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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어두운 방 안.

         

         

       “비밀주의와 반대되는 대범함.”

         

         

       설소영은 몰입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집중해서 계속 수첩에 글을 적고 있었다.

         

       그녀가 적고 있는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패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금전 감각은 상당히 절약하는 경향.

         

       문자 대화법은 상당히 간결함. 의외로 요즘 유행어를 잘 알고 있음.

         

       드라마를 사랑하고 그와 관련된 지식이 엄청남. 자신의 작품에 한해서 완벽주의 성향을 지니고 기준이 이상할 정도로 엄격함.

         

       중요.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림.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 통화를 나누었을 때 목소리에 힘을 준 이유도 자신을 목소리로 최대한 판별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임.

       하지만 남성의 목소리인 것만은 확실.

         

       또한, 지금까지의 대화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꺼린다는 점을 연계하여 비교적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것 같음.

         

       이 때문에 자신이 927 작가인 것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 남들의 앞에서 누구보다 이상적인 ‘평범함’을 연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

         

         

       “……대충 이 정도인가.”

         

         

       설소영은 수첩을 닫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현재 수첩에 정리한 내용은 지금껏 927 작가와 교류하며 얻은 정보를 토대로 나름의 추리를 한 것이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추리가 어느 정도 맞는다면 그는 첫 만남에 자신의 인사에 어떻게 반응할까?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녀를 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들겠지.

         

         

       “안녕?”

       “설소영이지? 안녕.”

         

         

       그래. 대충 이런 느낌으로.

         

       너무나도 능청스러운 표정과 몸짓, 그리고 당연히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느낌의 대답.

         

       영업용 미소와 함께 먼저 인사를 건네자 앞으로 최소 몇 달간 자신의 옆에 앉게 될 남학생이 자연스레 인사를 받아주었다.

         

       아마 927 작가님이라면 대충 이런 느낌으로 반응하지 않을까 싶은데…….

         

       설소영이 먼저 남학생에게 호의적인 인사를 건넨 이유는 단순히 수사망을 좁히기 위해서였다.

         

       한빛예고에는 교사와 학생을 포함해 몇백 명의 남자가 있다.

         

       당연한 소리지만 그들을 하나하나 모두 심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설소영은 자신만의 확고한 두 가지 기준점을 세웠다.

         

       하나는 상대방이 자신의 앞에서 인위적인 평범함을 보이는가.

         

       또 하나는 가장 확실한 증거 중 하나인 목소리였다.

         

       솔직히 목소리 때문에 설소영은 927 작가를 찾는 일이 조금 쉬울 거라고 예상했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서 2년 전, 통화를 나누었을 때 들었던 927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는 927 작가에게서 통화가 온 순간 혹시 몰라 녹음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설소영은 그의 목소리를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어느 정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구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눈앞의 남학생은 뭔가 애매했다.

         

       일단 첫 번째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는 ‘평범함’은 어느 정도 그렇다 치고, 설소영이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목소리였다.

         

       분명 남학생의 목소리는 그 사람보다 확연하게 낮은 중저음.

         

       하지만 어째서…….

         

       자신은 왜 이 남학생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거지?

         

         

       “어라? 그쪽… 이 아니라 서은우 너가 소영이 짝꿍이야?”

         

         

       그때 바로 옆.

         

       2열의 맨 뒷자리에 앉은 이다혜가 이쪽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반응을 본 설소영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둘이 아는 사이야?”

       “응! 근데 단순히 아는 사이가 아니라 많이 친한 사이지롱.”

         

         

       이다혜의 당당한 발언에 서은우라고 불리는 남학생은 생전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아닌 것 같다고?”

         

         

       하지만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다혜를 발견한 서은우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회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흠…….”

         

         

       서로 반응이 정반대인 둘을 보며 설소영이 느끼고 있는 위화감은 더욱 깊어져만 갔고, 그때 교탁 앞에 서 있던 한동훈이 입을 열었다.

         

         

       “자리를 다 옮긴 것 같으니까 슬슬 다음으로 넘어갈까? 지금부터 딱 3분만 더 줄 테니까 자기소개 멘트에 관해 한번 생각해보렴. 참고로 1번부터 시작한다.”

       “아니 선생님! 자리부터 시작해서 이름이 빠른 게 죄에요? 왜 이번에도 굳이 저부터인데요?!”

       “대신 점심도 번호순으로 빠르게 먹게 해줄게.”

       “오, 개꿀.”

         

         

       겨우 말 한마디로 단번에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1번 남학생의 불만을 순식간에 잠재운 한동훈.

         

       서은우는 그런 그의 노련한 대처를 보며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긴…….

         

       급식 먼저 먹는 건 못 참지.

         

       근데 그것보단 자기소개 때 진짜 뭐라고 말하냐.

         

       대충 앞 순서에 다른 학생들이 하는 걸 보니까 이름이랑 생일, 취미 등을 말하는 분위기인데…….

         

         

       “자… 다음은…”

         

         

       서은우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느덧 자신의 차례가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

         

         

         

       “19번. 서은우.”

         

         

       한동훈 선생님의 부름에 맞춰 나는 천천히 교탁 앞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교탁 앞에 선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런 건 그냥 남들처럼만 하면 된다.

         

       우선 이름부터 시작해 다음은……

         

         

       “생일은…….”

         

         

       그 단어를 입에 언급한 순간 본능적으로 끝말이 흐려졌다. 그리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남들처럼 똑같이 자기소개를 하는 건 좋은데 되도록 생일은 언급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고.

         

         

       “생일이 왜?”

         

         

       내가 끝말을 흐리자 한동훈 선생님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곧바로 내 인적 사항을 확인한 한동훈 선생님이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 씨익 웃었다.

         

         

       “9월 27일. 생일이 그 작가의 이름과 완전히 똑같구나? 재밌는 우연이네.”

       “하하… 저도 그 점에 관해선 재밌는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927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었고,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주제를 넘겼다.

         

       다음은 MBTI였다.

         

       쩝. 이게 바로 세대 차이라는 건가…….

         

       아무래도 요즘은 이런 걸 자기소개 시간 때 언급하는 게 유행인 모양이었다.

         

       어쨌든 나는 마지막으로 했던 MBTI 검사를 떠올리며 INFP라고 말했고, 이어서 취미는 드라마 감상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내 가벼운 자기소개 시간은 끝났고, 역시나 나를 향한 별다른 질문은 오지 않았다.

         

       뭐… 어차피 어떤 드라마를 좋아하냐고 물어봤자 학생들 사이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927 작가의 세 작품 중 하나일 테니 딱히 의미가 없기도 했고……

         

       애초에 학생들의 시선은 벌써부터 나 다음으로 자기소개가 이어지는 두 학생에게 고정되어있었다.

         

       하긴…….

         

       설소영과 이다혜.

         

       나 같아도 얼른 저 두 명의 자기소개를 듣고 싶을 거다.

         

         

       “다음은 20번. 설소영.”

         

         

       다시 자리로 돌아갈 때 나는 교탁을 향하던 설소영과 자연스레 엇갈리게 되었다.

         

       그리고……

         

       

       -과연 우연일까.

         

         

       설소영이 나를 스쳐 지나가면서 무언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허나, 그것은 잠깐의 기분 탓이라고 느낄 정도로……

         

       결코 내게 닿을 리가 없는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

         

         

         

       예상했던 대로 자기소개가 끝난 설소영과 이다혜에게는 엄청난 질문 공세가 떨어졌다.

         

       사적인 질문도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과 관련된 진지한 질문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설소영은 배우로서, 이다혜는 아이돌로서 업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꿈이자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 자리를 그들은 학생의 나이에 벌써부터 이룬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질투심이란 감정보다는 오히려 동경의 가까운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1학년 2반의 마지막 번호를 담당하고 있는 차무식을 끝으로 1교시인 자기소개 시간이 모두 끝이 났다.

         

       다음 교시인 2교시는 올해 학사 일정이랑 학교 시스템에 관해 대충 설명하는 시간이라던데 대충 듣기만 해도 뭔가 재미없어 보였다.

         

         

       탁- 타닥-

         

         

       “하아암……”

         

         

       칠판을 두르는 분필 소리에 맞춰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2교시는 노잼 시간이었다.

         

       그나마 1교시는 자리를 바꾸는 이벤트랑 자기소개 덕분에 시간이라도 잘 갔는데 2교시는 그것조차도 안 갔다.

         

       이제 겨우 15분 지났는데 쉬는 시간은 도대체 언제 오려나…….

         

       나는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가 자리에 가장 큰 이점이라고 한다면 심심할 때 바깥 경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맑고 푸른 하늘, 사용하는 학생이 없어 오늘따라 유난히 넓어 보이는 운동장, 그리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봄의 햇살까지.

         

       그리고 1교시의 자기소개 시간 덕분에 반 안에 맴돌고 있던 어색한 기류와 긴장감이 조금 줄어든 덕분에……

         

       

       “쓰으읍……”

         

         

       하마터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졸뻔했다.

         

       솔직히 이건 그냥 온 세상이 나보고 당장 엎드려 자라고 유혹하는 수준 아닌가?

         

       뭐… 그래도 아직 학기 초인데 벌써부터 이런 유혹에 넘어가면 앞으로가 많이 힘들어진다.

         

       거기에다가 이럴 줄 알고 어제 일찍 잔 덕분에 나름 면역력도 있는 편이고.

         

       문제는……

         

         

       “…….”

         

         

       내 쪽이 아니라 내 옆쪽이었다.

         

       설소영.

         

       그녀가 어째서인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적어도 이건.

       

        내가 아는 설소영의 범주에서 절대 상상하기 힘든 그런 광경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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