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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쉭!”

         

        쉭쉭이가 알려주는 장소로 가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당가 네 자매가 어떻게 내 바람…. 아니, 내 행동을 알아차린 걸까.

         

        백연영이 아는 거라면 그래도 이해가 갈 거다.

         

        맨손으로 히드라를 잡는 괴인이니까 뭘 해도 그런갑다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당소영을 위시한 당가 네 자매가 내 행동을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한 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나마 추론을 해보자면 개객신앙 때문일 거다.

         

        신도들은 내 생각을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당소영은 어렴풋이, 거미들은 꽤 정확하게.

         

        게다가 근래 내게 쌓인 신성이 말도 안 되게 늘기도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백연영과 뭘 할 때마다 당소영이 존경이 가득 담은 눈빛으로 날 쳐다보곤 했다. 거미들도 옆에서 그녀를 따라 했고.

         

        특히 백연영의 손가락을 깨물거나 머리카락을 씹으면서 놀 때 가파르게 올라간 걸로 기억한다.

         

        백연영이 고수긴 해도, 그 정돈가? 싶을 정도의 상승 폭이긴 했다.

         

        개객신앙의 효과로 신도들이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요근래에 내 신성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따라서 신도들이 내 행동이나 생각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이게 내 가설이지만, 치명적인 오류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네필라 쥐라시카다.

         

        이 녀석은 내 신도가 아니다.

         

        그런데 은근슬쩍 옆에 끼어 있었고, 상태창이 전해주는 메시지의 지분도 가장 컸다.

         

        게다가 이름 앞에 물음표로 가려진 수상한 칭호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나도 몰래 내 신앙에 스며든 거 아니야?

         

        내가 환웅이라고 치면 네필라 쥐라시카는 웅녀인 셈이지.

         

        …그럴 리가 없겠지?

         

        내가 한 생각이지만 너무 비약적이었다.

         

        아무리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라는 칭호가 있어도 그렇지.

         

        그렇게…….

         

        그렇게 되나?

         

        그런 거였어?

         

        나 유부남이야?

         

        “게게겍!”

         

        아니야.

         

        적어도 아라크네가 된 이후에….

         

        아니 또 뭔 생각을 하는 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빨리 배를 채워야겠다.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다.

         

        “쉭!”

         

        파이톤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 근처에 있다는 뜻일 거다.

         

        잡념을 집어치고, 기척을 죽였다.

         

        조용히 앞으로 기어갔다.

         

        “끼기기긱.”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부류의 울음소리였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 봤을 때, 이 울음소리의 주인은 깃털 공룡일 가능성이 컸다.

         

        공룡이라고 부르기엔 좀 민망한 녀석들.

         

        괜히 인면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공룡 실격 녀석들이었다.

         

        …유타랍토르는 빼고. 그 녀석은 명예 공룡이지.

         

        “끼기긱….”

         

        울음소리가 그리 우렁차진 않았다.

         

        유타랍토르보단 당연히 작을 거고 데이노니쿠스보다 작을 가능성도 있었다.

         

        즉, 지금의 내겐 위협조차 되지 않을 상대라는 거다.

         

        과연 어떤 놈일까.

         

        얼굴이나 한번 보자.

         

        【오비랍토르 lv12】

       

       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비랍토르】

         

        몸길이는 1.6m 정도이며 몸무게는 20~40kg 정도 되는 공룡으로, 백악기 후기에 발견된 공룡입니다.

        작은 동물을 먹이로 삼지만, 알 도둑이라는 별명에 맞게 가장 선호하는 먹이는 다른 동물의 알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비랍토르!

         

        익숙한 얼굴이 괜스레 반갑다.

         

        오비랍토르는 다른 짐승의 알을 꿀떡꿀떡 삼키고 있었다.

         

        불쌍한 녀석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놈들을 잡아먹다니.

         

        저 알의 부모들이 슬퍼할 거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나도 알에서 태어났잖아.

         

        알이고 자시고 상관없이 부모라는 게 있을 거란 말이야.

         

        형제로 추정되는 다른 알들도 있었고.

         

        내 부모는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난 부화할 때부터 거의 성체와 버금가는 크기로 태어났었다.

         

        당연히 나를 감싸고 있던 알도 게코 도마뱀의 알보다 훨씬 컸고.

         

        날 낳은 존재도 평범한 게코 도마뱀은 아니라는 뜻인데….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서 다른 게코 도마뱀을 본 적도 없고.

         

        진화라는 게 있는 걸 보면, 꼭 내 부모가 게코 도마뱀일 필요는 없을 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잡아먹은 거 아냐?

         

        그동안 내가 잡아먹은 파충류 비슷한 놈들을 상기해 봤다.

         

        다행히 도마뱀은 없었다.

         

        휴.

         

        그래도 패륜을 저지르진 않았구나.

         

        그때 봤던 오비랍토르를 만나게 되면, 내 부모에 대해 물어볼 수 있으려나.

         

        일단 여기 있는 오비랍토르부터 잡고 생각하자.

         

        “히에….”

         

        파이톤은 작은 목소리로 낑낑거렸다.

         

        겁에 질린 듯한 행동이 의아했다.

         

        저 오비랍토르가 무서워서 그러는 걸까?

         

        자신만만하게 안내한 걸 보면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가만, 목표는 오비랍토르가 아니라 저 알을 말했던 거였어?

         

        저 알을 먹고 있는 오비랍토르는 생각지도 못한 강적이고?

         

        아이고, 파이톤아.

         

        길이는 네가 저 오비랍토르보다 훨씬 긴데 왜 무서워하는 거니.

         

        그리고 지금 우리가 모습을 보이면 쟤가 더 놀라 할 걸.

         

        파이톤을 잠시 내려둔 채, 빠른 속도로 놈을 향해 달려갔다.

         

        타다다닷!

         

        “끼에에에에엑!”

         

        갑자기 등장한 내 모습에 깜짝 놀란 오비랍토르.

         

        얼마나 놀랐는지 날 수도 없는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파밧!

         

        놈의 방향을 예측해서 힘차게 튀어 올랐다.

         

        “끼기기긱!”

         

        푸드드득!

         

        헛된 저항을 해보는 오비랍토르였지만, 이미 놈의 목이 내 입에 들어온 상태였다.

         

        콰득.

         

        목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세게 문 후, 놈을 그대로 바닥으로 꽂아버렸다.

         

        콰아아앙!

         

        “끼르륵….”

         

        오비랍토르의 숨이 끊어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그린 바실리스크가 피라냐를 사냥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으니까.

         

        볼파이톤이 스르륵 미끄러지면서 내게 다가왔다.

         

        죽어버린 오비랍토르와 날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비명을 질렀다.

         

        “히에에엑!”

         

       저 눈빛은 너무 익숙한 거였다.

         

        물방개와 피라냐를 처음 맛본 투스와 푸스의 눈빛이었지.

         

        오비랍토르의 사체를 바라봤다.

         

        만족스러운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급한 불을 끌 정도는 됐다.

         

        “쉭!”

         

        파이톤이 혀를 날름거렸다.

         

        그래. 너도 많이 배고팠겠지.

         

        차린 건 없지만, 같이 먹어 보자고.

         

         

        *

         

         

        【고모도 LV9】

        HP: 250/990

        MP: 173/410

        【칭호】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

        「은룡굴의 주인」

        「늪지대(하부)의 주인」

         

        체력이 어느 정도 찼다.

         

        아직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MP도 저 정도면 역린을 한 번 사용할 정도는 됐고.

         

        “쉬익….”

         

        쉭쉭이는 안 그래도 더 통통해진 배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임마, 너 그래도 뱀이잖아.

         

        왜 굴러다니는 거야.

         

        “게겍.”

         

        내 울음소리를 듣고 자세를 바로 한 쉭쉭이.

         

        쪼르르 기어 와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쳐다본다.

         

        “히엑!”

         

        그래. 잘 먹었지?

         

        내가 좋은 거 하나 추천해 줄게.

         

        개객신앙이라고 하나 있는데 말이야.

         

        “히엑?”

         

        뱀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사실 내가 대화라고 생각하는 건, 그냥 나의 상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로의 몸짓을 보고 의도를 파악하는 게 의사소통의 전부였다.

         

        뜬금없이 종교를 권유하는 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투스와 푸스처럼 자발적으로 날 숭배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씁…. 어떻게 하면 이 오동통한 뱀을 신도로 만들 수 있을까.

         

        대충 강한 적을 쓰러트리면 날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볼까?

         

        지금도 눈빛은 존경의 눈빛이긴 한데… 뭐가 부족한 걸까.

         

        아, 그래.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게겍.”

         

        쉭쉭아. 잘 봐봐.

         

        “히엑?”

         

        뱀의 동그란 눈이 날 유심히 보고 있었다.

         

        녀석이 집중하고 있는 지금!

         

        촤자장!

         

        용린의 모습이 변했다.

         

        조금 큰 코모도에서 많이 작은 드래곤의 모습이 되었다.

         

        어린 애들은 멋있는 거에 환장하는 법.

         

        …물론 생물학적 나이로는 내가 저 뱀보다 어리겠지만.

         

        “히에에에에에엑!”

         

        거의 죽은 척을 하듯이 깜짝 놀라는 쉭쉭이.

         

        반응이 저러니까 좀 뿌듯하네.

         

        자, 어때.

         

        없던 신앙심도 나오지 않니?

         

        [【볼파이톤 lv14】에게 개객신앙을 권유하시겠습니까?]

         

        신앙심이 생겼나 보구나.

         

        그런데, 상태창아.

         

        언제부터 이런 걸 물어봤다고 그래.

         

        투스랑 푸스가 믿을 땐 이런 거 없었잖아.

         

        하던 대로 해, 하던 대로.

         

        쉭쉭이가 특별한 경우도 아니고

         

        [정말 개객신앙을 권유하시겠습니까?]

         

        뭘 두 번 묻고 그래.

         

        이런 건 알아서 넘어 가야지.

         

        [【볼파이톤 lv14】이 당신을 숭배합니다.]

         

        빠르다!

         

        축하해, 쉭쉭아.

         

        네가 이래 보여도 서열 4위란다.

         

        [【개객신앙】이 게코 도마뱀급 신앙에서 왕도마뱀급 신앙으로 진화합니다.]

         

        응?

         

        한 번에 너무 올라간 거 아니야?

         

        나야 좋긴 한데…. 그렇게 올라갈 이유가 있나?

         

        __________________________

        【개객신앙】

         

        왕도마뱀급 신앙.

         

        전설 속의 영물 고모도를 섬기는 이들이 믿는 신앙입니다.

        신도의 수를 늘린다면 종교로 발전할 수 있는 신앙입니다. 구성원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신앙심이 투철합니다.

         

        구성원

        첫 번째 신도: 【아터코푸스 lv9】

        두 번째 신도: 【안트라코마르투스 lv8】

        세 번째 신도: 【당소영】

        네 번째 신도: 【볼파이톤 lv14】

        __________________________

         

        [【볼파이톤 lv14】이 당신을 경배합니다.]

         

        좋아.

         

        이 신앙에는 숨겨진 기능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런 식으로 상태창이 가끔 정보를 물어온다는 것.

         

        의사소통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볼파이톤 lv14】이 당신을 걱정합니다.]

         

        응?

         

        걱정은 무슨.

         

        네가 들어와서 든든한데.

         

        너 생각보다 대단한 뱀이었구나?

         

        게코 도마뱀급이었던게 왕도마뱀으로 올라갈 정도니까.

         

        …무슨 차이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볼파이톤 lv14】이 당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신성의 양이 많아진 거 같다.

         

        상태창이 보내주는 메시지의 빈도가 많이 늘었다.

         

        저 봐라.

         

        지금도 계속 오지 않나.

         

        [당신은 뱀 여왕의 신도를 받아들였습니다.]

         

        어?

         

        [뱀 여왕이 당신에게 분노합니다.]

         

        네?

         

        뱀 여왕이요?

         

        잠깐만.

         

        설마 아까 권유하겠냐는 메시지가 뜬 이유가 이거였어?

         

        이미 저 뱀은 다른 걸 믿고 있는 상태라서?

         

        볼파이톤도 그거 때문에 날 걱정한 거고?

         

        [뱀 여왕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뱀 여왕을 섬기는 신도를 훔친 셈이야?

         

        그래서 뱀 여왕이 화가 난 거고?

         

        그거 때문에 신앙의 등급이 마구 오른 거고?

         

        “게게게게겍!”

         

        취소!

         

        권유 취소!

         

        상태창!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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