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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헉. 그건…”

       

        박형석의 표정은 아주 빠르게 굳어졌다.

       

        ‘채수현에 대해서 말을 해야되나? 말아야 하나? 괜히 말했다가 지훈이 형이 난감해지는 건 아니겠지? 하… 씁… 그렇다고 이수아 헌터님께 거짓말을 하는 것도 좀…’

       

        그의 머리는 아주 정신없이 생각을 하느라 터질 지경이었다.

       

        “흠. 여자가 있었던거네요?”

       

        박형석이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이수아가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앗.. 네… 네넵…”

        “뭐~ 괜찮아요~ 여자친구가 없었던게 사실 더 이상하잖아요? 그 나이 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보면 어디 하자가 있는 사람이니까요.”

       

        쿨럭.

       

        박형석은 명치를 맞은 것 같았다.

        괜히 가슴이 아려왔다.

       

        ‘내 얘기임?’

       

        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중.

       

        “그럼… 그 여자친구는 어떻게 된 거죠?”

        “아앗.. 그건…”

       

        이 역시도 얘기하기 난감했다.

        이수아 헌터가 채수현을 싫어하는 것은 박형석 뿐만 아니라 블루길드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니까.

        아니 채수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S급 헌터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괜히 말했다간 엉망이 될 것같은 느낌이었다.

       

        ‘하.. 살살 돌려서 얘기해야지.. 괜히 쓸데 없이 얘기했다가 극장데이트가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고.’

       

        박형석은 이수아의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적당히 백지훈에 대한 정보를 넘기고 이수아와 극장에 가는 것.

       

        ‘하. 영화는 뭐 보지? 요새 새로 나온거 뭐 있더라…’

       

        이미 그의 마음은 딴 곳에 가있는 상태였다.

       

        “아 이걸 먼저 물어야 하겠네요. 혹시… 지금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는 아니죠? 백지훈 씨?”

       

        아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걸 물어볼 생각을 지금까지 한 번도 안했다는 것에서 스스로 살짝 놀란 모습이었다.

       

        “아. 넵넵. 없습니다. 확실히 없습니다.”

        “휴… 다행이네요.”

        “다행…?”

       

        박형석은 살짝 고개를 까딱였다.

       

        ‘뭐야. 이수아 헌터. 진짜 우리 형 좋아하는 거 아냐?’

        ‘아냐. 그럴리 없어. 철벽녀가 지훈이 형을?’

       

        그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만약에 사실이라고 해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진짜로 자기 팀원이니까 그러는 거겠지.’

        ‘그래야만 해…’

       

        “그럼 전 여자친구랑은 어떻게 헤어졌어요?”

       

        그녀는 다시 질문을 이어나갔다.

       

        “어. 전 여자친구가 아주… 썅년이라서요. 지훈이 형 뒤통수를 쳤거든요.”

        “뒤통수요…?”

        “네…”

       

        이수아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뒤통수라… 그럼 뭐 그 여자친구랑 잘 될 일은 없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건 아주 확실합니다.”

       

        박형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 씨가 말했던 후회가 이건가? 누군가를 후회시켜야 한다고 했던게…?’

        ‘으흠. 아주 흥미롭다 흥미로워.’

       

        “그럼~ 지훈 씨가 좋아하는 거 여기에 써주세요.”

       

        이수아는 미리 작성해온 종이를 꺼내들었다.

        거기에는 좋아하는 과일,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음식 등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미리 양식으로 준비가 되어있었다.

       

        “어… 이걸 다 써야 하나요…?”

        “아는 대로만 써주시면 돼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흐흥~”

       

        이수아는 기분이 들뜬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수아 헌터님…?”

        “네?”

        “이걸 물어보는 이유가… A팀의 인적자원 관리를 위한 것 맞나요…?”

        “네. 당연하죠? 그럼요…?”

        “아앗.. 넵…”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며시 물었지만 아주 무서운 표정으로 대답을 하길래 바로 움추릴 수 밖에 없었다.

       

        “휴.. 대충 다 작성했습니다.”

       

        박형석은 자신이 아는 최대한의 범위로 열심히 대답을 했다.

       

        “으흠~~ 감사합니다. 아주 큰 도움이 되었어요. 호호..”

       

        아주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는 듯이 기분 좋게 웃었다.

       

        “저… 그러면 영화는 언제…”

        “지금가요. 지금. 지금 기분이 아주 좋으니까요.”

       

        이수아는 배시시 웃었다.

       

        ***

       

        [ 형님. 감사합니다. ㅠㅠ ]

       

        열심히 스킬 트리를 공부하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대로 하나씩 찍어서 올리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형석이의 문자가 날아왔다.

       

        ‘응? 뭐가 감사해?’

       

        [ 뭐가? ]

        [ 저 이수아 헌터님이랑 영화 봤어요!! ^^ ]

       

        ‘엥? 이수아 헌터랑? 왜? 그리고 이 녀석 분명 부산 출장이라고 얘기 들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그걸 왜 나한테 감사해?’

       

        알 수 없는 대화의 전개.

       

        ***

       

        “아잇. 뭐라고?”

       

        나는 당연히 화들짝 놀라며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내 앞에는 방금 이수아 헌터와 영화를 보고 헤어졌다는 박형석이 앉아있었다.

       

        “아오. 너 그래서 뭐라고 했어? 나 채수현한테 차였다고 얘기했어?”

       

        아주 부끄러운 이야기.

        여자에게 홀려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줬다가 버림받았다는 얘기를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이유는 없었으니까.

       

        “에이. 형 저 그렇게 바보는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요.”

        “하… 아니… 그거나 그거나…”

       

        나는 가볍게 이마를 짚었다.

        괜히 이수아 헌터가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아니면 인간관계가 꼬여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형님. 형님 덕분에 이수아 헌터랑 영화를 봤다니까요?”

       

        나는 이수아 때문에 골치가 아픈 느낌이었는데 이 녀석은 그저 이수아와 영화를 본 것에 대해서 싱글벙글인 느낌이었다.

       

        ‘하… 이수아 헌터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분명 나한테 반한 것 같은데…

        계속 겉으론 부정한다.

        그러더니 이젠 형석이한테까지 접근을 해서 정보를 캐내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뭘 하려고.

       

        살짝 무서운 생각이 들기는 했다.

       

        ‘쓰읍… 막 나를 통제하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분명 느낌상 이수아 헌터의 행동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제 우리집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소름이고.

       

        ‘잠깐만. 그러게. 어제 왜 있었던 거야?’

       

        등급 판정을 받으러 가는 것에 대해 너무 몰입을 하고 있던 터라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아니 토요일 아침에 남의 집 문 앞에서 왜 서성였어? 청담동에 사는 사람이 신림까지 와서는?’

        ‘쓰읍….’

        ‘아니겠지… 아니야…’

       

        살짝 걱정이 드는 건 인큐버스 특성때문에 괜히 이수아 헌터가 나에게 미친듯이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는 것이니까.

       

        “아휴. 너 임마. 앞으로는 괜한 말 하면 안돼. 이수아 헌터 요새 좀 이상하단 말야.”

        “뭐가요?”

        “아니 그냥 자꾸 나를 엄청 따라다닌단 말야. 이상해.”

        “아 그냥 팀원에 대한 애착이 높은 거겠죠.”

       

        ‘하.. 얘도 그러네.’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리고 그거 좋은 거 아니에요? 저는 당해보고 싶은데…나도 헌터였으면…”

       

        형석이는 허공을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나한테 너무 집착을 하는 거 같다니까?”

        “그러니까 그거 좋은 거잖아요?”

        “?”

       

        대화가 안통한다.

       

        “아무튼 형 감사해요. 저 이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이수아 헌터님 정보원으로 일하기로 했거든요.”

        “?”

       

        자꾸만 대화가 안통한다.

       

        “무슨 정보원?”

        “형에 대한 정보를 넘기는 대가로 종종 단 둘이 만나주신대요. 아주 꿈만 같네요.”

        “아이. 미친놈아.”

       

        정보원이라는 놈이 대놓고 말하는 것도 웃긴데, 아주 이수아 헌터에 빠져있는 것 같아 할 말이 없었다.

       

        ‘정보원은 또 뭐야.’

       

        도대체 이수아 헌터의 목적을 알 수가 없었다.

       

        ‘쓰읍. 괜히 상태이상을 해체했더니 이 난리가 된 것 같기도…’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기는 했는데.’

       

        “형. 앞으로 제가 이것저것 물심양면으로 도와드릴게요. 저를 노예처럼 부리셔도 좋아요. 대신 정보만 주시면 됩니다. 하핳.”

       

        이 녀석. 오늘 이수아 헌터랑 만나고 오더니 아주 맛이 가버린 것 같았다.

        물론 원래도 좀 정상은 아니었지만.

       

        “근데 유하나 헌터는 어때요? 거기 파견 가신지 이제 3일쯤 되셨던가.”

        “응. 그냥 여기도 비슷해~ 뭔가 나한테 관심이 높은 거 같아서.”

        “와. 형 무슨 인기남이에요? 완전 인큐버스네.”

       

        갑자기 훅 들어왔다.

        괜히 찔리는 말.

       

        “아니 뭐 그렇게 여자한테 인기가 많아요? 게다가 다 S급 헌터잖아요? 부럽다…비법이 뭐예요?”

       

        ‘하하… 비법이 채수현에게 회수한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확실하지도 않고. 괜히 내가 떠들었다가 김치국 마시는 거면 아주 쪽팔리는 일이 된다.’

       

        “유하나 헌터도 형한테 관심이 많아요? 흐음~ 그럼 이 참에 유하나 헌터를 꼬셔서 블루 길드에 다시 되돌아오게 하는 건 어때요? 그럼 길드장님이 엄청 예뻐하실 것 같은데. 형 그러다가 혹시 부길드장까지 올라가는 거 아니에요?”

       

        그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는 듯이 기분좋게 웃었다.

       

        “부길드장은 무슨. 이제 막 D급 된건데.”

        “아. D급으로 올리셨구나. 와. 진짜 빠르다. 오… 우리 길드 오시고 나서 아주 일이 잘 풀리시는 것 같아요. 채수현 헌터에게 차이길 잘하셨다 오~”

       

        감탄을 하며 박수를 쳐댔다.

       

        “캬… 이거 너무 잘나가서 나중에 저를 버리시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형. 제가 단단히 매달려있겠습니다. 제가 눈치는 좀 있거든요. 형 뭔가 저한테 숨기는 거 있는 거 같아요. 크큭.”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만약에~ 제가 생각하는 대로라면… 형은 블루길드의 스카웃 담당자가 되실수도 있겠네요.”

        “스카웃 담당자?”

        “네. 크큭… 블루길드에서 모셔오고 싶은 S급들 많거든요. 그 사람들 형이 다 꼬시면 되잖아요?”

        “아니. 그게 무슨…”

       

        뭔가 단단히 오해한 것 같았다.

       

        ***

       

        “하… 역시… 일요일은 너무 재미가 없어… 빨리 월요일이 왔으면…”

        “출근을 해야 지훈 씨랑 퇴근을 하지…”

        “아니. 차라리 나도 유하나 쪽에 파견을 가야되나…?”

       

        이수아는 뭔가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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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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