆에서 같이 굴려줄 생각이다.”

       

       그나저나 당 뭐시기의 이름이 소일이었구나. 앞으로 자주 봐야 할 테니 기억을 해야겠어.

       

       “같이요?”

       “왜 마음에 안 드느냐?”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둘이 같이하면 서로 번갈아가면서 하는 건가요?”

       

       하린의 눈에서 희망이 보였다.

       

       아마 저것은 휴식에 대한 열망일 것이다

       

       하루 종일 바닥을 구르는 게 아니라 번갈아 가면 구른다면 그나마 살만할 것이라 생각하는 걸 테지.

       

       “본인이 너희 둘을 같이 상대하지 못할 듯 싶더냐?”

       “그렇겠죠…”

       

       녀석아. 어디서 꾀를 부리려 하느냐. 아직 가야 할 길이 천리와 같거늘.

       

       그래도 가끔은 당근을 주는 것이 좋겠지. 채찍질만 하면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니.

       

       “다만 개인적으로 알려주어야 할 것이 있으니 쉴 시간은 좀 더 생기겠지.”

       “그렇겠죠?!”

       

       내가 말을 하는 것에 따라 쉴 새 없이 표정을 바꾸는 하린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진정하자.

       

       아무리 데인 것이 많다지만 너무 조급해졌구나.

       

       아직 눈으로 확인한씨앗은 하나고, 그 씨앗은 싹을 피우지조차 못했다.

       

       벌써부터 신교의 풍경이 재현 될 것이라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

       

       천천히 생각을 하고 여러 시도를 해본 후에 최악을 가정해도 늦지 않을 터.

       

       마음을 다스린 후 옆에서 하린이 재잘거리는 것을 받아주고 있던 중 저 멀리서 데케이가 오는 것이 보였다.

       

       “화령님! 경기 해설하는 것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그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을 했다.

       

       “그거야 어렵잖은 일이다만.”

       

       본인은 가만 앉아 혀를 나불대는 것을 귀찮아 할 정도로 게으른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지난 번 엔리를 가르칠 때 있었던 일이었다.

       

       사람들은 본인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나의 관점과 현대를 사는 이들의 관점이 관점이 달라 벌어지는 일인 듯 했는데, 이 대회를 보는 이라 하여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았다.

       

       “비약이 심할 수 있다만 괜찮으냐?”

       “걱정 마세요! 그걸 해석해서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그대가?”

       

       자네는 분명 실력이 있는 자지만 무예에 관해 잘 아는 이는 아니잖느냐.

       

       단순 지식의 양만 따진다면 내 옆에 있는 하린보다 못한 것이 그대일 텐데 어찌 하야 그리 자신이 넘치는 것인지.

       

       “일단은 해보마. 다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어날 것이야.”

       

       한 번 속아주마. 자신감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니.

       

       “제가 해설을 한 두 번 해봤겠습니까? 자신 있습니다!”

       “지난 번 싸움 때 아무것도 못하고 패한 그대는 아피스를 한 두 번만 해봤나 보구나.”

       “그건 화령님이 너무 강했을 뿐이에요!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당당히 변명을 하는 그 모습이 영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일단 하기로 한 이상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여러분. 이 경기를 해설하는 데 도움을 주실 화령님이십니다!”

       

       – 천마님 왔다!

       – 편사 잘하는 사람이 이 분 말고 없긴 해

       – 편사의 마지막 희망(편사 안 함)

       

       해설을 위한 자리에 오니 시청자들이 나를 환영해 줬다.

       

       “이번 경기에 편사가 출전하여 나를 데려온 것이더냐?”

       “네. 편사를 잘 아는 사람이 화령님말고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편사라는 캐릭터가 그리 인기가 없단 말이더냐.

       

       안타까운 일이구나. 그 정도로 외면을 당할 캐릭터는 아닐 터인데.

       

       후일 내 나름 가르칠 권위를 얻는다면 편사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준비된 경기의 화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채찍을 든 여자와 몽둥이를 든 남자가 대치를 하고 있었다.

       

       “한 쪽은 편사고 다른 쪽은 개방의 아해구나.”

       “두 선수에 대해 아시나요?”

       “모른다.”

       

       아피스고 뭐고 간에 현대에 대해 아는 것이 드문 본인이다.

       

       연예인이고 무인이고 아는 것이 없는데 이 게임을 잘 하는 이에 관해 조사를 했겠느냐?

       

       이런 내 대답에 데케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편사를 택한 분은 편사러브님입니다. 아피스가 시작하고 몇 년 동안 편사를 플레이 하신 분이죠. 아피스 최후의 편사 장인이라 불리시는데 그만큼 편사에 대한 이해도는 추종을 불허합니다.

       

       반대편에 선 것은 백원만주세요. 줄여서 백주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저 분은 개방당주만을 플레이 하시는 분인데…“

       

       데케이의 설명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두 사람이 대치하는 것을 보았다.

       

       일단 개방거지의 몸을 빌린 저 아이는 신경 쓸 가치가 없구나.

       

       서있는 것만 보아도 개방의 무공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눈에 보이니 말이다.

       

       그에 반해 편사는 괜찮구나. 적어도 자신이 다루는 무기가 어떤 것인지는 아는 듯 하니.

       

       흐음.

       

       일단은 지켜볼까

       

       “지금까지 대회에서의 전적을 보면 백주님의 승산이 높습니다. 두 분의 상대 전적은 7대 3! 대회에서 성적이 이렇다는 건 극상성이나 다름없단 이야기죠!”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르구나.

       

       내 아무리 생각을 해도 편사러브가 저 개방의 아이에게 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만.

       

       어쩌면 최근에 실력을 늘린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내 편에 매혹 되어 광신을 얻게 된 아이이니 내가 데케이와 십선을 한 후로 열심히 수련을 하지 않았겠느냐.

       

       “경기 시작합니다. 백주님이 앞으로 뜁니다. 괜히 거리를 주면 채찍에 휘말린다 생각한 거겠죠?”

       “옳은 선택이다. 편을 상대할 때는 아예 멀리 떨어지던가 아예 근접하는 것이 좋지.”

       

       채찍은 기다란 무기다. 근접했을 때 거추장스러워 진다는 점에서는 창과 다름 없다.

       

       물론 편이라는 것은 다채롭게 모양새를 바꾸기에 창보다 대처할 수단이 많기는 하나 거리가 멀 때에 위협적인 무기라는 건 바뀌지 않는다.

       

       허나 거리의 중요성을 아는 건 거지만이 아니었다.

       

       편사러브는 상대의 접근을 막히 위해 채찍을 움직였다.

       

       손의 동작은 작았지만 그에 따라 파생된 편의 움직임은 결코 작지 않았다.

       

       소리를 넘어선 속도로 편이 쏘아진다.

       

       거지는 몸을 비틈으로써 채찍을 피하려 했으나 채찍이 갑작스레 궤도를 비틀었기에 타격을 허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호오.”

       

       단 한 번.

       

       편사러브가 휘두르는 채찍 한 번을 봤을 뿐이거늘 난 거기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 내가 데케이에게 사용했던 편과 닮아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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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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